길주吉州 청원산靑原山 행사行思 선사의 제6세 법손 106인
홍주洪州 운거산雲居山 도응道膺 선사의 법손 28인
항주杭州 불일佛日 화상
소주蘇州 영광원永光院 진眞 선사
홍주洪州 동안同安 비丕 선사
여산廬山 귀종歸宗 담권澹權 선사
지주池州 광제廣濟 화상
담주潭州 수서水西 남대南臺 화상
흡주歙州 주계朱谿 겸謙 선사
양주楊州 풍화豊化 화상
운거산雲居山 도간道簡 선사
여산廬山 귀종歸宗 회운懷惲 선사
홍주洪州 대선大善 혜해慧海 선사
낭주朗州 덕산德山 제7세 화상
남악南嶽 남대南臺 화상
운거산雲居山 창昌 선사
지주池州 혜산嵇山 장章 선사
진주晋州 대범大梵 화상
신라新羅 운주雲住 화상
운거산雲居山 회악懷岳 선사
영각阾珏[‘령阾’은 ‘령嶺’과 같다.] 화상
[이상 19인은 기록에 보임]
담주潭州 용흥사龍興寺 오공悟空 대사
건창建昌 백운白雲 감減 선사
담주潭州 모보산慕輔山 화상
서주舒州 백수산白水山 위瑋 선사
여산廬山 야부산冶父山 화상
남악南嶽 법지法志 선사
신라新羅 경유慶猷 선사
신라新羅 혜慧 선사
홍주洪州 봉서산鳳棲山 혜지慧志 선사
[이상 9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무주撫州 조산曹山 본적本寂 선사의 법손 14인 13인만 기록이 있다.
무주撫州 하옥荷玉 광혜光慧 선사
균주筠州 동산洞山 도연道延 선사
형주衡州 육왕산育王山 홍통洪通 선사
무주撫州 금봉金峰 종지從志 선사
양주襄州 녹문鹿門 처진處眞 선사
무주撫州 조산曹山 혜하慧霞 대사
형주衡州 화광華光 범範 선사
처주處州 광리廣利 용容 선사
천주泉州 여산廬山 소계원小谿院 행전行傳 선사
서천西川 포수布水 암巖 화상
촉천蜀川 서선西禪 화상
화주華州 초암草庵 법의法義 선사
소주韶州 화엄華嚴 화상
[이상 13인은 기록에 보임]
여산廬山 나한羅漢 지륭산주池隆山主 화상
[1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담주潭州 용아산龍牙山 거둔居遁 선사의 법손 5인
담주潭州 보자報慈 장서藏嶼 선사
양주襄州 함주산含珠山 심철審哲 선사
[이상 2인은 기록에 보임]
봉상鳳翔 백마白馬 홍적弘寂 선사
무주撫州 숭수원崇壽院 도흠道欽 선사
초주楚州 관음원觀音院 빈斌 선사
[이상 3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경조京兆 화엄사華嚴寺 휴정休靜 선사의 법손 3인
봉상부鳳翔府 자릉紫陵 광일匡一 선사
[1인은 기록에 보임]
요주饒州 북선원北禪院 유직惟直 선사
유주濰州 화성化城 화상
[이상 2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균주筠州 구봉九峰 보만普滿 대사의 법손 1인
홍주洪州 동안同安 위威 선사
[1인은 기록에 보임]
청림靑林 사건師虔 선사의 법손 6인
소주韶州 용광龍光 화상
양주襄州 석문사石門寺 헌獻 선사
양주襄州 광덕廣德 화상
정주郢州 파초芭蕉 화상
정주定州 석장石藏 혜거慧炬 선사
[이상 5인은 기록에 보임]
양주襄州 연경延慶 통성通性 대사
[1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낙경洛京 백마白馬 둔유遁儒 선사의 법손 2인
흥원부興元府 청좌산靑剉山 화상
[1인은 기록에 보임]
경조京兆 보복保福 화상
[1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익주益州 북원北院 통通 선사의 법손 1인
경조京兆 향성香城 화상
[1인은 기록에 보임]
고안高安 백수白水 본인本仁 선사의 법손 2인
경조京兆 중운中運 지휘智暉 선사
항주杭州 서룡瑞龍 유장幼璋 선사
[이상 2인은 기록에 보임]
무주撫州 소산疎山 광인匡仁 선사의 법손 20인
제2세 소산疎山 증證 선사
홍주洪州 백장百丈 안安 선사
균주筠州 황벽黃檗 혜慧 선사
수성산隨城山 호국護國 수징守澄 선사
낙경洛京 영천靈泉 귀인歸仁 선사
연주延州 연경延慶 봉린奉璘 선사
안주安州 대안산大安山 성省 선사
홍주洪州 백장百丈 초超 선사
홍주洪州 천왕원天王院 화상
상주常州 정근원正勤院 온蘊 선사
양주襄州 후동산後洞山 화상
경조京兆 삼상三相 화상
[이상 12인은 기록에 보임]
균주筠州 오봉산五峰山 행계行繼 선사
상주商州 고명高明 화상
화주華州 서계西谿 도태道泰 화상
무주撫州 소산疎山 화상
균주筠州 황벽산黃蘗山 영약令約 선사
양주楊州 상광祥光 원遠 선사
안주安州 대안산大安山 전성傳性 대사
균주筠州 황벽산黃蘗山 영嬴 선사
[이상 8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예주澧州 흠산欽山 문수文邃 선사의 법손 2인
홍주洪州 상람원上藍院 자고自古 선사
예주澧州 태수太守 뇌만雷滿
[이상 2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낙보산樂普山 원안元安 선사의 법손 10인
경조京兆 영안永安 선정善靜 선사
기주蘄州 오아산烏牙山 언빈彦賓 선사
봉상부鳳翔府 청봉靑峰 전초傳楚 선사
등주鄧州 중도中度 화상
가주嘉州 동계洞谿 화상
경조京兆 와룡臥龍 화상
[이상 6인은 기록에 보임]
가주嘉州 흑수사黑水寺 혜통慧通 대사
경조京兆 반룡盤龍 화상
단주單州 동선東禪 화상
부주鄜州 선아善鴉 화상
[이상 4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강서江西 소요산逍遙山 회충懷忠 선사의 법손 2인
천주泉州 복청福淸 사외師巍 선사
경조京兆 백운白雲 무휴無休 선사
[2인은 기록에 보임]
원주袁州 반룡산盤龍山 가문可文 선사의 법손 5인
강주江州 여산廬山 영안永安 정오淨悟 선사
원주袁州 목평산木平山 선도善道 선사
협주陜州 용계龍谿 화상
[이상 3인은 기록에 보임]
계양桂陽 지통志通 대사
여산廬山 수창원壽昌院 정적淨寂 선사
[이상 2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무주撫州 황산黃山 월륜月輪 선사의 법손 1인
정주郢州 동천산桐泉山 화상
[1인은 기록에 보임]
낙경洛京 소산韶山 환보寰普 선사의 법손 2인
담주潭州 문수文殊 화상
[1인은 기록에 보임]
양주洋州 대암大巖 백白 화상
[1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홍주洪州 상람원上藍院 영초令超 선사의 법손 2인
하동河東 북원北院 간簡 선사
홍주洪州 남평왕南平王 종전鍾傳
[이상 2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행사行思 선사의 제6세 ④
앞의 홍주洪州 운거산雲居山 도응道膺 선사의 법손
항주杭州 불일佛日 화상
처음에 천태산天台山을 유행하면서 말하기를 “누구든 나를 이기는 이는 나의 스승이다” 하였다. 이어 강서江西로 가서 운거雲居 도응道膺 화상을 뵙고 절을 하고 물었다.
“두 용이 여의주를 다투면 어느 쪽이 얻습니까?”
운거가 대답했다.
“업의 몸을 벗고 와서 만나라.”
“업의 몸은 이미 벗었습니다.”
“여의주가 어디에 있는가?”
대사가 대답하지 못했다.[동안同安이 대신 대답하되 “고개를 돌리면 교섭할 길이 없다” 하였다.]
대사가 정성을 기울여 입실하여 운거에게 절하고 스승으로 삼았다. 나중에 협산夾山을 뵈러 가서 문에 들어서자마자 유나維那를 보니, 유나가 말했다.
“여기는 후생後生을 붙이지 않습니다.”
대사가 말했다.
“나는 잠깐 화상을 뵙기만 할 뿐이요, 묵지는 않겠소.”
유나가 협산에게 아뢰니, 협산이 만나 보기를 허락하였다. 이에 섬돌을 오르기도 전에 협산이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운거에서 왔습니다.”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협산의 정수리에 있습니다.”
“나의 연운年運이 감坎에 있어 오귀五鬼의 액이 몸에 붙었다.”
이에 대사가 섬돌을 올라가서 절을 하니, 협산이 또 물었다.
“그대는 누구와 함께 왔는가?”
“목상좌(木上座:주장자를 뜻한 말)와 같이 왔습니다.”
“그는 왜 내게로 오지 않는가?”
“화상께서 가 보셔야 할 것입니다.”
“어디에 있는가?”
“큰방에 있습니다.”
협산이 대사와 함께 내려가서 큰방 앞에 이르렀을 때, 대사가 얼른 가서 주장자를 가져다가 협산 앞에다 던지니, 협산이 말했다.
“천태天台에서 얻어 온 것이 아닌가?”
“오악五嶽에서 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 수미산須彌山에서 얻은 것이 아닌가?”
“월궁月宮에서도 만나지 못합니다.”
“그러면 남에게 얻은 것이구나.”
“자기도 원수인데 남에게 얻은 것을 무엇 하겠습니까?”
“썩은 잿더미 속에서 콩 한 알이 튀는구나.”
그리고는 유나를 오라고 불러다가 명창明窓 밑에다 두게 하였다. 이에 대사가 다시 물었다.
“등롱燈籠도 말을 알아듣습니까?”
“등롱이 말을 알아듣거든 그대에게 대답하리라.”
이튿날 협산이 큰방에 들어와서 물었다.
“어제 새로 온 상좌는 어디에 있는가?”
대사가 대답을 하면서 나서니, 협산이 말했다.
“그대가 운거에 가기 전에는 어디에 있었는가?”
“천태산天台山 국청사國淸寺에 있었습니다.”
“천태산에는 철철 흐르는 폭포와 출렁 이는 물결이 있다는데 그대가 멀리 온 것이 고맙다. 그대의 뜻은 어떠한가?”
“오랫동안 바위틈에 살았지만 솔과 다래덩굴에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것은 봄의 뜻이니, 가을의 뜻은 어떠한가?”
대사가 한참 잠자코 있으니, 협산이 말했다.
“그대를 보니, 그저 배를 끄는 사람일 뿐, 끝내 조수潮水를 다스리는 사람은 되지 못하겠구나.”
어느 날 큰 울력을 하는데 유나가 대사에게 차茶를 나르라 했다. 이에 대사가 말했다.
“나는 불법을 위해서 이곳에 온 것이지, 차나 나르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오.”
유나가 다시 말했다.
“화상께서 특별히 스님더러 차를 나르게 하라 하셨소.”
“화상의 존엄하신 명령이라면 좋다.”
그리고 차를 가지고 일터로 가서 찻잔을 흔들어 소리를 내니, 협산이 고개를 돌렸다. 이에 대사가 말했다.
“차 서너 잔을 다리는 뜻은 삽 끝에 있습니다.”
협산이 말했다.
“병은 차를 따를 뜻이 있는데, 광주리에는 몇 개의 뚝배기가 있는가?”
그리고는 차를 따라 돌렸다. 이때에 대중 모두가 눈길을 들었다. 이에 대사가 다시 물었다.
“대중이 목을 길게 뽑아 바라고 있으니, 스님께서 한 말씀 드리워 주십시오.”
협산이 말했다.
“길에서 죽은 뱀을 만나면 때려죽이지 말고, 밑 없는 광주리에 담아 가지고 가라.”
대사가 말했다.
“손에 야명부(夜明符:구슬)를 들었으니, 몇 사람이 날 밝은 줄을 알리오.”
협산이 말했다.
“대중아, 사람이 있으니 돌아가라, 돌아가라.”
이로부터 보청귀원普請歸院에 사니, 대중이 모두가 우러러보았다. 대사는 나중에 절강성 서쪽으로 돌아가서 불일사佛日寺에 살다가, 생을 마쳤다.
소주蘇州 영광원永光院 진眞 선사
상당上堂하여 대중에게 말했다.
“말끝이 조금만 어긋나도 고향은 만 리이니, 모름지기 절벽에 매달려 손을 놓아야 스스로 깨달을 수가 있다. 죽었다가 다시 소생하는 일은 그대를 속일 수 없으니, 비상한 종지를 뉘라서 숨기랴.”
어떤 이가 물었다.
“도는 곁길[橫徑]이 없거늘 들어서는 이는 모두가 위태하다 하니, 어찌하여야 곁길의 침해를 받지 않겠습니까?”
대사가 주장자로 그의 입을 쥐어박자, 그가 말했다.
“이것도 곁길이겠습니다.”
대사가 말했다.
“입 닥쳐라.”
홍주洪州 봉서산鳳棲山 동안同安 비丕 선사
어떤 이가 물었다.
“어떤 것이 무봉탑無縫塔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훔훔[吽吽].”
“어떤 것이 탑 안의 사람입니까?”
“오늘 여러 사람이 건창建昌에서 온다.”
“한번 보고 그만두는 때는 어떠합니까?”
“그런 이가 여기에 다시 와서 무엇 하랴.”
“어떤 것이 이마에 점 찍힌 고기입니까?”
“파란波瀾을 뚫지 못한다.”
“부끄러움을 느낄 때에는 어떠합니까?”
“끝내 고개를 들지 못한다.”
“그러면 그 몸이 변하지 않겠습니다.”
“그런 이에게 청운(靑雲:출세)의 일이 무슨 소용 있으랴.”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금계金鷄가 알을 품고 은하수로 돌아가니, 옥토끼는 아기를 배고 자미紫微 별로 향한다.”
“홀연히 손님이 오면 무엇으로 대접합니까?”
“금 과일은 새벽에 원숭이가 따오고, 옥 꽃은 저녁에 봉황이 물어 온다.”
“돌아오는 길에 도를 통달한 사람을 만나면 말이나 침묵으로 대하지 못한다 하니, 무엇으로 대답합니까?”
“발길도 필요하고, 주먹도 필요하다.”
“왕도王道를 손상하지 않으려면 어찌합니까?”
“죽과 밥을 먹는다.”
“그것이 왕도를 상하지 않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귀양을 가거나 좌천을 당하겠구나.”
“옥도장을 사용할 때 누가 믿어 주겠습니까?”
“그런 사람이 아니구나.”
“친궁親宮의 일이 어떠합니까?”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어떤 것이 비로자나의 스승입니까?”
“그대는 어디서 출가했는가?”
“어떤 것이 눈에 보이는 보리입니까?”
“눈앞의 불전佛殿이니라.”
“한 조각 옥에 티가 없으니, 스님께서 건드리지 마십시오.”
“그대의 뒤에 떨어졌다.”
“옥도장을 사용할 때 누가 믿어 주겠습니까?”
“사소한 일이 아니다.”
“어떤 것이 현묘한 종지입니까?”
“좋다.”
“화두에 속아서 그림자를 잘못 아는 짓을 어찌하여야 그칩니까?”
“누구에게 하는 말인가?”
“어찌하여야 됩니까?”
“남에게서 찾으면 더욱 멀어진다.”
“남에게서 찾지 않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화두가 어디 있지?”
“어떤 것이 동안同安의 한 개[一隻] 화살입니까?”
“골[腦] 뒤를 살펴라.”
“골 뒤의 일이 어떠합니까?”
“지나쳤다.”
“죽은 스님의 옷은 여러 스님이 나누어 갖지만 조사의 옷은 누가 가집니까?”
“때리겠다.”
“가져오면 비슷하지 않지만 가져오지 않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어디에 닿는 말인가?”
“그런 것이 없을 때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합니까?”
“예사 때에는 어떻게 하는가?”
“그렇다면 옛 모습을 고치지 않는 사람이겠습니다.”
“어떤 행동을 하는가?”
여산廬山 귀종사歸宗寺 담권澹權 선사[제2세 주지]
어떤 이가 말했다.
“금 닭이 울기 전에는 어떠합니까?”
“위음왕威音王을 잃었다.”
“운 뒤에는 어떠합니까?”
“삼계가 폭 가라앉는다.”
“몸을 다 바쳐 공양할 때에는 어떠합니까?”
“무엇을 가지고 왔는가?”
“가진 것을 아끼지 않습니다.”
“누구에게 공양하려는가?”
스님이 말이 없었다.
다른 이가 물었다.
“학인이 불법을 배우기 위해 왔습니다. 어떤 것이 불법입니까?”
“바야흐로 부질없고 공허하구나.”
“헤아리고 따져 주십시오.”
“두루하므로 남음이 있구나.”
“대중이 구름같이 모였으니, 무엇을 이야기하리까?”
“삼삼이이[三三兩兩] 제멋대로 흩어져 있는 모양을 말한다.
로군.”
“길에서 도를 깨친 사람을 만나면 말이나 침묵으로 대하지 못한다 하니, 무엇으로 대해야 하겠습니까?”
“어찌 그를 긍정할 수 있으랴.”
또 말했다.
“알겠는가?”
“잘 모르겠습니다.”
“장안 길가의 똥구덩이니라.”
“학인이 다른 것은 묻지 않겠습니다.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大意입니까?”
“서까래 셋과 몽둥이 다섯이니라.”
“회통會通한 이는 어떻게 말합니까?”
“지금의 일은 어찌하겠는가?”
“흐름을 따릅니다.”
“흐름을 따르지 않으면 어찌 쉬겠는가?”
지주池州 광제廣濟 화상
“필마단창匹馬單槍으로 나설 때에는 어떠합니까?”
“머리가 떨어진다.”
“어떤 것이 방외(方外:세상을 초월한)의 이야기입니까?”
“그대는 무엇이라 하는가?”
“어떤 것이 광제廣濟의 물입니까?”
“주리고 목마른 이가 없다.”
“그러면 학인이 허탕을 치지 않았겠습니다.”
“그대가 남의 조정을 받는 줄 짐작은 했었다.”
“멀리 와서 귀의하였으니, 스님께서 지시해 주십시오.”
“입이 있으나 오직 밥을 먹을 줄만 안다.”
“온백설溫伯雪과 공자[仲尼]가 만났을 때는 어떠합니까?”
“여기는 그런 사람이 없다.”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도리를 스님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어둡지 않다[不昧].”
“어둡지 않을 때는 어떠합니까?”
“그대는 무엇이라 부르는가?”
담주潭州 수서水西 남대南臺 화상
어떤 이가 물었다.
“어떤 것이 이곳의 한 방울의 물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입에 들어가면 끌어낸다.”
“어떤 것이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신발 끈이 풀어졌느니라.”
“조사와 조사가 서로 전했다 하니, 전한 것이 무엇입니까?”
“그대가 묻지 않았더라면 노승老僧도 모를 뻔하였다.”
흡주歙州 주계朱谿 겸謙 선사
요주饒州 자사刺史가 대사를 위해 대장전大藏殿을 지었는데, 대사가 어떤 스님과 함께 대장전을 돌아보다가 “아무개야” 하고 스님을 불렀다. 그 스님이 대답하니, 대사가 물었다.
“이 법당 안에는 얼마나 되는 부처님이 모셔졌는가?”
그 스님이 대답했다.
“뫼시지 않은 것은 아니나 누군가는 긍정하지 않으리다.”
“나는 그런 사람에게 묻지 않았다.”
“그러시면 저도 대답한 일이 없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대사는 나중에 도솔兜率에 살다가 여생을 마쳤다.
양주揚州 풍화豊化 화상
어떤 이가 물었다.
“어떤 것이 적국敵國과 한판 바둑을 겨루는 것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내려오너라.”
“한 방망이로 허공을 쳐서 부술 때에는 어떠합니까?”
“한 조각을 가져와 보아라.”
“위로는 한 조각의 기와도 없고, 아래로는 송곳 세울 자리도 없으니, 학인은 어디에 서야 하겠습니까?”
“아주 헐벗은 것이 아닌가?”
운거산雲居山 소화昭化 도간道簡 선사[제2세 주지]
그는 범양范陽 사람이니, 오랫동안 운거 선사 밑에 들어가 수행하며 진인眞印을 비밀히 받은 뒤에, 절 사무를 나누어 맡아서 나무하고 밥 짓는 일을 감독하였는데, 나이가 많다 하여 제1좌로 추대되었다.
때마침 도응 화상이 임종하려 하매 일 보는 스님[主事僧]이 물었다.
“누가 뒤를 잇겠습니까?”
“큰방의 간주사簡主事이니라.”
그 스님이 대답은 들었으나 그 뜻을 분명히 알지 못하고, 대중 사이에서 가려 뽑으라는 말로 여겼다. 그리하여 곧 여러 스님과 상의하되, 제2좌를 뽑아 화주化主로 삼기로 하였다. 이에 우선 형식상으로 먼저 제1좌에게 청하고서 그가 물러나 사양을 하면, 바로 제2좌를 간곡히 청하기로 하였다.
이때에 대사가 스승의 수기를 비밀히 받고, 전혀 사양함이 없이 손수 도구를 들고 방장으로 들어가서 대중을 모아놓고 설법을 하였다. 일 보는 주사승主事僧 등은 먼저 계획했던 바와 맞지 않으므로 모든 규칙에 순응하지 않았다. 대사가 그 사정을 짐작하고, 절을 떠나 몰래 산을 내려가니, 그날 밤에 산신山神이 통곡을 하였다. 이튿날 아침에 사승事僧과 대중이 맥장麥莊으로 달려가서 참회하고 다시 절로 돌아가기를 청하여 돌아오니, 대중의 귀에 산신이 소리를 맞추어 이렇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화상께서 오셨다.”
어떤 이가 물었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간 곳마다 자유롭다.”
“유마維摩 거사가 곧 금속金粟여래가 아니십니까?”
“그렇다.”
“어째서 석가의 회상에 와서 법문을 들었습니까?”
“그는 나와 남을 다투지 않기 때문이다.”
“몸을 던져 두루 덮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두루 덮을 수 있겠는가?”
“뱀[蛇子]이 어떻게 도리어 땅꾼[蛇師]을 뭅니까?”
“그 속에서는 상하지 않는다.”
“여러 성현들이 말씀하시지 못한 곳을 스님께서 말씀하실 수 있겠습니까?”
“그대는 어디를 여러 성인들이 말씀하시지 못했다 여기는가?”
“길에서 사나운 범을 만났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천 사람, 만 사람이 만난 적이 없거늘 그대만이 만났는가?”
“외로운 봉우리에서 혼자 잘 때에는 어떠합니까?”
“일곱 칸의 큰방을 비워 두고, 누가 그대에게 외딴 봉우리에서 혼자 자라 하던가?”
대사가 입멸한 뒤에 여주廬州의 원수[帥]인 장숭張崇이 재물을 내어 본산에다 석탑을 세웠는데, 아직도 남아 있다.
여산廬山 귀종사歸宗寺 회운懷惲 선사
어떤 이가 물었다.
“부처도 없고 중생도 없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어느 사람이 그러한가?”
“물이 맑아서 고기가 나타날 때에는 어떠합니까?”
“하나 잡아오너라.”
스님이 대답이 없었다.[동안同安이 대신 말하되 “움직이면 놓칩니다” 하였다.]
어떤 이가 물었다.
“어떤 것이 오로봉五老峰입니까?”
“우뚝한 것이다.”
“물이 끊기어 물방아가 멈출 때에는 어떠합니까?”
“맷돌이 돌지 않는다.”
“어떤 것이 맷돌이기에 돌지 않는다 합니까?”
“물방아가 멈추지 않느니라.”
“어떤 것이 티끌 속의 것입니까?”
“머리에 재가 묻고, 얼굴에 흙이 덮였느니라.”[동안同安이 대신 말하되 “털거나 닦지 않습니다” 하였다.]
“세존께서 말없이 말씀하시고, 가섭이 듣지 않고 들었다 하니, 이 일이 어떠합니까?”
“그렇게 된다 한들 어찌하겠는가?”
“들음이 없거나 말이 없는 것과는 같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인가?”
“학인이 이르지 못한 곳을 스님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그대가 어느 곳을 이르지 못했는가?”
홍주洪州 대선大善 혜해慧海 선사
어떤 이가 물었다.
“청산에 앉지 않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어떤 사람인가?”
“어떤 것이 손님 노릇을 할 줄 아는 사람입니까?”
“윗자리를 차지하지 않는다.”
“영천靈泉을 홀연히 만날 때에는 어떠합니까?”
“어디서 왔는가?”
“어떻게 말해야 스님의 뜻에 어기지 않겠습니까?”
“입을 아끼지 말라.”
“말한 뒤에는 어떠합니까?”
“무엇이라 말했는가?”
“어떻게 말해야 친해지겠습니까?”
“빨리 말하라.”
“그러시다면 말하지 않겠습니다.”
“입은 써서 무엇 하리오.”
대사가 나중에 백장산百丈山에 살다가 여생을 마쳤다.
낭주郎州 덕산德山 화상[제7세 주지]
“길에서 도를 통한 사람을 만나면 말이나 침묵으로 대하지 않는다 하니, 무엇으로 대합니까?”
“그저 그렇게 하라.”
스님이 한참 잠자코 있으니, 대사가 말했다.
“그대가 다시 물어라.”
스님이 다시 물으니, 대사가 할을 해서 내쫓았다.
형주衡州 남악南嶽 남대南臺 화상
어떤 이가 물었다.
“융봉融峰으로 곧장 올라갔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보았는가?”
운거산雲居山 창昌 선사[제3세 주지]
어떤 이가 물었다.
“서로 만나도 모를 때에는 어떠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만났으면 왜 모르는가?”
“화로에 불이 이글거릴 때에는 어떠합니까?”
“머리를 싸맨 것이 무엇인가?”
“헤아림을 받지 않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무엇 하러 왔는가?”
“왔지만 헤아리지는 않습니다.”
“공연히 와서 무슨 이익이 있으랴.”
“방장 앞에 몸을 담고 있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그대의 몸이 얼마나 되는가?”
지주池州 혜산嵇山 장章 선사
일찍이 투자投子 화상의 회상에 있으면서 시두柴頭를 맡았는데, 투자가 차를 마시다가 대사에게 말했다.
“삼라만상森羅萬象이 온통 이 찻종지 속에 있다.”
대사가 얼른 찻종지를 덮어 쏟으면서 말했다.
“삼라만상이 어디에 있습니까?”
투자가 말했다.
“차 한 잔만 아깝구나.”
대사가 나중에 설봉 화상을 뵈니, 설봉이 물었다.
“장章 시두柴頭가 아닌가?”
대사가 도끼를 휘두르는 시늉을 하니, 설봉이 긍정하였다.
진주晋州 대범大梵 화상
“어떤 것이 학인이 돌아봐야 할 곳입니까?”
“우물 밑에다 높은 다락을 세워라.”
“그러면 뛰어나겠군요.”
“왜 손을 뿌리치지 않는가?”
신라新羅 운주雲住 화상
“여러 부처님들께서 말씀하시지 못한 것을 누가 말합니까?”
“내가 말할 수 있다.”
“부처님들께서 말씀하시지 못한 것을 화상께서는 어찌 말씀하시겠습니까?”
“부처님들이 나의 제자이다.”
“그 뜻을 말씀해 주십시오.”
“군왕을 상대하지 않았더라면 20방망이는 때렸어야 하겠구나.”
운거산雲居山 회악懷岳 화상[제4세 주지]
호는 달공達空 선사이다.
어떤 이가 물었다.
“어떤 것이 대원경大圓鏡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비추지 않는 것이다.”
“홀연히 사방과 팔면에서 오면 어찌합니까?”
“검은 이가 오면 검게 나타난다.”
“비추지 않는 편이 낳겠군요.”
대사가 때렸다.
“어떤 것이 환약 한 알로 만 가지 병을 고치는 것입니까?”
“그대는 어떤 병이 있는가?”
영각阾珏 화상
어떤 이가 물었다.
“학인이 스님의 인격을 저버리지 않는데 짐승의 몸이나 면하겠습니까?”
“너는 두려워하는구나. 마주 보면서도 모르다니.”
“그러면 백 갈래의 물을 다 삼켜야 한 점의 마음을 밝히겠습니다.”
“털옷은 벗었다 하지만 다시 비늘 갑옷을 입는구나.”
“반가우신 화상이시여, 큰 자비를 갖추셨습니다.”
“힘을 다해 말할지라도 나의 격식에서 벗어나지는 못하리라.”
앞의 무주撫州 조산曹山 본적本寂 선사의 법손
무주撫州 하옥산荷玉山 현오玄悟 대사 광혜光慧
처음에 용천龍泉에 있었는데 상당하여 대중에게 말했다.
“설봉 화상이 남을 위하는 것이 마치 금시조金翅鳥가 바다에 들어가서 용을 잡는 것 같다.”
이때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화상은 어떠하십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어디를 갔다 왔는가?”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서쪽에서 오신 뚜렷한 뜻입니까?”
“절을 하지 않고, 어느 때를 기다리려는가?”
“어떤 것이 비밀히 전한 마음입니까?”
대사가 한참 있으니, 스님이 말했다.
“그러시면 공연히 귀만 기울였습니다.”
대사가 시자를 불러서 말했다.
“불을 가지고 와서 태워 버려라.”
“옛사람이 말하기를 ‘한 구절을 기억하고, 겁을 지나면서 이야기해도 들여우의 정령이 된다’ 했으니, 그의 뜻이 무엇입니까?”
“용천龍泉의 큰방을 닫은 적이 없었다.”
“화상께서는 어떠하십니까?”
“바람이 귓바퀴를 스치는구나.”
“길에서 사나운 짐승을 만났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조심해서 무엇 하리오.”
“어떤 것이 음성 이전의 한 구절입니까?”
“마치 내가 말하지 않은 것 같구나.”
“옛사람이 말하기를 마치 이글거리는 도가니 위의 한 송이 눈[雪] 같다 하신 뜻이 무엇입니까?”
“눈썹을 아끼는 것이 좋겠다.”
“어떻게 지시하여야 12시時 가운데 어둡지 않겠습니까?”
“눈 위에다 다시 서리를 더하지 말라.”
“그러면 모두가 화상을 인한 것이겠습니다.”
“무엇을 인했는가?”
“어떻게 밟아야 종풍에 어둡지 않겠습니까?”
“용천龍泉의 솜씨를 칭찬해야 한다.”
“화상의 솜씨를 보여 주십시오.”
“종기鍾期 중국 춘추春秋 시대 초楚나라 사람인 종자기鍾子期를 말한다.
를 기억하라.”
“옛사람이 말하기를 ‘살았다고도 말하지 말고 죽었다고 말하지 말라’ 한 뜻이 무엇입니까?”
대사가 한참동안 잠자코 있으니, 스님이 절을 하였다. 이에 대사가 말했다.
“알겠는가?”
“잘 모르겠습니다.”
“가난한 부엌의 솥에는 티끌만 가득하다.”
어느 때 대사가 주장자를 들어 대중에게 보이면서 말했다.
“위로부터 모두가 이 외길의 방편으로 사람을 지도하였다.”
이때에 어떤 스님이 나서서 물었다.
“화상께서도 처음부터 일어나셨습니까?”
“잘 알아주어서 고맙구나.”
“기관機關이 돌지 않습니다. 청하오니 스님께서 헤아려 주십시오.”
“나의 입을 막으려는구나.”
“어떤 것이 문수입니까?”
“제2의 달이 있을 수 없다.”
“지금의 일은 어떠합니까?”
“그것이 바로 제2의 달이다.”
“어떤 것이 여래의 말씀입니까?”
“사나운 바람을 끈으로 결박하느니라.”
“어떤 것이 현묘하고 밝은 참 성품입니까?”
“너그러이 하여 손상시키지 말라.”
대사가 상당하여 한참 있으니, 어떤 스님이 나서서 말하였다.
“대중을 위해 힘을 썼는데 재앙이 뒷구멍에서 터져 나왔으니, 놓아 주어야 합니까, 놓아 주지 않아야 합니까?”
대사가 잠자코 있었다.
“어떤 것이 화상께서 사람을 위하는 한마디입니까?”
“그대는 아홉 가지 빛을 가진 사슴이다.”
“박옥璞玉을 안고 스님께 와서 귀의할 때에는 어찌합니까?”
“자기 집의 보물은 아니다.”
“어떤 것이 자기 집의 보물입니까?”
“다듬지 않으면 보배를 이루지 못한다.”
균주筠州 동산洞山 도연道延 선사[제4세 주지. 사람들이 녹두 鹿頭 화상이라 불렀다.]
처음에 조산曹山 화상이 설법하기를 “누군가는 만 길이나 되는 벼랑에서 밑으로 뛰어내린다. 이게 누구겠는가?” 하였으나, 대중이 아무도 대답이 없기에 대사가 나서서 말했다.
“존재하지 않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가?”
“때려도 부서지지 않는 것을 처음 보았습니다.”
조산이 퍽 갸륵히 여겼다.
어떤 스님이 물었다.
“화상께서 심인心印을 비밀히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기에 아무도 없거늘 속여서 무엇 하리오.”
형주衡州 상녕현常寧縣 육왕산育王山 홍통弘通 선사
어떤 이가 물었다.
“혼돈하여 천지가 나눠지지 않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혼돈하니라.”
“나눠진 뒤에는 어떠합니까?”
“혼돈하니라.”
상당上堂하여 대중에게 말했다.
“석가여래께서 세상에 나타나시어 49년 동안 다 말씀하시지 못한 것을 오늘 저녁에 내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누리라.”
조금 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잘못 했다 하지 말라.”
어떤 이가 물었다.
“학인이 병이 있으니, 스님께서 고쳐 주십시오.”
“병을 가져오너라. 고쳐 주리라.”
“고쳐 주십시오.”
“내 약값이나 갚아라.”
“조원曹源의 외길은 묻지 않거니와 형양강衡陽江 기슭의 일은 어떠합니까?”
“이글거리는 도가니 위에 뿌리 없는 풀이요, 푸른 못 깊은 곳에서 고기 떼를 만나지 못한다.”
“마음과 법을 다 잊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세 발 달린 개구리가 큰 코끼리를 업었다.”
“어떤 것이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나는 소름이 오싹하는구나.”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문수가 지나치거든 그대에게 말하리라.”
“문수가 지나갑니다. 말씀해 주십시오.”
대사가 때렸다.
어떤 이가 물었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온 몸뚱이가 모두 5푼어치도 되지 않는다.”
“그토록 몹시 빈한합니까?”
“옛날부터 그러했다.”
“어떻게 장만하리까?”
“집안 형세에 따르라.”
무주撫州 금봉金峰 종지從志 대사
호는 현명玄明 대사이다.
진進 상좌上座라는 이가 물었다.
“어떤 것이 금봉金峰의 참 주인입니까?”
“여기서 고을 관청까지는 멀지 않은데 그대는 너무 서둘지 말라.”
“왜 말씀하시지 않습니까?”
“입이 주춧돌 같구나.”
“천만 봉우리 가운데 어떤 것이 황금 봉우리인 금봉입니까?”
대사가 이마만을 두드렸다.
“천 봉우리에 구름이 없고 만 리에 노을이 걷혔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비원령飛猿嶺 저쪽으로 왜 용맹스레 토해 버리지 않는가?”
“어떤 것이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벽 틈에서 쥐가 듣는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금봉의 문 앞에는 오리패五里牌가 없다.”
대사는 나중에 금릉金陵의 보은원報恩院에 살다가 입멸하니, 시호는 원광圓廣 선사요, 탑호는 귀적歸寂이었다.
양주襄州 녹문산鹿門山 화엄원華嚴院 처진處眞 선사
누군가가 물었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소금[鹽]은 있는데 식초[醋]가 없다.”
“어떤 것이 도인道人입니까?”
“입이 있기는 있으나 콧구멍과 같다.”
“홀연히 손님이 오면 무엇으로 대접합니까?”
“사립문․거적문을 지나가시는 것만도 고맙다.”
“조사와 조사끼리 전하신 것이 무엇입니까?”
“금란가사金襴袈裟이니라.”
“어떤 것이 함函 속의 반야般若입니까?”
“불전佛殿 옆의 시렁에 있는 6백 권이니라.”
“화상께서 백 년을 마치신 뒤에는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산 밑의 이李씨 집의 소가 되리라.”
“학인이 따라가기를 허락하시겠습니까?”
“그대가 따라오려면 뿔이 같지 않게 하라.”
“예.”
“어디로 가야 되겠는가?”
“불안佛眼으로도 가릴 수 없습니다.”
“놓아 버리지 않는다면 역시 까마득하리라.”
어떤 이가 물었다.
“어떤 것이 녹문鹿門의 높고 험준한 곳입니까?”
“그대는 주산主山에 오른 적이 있는가?”
“어떤 것이 선禪입니까?”
“봉황[鸞鳳]이 닭의 둥우리에 들었다.”
“어떤 것이 도입니까?”
“연 줄기의 실[藕絲]로 큰 코끼리를 끄는 것이다.”
“그 겁이 무너질 때에 그것도 무너집니까?”
“벼랑 끝에서 범의 눈을 보니, 거참 한바탕 근심거리구나.”
“어떤 것이 화상께서 몸을 돌린 것입니까?”
“지난 밤 3경에 목침을 잊었다.”
“한마디로 확 트일 때에는 어떠합니까?”
“그대는 뉘 집 자손이든가?”
대사가 게송 하나를 대중에게 보였다.
한 조각 영롱한 광채가 찬란한데
뜻을 내어 쫓으면 끝내 보지 못하리.
환하게 던져서 인정을 열어 주니
큰 일이 분명하게 모두 이루어지네.
一片凝然光燦爛 擬意追尋卒難見
炳然擲著豁人情 大事分明皆總辦
쾌활하구나, 얽매임이 없음이여.
황금 만 냥과도 바꿀 수 없구나.
천만 성인이 세상에 나온다 해도
모두가 그것의 그림자 놀음일세.
是快活 無繫絆 萬兩黃金終不換
任他千聖出頭來 從是向渠影中現
무주撫州 조산曹山 혜하慧霞 대사
법명은 요오了悟이다.[제2세 주지. 먼저 하옥산荷玉山에 있었다.]
어떤 이가 물었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시기 전에는 어떠하였습니까?”
“조산曹山이 그만 못하다.”
“세상에 나오신 뒤에 어떠합니까?”
“조산만 못하다.”
“사방에 산이 닥쳐올 때에는 어떠합니까?”
“조산이 그 속에 있다.”
“나오시려 하십니까?”
“그 속에 있는 것이 곧 나오려는 것이니라.”
어떤 스님이 뫼시고 섰으니, 대사가 말했다.
“도자道者여, 몹시 덥군.”
“그렇습니다.”
“이런 더위는 어디로 가서 피할까?”
“끓는 가마나 숯불 속에서 피합니다.”
“끓는 가마나 숯불 속에서 어떻게 피하겠는가?”
“뭇 고통이 침노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대사가 잠자코 있었다.
형주衡州 화광華光 범範 선사
어떤 이가 물었다.
“어떤 것이 무봉탑無縫塔입니까?”
대사가 큰방[僧堂]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곳의 큰방에는 문이 없다.”
대사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자릉紫陵에 가 보았는가?”
“가 보았습니다.”
“녹문鹿門에는 가 보았는가?”
“가 보았습니다.”
“그러면 자릉의 법을 잇는 것이 옳은가, 녹문의 법을 잇는 것이 옳은가?”
“지금 화상의 법을 이으려는데 되겠습니까?”
“인정에 끌려서 때리지 않으면 옳지 못하다.”
“숨거나 드러나지 않은 것은 학인입니다. 어떤 것이 화상입니까?”
“건곤乾坤이 다한 것이다.”
“그것도 역시 학인입니다. 어떤 것이 화상입니까?”
“아까부터 말한 것이 틀리지 않는다.”
처주處州 광리廣利 용容 선사[먼저 정계貞谿에 살았다.]
어떤 스님이 새로 오니, 대사가 불자를 들고 말했다.
“정계貞谿 노장이 안목을 갖추었는가?”
그 스님이 말했다.
“저는 감히 남의 허물을 보지 못합니다.”
“그대의 손아귀에서 죽었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그대가 말해 주어서 고맙다.”
“서원西院이 손뼉을 치면서 허허하고 웃은 뜻이 무엇입니까?”
“발[簾]을 말아 올려라.”
“자기를 밝히지 못했는데 어떻게 밝혀야 합니까?”
“밝히지 못한다.”
“어째서 밝히지 못합니까?”
“자기의 일이라 하는 것을 듣지 못했는가?”
“노조魯祖께서 벽을 향해 앉은 뜻이 무엇입니까?”
대사가 한참 있다가 말했다.
“알겠는가?”
“잘 모르겠습니다.”
대사가 말하였다.
“노조가 벽을 향해 앉았다.”
군수郡守가 새로운 직책을 받고서 돌아가려고 하는데, 대사가 전송을 나왔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군수가 물었다.
“화상께서 산문山門을 멀리 나오셨다 돌아가실 때는 무엇을 얻어 가십니까?”
“다함이 없는 보배를 바치리다.”
태수가 대답이 없었다.
나중에 어떤 사람이 말을 걸었다.
“지금 (보배를) 주십시오.”
“태수가 퍽 점잖으시다.”
“천 가닥의 길이 끊기어 말도 뜻도 통하지 않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역시 섬돌 밑의 사람이구나.”
대사가 대중에게 말했다.
“만일 광리廣利의 문하에 왔다면 모름지기 제1구를 말할 수 있어야 한 가닥의 이야기 거리를 펼쳐서 여러분과 함께 의론하리라.”
이때에 어떤 스님이 나서서 절을 하니, 대사가 말했다.
“이국異國에서 건너온 큰 상인[舶主]인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이 고을의 장사치구나.”
천주泉州 여산廬山 소계원小谿院 행전行傳 선사
그는 청원靑原 사람이니, 성은 주周씨이다. 고향의 석종원石鍾院에서 출가하여 복주福州의 태평사太平寺에서 계를 받고, 조산에게 인가를 받은 뒤에 소계小谿에 살았다.
어떤 이가 물었다.
“여산廬山의 석문石門에 대한 소문을 들은 지 오랜데 어째서 들어올 수 없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둔한 사람이구나.”
“영리한 사람을 만나면 허락하시겠습니까?”
“차나 마셔라.”
서천西川 포수布水 암巖 화상
“어떤 것이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한 번 생각하면 한 번 속이 상한다.”
“보검寶劍을 갈기 전에는 어떠합니까?”
“쓰지 못한다.”
“간 뒤에 어떠합니까?”
“만질 수 없다.”
촉천蜀川 서선西禪 화상
“부처님은 마야 부인에 의해 강탄降誕하셨는데, 화상은 누구의 자손이십니까?”
“물 위에다 분홍 깃발을 세워라.”
“서른여섯 갈래의 길에서 어느 길이 가장 묘합니까?”
“제일가는 솜씨가 나오지 않는구나.”
“홀연히 나타날 때에는 어떠합니까?”
“등을 땅에 대기란 어렵지 않다.”
화주華州 초암草庵 법의法義 선사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으로 오신 뜻입니까?”
“거품을 기름에 튀기어 배부르게 먹는다.”
“망설이면 어긋난다 하니, 학인이 어떻게 나아가야 합니까?”
“누군가는 항상 망설이는데 어째서 어긋나지 않는가?”
“지금의 일은 어떠합니까?”
“벌써 어긋났다.”
소주韶州 화엄華嚴 화상
“화엄華嚴이라 하니, 가지고 오셨습니까?”
“우뚝한 봉우리 위에는 천 송이의 꽃이 피었고, 한 구절 근기에 맞는 법문은 성인을 상대하여 밝힌다.”
“어떤 것이 도입니까?”
“신령스런 나무는 곁가지가 없고, 천기天機는 도에 합해 같아진다.”
앞의 담주潭州 용아산龍牙山 거둔居遁 선사의 법손
담주潭州 보자報慈 장서藏嶼 광화匡化 대사
어떤 이가 물었다.
“마음과 눈이 마주 볼 때에는 어떠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그대에게 무어라 했는가?”
“어떤 것이 진실하게 본 것입니까?”
“털끝만치도 막히지 않았다.”
“그러면 보겠습니다.”
“남전南泉이 매우 좋아하며 갈 곳이구나.”
“어떤 것이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지난밤 3경에 강을 건넜다.”
“시기에 맞추어 활용할 때에는 어떠합니까?”
“해동海東에 과일이 있는데 나무 끝에 씨가 달렸느니라.”
“어떤 것이 진여의 불성입니까?”
“누군들 없겠나?”
“어떤 것이 위로 향한 외길입니까?”
“침련郴連의 길이 머니라.”
“화상의 연세가 얼마입니까?”
“가을이 오면 단풍이 지고, 봄이 되며 꽃이 핀다.”
대사가 일찍이 초상화에 찬贊을 지어 붙였다.
해는 산마루에 솟았고
달은 창 밖에 밝았는데
몸이 없는 것은 아니나
완전히 드러내고 싶지는 않네.
日出連山 月圓當戶
不是無身 不欲全露
어느 날 대사가 휘장 안에 앉았는데 어떤 스님이 와서 물었다.
“듣건대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몸이 없는 것은 아니나 완전히 드러내고 싶지는 않다’ 하셨다니, 완전히 드러내 보십시오.”
대사가 휘장을 열어 젖혔다.[법안法眼이 따로 말하되 “배부른 총림이다” 하였다.]
어떤 이가 물었다.
“어떤 것이 호남湖南의 경계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큰 배와 높은 돛대이니라.”
“학인도 구경을 할 수 있습니까?”
“그대 마음대로 기웃거려라.”
“화상께서 백 년을 마치신 뒤에 누군가가 물으면 어떻게 대꾸하시겠습니까?”
“분명히 기억해 둬라.”
“어떤 것이 용아산龍牙山입니까?”
“익양益陽 저쪽에 있느니라.”
“어찌하여야 합니까?”
“망설이지 말라.”
“어찌하여야 망설이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옳지 못하다.”
“옛사람이 벽을 향해 앉은 뜻이 무엇입니까?”
대사가 한참 있다가 “아무개야” 하고 불렀다. 그가 대답하니, 대사가 말했다.
“그대는 가 있다가 다음에 오너라.”
대사가 설법을 하였다.
“한 구절이 온 누리에 두루하는데 한 구절은 묻기만 하면 얼른 말하고, 한 구절은 물어도 대답하지 않는다.”
어떤 이가 물었다.
“어떤 것이 온 누리에 두루하는 구절입니까?”
“비거나 이지러짐이 없다.”
“어떤 것이 묻자마자 대답하는 구절입니까?”
“나직나직 지껄여라.”
“어떤 것이 물어도 대답하지 않는 구절입니까?”
“때를 알아야 한다.”
양주襄州 함주산含珠山 심철審哲 선사
누군가가 물었다.
“어떤 것이 깊고 깊은 곳입니까?”
“한 치의 못이 나무에 들어가니, 여덟 마리의 소가 끌어도 나오지 않는다.”
“어떤 것이 정법안正法眼입니까?”
“삼문三門 앞의 귀신이니라.”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大意입니까?”
“가난한 여자가 아기를 안은 나루터에 은혜와 애정이 앞을 다투어 흐른다.”
대사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있어도 옳지 않고, 없어도 옳지 않고, 있지 않거나 없지 않아도 모두 옳지 않으니, 그대의 이름이 무엇인가?”
“학인은 벌써 이름을 갖추었습니다.”
“이름을 갖추었다면 없지 않으리니, 이름이 무엇인가?”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습니까?”
“교섭이 끊인 것이 그런대로 기쁘다.”
“어찌하여야 옳습니까?”
“친절한 곳을 한 번 물어라.”
“학인은 말할 수 없으니, 화상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다른 날 오면 그대에게 말해 주리라.”
“지금은 어째서 말하지 못하십니까?”
“말귀를 알아듣는 이를 만나기 힘들구나.”
대사가 또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왕王씨․장張씨․이李씨가 모두 옳지 않으니, 어떤 것이 그대의 본래의 성인가?”
“화상과 같은 성입니다.”
“같은 성이란 말은 그만두고, 본래의 성이 무엇인가?”
“한수漢水가 거슬러 흐르거든 화상께 아뢰겠습니다.”
“지금은 어째서 말하지 못하는가?”
“한수가 거꾸로 흐릅니까?”
대사가 그만두었다.
앞의 경조京兆 화엄사華嚴寺 휴정休靜 선사의 법손
봉상부鳳翔府 자릉紫陵 광일匡一 정각定覺 대사
대사가 반룡盤龍에 갔는데, 어떤 스님이 반룡에게 묻기를 “푸른 못은 거울 같은데 반룡은 어디에 도사리고 있는가?” 하니, 반룡이 대답하기를 “땅으로 스며들면 바닥이 없고, 위로 솟으면 높은 봉우리를 뒷받침한다” 하는 것을 보고, 긍정하지 않고 스스로 대답하기를 “금룡이 푸른 하늘 밖으로 멀리 뛰어올랐으나, 못 속에서야 어찌 옥륜(玉輪:달)의 기틀임을 알았으리오” 하니, 반룡이 퍽 갸륵히 여겼다.
대사가 주지가 된 뒤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사람으로 태어나시기 전에는 어떤 몸을 받으셨습니까?”
“돌소[石牛]가 걸음마다 물속을 다니다가 뒤를 돌아보면서 해[日] 속의 풀을 뜯어먹는다.”
앞의 균주筠州 구봉九峰 보만普滿 대사의 법손
홍주洪州 봉서산鳳棲山 동안원同安院 위威 선사
어떤 이가 물었다.
“우두牛頭가 4조를 보기 전에는 어떠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길가의 서낭당을 만나면 누구든 모두가 정성을 가다듬는다.”
“본 뒤에는 어떠합니까?”
“방 안에 영상(靈床:위패를 모셔둔 상)이 없어지니, 온 집안이 효성을 다하지 않는다.”
“조사의 뜻과 교리의 뜻이 어떠합니까?”
“옥토끼[玉兎:달]가 새벽의 뜻을 알지 못했거니 금까마귀[金烏:해]인들 어찌 날이 새는 줄 알았으랴.”
“어떤 것이 동안의 한 곡조입니까?”
“신령스런 거문고로는 인간의 곡조를 연주하지 않거늘 풍류를 아는 이가 어찌 백아伯牙의 문 앞을 지나치랴.”
“누가 알겠습니까?”
“나무말[木馬]이 울 때에는 그가 듣는다 하지만, 돌사람[石人]이 손뼉을 칠 때에는 누가 들으랴.”
“풍류를 알면 어떠합니까?”
“풍류를 알면 귓전을 지나치지 않을 것이나, 통달한 이야 어찌 같이 들으랴.”
앞의 청림靑林 사건師虔 선사[동산의 제3세 주지]의 법손
소주韶州 용광龍光 화상
누군가가 물었다.
“인간의 왕[人王]과 법의 왕[法王]이 만났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월국越國의 군왕은 칼을 빼지 않고, 용광龍光의 한 구절은 이지러진 일이 없다.”
대사가 상당하여 한참 있다가 말했다.
“번거롭게 하지 말라. 잘 있어라.”
어떤 이가 물었다.
“어떤 것이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북쪽 바람이 건들거리면, 한漢지방에서는 하나의 낌새[機]를 이룬다.”
“티끌을 헤치고 부처를 볼 때에는 어떠합니까?”
대사가 손바닥을 문지르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어떤 것이 용왕의 한마디입니까?”
“불공견삭(不空羂索:보살의 이름)이니라.”
“학인이 잘 모르겠습니다.”
“옴唵.”
“어떤 것이 극칙極則 “사물事物은 다하면 반드시 근원으로 돌아간다[極則必反]”(呂臨貝, 博志) 그러므로 이때의 ‘극칙’은 사물의 궁극에 이르는 길을 의미한다.
으로써 남을 위하는 것입니까?”
“은근히 뒷사람에게 부촉해 본다.”
“빈두로賓頭盧는 한 몸으로써 어찌 사천하에 가서 공양을 받았습니까?”
“천 강이 모두 달 하나뿐이요, 만 집이 똑같이 봄을 만난다.”
대사가 이런 게송을 지었다.
용광산 산마루에 보배로운 달이
건곤을 비추어 먹구름을 녹이네.
존자는 옮기지 않는 한 몸뿐인데
천 강에는 그림자 비쳐 집집마다 봄일세.
龍光山頂寶月輪 照耀乾坤爍暗雲
尊者不移元一質 千江影現萬家春
양주襄州 봉황산鳳凰山 석문사石門寺 헌獻 선사
그는 경조京兆 사람이니, 청림靑林에서 수기를 받은 뒤로 두 곳에서 법문을 열었다. 그는 항상 상대를 대할 때마다 “매우 좋구나, 대가(大哥:큰형)여” 하니, 사람들이 대가大哥 화상이라 불렀다.
처음에 형악衡岳에서 바위 굴 속에 도사리고 앉았는데 때마침 협산夾山 화상이 입적하니, 대중이 대사에게 주지를 하라고 청하므로 드디어 담주潭州에 갔다. 이때에 초왕楚王인 마馬씨가 마중을 나왔다가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으로부터 오신 큰 도입니까?”
“매우 좋구나, 대가여. 어가御駕의 여섯 용龍은 천고千古에 뛰어났는데, 옥섬돌에서 꾸며진 뒤에는 대궐문[金門]으로 나간다.”
왕이 대단히 존중히 여겨 천책부天冊府로 청해 들여 며칠 동안 공양한 뒤에 협산夾山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어떤 스님이 물었다.
“오늘의 이 모임이 영산의 모임과 무엇이 다릅니까?”
“하늘에서 보배 일산[寶蓋:구름]을 드리우니 겹겹이 다르고, 땅에서 금 연꽃이 솟으니 잎마다 새롭다.”
“어떤 법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보이십니까?”
“줄 없는 거문고 소리가 모래알같이 많은 세계에 흐르니, 맑고 화목함이 대천세계에 두루 응한다.”
“스님은 누구의 종풍을 이어받아 제창하십니까?”
“한 곡조의 궁상(宮商:음계)으로 음률의 높고 낮음을 살리나 보배를 판단하는 데는 눈 밝은 사람이라야 한다.”
“그러시면 맑은 물이 동구 밑을 흐르고 보름달이 푸른 숲을 비추겠습니다.”
“다자탑多子塔 앞에서 분명한 뜻을 나누신 뒤로 지금의 딴 세상에까지 큰 소리가 울려 퍼진다.”
대사는 협산에서 석문石門으로 옮겨가서 터를 잡아 절을 짓고 다시 법문을 열었다.
상당하여 무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유리의 대궐 위에 빛나는 해는 삿됨이 없고, 7보寶의 산 속에 황홀히 빛나는 머리는 의지할 바가 있다. 진흙 소가 걸음을 걷고 나무말이 소리 내어 우니, 농부는 노래를 부르고 나무꾼은 춤을 춘다. 태양로太陽路 위에 옛 곡조가 은은히 흐르는데, 숲 속에서 만난 뒤에는 또 무슨 일이 있으랴.”
“하늘 높이[雲際] 달이 떠오를 때에는 어떠합니까?”
“서너 아이들이 꽃 북[華鼓]을 안고 있구나. 매우 좋구나, 대가大哥여. 내 구문(毬門:공을 넣는 문)의 길을 가로막지 말라.”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준마駿馬를 타고, 높은 다락에 올라 쇠 채찍이 다하도록 호인胡人들의 길을 가리킨다.”
“어떤 것이 석문의 경계입니까?”
“온 세계의 황금은 딴 빛깔이 없는데 오가면서 노는 아이들은 찾지 못한다.”
“어떤 것이 경계 안의 사람입니까?”
“형상이 없으니, 범부와 성인의 지위에 있지 않고, 새의 길을 거니니 자취가 없다.”
“여러 사람이 사금을 일면[淘金], 누가 금金을 얻는 자입니까?”
“장張서방, 이李서방이 대궐문 밖을 나서서 건곤의 돌사람을 빠짐없이 펴 쥔다.”
“그러면 남에게서 얻은 것이 아니겠습니다.”
“3공公과 9경卿이 차례로 늘어서서 금계金雞 황제가 조서를 내릴 때 세우는 기를 말한다.
가 세워졌는가를 살펴본다.”
“도의 경계가 끝이 없고, 온몸에 티끌이 끊어질 때에는 어떠합니까?”
“아득한 백운이 눈 싸인 봉우리를 희롱하니, 현묘한 길에 몸 돌리는 것을 머뭇거리지 말라.”
“몸 돌릴 곳이 어디에 있습니까?”
“돌사람이 손을 쓸 때 분명히 기억하고, 만년 묵은 뼈다귀가 웃을 때에 살펴라.”
“여여如如하여 요동치 않을 때에 어떠합니까?”
“어찌 끝날 날이 있으랴.”
“어찌하면 좋습니까?”
“돌 문짝은 자물쇠가 없다.”
“어떤 것이 석문의 경계입니까?”
“까마귀와 솔개가 자주 날면서 운다.”
“어떤 것이 경계 속의 사람입니까?”
“바람이 오래된 발[簾]과 난간에 부딪힌다.”
반야사般若寺에 불이 나니, 어떤 사람이 와서 물었다.
“반야라면서 왜 불에 탑니까?”
“만 리가 한 줄기 무쇠이니라.”
양주襄州 만동산萬銅山 광덕廣德 화상[제1세 주지]
누군가가 물었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산 앞에도 사람이 살지 않으니, 산 뒤에는 더욱 황망하다.”
“어떤 것이 법신을 꿰뚫는 구절입니까?”
“산과 물에 오를 힘이 없으니, 사립문에 소식이 끊긴다.”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단풍 지는 것을 슬퍼하자마자 또다시 버들 잎 푸른 것을 본다.”
“온 누리가 하나의 송장인데 어디에다 장사를 지내야 합니까?”
“북망산北邙山 밑에 천 무덤, 만 무덤이니라.”
대사가 병이 났는데 어떤 스님이 물었다.
“화상은 어디가 아프셔서 그다지 몹시 여위셨습니까?”
“생각이 없으면 과녁에 떨어지지 못한다.”
“그러면 화상의 병의 근원을 알겠습니다.”
“그대는 내가 무슨 병을 앓는다고 여기는가?”
“화상께서는 입을 조심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대사가 문득 때렸다.
정주郢州 파초芭蕉 화상
어떤 스님이 물었다.
“12시時 가운데 어떻게 마음을 써야 합니까?”
“나무 그릇[木盆]을 한 곳에 모아라.”
정주定州 석장石藏 혜거慧炬 화상
누군가가 물었다.
“어떤 것이 가람伽藍입니까?”
“이것일 뿐이니라.”
“어떤 것이 가람 안의 사람입니까?”
“무슨 소리인고? 무슨 소리야?”
“갑자기 손님이 오면 무엇으로 대접하십니까?”
“차나 마시고 가라.”
앞의 낙경洛京 백마白馬 둔유遁儒 선사의 법손
흥원부興元府 청좌산靑剉山 화상
누군가가 물었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밑 없는 광주리에 나물을 캐 온다.”
“어떤 것이 백마白馬의 경계입니까?”
“삼동三冬에 꽃나무가 무성하고, 한 여름에 눈보라가 친다.”
앞의 익주益州 북원北院 통通 선사의 법손
경조京兆 향성香城 화상
처음에 통通 화상을 참례하고 물었다.
“하나가 두 개와 비슷할 때는 어떠합니까?”
통 화상이 대답했다.
“하나가 그대를 속인다.”
대사가 이 말에 깨달았다.
어떤 이가 물었다.
“세 가지 광명이 비추지 않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조읍봉朝邑峰 앞에 오색 무지개가 우뚝하니라.”
“문채에 관계되지 않는 일이 어떠합니까?”
“지금 일부러 강을 건너왔느니라.”
“위로 향한 외길을 스님께서 제창해 주십시오.”
“낚시 줄을 끌어도 나오지 않는다.”
“우두牛頭는 4조의 뜻을 알았습니까?”
“모래에 글씨를 쓰고 점을 찍지 않으니, 천자千字가 떨어진다.”
“점을 찍은 뒤에는 어떠합니까?”
“따로 한 번 집어 인천人天에게 나누어 준다.”
“그러면 사람마다 얻을 자격이 있겠습니다.”
“그대는 또 어찌하겠는가?”
“주머니에는 개미를 묶을 실이 없고, 부엌에는 파리가 먹을 양식이 없을 때에는 어찌합니까?”
“날마다 버리고도 구하지 말아야 하거늘 망상으로 얻으려 하는가?”
앞의 고안高安 백수白水 본인本仁 선사의 법손
경조京兆 중운重雲 지휘智暉 선사
함진咸秦 사람이니, 성은 고高씨이다. 총각總角일 때에 절에 다니기를 좋아하여 출가하기를 맹서하니, 아버지도 막지 못했다.
처음 예법대로 규봉圭峰 온溫 화상에게서 머리를 깎았고, 나중에는 고안高安의 본인本仁 화상에게 참문하여 미묘한 말을 매우 깊이 터득하고, 비밀의 열쇠를 남몰래 얻었다. 이어 낙경洛京으로 가서 중탄中灘에 자리를 잡아 온실원溫室院을 창건하고 항상 약藥을 장만했다. 이때에 어떤 비구가 백라白癩에 걸렸는데 대중이 모두 싫어하거늘 대사만이 데려다가 공양하고 때를 씻어 주었는데, 오래지 않아 신기한 광채와 기이한 향기가 있더니 이어 떠나가서 간 곳을 몰랐다. 헐어서 남은 딱지에서는 그윽한 향취가 작렬하기에 그것을 모아서 관음상觀音像을 빚어 모셨다.
양梁의 개평開平 5년에는 홀연히 숲 속으로 돌아갈 생각이 나서 종남終南의 옛터로 돌아갔다. 어느 날 대사가 바위 사이를 거닐다가 홀연히 누더기 옷․염주․구리 병․방립(삿갓) 등이 있는 것을 보았는데 건드리자 곧 부서지니, 시자에게 말했다.
“이것은 내 전생의 몸이 쓰던 도구이다. 여기에다 절을 지어 옛 인연에 맞게 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풀을 베고 터를 닦으니, 그때에 상서로운 구름이 해를 가리고 봉우리 위에 서리어 오래도록 흩어지지 않으니, 이 까닭에 중운산重雲山이라 불렀다. 이에 앞서 이 골짜기에는 사나운 뱀이 많았는데 모두가 자연히 물러갔고, 용의 못을 막고 길을 틀 때에는 못 속의 용도 딴 곳으로 옮겨 갔다.
후당後唐 명종明宗이 장흥長興이라는 편액[額]을 하사하니, 배우는 무리가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대사가 상당하니,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근원에 돌아가서 뜻을 얻는 것입니까?”
“벌써 잊어버렸구나.”
“뜻밖에 티끌이 생길 때, 어떤 것이 몸이 나아갈 외길입니까?”
“발밑에서 이미 풀이 났는데, 앞에는 만 길의 구렁텅이가 있느니라.”
“요긴한 길이 평탄하면 어떻게 밟으리까?”
“내가 만일 그대에게 가리켜 주면 동서남북이 되리라.”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시기 전에는 어떠합니까?”
“한 무더기의 진흙이니라.”
“어떤 것이 중운重雲의 저울입니까?”
“천하 사람이 마음대로 달아 보느니라.”
“어떤 것이 쇠를 끊을 만한 진실한 말[言]입니까?”
“죽을지언정 범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 중운의 경계입니까?”
“사시四時에 꽃이 피지 않고, 삼동三冬에 풀이 무성하니라.”
대사가 다시 옛 산으로 돌아가서 절을 짓고 대중을 모아 교화하여 45년 동안 사람들을 가르치는 여가에 노래 천여 송을 짓고, 제자 1천5백 사람을 제도하였다.
영흥永興 절도사節度使 왕언초王彦超가 일찍부터 대사의 문호에 왕래하다가 스님이 되기를 원하니, 대사가 만류하면서 말했다.
“그대는 나중에 출세하리니, 그때에 불교의 외호外護를 하면 좋겠다.”
나중에 과연 대사의 말과 같이 되어 영흥을 맡게 되자, 다시 대사와 만나 더욱 융성하게 예우하였다.
주周의 현덕顯德 3년 병신丙辰 6월에 대사는 고을에 가서 왕공을 하직하고, 겸하여 산문山門의 일을 부촉하더니, 7월 24일이 되어 아무런 병도 없이 문인들에게 유언을 하고, 아울러 게송 하나를 보였다.
나에게 집 한 채가 있는데
부모가 지붕을 덮어 주었네.
80년 동안을 왕래하노라니
요사이 차츰 망가져 가는 것을 느끼네.
我有一間舍 父母爲修蓋
住來八十年 近來覺損壞
진작부터 딴 곳으로 가려 했으나
관련된 일에 애증이 있었네.
그것이 무너질 때가 되면
그것과 나는 서로가 종적이 없으리.
早擬移住處 事涉有憎愛
待他摧毁時 彼此無相礙
이 게송을 마치고 가부좌를 맺고 앉아서 입멸하니, 수명은 84세요, 법랍은 64세였다. 탑은 본산에 세웠다.
항주杭州 서룡원瑞龍院 유장幼璋 선사
그는 당唐의 상국相國인 하후자夏侯孜의 조카이다. 대중大中 초에 백부伯父가 사공司空으로서 광릉廣陵을 지키러 나갔을 때에 대사의 나이 일곱 살이었는데, 혜조사慧照寺에 갔다가 법화경 읽는 소리를 듣고 출가할 뜻을 내었다.
처음에는 백부가 허락하지 않았으나 음식을 끊으므로 마지못해 허락하였다. 혜원慧遠을 스승으로 하여 17세에 구족계를 받고, 25세에 여러 선원으로 다니다가, 서산薯山과 백수白水 모두에게 심결心訣을 받았으니, 두 종장宗匠이 매우 갸륵히 여겼다.
함통咸通 13년에 강릉江陵에 가니, 때마침 등등騰騰 화상이 예언해 주기를 “그대가 천태산에 가되 정靜을 만나면 그치고, 안安을 만나면 살라” 하였다. 또 감감憨憨 화상을 만나니, 어루만지면서 예언해 주기를 “그대는 앞으로 40년 후에 강남江南에서 건자봉巾子峰 밑의 보살왕이 되리니, 그때가 되면 불법이 크게 번창하리라” 하였다. 이와 같이 두 일사逸士가 모두 비밀한 예언을 해 주기에 곧 천태산으로 가서 정안현靜安縣에다 복당원福唐院을 창설하니, 등등騰騰 화상의 말이 맞았다.
또 대중이 청하여 은룡원隱龍院에 사는데 중화中和 4년에 절동浙東 지방에 흉년과 질병이 도니, 대사는 온주溫州․태주台州․명주明州 세 고을에서 병으로 죽은 시체 수천을 거두어 주니, 사람들이 비증悲增 대사라 불렀다.
건녕乾寧 때에 설봉雪峰 화상이 지나다가 종려나무로 된 불자拂子를 대사에게 주고 갔다.
천우天祐 3년에는 전錢 상보尙父가 사동使童을 시켜 의복과 약품을 산으로 보내어 법문을 청하니, 대사가 무리들을 거느리고 고을에 들어감에 지덕志德 대사란 호를 올리고, 공신당功臣堂에 머무르게 한 뒤에 날마다 법문을 청했다.
대사는 해마다 천태산에다 금광명金光明 도량을 건립하니, 여러 고을의 승속이 매우 많이 모여들어 한 달을 넘기고서야 흩어졌다.[광명대회光明大會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대사가 하직하고 산으로 돌아가려 하니, 왕이 더욱 흠모하여 고을 안에다 서룡원瑞龍院[후에 문목왕文穆王이 보산원寶山院이라 고쳐 불렀다.]을 세우고 맞이하여 법문을 열었다. 이때에 선문이 매우 번성했으니, 이는 감감憨憨 화상의 예언이 맞은 것이다.
대사가 상당하여 대중에게 말했다.
“내가 여러 해를 강외江外와 영남嶺南과 형호荊湖로 다니면서 선지식이 있는 곳은 가보지 않은 일이 없는데, 오늘 여러분을 위해 이야기를 간추리건대 모두가 갈 곳을 알라고 하였을 뿐이다. 그리하여 제방에서 딴 이야기가 없고, 오직 본인으로 하여금 미친 마음을 쉬게 하고, 딴 곳에서 찾지도 말라. 그저 간 곳마다 참됨에 맡기어야 하나 참됨에 맡길 것도 없고, 당할 때마다 수용해야 하나 수용할 때도 없다. 자비를 베풀어 입이 쓰도록 말했으나 낮을 밤이라 하지 않고, 방편이 풍부하나 동쪽을 서쪽이라 하지도 않는다. 설사 그렇게 하더라도 그는 신통으로 그렇게 되는 일이요, 나와는 관계가 없다. 만일 말이나 배우는 무리들이라면 자기를 살피어 허물을 알려 하지 말고, 바로 허공 속에서 꽃을 꺾으려 하고, 물속에서 달을 건지려 하는데 마음과 힘을 쓸 수 있겠는가. 그대들 모두가 물러서서 생각하라. 홀연히 긍정하게 되면 이로서 늙은 서룡瑞龍이 어쩔 수 없어서 퍽 애쓰는 줄을 알리라. 긍정하는가?”
어떤 이가 물었다.
“어떤 것이 서룡瑞龍의 경계입니까?”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어떤 것이 경계 속의 사람입니까?”
“후생後生이 두렵다.”
“툭 틔어서 구름이 없는데 어떤 것이 한가위의 달입니까?”
“구름이 없으니, 가장 좋구나.”
“그러면 달 하나 높이 떠서 만국萬國이 같이 보겠군요.”
“눈을 비비어 헛것을 보는 이와는 이야기할 수 없다.”
천성天成 2년, 정해丁亥 4월에 대사가 묘탑[墳塔]을 세워 달라 하니, 상보尙父가 육인장陸仁璋에게 분부하여 관서關西에다 땅을 골라 탑과 절을 창건한 뒤에 스님을 편안히 모시고, 이어 천태의 은룡隱龍을 은적隱迹이라 고쳤다. 탑을 세우고 나자 대사가 고을 관가에 들어가서 상보에게 하직하고, 이어 불법을 지키는 일과 백성을 돌보는 일을 부촉한 뒤에 기한이 됨에 입적하니, 상보가 슬피 여겨 스님을 보내 고을 안의 덕이 있는 노인들을 모두 모이게 하여 탑으로 모셨다. 수명은 87세요, 법랍은 70세였다.
앞의 무주撫州 소산疎山 광인匡仁 선사의 법손
소산疎山 증證 선사
처음에 광인匡仁 화상을 만나 불법을 깨닫고, 제방으로 다니다가 투자投子 동同 선사를 뵈니, 투자가 물었다.
“지금 어디로부터 오는 길인가?”
“연평延平에서 왔습니다.”
“검劍을 가지고 왔는가?”
“가지고 왔습니다.”
“내게 바쳐 봐라.”
대사가 눈앞의 땅을 가리키니, 투자는 그만두었고 대사는 떠나버렸다. 3일 뒤에 투자가 일 보는 스님에게 물었다.
“엊그제 새로 온 스님이 어디에 있는가?”
“그날로 떠났습니다.”
투자가 말했다.
“30년 동안 말 타는 재주를 배웠으나, 어제 당나귀에게 밟혔다.”
대사가 주지가 된 뒤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배움에 임하는 것입니까?”
“옷 입고 마당 쓰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이치를 배우는 것입니까?”
“소를 타고 똥을 치는 것이니라.”
“위로 향하는 일은 어떠합니까?”
“넓어서 끝[際]을 거둘 수 없다.”
“어떤 것이 빛과 소리 속의 흔연한 한 구절입니까?”
“분별할 수도 없고 설명으로도 미치지 못한다.”
“어떤 것이 빛과 소리 밖에 따로 시행되는 한 구절입니까?”
“만나기 어려워서 얻을 수 없다.”
홍주洪州 백장百丈 안安 화상[제10세 주지]
호는 명조明照 선사이다.
어떤 이가 물었다.
“하나의 영롱한 둥근 광채는 어느 것이 본체입니까?”
“그대가 멀리 온 것을 위로하노라.”
“그것이 한 무더기의 둥근 광채가 아닙니까?”
“차나 한 잔 더 마셔라.”
“어떤 것이 화상의 기풍입니까?”
“수건은 한 치 반의 헝겊이니라.”
“만 가지 법이 하나로 돌아가면 하나는 어디로 돌아갑니까?”
“한 개도 묻지 않는 것이 없다.”
“어떤 것이 극칙極則이 되는 일입니까?”
“공왕전空王殿에서는 구오(九五:황제의 지위)에 오르고, 촌 늙은이의 문 앞에는 사람을 세우지 않는다.”
“인연을 따라 인증해 알 때는 어떠합니까?”
“인증해 알기 전에는 어떠하였는가?”
대사는 본래 신라 사람이었는데, 백장산百丈山에서 무리를 거느리기 시작한 뒤로 제도한 제자 도긍道亘 등 7인이 제각기 이어받은 바에 따라 한 지방에서 교화를 폈다.
대사가 입적한 뒤에 문인들이 영影을 그리니, 법안法眼이 찬贊을 붙였다.
얼굴 마주한들 누가 그리랴.
맑은 못에 둥근 달 가라앉았네.
해와 달덩이가 수미산 위에 둥실 떠 있으니
수미산은 한 손가락 크기요 달덩이도 가는 털끝이니
對目誰寫蟾輝 碧池日面月面
輪圓須彌須彌 一指月面豪芒
명조明照 선사 그 분의 광명 미치지 않는 곳 어디랴.
광명이 비추이는 곳마다 번뇌 없거니
대비大悲인들 어디 일으키리오.
나는 현묘한 공덕이라 이르노니 어찌 옳고 그름을 따지랴.
明照禪師詎曰 違方方塵不指
大悲何起我謂 玄功胡是非是
균주筠州 황벽산黃蘗山 혜慧 선사
그는 낙양洛陽 사람이니, 어려서 출가하여 경론을 익히는 것으로 업을 삼다가 보살계菩薩戒를 더 받으면서 한탄했다.
“대사大士의 섭률의계攝律儀戒나 내가 본래 받은 성문계聲聞戒는 모두 잘못을 그치고 막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데, 그 계율 조목에 증감이 있고 근본과 곁가지에 같고 다름이 있으며 제정한 뜻도 다르구나. 이렇듯 미세하여 지키기 어렵고, 또 섭선(攝善:선을 행함)하는 가운데 조금도 스스로 행하지 못하니, 하물며 유정有情을 이롭게 하겠는가. 더욱이 세간은 거품 같은데 목숨을 아껴서 무엇 하랴.”
이로부터 강講을 그만두고 몸을 물에 던져 물고기들이나 먹게 하리라 하고, 곧 행동에 옮기려는데 때마침 두 선객을 만났다. 선객이 간곡히 만류하면서 말하기를 “남방에는 선지식이 많은데 스님은 왜 한 구석에 박혀 있는가” 하였다. 이에 대사가 뜻을 돌려서 선지식을 찾아다니려 하였는데, 나루터를 출입하는 것이 엄격한 규제에 의해 허가되었으므로, 그 관문을 지키는 관리[守吏]에게 말했다.
“나는 산수를 구경하려는 것이 아니요, 불조佛祖의 도를 구하기 위한 것이니, 다음 날 그 은혜를 잊지 않으리라.”
관문을 지키는 관리가 그의 뜻을 살피어 알고 끝내 만류하지 않고, 도리어 이렇게 말했다.
“스님께서 이미 법을 위해 몸을 잊으셨다니, 돌아오실 때에는 들은 것을 아끼지 말아 주십시오.”
대사가 기꺼이 사례하고 바로 소산疎山으로 가니, 마침 광인 화상이 법상에 앉아서 대중의 참문參問을 받고 있었다. 대사는 먼저 대중을 둘러 본 뒤에 물었다.
“찰나 사이에 떠나버릴 때는 어떠합니까?”
소산이 말했다.
“허공을 꽉 막았는데 그대는 어떻게 가려는가?”
“허공을 꽉 막았으면 가지 않는 것만 못하겠습니다.”
소산이 그만두었다.
대사가 법당에서 내려와 제1좌를 참례하니, 제1좌가 물었다.
“아까 좌주께서 화상의 법어에 대꾸하는 것을 보니, 퍽 특이하더군요.”
대사가 대답했다.
“그것은 갑자기 나온 것입니다. 진실로 우연한 것이니 바라건대 자비를 베푸시어 저의 어리석음을 열어 주십시오.”
제1좌가 다시 말했다.
“찰나 사이에도 망설임이 있을까요?”
대사가 그 말에 활짝 깨달아 절하고 사례하였다. 찻방으로 물러나와 슬픔과 기쁨이 엇갈린 채 3일을 지내다가 바로 황벽산에 가서 대중을 모으고 법문을 열었다.[제2세 주지] 그리고 본산本山에 가서 임종하니, 탑 안에 시신을 안치하였는데, 아직도 산 사람 같다.
수주隋州 수성산隋城山 호국원護國院 수징守澄 정과淨果 대사
어떤 이가 물었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이 당나귀 같은 놈아.”
“대지大地가 다하여 외눈[一隻眼]이 된 사람이 오면, 스님은 어찌하시겠습니까?”
“이 댓돌 밑에 선 놈아.”
“부처님들께서 이르시지 못한 곳을 누가 밟습니까?”
“늘어진 귀에 몽당한 머리이니라.”
“누가 그 안의 소식을 전합니까?”
“당나귀 얼굴에 짐승 뺨이니라.”
“인연 따라 인식할 때에는 어떠합니까?”
“틀렸다.”
“어떤 것이 서쪽으로부터 오신 뜻입니까?”
“한 사람이 헛소리를 전하니 만 사람이 실제라고 전한다.”
“간장(干將:춘추 시대에 칼을 잘 만들던 장인의 이름)의 손에 떨어지기 전에는 어떤 것이 태아(太阿:名劍의 이름)입니까?”
“일곱 별의 빛이 찬란하니, 여섯 나라의 연기와 먼지[煙塵:戰亂]가 사라졌다.”
낙경洛京 장수長水 영천靈泉 귀인歸仁 선사
어떤 이가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의 뜻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얼굴을 우러러 눈썹만을 껌벅이고, 고개를 돌리고는 손뼉만을 친다.”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으로 오신 분명한 뜻입니까?”
“낙수洛水가 거슬러 흐른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소를 타고 거적과 모자를 쓰고, 물을 건너면서 신을 신고 도포를 입는다.”
연주延州 복룡산伏龍山 연경원延慶院 봉린奉璘 선사
어떤 이가 물었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몸을 기울여 바다에 눕고, 한낮에 등불을 잡는다.”
“어떤 것이 복룡伏龍의 경계입니까?”
“산이 높으니 물살이 거세고, 봄이 무르익으니 온갖 꽃이 가득하다.”
“화상께서도 재물과 색[財色]을 좋아하십니까?”
“좋아한다.”
“선지식이면서도 어찌 재물과 색을 좋아하십니까?”
“은혜를 아는 이는 적고 은혜를 저버리는 이는 많다.”
대사가 화두火頭에게 물었다.
“불을 피웠는가?”
“조용히 하십시오.”
“어디서 그런 소식을 얻어 왔는가?”
“여러 소리가 필요치 않습니다.”
“싸구려로 배가 쉽게 부르더니, 먹고 나니 다시 시장하구나.”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한 해 동안 찬밥을 먹는다.”
“퍽이나 적막하시겠군요.”
“승려의 집은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
안주安州 대안산大安山 성省 선사[제3세 주지]
어떤 이가 물었다.
“길을 잃은 사람입니다. 스님께서 가리켜 주십시오.”
대사가 대답했다.
“삼문三門 앞으로 가라.”
“걸어가서 위태로운 곳으로만 나아가니, 스님께서 달을 가리켜 주십시오.”
“달을 가리킬 수 없다.”
“어째서 달을 가리킬 수 없습니까?”
“구렁텅이 앞에서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네 가지 구절[四句]과 백 가지 잘못[百非]을 떠난 자리를 화상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 대왕의 창고 안에 그런 칼이 없다.”
“겹겹이 막힌 곳에 소식이 통하지 않을 때는 어찌합니까?”
“어찌 그런 속에 들어갔는가?”
“이른 뒤에는 어찌합니까?”
“그곳의 일은 어떻던가?”
“어떤 것이 진실 중의 진실입니까?”
“네거리 위의 진흙 불상이니라.”
홍주洪州 대웅산大雄山 백장百丈 초超 선사
그는 해동海東 사람이다.
누군가가 물었다.
“조사의 뜻과 교리의 뜻이 같습니까, 다릅니까?”
“금 닭(해)과 옥토끼(달)는 수미산을 돌게 되었느니라.”
“해가 서산에 떨어지면 숲 속의 일이 어떠합니까?”
“골짜기가 깊으니 구름이 느지막하게 솟고, 개울이 굽으니 물이 더디 흐른다.”
“오늘 산을 내려가는데 어떤 사람이 ‘화상께서 어떤 법을 말씀하시는가?’라고 물으면, 무엇이라고 대답하리까?”
“그저 대웅산大雄山 밑에서 범이 사자를 낳았다 해라.”
홍주洪州 천왕원天王院 화상
누군가가 물었다.
“나라 안에서 칼을 짚고 나선 이가 누구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천왕天王이니라.”
“백 개의 뼈는 모두 흩어져도 한 물건은 영구히 신령스럽다 하니, 어떠합니까?”
“무너짐이 없는 곳에 떨어지지 않느니라.”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틀렸다.”
상주常州 정근원正勤院 온蘊 선사[제1세 주지]
그는 위부魏府 사람이니, 성은 한韓씨이다. 어려서 출가하여 늙도록 동자의 얼굴을 지녔고, 소산疎山에게 법을 얻었다.
어떤 이가 물었다.
“스님은 누구의 곡조를 부르시며, 종풍은 누구의 뒤를 이으셨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적연適然한 소소簫韶 밖의 여섯 음률은 이를 지나지 못한다.”
“지나지 못하는 일이 어떠합니까?”
“소리 이전에 손뼉을 쳐도 흩어지지 않고, 구절 뒤에 찾아도 자취가 없다.”
“어떤 것이 정근正勤의 한 줄기 길입니까?”
“진흙의 깊이가 석 자이다.”
“어찌하여야 이를 수 있습니까?”
“그대는 어디를 통해 왔는가?”
“어떤 것이 선禪입니까?”
“돌 속의 연꽃이요, 불 속의 샘이니라.”
“어떤 것이 도道입니까?”
“능가봉楞伽峰 마루턱의 한 포기 풀이니라.”
“선禪과 도道의 거리는 얼마나 됩니까?”
“진흙 사람이 물에 빠진 것을 나무 사람이 건져 준다.”
대사가 진晉의 천복天福 때, 입적할 시기를 대중에게 미리 알렸는데, 때가 되니 온 고을의 남녀들이 절로 달려왔다. 대사가 유언을 마친 뒤에 태연히 앉아서 임종하니, 문인들이 절 뒤에다 장사를 지냈다. 2년을 지나 다시 탑을 열어 보니, 온몸이 그대로였고 머리칼과 손톱이 자라고 있었다. 성동城東에서 화장하여 사리와 뼈를 거두고 탑을 다시 세워 안치했다.
양주襄州 후동산後洞山 화상
어떤 이가 물었다.
“도가 있다가 또 없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용두사미龍頭蛇尾여, 허리에 검을 찼구나.”
경조京兆 삼상三相 화상
누군가가 물었다.
“어떤 것이 무봉탑無縫塔입니까?”
“꿰맨 곳을 찾을 수 없다.”
“어떤 것이 탑 속의 사람입니까?”
“마주 대하고도 볼 수 없다.”
앞의 낙보樂普 원안元安 선사의 법손
경조京兆 영안원永安院 선정善靜 선사
그는 경조 사람이니, 성은 왕王씨이다. 아버지는 군수 벼슬을 지냈다. 어머니의 꿈에 금상金像을 보고 태기가 있었다. 어릴 적에 유학儒學을 익히어 여러 서적을 두루 통하고, 27세에 홀연히 세상을 싫어하여 몰래 종남산終南山에 가서 광도廣度 선사를 예참하고서,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었다.
당唐의 천복天復 때에 낙보樂普 원안元安 선사를 뵈니, 원안이 갸륵히 여겨 입실을 허락했다. 거기서 원무(園務:채소밭의 일)의 소임을 맡아서 힘껏 대중의 일을 돌보았다.
어떤 스님이 낙보에게 하직하니, 낙보가 그에게 물었다.
“사방이 온통 산인데 그대는 어디를 가려는가?”
그 스님이 대답을 못하니, 낙보가 말하기를 “그대에게 10일 동안 말미를 주겠으니, 그 안에 옳은 대답을 하면 놓아 주리라” 하였다. 이에 그 스님이 곰곰이 생각하느라고 말없이 지내길 며칠 동안 계속하다가 경행經行 중에 우연히 대사가 관리하는 밭에 들어왔다. 대사가 괴이히 여기어 물었다.
“상좌는 하직하고 떠난 줄 알았는데, 어째서 지금 여기에 계십니까?”
그 스님이 까닭을 다 이야기하고, 이어 대사에게 해답을 달라고 간청하니, 대사가 어쩔 수 없이 대신 대답을 했다.
“대나무가 빽빽해도 흐르는 물을 막지 못하고, 산이 높은들 흰 구름의 가는 길 막을 수 있으랴.”
그 스님이 뛸 듯이 기뻐하니, 대사가 부탁하되 “화상에게 대답할 때에는 나의 말이라고는 하지 마시오” 하였다. 이에 그 스님이 낙보에게 가서 아뢰니, 낙보가 물었다.
“이것은 누가 해준 말인가?”
“저의 말입니다.”
“아니다. 이는 그대의 말이 아니다.”
그 스님이 원두園頭의 말이라 하고 사실을 자세히 말하니, 낙보가 저녁에 상당하여 대중에게 말했다.
“원두를 깔보지 말라. 훗날 그가 어느 성 모퉁이에 살면 5백 명이 항상 그를 따르리라.”
대사는 곧 낙보를 하직하고, 본산으로 돌아와서 초막을 짓고 사니, 도속道俗들이 모여들었다. 다시 아미산峨眉山에 갔다가 흥원興元으로 돌아오니, 대장군[連帥]인 왕공王公이 소중히 여겼다. 나중에 고향으로 돌아오니, 마침 전란이 스친 뒤여서 절이 폐허가 되었다. 절도사節度師가 영안선원永安禪苑을 지어 머물게 하니, 무리가 5백여 명이었다.
어떤 스님이 물었다.
“있는 줄을 알면서도 말할 수 없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있는 줄 안다는 것이 무엇인가?”
“없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말할 수 있어야 하리라.”
“말한다면 없지 않겠지만 말이 치우치는 것이야 어찌하겠습니까?”
“물이 어니 고기가 뛰기 어렵고, 산이 추우니 꽃이 더디 핀다.”
“어떤 것이 납자[衲衣]의 위로 향하는 일입니까?”
“용과 고기는 바다를 벗어나지 못하고, 물속의 달은 광명을 삼키지 못한다.”
“지혜로써 알지 못하고, 의식으로써 인식하지 못할 때에는 어떠합니까?”
“학과 백로가 머리를 맞대고 눈 위에서 졸다가 달이 밝으니 놀라 깨어서 서로 망설인다.”
“어떤 것이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벽 위에 그린 마른 소나무에 벌이 와도 꽃망울은 보지 못한다.”
“우두牛頭가 4조를 보기 전에는 어떠합니까?”
“괴이한 곳에 있는 영특한 소나무는 보는 이마다 부러워한다.”
“본 뒤에는 어떠합니까?”
“잎이 떨어진 뒤에 가지가 앙상하면 바람이 불어도 소리를 내지 않는다.”
“어찌하여야 여래의 집에 태어납니까?”
“옷을 걸치고 새벽빛을 바라보니, 겁을 토론해도 밝히지 못한다.”
“겁이 끝난 뒤에는 어떠합니까?”
“한 구절도 얻을 수 없다.”
대사가 극도棘道에 갔다가 때마침 소종昭宗이 몽진蒙塵하는 전란을 만났다. 진晋의 개운開運 병오년丙午年 겨울에 종을 쳐서 대중을 모아 유언을 하고, 바로 방장으로 들어가 동쪽으로 향하여 오른쪽 겨드랑이를 대고 누워 세상을 마쳤다. 수명은 89세요, 법랍은 60세였다. 칙명에 의하여 시호를 정오淨悟 선사라 하였다.
기주蘄州 오아산烏牙山 언빈彦賓 선사
어떤 스님이 물었다.
“사람의 몸을 받기 전에는 무엇이었습니까?”
“세 다리를 가진 소가 언덕 위를 달리고, 한 줄기의 서기瑞氣가 달 앞에 분명하다.”
“필마단창匹馬單槍으로 곧장 달려들 때에는 어떠합니까?”
“설사 그대가 창을 쓸 줄 안다고 장담하여도 진왕秦王에게는 한 걸음이 어긋났다.”
“오랫동안 싸움터에서 싸웠는데 왜 공명功名을 이루지 못합니까?”
“두 마리의 새매가 화살 따라 떨어지니, 이광李廣은 공명을 얻지 못했다.”
“백 걸음 밖에서 버들잎을 꿰뚫는데 과녁을 맞히는 이는 누구입니까?”
“장군이 편교便橋에 오르지 않으니, 금아金牙는 헛되이 활시위를 당긴다.”
“무지개가 물을 마실 때에는 어떠합니까?”
“금륜천자金輪天子가 염부閻浮에 내리니, 무쇠 만두[鐵饅頭] 위에 황금 꽃이 이채롭다.”
봉상부鳳翔府 청봉산靑峰山 전초傳楚 선사
그는 경주涇州 사람이다. 성품이 순박하고, 얼굴이 점잖았으며, 눈은 삼각형 모양이었다. 낙보樂普가 마음자리를 보여 주고, 이어 대중의 일을 맡겼다.
어느 날 낙보가 물었다.
“원주院主는 어디를 갔다 왔는가?”
“눈을 쓸고 옵니다.”
“눈의 깊이가 얼마나 되던가?”
“나무 위가 온통 눈입니다.”
“알기는 알았다만 그대가 다음날 살 자리를 얻는다면 눈의 동굴이 될 것이다.”
대사가 수기를 받은 뒤에 백수白水를 찾으니, 백수가 물었다.
“낙보에게 소생하는 기틀[生機]의 한 길이 있다 하는데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날 길[生路]은 그만두고, 익숙한 길[熟路]로 오라.”
“날 길에는 죽은 사람이 무수하고, 익은 길에는 산 사람을 붙이지 않습니다.”
“그것은 낙보의 소식이거니와 어떤 것이 그대의 것인가?”
“낙보뿐이 아니라, 협산夾山도 어쩔 수 없습니다.”
“협산이 어째서 어쩔 수 없는가?”
“다시 태어나서 사는 하나의 길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대사가 주지가 된 뒤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부처님이나 마魔가 나타나기 전에는 어디에 있습니까?”
“여러 상좌들이 상대해 보라.”
“어떤 것이 근기에 임하는 한 구절입니까?”
“말해 보라.”
“화상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해골을 꿰뚫어도 아픈 줄을 모르는구나.”
“어떤 것이 밝게 안 사람입니까?”
“준마駿馬는 한 치도 움직이지 못하는데 둔한 새가 벗어날 길로 높이 솟구친다.”
등주鄧州 중도中度 화상
어떤 이가 물었다.
“사해 안에서 스승을 만나지 못하니, 어떤 것이 천하의 주인입니까?”
“수탉은 항상 새벽을 알리건만 사람들 스스로가 알지 못한다.”
“어떤 것이 어둠 속의 밝은 거울입니까?”
“만 가지 사물을 어둡게 할 수가 없다.”
“어떤 물건을 비추겠습니까?”
“어떤 물건을 비추지 못하겠는가?”
“어떤 것이 실제의 이치로는 한 티끌도 받아들이지 않지만 불사의 문에서는 한 법도 버리지 않는 것입니까?”
“참되고 항상함은 티끌에 물들지 않고, 사해 안에는 백 갈래의 물이 흐른다.”
“화상께서 빛과 소리를 떠나 말씀해 주십시오.”
“나무 사람과 항상 마주 이야기를 하니, 성품은 있으나 말을 못한다.”
가주嘉州 동계洞谿 화상
처음 낙보에게 물었다.
“달 속의 계수나무는 뿌리가 없어도 가지가 무성하니, 화상께서 묘하고 그윽함을 바로 가리켜 주십시오.”
낙보가 대답했다.
“삼라만상이 빼어난 곳에서 일들은 서로 의존하지 않고, 녹수淥水의 물결이 천 가닥인데 우뚝한 봉우리만이 이채롭다.”
대사가 이 말에 뜻을 깨닫고, 그의 법을 이었다.
어떤 이가 물었다.
“뱀잡이가 어찌하여 뱀에게 물립니까?”
“몇 차례를 물었어도 드러낼 수는 없다.”
경조京兆 와룡臥龍 화상
처음 개당開堂하니, 어떤 스님이 물었다.
“밝은 해가 하늘 끝에 달렸고, 구슬 빛이 옛 서울을 비추고, 포진浦津은 법해法海로 통하는데 오늘의 뜻이 어떠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보배 검을 휘두를 때에 어찌 밝고 어두움을 분별하리오.”
앞의 강서江西 소요산逍遙山 회충懷忠 선사의 법손
천주泉州 복청원福淸院 사외師巍 화상
호號는 통현通玄 선사이다.
어떤 스님이 물었다.
“협령夾嶺으로 가닥이 나뉘어서 분명하게 소요逍遙의 법을 이었고 보배 법좌에 오르셨으니, 법의 우레를 울려 주십시오.”
대사가 대답했다.
“만물 밖에 멀리 뛰어나 소요하니, 만물 밖에는 노을이 뜨지 않는다.”
“어떤 것이 서쪽으로부터 오신 분명한 뜻입니까?”
“눈 속에 섰던 일은 수고롭다 할 것이 없으나, 팔을 끊고야 비로소 과녁에 맞았다.”
“그러면 한 송이의 꽃에 다섯 잎이 꽃다워서 지금에 이르렀겠습니다.”
“원인이 삼계의 밖에서 원만해지니, 결과가 차면 그때 시방에 두루 안다.”
경조京兆 백운白雲 무휴無休 선사
어떤 이가 물었다.
“길에서 사나운 범을 만날 때에는 어떻게 항복시킵니까?”
“불․법․승에 의지하라.”
“어떤 것이 백운白雲의 경계입니까?”
“달 밝은 밤에 다락 곁에 있는 나그네가 근심에 싸인다.”
앞의 원주袁州 반룡산盤龍山 가문可文 선사의 법손
강주江州 여산廬山 영안永安 정오淨悟 선사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출가한 이의 일입니까?”
“만 길 벼랑에 매달려서 손을 놓는 것이다.”
“어떤 것이 출가하지 않은 이의 일입니까?”
“설령雪嶺 안소安巢의 절주와는 훨씬 다르고, 허유許由가 표주박 하나를 붙든 것과는 약간 다르다.”
“여섯 문이 통하지 않으니, 어떻게 소식을 전하리까?”
“그대는 밖에 있는 누구를 알고 있는가?”
“굴레[籠頭]를 벗고 짐[角馱]을 내려놓고 올 때는 어떠합니까?”
“뼈를 바꾸고 창자를 씻어 자새(紫塞:城門)에 투항했으니, 다시는 홍문洪門을 지날 때 갈대를 입에 물고 가는 것[銜蘆] 같은 일을 하지 말라.”
“예부터 여러 성인이 무엇으로 사람들에게 보였습니까?”
“조룡(祖龍:진시황)이 교화하던 절도와도 다르고, 서봉棲鳳이 지나치게 먼지를 피우는 일과도 훨씬 다르다.”
“어떤 것이 손님 노릇을 할 줄 아는 사람입니까?”
“수라상의 진수도 버리었거늘 뉘라서 남의 문턱을 기웃거리랴.”
“여러 사람이 금을 찾으면 누가 얻습니까?”
“황제黃帝는 적수赤水에 간 일이 없는데 구슬로 망상(罔象:물귀신)을 건진다는 것은 헛된 일이다.”
“눈이 갈대꽃을 덮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아무리 어렴풋이 엉키어 상서를 나타내나 태양이 빛난 뒤에는 다시 미혹한 사람이다.”
원주袁州 목평산木平山 선도善道 선사
처음에 낙보를 뵙고 물었다.
“거품 하나가 일기 전에는 어떻게 물과 살피를 가리겠습니까?”
낙보가 대답했다.
“배를 옮기면서 물의 형편을 짐작하고, 돛을 달아 파도를 가른다.”
대사는 뜻에 맞지 않아 바로 반룡盤龍에게 가서 앞의 일을 이야기하고 물으니, 반룡이 말했다.
“배를 저어도 물을 가리지 못하고 돛을 올리면 근원을 미혹한다.”
대사가 이 말에 깨달았다.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서쪽으로부터 오신 뜻입니까?”
“돌 염소[石羊]가 새끼를 던지고는 동녘 하늘 바라본다.”
“어떤 것이 바른 법안法眼입니까?”
“주장자의 구멍이니라.”
“어떤 것이 부동존不動尊입니까?”
“낭낭(浪浪:걸림이 없음)하고 탕탕(宕宕:막힘없음)한 것이니라.”
“어떤 것이 목평木平의 한 구절입니까?”
“허공에 꽉 들어찼다.”
“허공에 꽉 들어찬 것은 그만두고, 어떤 것이 한 구절입니까?”
대사가 때렸다.
대사는 어떤 스님이 오든지 와서 뵙기를 허락하기 전에 먼저 흙을 세 번 져 오게 한 뒤에 게송을 보여 주었다.
남산의 길이 기울어 동산이 낮으니
새로 온 이는 흙 석 짐을 사양치 말라.
그대가 오랫동안 길에 있던 것을 가엾이 여기노니
분명하거늘 깨닫지 못하고 도리어 미혹하는구나.
南山路仄東山低 新到莫辭三轉泥
嗟汝在途經日久 明明不曉却成迷
대사는 육계肉髻에 비단 무늬가 있었는데 금릉金陵의 이李씨가 대사의 도덕을 흠모하여 맞이하여 공양하고 스승의 예로써 대우하였다. 그가 일찍이 이렇게 물었다.
“어떤 것이 목평木平입니까?”
“도끼에도 꿈쩍 않는다.”
“어떤 것이 도끼에 꿈쩍 않는 것입니까?”
“목평이니라.”
이때에 대법안大法眼 선사가 게송을 지어서 보냈다.
목평산에 있는 사람이
얼굴은 늙은데 나이는 젊네.
마주 보면 시골 사람 같건만
마음을 토론하면 밝은 가을 달일세.
木平山裏人 貌古年復少
相看陌路同 論心秋月皎
누더기가 해어져도 비단 실로 꿰매지 않고
노래를 부르면 새들이 와서 화답하네.
성과 대궐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 방울의 거품인 줄 진작 깨달았네.
壞衲線非蠶 助歌聲有鳥
城闕今日來 一漚曾已曉
대사는 기이한 행적이 퍽 많았는데 여기서는 번거로워서 다 기록하지 않는다. 입멸한 뒤에 문인들이 탑을 세우고, 돌에다 초상을 새겼다. 본국에서는 진적眞寂 선사라는 시호를 내리고, 탑호는 보혜普慧라 하였다.
협부陜府 용계龍谿 화상
상당하여 대중에게 말했다.
“설사 무봉탑無縫塔이라 하더라도 노승老僧의 한 방망이를 면치 못하리니, 어찌하여야 방망이를 면하겠는가?”
대중이 대답이 없으니, 대사가 스스로 혼잣말로 말하였다.
“내려가라.”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무봉탑입니까?”
“백 가지 보배로 장엄하기는 이제 끝났고, 네 문을 활짝 연 지는 벌써 오래다.”
앞의 무주撫州 황산黃山 월륜月輪 선사의 법손
정주郢州 동천산桐泉山 화상
처음에 황산黃山을 뵈고 물었다.
“천문天門이 한데 합치고 시방十方에 길이 없는데, 누군가가 말할 수 있으면 손을 저으며 장장漳江으로 나간다.”
대사가 대답했다.
“문을 닫고 열지 않으니, 용은 용의 구절이 없습니다.”
“이는 그렇게 말한다.”
“옳으면 바로 옳다 하고, 옳지 않으면 바로 옳지 않다 하십시오.”
황산이 매듭을 지었다.
“손을 저으며 장강으로 나간다.”
황산이 다시 물었다.
“변화卞和가 간 곳에는 형산荊山이 수려했는데 옥도장[玉印]이 천자에 의해서 전해질 때에는 어떠한가?”
“신령스런 학은 숲 속에서 쉬지 않고, 농부는 태평세월을 거듭 누리지 못합니다.”
황산이 퍽 옳게 여겼다.
대사가 주지가 된 뒤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서로 전한 것입니까?”
대사가 말했다.
“용은 장생수長生水를 토하고, 물고기는 끝없는 거품을 삼킨다.”
“스님께서 잡아 주십시오.”
“북을 치고 뱃머리를 돌리니, 돛대가 물속의 달을 깨뜨린다.”
앞의 낙경洛京 소산韶山 환보寰普 선사의 법손
담주潭州 문수文殊 화상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축륭봉祝融峰 앞의 일입니까?”
“바위 앞에 상서로운 풀이 돋는다.”
“어진 임금이 세상에 나시면 만백성이 은혜를 입는데 화상께서 세상에 나신 뒤에는 어떠합니까?”
“만 리의 사막에 무쇠 배를 띄운다.”
“어떤 것이 본래의 장엄입니까?”
“국화가 언덕 위에 피니, 행인들의 갈 길이 더디다.”
경덕전등록 제21권
길주吉州 청원산靑原山 행사行思 선사의 제7세 법손 ①
복주福州 현사玄沙 사비師備 선사의 법손 13인
장주漳州 나한원羅漢院 계침桂琛 선사
복주福州 안국安國 혜구慧球 선사
항주杭州 천룡天龍 중기重機 선사
복주福州 선종僊宗 계부契符 선사
무주婺州 국태國泰 도瑫 선사
형악衡岳 남대南臺 성誠 선사
복주福州 백룡白龍 도희道希 선사
복주福州 나봉螺峰 충오沖奧 선사
천주泉州 수룡산睡龍山 화상
천태天台 운봉雲峰 광서光緖 선사
복주福州 대장산大章山 계여契如 암주庵主
복주福州 영흥永興 녹祿 화상
천태天台 국청國淸 사정師靜 상좌
[이상 13인은 기록에 보임]
복주福州 장경長慶 혜릉慧稜 선사의 법손 26인
천주泉州 초경招慶 도광道匡 선사
항주杭州 용화龍華 언구彦球 선사
항주杭州 보안保安 연連 선사
복주福州 보자報慈 광운光雲 선사
여산廬山 개선開先 소종紹宗 선사
무주婺州 보은報恩 보자寶資 선사
항주杭州 경심傾心 법도法瑫 선사
복주福州 수륙水陸 홍엄洪儼 선사
항주杭州 광엄廣嚴 함택咸澤 선사
복주福州 보자報慈 혜랑慧朗 선사
복주福州 장경長慶 상혜常慧 선사
복주福州 석불원石佛院 정靜 선사
처주處州 취봉翠峰 종흔從欣 선사
복주福州 침봉枕峰 청환淸換 선사
복주福州 동선東禪 계눌契訥 선사
복주福州 장경長慶 홍변弘辯 대사
복주福州 동선東禪 가륭可隆 대사
복주福州 선종僊宗 수빈守玭 선사
무주撫州 영안永安 회열懷烈 대사
복주福州 민산閩山 영함令含 선사
신라新羅 구산龜山 화상
길주吉州 용수산龍須山 도은道殷 선사
복주福州 상광祥光 징정澄靜 선사
양주襄州 취령鷲嶺 명원明遠 선사
항주杭州 보자報慈 종괴從瓌 선사
항주杭州 용화龍華 계영契盈 선사
[이상 26인은 기록에 보임]
항주杭州 용책사龍冊寺 도부道怤 선사의 법손 5인
월주越州 청화산淸化山 사눌師訥 선사
구주衢州 남선南禪 우연遇緣 선사
복주復州 자복資福 지원智遠 선사
[이상 3인은 기록에 보임]
균주筠州 동산洞山 구단龜端 선사
온주溫州 경풍景豊 선사
[이상 2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신주信州 아호鵝湖 지부智孚 선사의 법손 1인
법진法進 선사
[1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장주漳州 보은報恩 회악懷嶽 선사의 법손 1인
담주潭州 묘제妙濟 사호師浩 선사
[1인은 기록에 보임]
복주福州 고산鼓山 신안神晏 선사의 법손 11인
항주杭州 천축산天竺山 자의子儀 선사
건주建州 백운白雲 지작智作 선사
복주福州 고산鼓山 지엄智嚴 선사
복주福州 용산龍山 지숭智嵩 선사
천주泉州 봉황산鳳凰山 강强 선사
복주福州 용산龍山 문의文義 선사
복주福州 고산鼓山 지악智嶽 선사
양주襄州 정혜定慧 화상
복주福州 고산鼓山 청악淸諤 선사
금릉金陵 정덕淨德 충후沖煦 선사
금릉金陵 보은원報恩院 청호淸護 선사
[이상 11인은 기록에 보임]
행사行思 선사의 제7세 ①
앞의 복주福州 현사玄沙 사비師備 선사의 법손
장주漳州 나한원羅漢院 계침桂琛 선사
그는 상산常山 사람이니, 성은 이李씨이다. 어릴 때부터 하루에 한 끼니만 먹고 소식素食을 하였으며, 내뱉는 말은 범상치 않았다. 관례冠禮를 마친 뒤에 부모를 하직하고, 본 고장의 만세사萬歲寺에 가서 무상無相 대사에 의하여 머리를 깎고, 계를 받고 율장[毘尼]을 배웠다.
어느 날 대중을 위해 법상에 올라 계본戒本에 의해 포살布薩을 마친 뒤에 말했다.
“계를 지키는 일은 몸을 단속하는 것뿐이니, 참 해탈은 아니다. 글에 의하여 견해를 내는 것이 어찌 거룩함을 계발하는 것이랴.”
그리고는 남종南宗을 찾아 나섰다. 처음에는 운거雲居와 설봉雪峰을 뵙고 부지런히 참문했으나 여전히 진전이 없더니, 나중에 현사玄沙 종일宗一 대사에게 가서는 한마디에 깨달아 의혹疑惑이 없어져 확 트였다.
현사가 일찍이 이렇게 물었다.
“삼계가 마음뿐이란 말을 그대는 어떻게 이해하는가?”
대사가 의자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화상께서는 저것을 무엇이라 하십니까?”
“의자라 한다.”
“화상께서는 삼계가 마음뿐인 소식을 모르시는군요.”
“나는 저것을 대와 나무라 부르는데 그대는 무엇이라 하는가?”
“저도 대와 나무라 부릅니다.”
현사가 매듭을 지었다.
“온 누리에 불법을 아는 사람은 만나기 어렵구나.”
대사가 이로부터 더욱 부지런히 힘썼는데 현사는 학자들을 지도할 때마다 여러 가지 삼매三昧를 사용하되 “모두 대사를 위하여 협조하라” 하였다. 대사는 비록 대중 속에 자취를 감추고 있었으나 명성은 널리 퍼지고 있었다.
이때에 장주 목사인 왕공王公이 민성閩城의 서쪽에 있는 석산石山에다 절을 지어 지장地藏이라 부르고 대사를 청해 살게 하였다. 한 해쯤을 지나 다시 장주의 나한원羅漢院으로 옮겨 가서 크게 법문을 펴니, 학자들이 구름같이 모였다.
이때에 대사가 상당하여 말했다.
“종문宗門의 현묘함이 이뿐이겠는가? 다시 따로 기록함이 있겠는가? 그대는 무엇을 들겠는가? 없다면 세 글자를 가지고 종승宗乘이라 여기지 말라. 무엇을 세 글자라 하는가? 종宗․교敎․승乘이다. 그대들이 종승이라 말하면 그것은 종승이요, 교승이라 말하면 그것은 교승이다. 선덕禪德들이여, 불법이나 종승은 본래부터 그대들의 입으로 이름을 붙이고서 다시 짓는다든가 말한다든가 하고는 다시 그 속에서 평등․진실․원만․항상함이라 하거니와 선덕들이여, 그대들은 무엇을 평등․진실이라 하며, 무엇을 원만․항상함이라 하는가? 옆집으로 다니면서 행각行脚하는 것은 떨어 버리기 위한 것이다. 무디게 해서는 안 된다. 비슷한 빛과 소리와 이름들을 얻어 마음속에 간직해 두고는 말하기를 ‘내가 알았다’ 하거나 ‘잘 간택한다’ 하지만 그대들은 무엇을 알았으며, 무엇을 잘 간택한다는 것인가? 기억해 가진 것은 이름이요, 간택한다는 것은 빛과 소리일 뿐이다. 만일 빛과 소리와 이름이 아니라면 그대들이 어떻게 간택하고 기억하겠는가? 바람이 소나무에 불어도 소리요, 개구리나 까마귀가 울어도 소리인데 어찌 그 속에서 들어서는 간택하지 못하는가? 만일 그 속에 의도意度나 모양이 있다면, 지금 나의 입 속에는 얼마나 되는 의도가 있어 그대를 상대하는가? 착각하지 말라. 지금 땅이 요동하는 것으로 거기에 미치는가, 미치지 못하는가? 만일 미친다면 그대의 신령스런 성품과 금강 비밀이 무너질 때가 있으리라. 왜 그렇게 되는가? 소리는 그대의 귀를 꿰뚫고, 빛은 그대의 눈을 꿰뚫고, 인연은 그대의 허망한 허깨비를 막아 그대들을 빛과 소리로 달리게 하지만 본체로서는 용납되지 않는 일이다. 만일 미치지 못한다면 또 어디서 빛과 소리를 얻겠는가? 알겠는가? 미치는 것과 미치지 못하는 것을 시험 삼아 가려 보라.”
조금 있다가 또 말했다.
“이 원만함과 항상함과 평등함과 진실을 뉘라서 이렇게 말했는가? 황이촌黃夷村에 사는 백성이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리라. 이는 옛 성인이 비슷한 말을 하여 드러내는 일을 도왔을 뿐인데 요새 사람들이 좋고 나쁨을 알지 못하고 선뜻 원만과 진실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말하기를 ‘나에게 따로 현묘한 종풍이 있다’고 한다. 석가부처님도 혀가 없으니, 그대가 사소한 일에 그렇듯이 마음속으로 긍정하는 것만 못하다. 살생[殺]․투도[盜]․음행[婬]의 죄가 중하다고는 하나 쉴 때가 있어 오히려 가볍거니와, 이 반야를 비방하고 중생의 눈을 멀게 한 죄는 아비지옥에 들어가서 무쇠탄환을 삼킬 것이니, 예사롭게 생각지 말라. 그러므로 옛사람이 말하기를 ‘허물은 화주化主에게 있다. 그대들에게 관계치 않는다’ 하였느니라. 진중珍重하라.”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나한羅漢의 한 구절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내가 그대에게 대답한다면 두 구절이 된다.”
“잘 모르는 사람이 온다면 스님께서 지도해 주시겠습니까?”
“누가 모르는 사람인가?”
“아까 여쭈었습니다.”
“일부러 못난 체하지 말라.”
다른 이가 물었다.
“팔八자도 아니고 이以자도 아닐 때에는 무엇입니까?”
“그대는 참으로 모르는구나.”
“학인은 참으로 모릅니다.”
“아래쪽에 있는 주[注脚]를 보라.”
“어떤 것이 사문의 바른 음식[正命食]입니까?”
“먹고자 하는가?”
“먹으려면 어떤 방편을 써야 합니까?”
“그대의 입을 막아라.”
“어떤 것이 나한의 가풍입니까?”
“그대에게는 말하지 않겠다.”
“어째서 말하지 않으십니까?”
“그것이 나의 가풍이다.”
“어떤 것이 법왕法王의 몸입니까?”
“그대는 지금 무슨 몸인가?”
“그러면 몸이 없는 것이겠습니다.”
“고통이 심하겠구나.”
대사가 상당하여 앉자마자, 어떤 두 스님이 일시에 절을 했다. 이에 대사가 말했다.
“모두가 틀렸다.”
“어떤 것이 두드려도 깨지지 않는 구절입니까?”
“두드려라.”
“한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시면 여러 중생을 두루 위하는데, 오늘 화상께서는 누구를 위하십니까?”
“어디서 한 부처님을 만났던고?”
“그러면 학인이 잘못하였습니다.”
“물러가서 근신하라.”
다른 이가 물었다.
“어떤 것이 나한의 가풍입니까?”
“겉과 속을 살펴라.”
“어떤 것이 여러 성인의 현묘한 종지입니까?”
“네모[楞]가 땅에 닿았느니라.”
“큰일을 긍정하지 않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그대 때문이니라.”
“어떤 것이 시방의 안목입니까?”
“눈썹을 부릅떠 보아라.”
보복保福을 청해 공양하려고 사람을 보내 이런 말을 전했다.
“화상께서 자비를 드리워 강림해 주십시오.”
이에 보복이 대답했다.
“자비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 말을 듣고 대사가 말했다.
“화상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전혀 자비롭지 않으십니다.”
대사가 달구경을 하다가 말했다.
“구름이 움직이는 것을 보니 비가 오겠다. 가자.”
이에 어떤 스님이 말했다.
“구름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바람이 움직입니다.”
“나는 구름도 움직이고, 바람도 움직인다 하노라.”
“화상께서는 아까 구름이 움직인다 하셨습니다.”
“누가 잘못했는고?”
대사가 어떤 스님이 오는 것을 보자 불자를 들고 말했다.
“알겠는가?”
“화상께서 자비로써 학인에게 보여 주시니, 고맙습니다.”
“내가 불자 세우는 것을 보고 얼른 말하기를 ‘학인에게 보인다’ 하는데 그대가 매일 산이나 물을 볼 때는 보여 주는 것이 없던가?”
대사가 또 다른 스님이 오는 것을 보고 불자를 번쩍 드니, 그 스님이 찬탄하였다. 이에 대사가 말했다.
“내가 불자를 세운 것을 보자 찬탄하고 절을 하면서도 아까 마당을 쓸다가 비를 세웠을 때는 어째서 찬탄하지 않았는가?”[현각玄覺이 말하되 “똑같이 불자를 세웠고, 같은 물건을 들었는데 긍정하는 이치와 긍정치 않는 도리가 있으니, 이해의 차이가 어디에 있는가?” 하였다.]
어떤 스님이 물었다.
“듣건대 경전에 말하기를 ‘만약 모든 형상을 형상 아닌 것으로 보면 곧 여래를 본다’ 하니, 어떤 것이 형상 아닌 것입니까?”
“초롱이니라.”
“어떤 것이 출가입니까?”
“무엇을 집이라 하는가?”
대사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진주秦州에서 왔습니다.”
“무엇을 가지고 왔는가?”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그대는 왜 대중 앞에서 거짓말을 하는가?”
그 스님이 대답이 없었다. 대사가 다시 그에게 물었다.
“진주에서 앵무새가 나지 않는가?”
“앵무새는 농주隴州에서 납니다.”
“큰 차이가 없구나.”
또 대사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보은報恩에서 왔습니다.”
“왜 거기서 좀더 있지 않았는가?”
“스님의 집은 일정하지 않습니다.”
“이미 스님의 집이라 한다면 어째서 일정하지 않는가?”
스님이 대답이 없었다.[현각이 대신 말하되 “화상께서 물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였다.]
대사가 지장에 있을 때에 어떤 스님이 와서 말하기를 ‘보복 화상이 이미 열반에 들었습니다’ 하니, 대사가 말했다.
“보복은 열반에 들었으니, 지장은 탑에 들리라.”[어떤 스님이 법안에게 묻되 “옛사람의 뜻이 무엇입니까?” 하니, 법안이 대답하되 “아이고, 아이고” 했다.]
나중에 왕공이 설봉에 올라와서 대중에게 옷을 보시했는데 이때에 종엄從弇이라는 상좌가 밖에 나가고 없었으므로, 그의 사제師弟가 이름을 적고 옷을 받아 갔다. 종엄이 돌아오니, 사제가 말했다.
“제가 사형師兄을 대신하여 이름을 적어 올렸습니다.”
종엄이 말했다.
“그대는 나의 이름을 무엇이라 했는가?”
사제가 대답이 없으니, 대사가 대신 말했다.
“사형께서는 이와 같이 탐욕을 냈습니다.”
또 말했다.
“어디가 탐낸 곳인가?”
대사가 또 대신 말했다.
“두 차례나 이름을 적었군요.”[운거雲居 석錫이 말하되 “어디가 종엄 상좌가 두 차례 이름을 적은 곳인가?” 하였다.]
대사가 장경長慶, 보복保福과 함께 고을에 들어갔는데 모란 장지문을 보고 보복이 말했다.
“한 떨기 좋은 모란꽃이구나.”
장경이 말했다.
“눈이 어둡지 않군[莫眼花].” 막안화莫眼花․안화眼花는 눈이 흐려서 잘 보이지 않는 모양을 이르는 것이므로 이를 부정한 ‘막莫’으로 해서 ‘눈이 어둡지 않다’고 번역한다. 그러나 때로는 ‘막안화莫眼花’는 ‘안화眼花가 아닙니까’로 이해된다.
대사가 말했다.
“한 떨기 꽃이 애처롭구나.”[현각玄覺이 말하되 “세 존숙의 말에 멀고 가까움이 있는가? 나한이 그렇게 말한 뜻은 어디에 있는가” 하였다.]
대사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그대가 초경招慶에 있을 때에 이상한 일을 들은 것이 있거든 말해 보라.”
그 스님이 대답했다.
“감히 잘못 아뢸 수는 없습니다.”
“진실한 일을 어떻게 이야기하겠는가?”
“화상은 왜 그렇게 되셨습니까?”
“그대의 말이 틀렸다.”
어느 날 대중이 만참晩參을 하는데 나팔[角] 소리가 들렸다. 이에 대사가 말했다.
“나한이 사흘에 한 차례 법당에 오르는데 왕王 태부太傅가 두 차례씩 도와주었다.”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학인의 본래의 마음입니까?”
“이것이 그대의 본래 마음이다.”
다른 스님이 물었다.
“대사께서 보좌寶座에 앉아 설법하여 사람을 제도하시는데 누구를 제도하시렵니까?”
“그대가 보좌에 앉는다면 누구를 제도하겠는가?”
다른 스님이 물었다.
“거울 속에 서서 그림자를 보기는 어렵지 않다 하니, 어떤 것이 거울입니까?”
“형체를 보았는가?”
“근본을 얻기만 하면 끝은 근심치 말라 하니, 어떤 것이 근본입니까?”
“모두를 가지고 있느니라.”
대사가 병이 나니, 어떤 스님이 물었다.
“화상의 병환이 좀 어떠하십니까?”
대사가 주장자로 땅을 짚으면서 말했다.
“그대는 이것도 아픔을 느낀다고 여기는가?”
“화상께서는 누구에게 물으셨습니까?”
“그대에게 물었다.”
“아직도 아픔을 느끼십니까?”
“원래 나와 함께 도리를 따졌느니라.”
나중에 대사는 당唐의 천성天成 3년, 무자戊子 가을에 다시 민성閩城의 옛터로 돌아와 가까운 고을의 절들을 두루 돌아본 뒤에 갑자기 병이 나서 며칠 만에 임종하니, 수명은 60세요, 법랍은 40세였다. 다비를 하고 사리를 거두어 절 서쪽 모퉁이에다 탑을 세우니, 유언에 따른 것이다. 청태淸泰 2년 을미乙未 12월 보름에 탑에 안치하니, 시호를 진응眞應 선사라 하였다.
복주福州 와룡산臥龍山 안국원安國院 혜구慧球 적조寂照 선사 [제2세 주지이니, 중탑中塔이라고도 한다.]
그는 천주泉州 포전莆田 사람이니, 구양산龜洋山에서 스님이 되어 현사玄沙에게 참문했는데 대중의 우두머리에 있었다. 이에 현사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본래의 달입니까?”
현사가 대답했다.
“그대는 그 달을 무엇 하려는가?”
대사가 이로부터 깨달음에 들게 되었다.
양梁의 개평開平 2년에 현사가 열반에 들려는데 민수閩帥 왕王씨가 아들을 보내 문병을 하고서, 그의 뒤를 이어 설법할 이가 누구인가를 몰래 알려 달라고 하니, 현사가 말했다.
“둥그런 놈[球子:慧球]이 나의 뒤를 이을 것이오.”
왕씨가 속으로 이 뜻을 간직해 두고, 이어 고산鼓山 국사國師에게 물었다.
“와룡臥龍의 법석을 누가 맡아야 합니까?”
고산이 고을 안에 있는 고승으로서 도안을 갖춘 12인을 천거하니, 모두가 세상에 나설 수 있는 이들이었다. 왕씨도 잠자코 묵인했다가 법당을 여는 날, 관리와 스님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 왕씨가 홀연히 대중에게 물었다.
“누가 혜구慧球 상좌입니까?”
대중이 대사를 가리키니, 왕씨가 자리에 오르기를 청했다. 대사가 한참 있다가 대중에게 말했다.
“적막함을 싫어하지 말고, 감당할 수 없다고도 말라. 경계境界가 분명치 않거늘 어떻게 의론해서 따지랴. 그러므로 평상시의 음향音響으로써 한두 차례 그의 발동을 도와주건만 시방세계에서 한 사람의 벗도 얻을 수 없다 하노라.”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방편을 써야 불법의 대의에 곧장 들어갈 수 있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들어가는 것이 방편이다.”
“구름은 어느 산에서 일고, 바람은 어느 개울에서 생깁니까?”
“힘을 다해 움직이나 중탑中塔에서 떠나지 않느니라.”
대사가 상당하여 대중에게 일렀다.
“내가 여기서 죽이나 밥을 먹는 인연으로 인하여 그대들에게 들어서 말해 줄 것이니, 이는 결코 불변의 진리는 아니다. 힘 안들이고 요긴한 곳을 알고자 하면 산하대지山河大地가 도리어 그대들을 도와서 깨닫게 하여 주리니, 그 도가 항상한 것이라면 또한 완전할 것이다. 만일 문수文殊의 문턱으로 들어온다면 온갖 무위無爲인 토목土木이나 기와조각들이 그대들의 깨달음을 도울 것이요, 만일 관음觀音의 문턱으로 들어온다면 온갖 음향인 개구리 소리․지렁이 소리가 그대들의 깨달음을 도울 것이요, 만일 보현普賢의 문턱으로 들어온다면 걸음을 옮기지 않고 이를 것이다. 나는 이 세 가지 방편으로 그대들을 지도하노니, 마치 부러진 젓가락 하나로 바다를 저어서 물고기들로 하여금 물이 그들의 생명임을 알게 하는 것과 같다. 알겠는가? 만일 지혜의 눈이 없이 자세히 안다면 아무리 백 가지 교묘함을 다하여도 완전함이 아니다.”
어떤 스님이 물었다.
“학인이 최근에 총림에 들어와서 자기의 일을 밝히지 못했으니, 스님께서 지시해 주십시오.”
대사가 주장자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알겠는가?”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그토록 그대를 위해 노력했건만 도리어 남을 억압한 결과가 되었구나. 알겠는가? 만일 그대의 본분에 맞는 본래의 일을 논의하건대 처음으로 총림에 들어왔거나 과거의 부처님들을 막론하고 조금도 모자람이 없다. 마치 바닷물이 온갖 고기나 용들이 처음 나서 늙기까지 수용하는 것이 모두 평등한 것 같으니라.”
어떤 이가 물었다.
“정종正宗을 어기지 말고 스님께서 진실을 말씀해 주십시오.”
대사가 대답했다.
“그대가 나를 대신해서 말해 보라.”
“분별치 못하는 이가 있다면 어찌합니까?”
“분별치 못하는 이가 오기를 기다리라.”
“부처님도 스승이 있습니까?”
“있다.”
“어떤 것이 부처님들의 스승입니까?”
“아무도 알지 못한다.”
대사가 상당하여 한참동안 잠자코 있었다. 어떤 스님이 나와서 절을 하니 대사가 말했다.
“해골이 다치지 않게 하라.”
“어떤 것이 영산회상의 일입니까?”
“영리한 놈을 만날 수 없구나.”
“영리한 사람을 홀연히 만나면 어찌합니까?”
“이 어리석은 놈아.”
대사가 상당하여 대중에게 말했다.
“여러분이 헤아리고자 하거든 해골 뒤로 가서 소식을 통한 뒤에 와서 같이 상의하자. 거기에는 일찍이 남의 광명을 막은 적이 없다.”
“위로부터의 종승이 어떠합니까?”
대사가 한참 잠자코 있으니, 스님이 다시 물었다. 이에 대사가 할을 해서 내쫓았다.
어떤 이가 물었다.
“어떤 것이 대유령大庾嶺에서의 일입니까?”
“그대가 알아듣지 못할 것으로 짐작했었다.”
“무게가 얼마나 됩니까?”
“그런 것은 겁을 두고 의논한들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대사가 요了 원주院主에게 물었다.
“선사先師께서 말씀하시기를 ‘시방세계가 온통 진실한 사람의 몸이다’ 하였는데, 그대는 승당僧堂을 보았는가?”
원주가 말했다.
“화상의 안화眼花가 아닙니까?”
“선사께서 열반에 드셨는데 살이 아직 따뜻하다.”
대사는 당唐의 건화乾化 3년 계유癸酉 8월 17일에 병 없이 떠났다.
항주杭州 천룡사天龍寺 중기重機 명진明眞 대사
그는 태주台州 황암黃巖 사람이니, 현사玄沙에게 법을 얻고는 바로 절중浙中으로 들어갔다. 전무숙왕錢武肅王이 설법을 청하고 주지케 하니, 상당하여 이렇게 말했다.
“만일 종풍宗風을 바로 들어 본분의 일을 홀로 외친다면 어리석은 돌과 같을 것이요, 만일 범부나 성인의 소식이 끊어졌다 하면 산하대지가 없이 시방세계가 온통 외짝 눈이 되리니, 이는 어쩔 수 없어서 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항상 말하기를 ‘소경․벙어리 등이 바로 선타바[僊陀:총명한 사람]거늘, 눈에 가득한 요새 사람들 어쩌지 못하네. 다만 눈앞의 것으로부터 묘함을 체득하고 나면, 몸과 마음이 그대로 삼라만상이로다’라고 하는 것이니라.”
어떤 이가 물었다.
“어떤 것이 구슬이 요동하지 않는 것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청산은 몇 겹으로 겹쳤느니라.”
“어떤 것이 고요해서 끝이 없는 것입니까?”
“백운白雲 한 줄기이니라.”
“어떤 것이 근원에 돌아가서 뜻을 아는 것입니까?”
“토끼에게 뿔이 돋았구나.”
“어떤 것이 비춤[照]을 따르면 종지를 잃는 것입니까?”
“거북의 털이 빠졌구나.”
“연꽃이 물에서 나기 전에는 어떠합니까?”
“누가 있는 줄을 모르던가?”
“물에서 나온 뒤에 어떠합니까?”
“향냄새가 멀리 퍼지는 것이 눈에 띄는구나.”
“밝은 달이 하늘에서 비출 때에는 어떠합니까?”
“바야흐로 광채를 나누거늘 무엇 하러 옥루(玉樓:산봉우리)를 가리키겠는가?”
복주福州 선종원僊宗院 계부契符 청법淸法 대사
처음으로 개당開堂하는 날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서 보배 자리에 오르셨으니, 무엇을 말씀하시겠습니까?”
“귓구멍을 활짝 열어라.”
“옛사람들은 어째서 귀와 눈이 미치지 못한다 하였습니까?”
“금앵수金櫻樹에 배[梨子]가 열지는 않는다.”
“고금古今이 미치지 못하는 곳을 스님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그대는 어째서 묻는가?”
“여러 사람이 금을 고르면 누가 얻습니까?”
“손을 들어 천 리를 막고 빛나는 공功은 마음대로 보느니라.”
“나는 듯한 봉우리 곁에 꽃이 수려한데 선경대仙境臺 앞의 일은 어떠합니까?”
“값진 큰 보배가 광명 속에 나타났건만 눈 어두운 나그네는 캄캄하니 어찌하리오.”
“우담발화는 꺾어 놓으면 사람들이 다 보지만 위로 향하는 종승의 일은 어떠합니까?”
“그대는 종승의 일을 물었지만, 고요한 곳에서 살바하薩婆訶 구경究竟ㆍ원만圓滿ㆍ성취成就ㆍ산거散去의 뜻이 있다. 진언의 끝에 붙여 성취를 구하는 말이나, 부처님네를 경각敬覺하는 말이라고도 한다. 원래는 신神에게 물건을 바칠 때 인사로 쓰던 어구語句라고 한다.
를 외치는 것이 낫겠구나.”
“어떤 것이 대민국大閩國 안 부처님들의 경계입니까?”
“조화造化의 공덕은 끝내 헤아릴 수 없는데 봄바람만 제 홀로 건들거린다.”
“어떤 것이 길거리의 보배입니까?”
“운손雲孫 자기로부터 8대 후손後孫을 말한다.
의 눈물이 역시 흐르는구나.”
“성현들이 광채를 거두고 근원에 돌아간 뒤에는 어떠합니까?”
“세 마디의 원숭이 소리가 자주 끊이는데, 만 리에 나선 나그네가 근심스레 듣는다.”
“지금 사람들이 어찌하여야 옛사람의 기틀에 이릅니까?”
“좋은 마음으로 그대에게 이르노니, 나기 이전은 간절히 삼가라.”
무주婺州 금화산金華山 국태원國泰院 도瑫 선사
상당上堂하여 말했다.
“제자리를 여의지 않고 모두가 오묘하고 밝은 참 마음이니라. 그러므로 현사玄沙 화상께서 말씀하시기를 ‘나의 마지막 구절[最後句]을 알면, 세상을 뛰어넘건마는 아는 이가 없다’ 하였거니와, 어찌 국태國泰의 마지막 한 구절만 하겠는가?”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국태의 마지막 구절입니까?”
“그대는 매우 더딘 사람이구나.”
“어떤 것이 비로자나의 스승입니까?”
“나나 노형老兄은 모두 제자이다.”
“달마가 중국에 온 것은 묻지 않겠으나 ,어떤 것이 오기 전의 소식입니까?”
“몸소 양왕梁王을 만났느니라.”
“옛 거울을 갈기 전에는 어떠합니까?”
“옛 거울이니라.”
“간 뒤에는 어떠합니까?”
“옛 거울이니라.”
형악衡嶽 남대南臺 성誠 선사
어떤 스님이 물었다.
“현사의 종지를 스님께서 드러내어 주십시오.”
“이 소식을 얻은들 무엇 하겠는가?”
“그러면 누가 지도해 줍니까?”
“사람을 얻어야 미迷하지 않으리라.”
“못 속의 맑은 달은 누구의 경계입니까?”
“그대에게 관계치 않는 일이니라.”
“사례를 들어서 물은들 무슨 방해가 되겠습니까?”
“못을 뒤져도 달은 건질 수 없다.”
“땅에서 네 치가 떨어진 부처님의 발밑에 어째서 물고기의 문양이 있습니까?”
“성언량聖言量이 있을 뿐이다.”
“그 성언량은 누구를 위하여 시설했습니까?”
“성인을 위하지는 않았다.”
복주福州 승산升山 백룡원白龍院 도희道希 선사
그는 복주福州 민현閩縣 사람이니, 상당하여 이렇게 말했다.
“발[足]을 들 필요가 없으니, 이는 누구의 위광威光인가? 알겠는가? 만일 자기의 갈 곳이 본래부터 이런 것이라 하여, 몹시 기뻐해도 교섭할 길이 없다.”
“어떤 것이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그대는 어디서 왔는가?”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그대는 벌써 세 차례 절을 하지 않았는가?”
“올라온 일을 꾸짖지 마시고, 스님께서 바로 가르쳐 주십시오.”
“얻었다.”
“어떤 것이 바르고 곧은길입니까?”
“나귀를 타고 나귀를 찾는구나.”
“스님께서 주인과 손이 없는 이야기를 대답해 주십시오.”
“지난해에 기억한 일이 있다.”
“지금은 어떠합니까?”
“귀만 먹은 것이 아니라 눈까지 멀었구나.”
“감정이 없어져 본체에 합할 때는 어떠합니까?”
“또 꿈속에 무엇을 보았는가?”
“학인이 한 가지를 묻고자 하오니, 스님께서 재가[裁]해 주십시오.”
“재가하지 않겠다.”
“어째서 재가하지 않으시렵니까?”
“솜씨가 좋은 줄 알아야 한다.”
“대중이 운집했으니, 스님께서 으뜸가는 교법을 거양擧揚해 주십시오.”
“알아듣는 자가 드물구나.”
“입술을 거치지 않는 말을 스님께서 보여 주십시오.”
“입술을 거치지 않고 물어보라.”
“그러시면 중생들이 믿을 곳이 있겠습니다.”
“부질없는 말을 말라.”
“소생하는 힘[生機]으로 답하는 말씀을 들려주십시오.”
“지필紙筆을 가지고 와서 기록해 가라.”
“어떤 것이 큰 입[大口]을 생각하는 것입니까?”
“나오라. 그대에게 말해 주리라.”
“학인이 지금 나왔습니다.”
“벌써 몇 사람이나 속였는가?”
“듣건대 옛사람이 말하기를 ‘해골은 항상 세계를 간섭하고, 콧구멍의 털은 가풍을 건드린다’ 했다는데, 해골이 항상 세계를 간섭하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가까이 오너라. 그대에게 말해 주리라.”
“어떤 것이 콧구멍의 털이 가풍을 건드리는 것입니까?”
“물러갔다가 다음날 오라.”
복주福州 나봉螺峰 충오沖奧 명법明法 대사
먼저는 백룡白龍에 살았다. 상당하여 말했다.
“사람마다 구족하고, 사람마다 현전에 이루었거늘 어찌 노승을 괴이히 여기리오. 진중珍重하라.”
어떤 스님이 물었다.
“모든 법의 적멸한 형상은 말로써 형용할 수 없다 하니, 어떤 것이 적멸한 형상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문답問答이 갖추어졌구나.”
“그러면 진여의 법계에는 나도 남도 없겠습니다.”
“공연히 남을 근심케 하는구나.”
“우두가 4조를 보기 전에는 어떠하였습니까?”
“덕이 두터우면 귀신도 흠모한다.”
“본 뒤에는 어떠합니까?”
“온몸이 성인이라도 헤아리지 못하느니라.”
“어떤 것이 나봉螺峰의 한 구절입니까?”
“괴롭다.”
“어떤 것이 본래의 사람입니까?”
“처량한 송라松蘿가 위태로운 환경에 섰느니라.”
천주泉州 수룡산睡龍山 화상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눈에 띄는 그대로의 보리菩提입니까?”
대사가 주장자로 쫓으니, 스님이 달아났다. 이에 대사가 말했다.
“가만히 있어라. 다음날 작가作家를 만나거든 이야기해 보라.”
대사가 상당하여 주장자를 들고 말했다.
“30년 동안 이 산에 살았더니, 이 주장자의 힘을 얻었다.”
이때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화상은 그에게서 어떤 힘을 얻으셨습니까?”
“개울도 건너고, 고개도 넘고, 동쪽도 찌르고, 서쪽도 찌른다.”[초경招慶이 듣고 말하되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으리라” 하니, 어떤 스님이 물었다. “화상은 어떻게 말씀하시겠습니까?” 하니, 초경이 주장자를 내려서 땅을 짚고 걸어갔다.]
천태산天台山 운봉雲峰 광서光緖 지덕至德 대사
상당上堂하여 말했다.
“다만 중생들이 날마다 쓰면서도 모를 뿐이다. 비유하건대 삼천대천세계의 해․달․별․강과 온갖 함령含靈이 한 털구멍에서 나와 한 털구멍에 들어가되 털구멍이 적지 않고 세계가 크지 않으며, 그 안의 중생들이 알지도 깨닫지도 못한다 한 것과 같다. 만일 쉽게 알고자 하면 상좌들이 날마다 쓰면서도 알지 못한다.”
어떤 스님이 물었다.
“낮의 스님은 불상을 싣고, 밤의 불상은 스님을 싣는다 하니, 이 뜻이 어떠합니까?”
“그대는 다당茶堂에서 오지 않았는가?”
복주福州 대장산大章山 계여契如 암주庵主
그는 복주福州의 영태永泰 사람이다. 천주泉州 백장촌百丈村의 도솔원兜率院에서 업을 닦았는데, 본래부터 고고한 지조를 쌓고 힘써 조사의 도를 탐구했다. 나중에 현사에게 입실하여 깊은 뜻을 깨달으니, 현사가 예언하였다.
“그대의 선법이 이미 빼어났다. 뒷날 한 사람의 시자도 필요치 않게 되리라.”
대사가 이로부터 무리를 모으기에 힘쓰지 않고, 시동侍童도 기르지 않았다. 소계산小界山에 은둔하여 썩은 큰 나무를 파서 암자같이 만들고 겨우 몸을 붙이고 살았다. 지나가던 스님이 들르면 묻는 말에 따라 대답하되 일정한 방법이 없었다.
어떤 스님이 물었다.
“생사生死가 닥쳐오면 어떻게 회피합니까?”
“병부[符:어명]가 이르면 받들어 행한다.”
“그러면 생사에 속박되겠습니다.”
“아야阿耶, 아야.”
“인도에서 석장錫杖을 짚는 뜻이 무엇입니까?”
대사가 석장을 번쩍 들었다가 땅에 세우고 흔드니, 스님이 말했다.
“이게 무슨 뜻입니까?”
“이것은 장張씨 집안이 때리는 법이다.”
스님이 다시 말을 하려 하니, 대사가 석장으로 밀쳤다.
청활淸豁과 충후沖煦, 두 장로가 대사의 명성은 들었으나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가 하루는 같이 방문했다. 이때 마침 대사는 밤을 줍고 있었는데 청활이 물었다.
“도자道者여, 계여契如 암주가 어디에 계시오?”
대사가 대답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산 밑에서 왔소.”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여기가 어디요?”
대사가 읍揖을 하면서 말했다.
“가서 차나 마시지요.”
두 사람은 그제야 그가 대사임을 알고 암자에까지 따라가서 자못 수준 높은 담론을 맛보았다. 마주보고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문득 밤이 되니, 이리와 호랑이가 암자 앞에 모여왔는데 자연히 길들어 있었다. 청활이 이를 보고 게송을 읊었다.
행은 등한한 행이 아니니
뉘라서 가고 머무는 정을 알리.
한 술 밥에 배가 부르지 않고
만호萬戶의 녹도 믿을 것 못되네.
行不等閑行 誰知去住情
一餐猶未飽 萬戶勿聊生
도가 아니면 굴복시키기 어렵고
빈주먹이니 싸우려 하지 말라.
용이 읊조리고 구름이 이는 곳에
한가한 휘파람 몇 마디 들리네.
非道應難伏 空拳莫與爭
龍吟雲起處 閑嘯兩三聲
두 장로는 이어 대장산에 암자를 짓고 대사에게 머물길 청하니, 두 곳에서 혼자 앉았기 52년 만에 세상을 마쳤다. 청활은 대사의 가르침을 받았지만 나중에 수룡睡龍에게 인가를 받았으므로 수룡의 법을 이어 장주漳州 보복保福에 살았다.
복주福州 연화산蓮華山 영흥永興 녹祿 화상
민왕閩王이 대사를 청하니, 개당하는 날 법상에 오르기 전에 법상 앞에 서서 말했다.
“대왕이나 대중은 들으시오. 이미 진정한 거양擧揚이 있었으니, 이 한 모임이 모두 들었을 것이다. 어찌 듣지 못한 이가 있겠는가, 듣지 못한 이가 있다면 이는 속이는 짓이다.”
그리고서야 법상에 올랐다. 이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국왕께서 스님을 청하여 출세出世케 하시니, 오늘의 한 모임이 영산회상과 어떠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옛날[古]을 밝게 알아 지금에 전한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털끝에 항하의 모래같이 많은 세계를 나타내니, 해와 달이 그 안에서 돋는다.”
천태산天台山 국청사國淸寺 사정師靜 상좌
처음 현사 화상을 만났을 때 대중에게 설법하기를 “여러분이 일생 동안을 부모가 죽은 것같이 하기만 하면, 나는 그대가 끝까지 사무쳐 알았다고 보장하리라”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이에 대사가 앞의 말을 들어 물었다.
“경전에 말하기를 ‘알고 있는 마음으로 여래의 위없는 지견을 헤아리지 말라’ 한 것은 어찌하겠습니까?”
현사가 말했다.
“그대는 알고 있는 마음으로 철저히 궁구해서 헤아리면 된다고 여기는가?”
대사가 이로부터 믿음이 생겼다. 나중에 천태산에 30년을 살면서도 산에서 내려가지 않고 3학學을 두루 열람했는데 지조와 행이 고고하였고, 선정을 닦는 여가에는 항상 경전을 보니, 원근이 모두 흠모하고 존중하여 사람들이 대정大靜 상좌라 불렀다.
일찍이 어떤 사람이 물었다.
“제자는 밤마다 앉았노라면 잡념이 어지러이 일어나는데 조복시키는 방법을 모르겠으니, 가르쳐 주십시오.”
대사가 대답했다.
“만일 밤에 앉았는데 잡념이 어지러이 일어나거든 어지러이 일어나는 마음으로 어지러이 일어나는 곳을 궁구하여 궁구할 곳이 없어지면 어지러이 일어나는 잡념이 어찌 존재하며, 궁구하는 마음을 돌이켜 궁구하면 능히 궁구한다는 마음은 어디에 존재하겠는가. 또 능히 비추는 지혜는 본래 공하고 반연한 바 경계도 고요하나니, 고요하되 고요하지 않은 것은 고요하게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요, 비추되 비추지 않는 것은 비출 경계가 없는 것이다. 경계와 지혜가 모두 고요하고 마음과 생각이 평안하여 겉으로 가닥을 찾지 않고 안으로 선정에 머무르지 않아 두 길이 모두 없어지면 한 성품이 훤하리니, 이것이 근원에 돌아가는 요긴한 길이니라.”
대사가 경전을 보다가 요술[幼]의 뜻을 따서 게송 하나를 지어 제방의 학자들에게 물었다.
법들이 모두가 요술같이 있다면
온갖 죄를 지어도 허물이 없겠거늘
어째서 지은 업이 없어지지 않아서
부처님의 힘으로만 구제되는가.
若道法皆如幻有 造諸過惡應無咎
云何所作業不妄 而藉佛慈興接誘
이때에 소정小靜 상좌라는 이가 대답했다.
요술쟁이가 요술 부려 요술을 굴리니
요술의 업이 요술로 고칠 병을 부르네.
모르면 요술에서 온갖 요술 고통 생기고
깨달으면 요술 같아 요술은 함이 없네.
幻人興幻幻輪圍 幻業能招幻所治
不了幻生諸幻苦 覺知如幻幻無爲
정靜 상좌 두 사람이 함께 본산에서 입멸하니, 지금도 국청사에 옛터가 남아 있다.
앞의 복주福州 장경원長慶院 혜릉慧稜 선사의 법손
천주泉州 초경원招慶院 도광道匡 선사
그는 조주潮州 사람이니, 혜릉 화상이 처음에 초경원에 살기 시작할 때부터 입실하여 참문하고 모셨다. 혜릉이 부름을 받고 장락부長樂府에 들어가 서원西院에서 성대히 교화를 펴니, 대사가 뒤를 이어 초경원에 살았는데, 배우는 무리가 여전하였다.
대사가 상당하여 말했다.
“음성 이전에 안다면 평생의 일을 저버리는 것이요, 말 이후에 기틀에 맞는다면 도의 본체와는 퍽 어긋난다. 왜 그렇겠는가? 대중아, 말해 보라. 본래부터 어찌 했어야 하는가?”
또 대중에게 말했다.
“초경招慶이 오늘 저녁에 여러분에게 몽땅 다 이야기하였다. 알겠는가?”
이때에 어떤 스님이 나와서 말했다.
“대중이 일시에 흩어지면 스님의 뜻에 맞겠습니까?”
“주장자로 때리는 것이 좋겠다.”
스님이 절을 하니, 대사가 말했다.
“눈먼 거북에게 뜻은 있으나 새벽달 밑에 걸을 길은 없구나.”
“어떤 것이 새벽달 밑에 걷는 길입니다.”
“그것이 눈먼 거북의 뜻이니라.”
“어떤 것이 사문의 행입니까?”
“바른 행이 아니면 행하지 않느니라.”
“어떤 것이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모기가 무쇠 황소에 오른다.”
“어떤 것이 갑 속에 든 검입니까?”
대사가 한참 잠자코 있으니, 스님이 어리둥절하였다. 이에 대사가 말했다.
“역시 초경에게 감사의 뜻을 바쳐야 되겠다.”
“어떤 것이 종지를 제창하는 한 구절입니까?”
“초경을 어둡게 하지 말라.”
그 스님이 절을 하고 일어나니, 대사가 또 말했다.
“초경을 어둡게 하지 말라고 그대에게 부탁했는데, 어떤 것이 종지를 제창하는 한 구절인가?”
스님이 대답이 없었다.
다른 이가 물었다.
“문수의 검에도 알아듣지 못할 때에는 어찌합니까?”
“솜씨 있는 사람이 아니다.”
“어떤 것이 솜씨 있는 사람입니까?”
“그대의 말이 바닥이 났다.”
“어떤 것이 초경의 가풍입니까?”
“차라리 청빈을 즐길지언정 혼탁한 부자로서 근심이 많지는 않겠다.”
“어떤 것이 남전南泉의 외가닥 길입니까?”
“그대에게 말하기는 꺼리지 않겠으나 망설인 가운데 또 망설일까 걱정이다.”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일곱 번 쓰러지고, 여덟 번 넘어진다.”
“학인이 생각하는 지혜가 둔하오니, 스님께서 자비를 드리워 외가닥 길을 지시해 주십시오.”
“그것이 노파심老婆心이니라.”
“자비의 꽃이 피어서 거룩하신 자비의 덕을 입게 되었거니와 위로부터 내려오는 종승의 일은 어떠합니까?”
“그렇다면 그대가 직접 물어야 되겠구나.”
대사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를 갔다 오는가?”
“장작을 패고 오는 길입니다.”
“쪼개지지 않는 것도 있던가?”
“있습니다.”
“어떤 것이 쪼개지지 않는 것이던가?”
스님이 대답이 없으니, 대사가 말했다.
“그대가 말을 못하겠거든 나에게 물어라. 내가 말해 주리라.”
“어떤 것이 쪼개지지 않는 것입니까?”
“땅이 흔들려 사람을 거듭 죽이는구나.”
“요동치 않는 것도 있습니까, 없습니까?”
“있다.”
“어떤 것이 요동치 않는 것입니까?”
“흔들림[動]이 동쪽에서 와서 서쪽으로 돌아갔다.”
“법의 비가 두루 뿌려도 젖지 않는 곳이 있습니까?”
“있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젖지 않는 곳입니까?”
“물을 뿌려도 묻지 않는다.”
“어떤 것이 초경招慶의 깊고 깊은 곳입니까?”
“그대까지 몽땅 빠진다.”
“어떤 것이 구중九重 성안의 사람입니까?”
“그대와 함께 알고 듣고 하던가?”
대사가 상당上堂하는데 스님들이 법상을 둘러싸니, 대사가 말했다.
“여기에 아무것도 없는데 여러분이 그렇게 애써서 다그치고 민들 무엇 하려는가. 마음으로 망설이면 벌써 교섭할 길이 없어져서 다시 문 위로 천 리나 만 리를 오른다. 이제 이미 법상에 올라왔으니 모두가 정신을 바싹 차려라. 초경이 한꺼번에 던져 주리라. 준비됐는가?”
대사가 다시 물었다.
“받았는가?”
대중이 대답이 없으니, 대사가 말했다.
“애써도 공이 없구나. 그대들은 이렇게 둔하지만 옛사람을 보건대 하나둘쯤은 퍽이나 영리하여 보기만 하여도 짊어지고 가서 거의 비슷하였다. 만일 그런 사람이 있다면 네 가지 공양뿐 아니라 유리로 땅을 만들고 백은白銀으로 벽을 삼더라도 귀하게 여기지 않고, 제석帝釋이 앞을 인도하고 범왕梵王이 뒤를 부축하고 강을 저어 우유를 만들고 땅을 변화시켜 황금을 만들어도 만족하지 않으리라. 비록 이렇게 되었다 하여도 여전히 한 단계가 남아 있으니, 알겠는가? 잘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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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당開堂하는 날에 대중에게 말했다.
“오늘 이미 법상에 올랐으니 다시 무엇을 숨기랴. 이 숨기지 않는 일을 대중 가운데 누군가가 나를 위해 증명해 주겠는가? 있거든 나와서 나와 함께 좋은 본보기를 만들자.”
이때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고을의 어른이 스님을 청했는데, 어떻게 종지宗旨를 거양하겠습니까?”
대사는 대답했다.
“그대가 딴 곳에 가거든 행여 잘못 전하지 말라.”
“이 좌석은 하늘에서 내려왔습니까, 땅에서 솟았습니까?”
대사가 되물었다.
“이것이 무엇이던가?”
“이 좌석이 높고 넓은데 어떻게 하여야 오릅니까?”
“오늘 하마터면 그대에 의하여 주저앉을 뻔하였다.”
“영산의 한 모임에서는 가섭이 몸소 들었거니와 오늘의 이 모임에서는 누가 듣습니까?”
“나와 같이하는 자는 큰 절개[大節]를 내쳐라.”
“확실히 준수하시군요.”
“가서 물이나 길어다가 찻방에서 써라.”
대사가 또 말했다.
“예전부터 불법을 국왕 대신이나 힘 있는 단월에게 맡겼는데, 오늘 군수와 여러 관원이 특별히 청해 주시니 고마움을 비길 것 없다. 산승山僧에게 마지막 한 구절이 더 남았는데 여러분에게 싸게 팔리라.”
그리고는 대사가 벌떡 일어나서 말했다.
“누가 사려는가? 있거든 나오라. 없거든 천한 돈을 도로 거둬라. 오래 서서 나의 법문을 듣느라고 수고했네.”
대사가 언젠가 상당하여 이렇게 말했다.
“좋은 시절, 좋은 날에 빨리 일러라.”
또 이렇게 말했다.
“대중은 내 앞으로 가까이 와서 나의 으뜸가는 뜻의 설법을 들어라.”
대중이 가까이 다가서니, 대사가 때렸다.
“어떤 것이 학인의 자기自己입니까?”
“눈 위에 서리까지 덮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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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보안의 가풍입니까?”
“묻기야 무엇이 어렵겠는가?”
“어떤 것이 취모검吹毛劍입니까?”
“예장사豫章寺에 무쇠 기둥이 세워졌느니라.”
“학인이 잘 모르겠습니다.”
“장강漳江에 몸소 이르러야 한다.”
“어떤 것이 사문의 행입니까?”
“스승의 머리에 관을 썼다.”
“어떤 것이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죽은 범도 족히 남의 구경거리가 된다.”
“물음과 대답을 번갈아 일으키는데 어떤 것이 보안保安의 사람을 놀라게 하지 않는 구절입니까?”
“그대가 딴 곳에 가면 어떻게 이야기하려는가?”
복주福州 보자원報慈院 광운光雲 혜각慧覺 대사
상당하여 말했다.
“병을 고치는 약은 당나귀에 싣고 올 필요가 없다. 오늘 저녁의 형편에 의하건대 제각기 방에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잘 있어라.”
스님이 물었다.
“듣건대 혜각慧覺 스님께 입을 잠그는 자물쇠의 법문이 있다는데 어떻게 남에게 보이십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내 손에 주장자가 없는 것이 다행인 줄 알아라.”
“그렇다면 거룩한 자비를 많이 입겠습니다.”
“내가 그대를 긍정하도록 기다리면 된다.”
대사가 고을에 들어갔더니, 민왕閩王이 물었다.
“보자報慈와 신천神泉의 거리는 얼마나 됩니까?”
“말로 멀고 가까움을 따지는 것은 직접 가보는 것만 못합니다.”
그리고는 대사가 다시 물었다.
“대왕께서 날마다 천 가지 일에 임하시는데 그게 무슨 마음입니까?”
왕이 대답했다.
“어디서 마음을 얻습니까?”
“어찌 마음 없는 이가 있겠습니까?”
“저쪽의 일은 어떠합니까?”
“저쪽에서 물어 주십시오.”
“스님이 딴 사람을 속인다 하면 되겠군요.”
왕이 물었다.
“대중이 모두 모였으니, 스님께서 거양해 주시기 바랍니다.”
“몇 사람이나 듣지 못한 이가 있나요?”
“그러시다면 올라올 필요가 없었습니다.”
“올라오지 않는 것은 마음대로라 하지마는 그대는 어디서 알려 하나요?”
“장소가 있다면 화상을 저버리는 것입니다.”
“깨끗함과 추함을 가리지 못할까 걱정이오.”
“설법을 하는 이는 법대로 말해야 한다 하니, 이 뜻이 어떠합니까?”
“어디를 잘 모르겠습니까?”
“옛사람이 벽을 향하던 뜻은 무엇입니까?”
대사가 때렸다.
“말에 의하지 않고 지름길로 말씀해 주십시오.”
“무엇 하러 다시 생각하고 분별하겠습니까.”
여산廬山 개선사開先寺 소종紹宗 원지圓智 선사
그는 고소姑蘇 사람이니, 성품이 순박하고 활달하여 범속한 무리에 섞이지 않았다. 어려서 고향의 유수사流水寺에서 스님이 되어 구족계를 받고, 장경長慶에게 입실하여 비밀히 진요眞要를 깨달았다. 처음에는 건주虔州의 요산了山에다 암자를 짓고 20년을 사니, 도덕의 명성이 근원에 퍼졌다.
강남江南의 국주國主 이李씨가 절을 짓고 전법하기를 청하니, 현묘한 법을 배우는 무리가 모여들었다. 나중에 국주가 홍정洪井 지방을 순시하러 나왔다가 몸소 산에 들어와 뵙고 상당하기를 청한 뒤에 스님을 시켜 이렇게 묻게 하였다.
“어떤 것이 최초의 경계입니까?”
“가장 좋은 것은 한 가닥 경계가 청산靑山의 빛을 쪼개는 것이다.”
“어떤 것이 경계 안의 사람입니까?”
“마른 나무를 주워서 포수(布水:폭포의 이름)의 물을 끓인다.”
국주가 더욱 존중히 여겼고, 나중에 산사山寺에서 임종하니, 영탑靈塔이 아직도 남아 있다.
무주婺州 금린金鱗 보은원報恩院 보자寶資 효오曉悟 대사
상당上堂하는 날에 대중이 오래 섰으니, 대사가 말했다.
“여러 형제들이 제각기 산문山門에 왔으나 주인의 입이 편담(匾擔:밀짐)과 같으니, 서로 어긋나게 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오래 대중 속에 있던 형제들은 괴상히 여길 것이 없나니, 참선하여 배우는 안목을 갖춘 이라면 제각기 방으로 돌아가라. 잘 있어라.”
대사가 방장의 터를 닦아 놓으니, 어떤 스님이 물었다.
“방장의 터를 이미 닦았으니, 어떻게 소식을 통하리까?”
대사가 대답했다.
“그러한 물음으로 형제들을 어둡게 하지 말라.”
“어둡게 하지 않는 일이 무엇입니까?”
“청천백일靑天白日이니라.”
“학인은 처음으로 마음을 내었습니다. 스님께서 길을 지시해 주십시오.”
대사가 손뼉을 세워 보이면서 말했다.
“알겠는가?”
“잘 모르겠습니다.”
“한 손바닥으로는 소리를 내지 못한다.”
“어떤 것이 보은報恩의 가풍입니까?”
“그대가 대중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줄을 또한 알겠다.”
“옛사람이 망치를 들거나 불자를 세운 뜻이 무엇입니까?”
“보은의 혀가 끊겨야 마땅하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못난 체해서 무엇 하랴.”
“어떤 것이 문수의 검입니까?”
“모른다.”
“그 한 길에 살아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산승은 그저 하루 두 때의 죽과 밥을 먹을 뿐이다.”
“어떤 것이 눈에 띄는 대로의 보리菩提입니까?”
“등 뒤에 있는 것은 무엇이 서 있는 곳인가?”
“학인이 잘 모르겠습니다. 스님께서 다시 보여 주십시오.”
“그대가 모른다면 주장자를 얼마나 맞아야 되겠는가?”
“어떤 것이 큰 부끄러움을 갖춘 사람입니까?”
“입을 열면 밥을 먹고 다물면 먹지 못한다.”
“그 사람의 행리行履는 어떠합니까?”
“차를 만나면 차를 마시고, 밥을 만나면 밥을 먹는다.”
“어떤 것이 금강金剛의 한 대 화살입니까?”
“무엇이라 말하는가?”
그 스님이 다시 물으니, 대사가 말했다.
“신라국新羅國을 지나갔느니라.”
“물결이 일어나서 솟구치는데 일어나면 반드시 전체가 참되다고 한 옛사람의 뜻이 무엇입니까?”
대사가 꾸짖으니, 스님이 말했다.
“그러면 순서가 틀립니다.”
“그대의 말이 막혔다.”
또 말했다.
“내 말도 막혔다. 그대는 어찌하겠는가?”
스님이 말이 없었다.
어떤 스님이 물었다.
“상과 벌을 떠나서 어떤 것이 취모검吹毛劍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연주延州는 검주劍州와 붙었다.”
“그러면 목숨을 잃겠습니다.”
“전당강錢塘江의 조수[潮]이니라.”
항주杭州 경심사傾心寺 법도法瑫 종일宗一 선사
상당하여 말했다.
“대중들아, 한 구절의 말도 기다리지 않고 그대로 집에 돌아가도 종풍宗風을 이을 자격이 있는가? 누군가가 이 물음에 대답하겠는가? 누군가 대답할 수 있다면 여기서 여러 사람을 비웃을 수 있을 것이요, 대답하지 못한다면 여러 사람이 여기를 비웃을 것이다. 잘 있어라.”
“어찌하여야 진실을 잡아 허탕을 면하겠습니까?”
“그대의 물음이 온당하다면 여러 사람이 모두가 증명할 것이다.”
“이렇게 온 이들이 모두가 장부가 아니라면 이렇지 않게 온 이는 종풍을 이을 자격이 있겠습니까?”
“두 차례 나와서 한 가지를 묻는구나.”
“어떤 사람이 가리겠습니까?”
“파사 파사波斯는 페르시아, 즉 오늘의 이란을 말한다.
가 아기를 기른다.”
“불법의 갈 곳을 스님께서 온전히 보여 주십시오.”
“그대가 한 가지 질문을 온전히 하기만 하라.”
“어째서 이 물음을 다시 들추십니까?”
“그대가 아까 무엇을 물었는가?”
“스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허탕을 칠 뻔하였습니다.”
“도적이 떠난 뒤에 문단속을 하는구나.”
“따로 전하는 한 구절을 어떻게 전해 줍니까?”
“아까운 물음이다.”
“그러면 따로 대답해도 맞지 않겠습니다.”
“그것도 부질없는 말이다.”
“어떤 것이 천자께 뵙지도 않고, 왕후도 부러워하지 않는 사람입니까?”
“매일 세 바늘씩 꿰매어 해가 겹치니 누더기 하나가 되었다.”
“이 옷도 종풍을 계승하겠습니까?”
“까치는 머리 위에 와서 지저귀고, 구름은 눈앞을 스쳐간다.”
“듣건대 옛사람이 말하기를 ‘번뇌를 끊지 않는다’ 하니 이 뜻은 어떠합니까?”
“그것도 남의 업을 발동시킨다.”
“어찌하여야 업을 발동시키지 않습니까?”
“그대의 말이 막혔다.”
“상주고 벌주는 일은 그만두고, 어떤 것이 취모검입니까?”
“법에 맞게 세 차례 절하라.”
대사는 나중에 용책사龍冊寺에 살다가 입적하였다.
복주福州 수륙원水陸院 홍엄洪儼 선사
상당한 뒤에 대중이 모이니, 대사가 자리에서 내려와 향로를 받들고 대중의 앞을 빙빙 돌면서 말하기를 ‘시방의 부처님께 공양합니다’ 하고는 방장으로 돌아갔다.
어떤 스님이 물었다.
“백 가지 시비[百非]와 네 가지 구절[四句]을 떠난 것을 스님께서 힘차게 제창해 주십시오.”
“어디에 빠졌는가?”
“그러시면 인간과 하늘이 믿을 곳이 있겠습니다.”
“똥물을 남에게 뿌리지 말라.”
항주杭州 영은산靈隱山 광엄원廣嚴院 함택咸澤 선사
처음에 보복保福 종전從展 화상을 뵈니, 보복이 물었다.
“그대 이름이 무엇인가?”
“함택咸澤입니다.”
“홀연히 마른 개울을 만나면 어찌하겠는가?”
“누가 마른 개울입니까?”
“내가 그렇다.”
“화상은 사람을 놀리지 마십시오.”
“그대가 도리어 나를 놀리는구나.”
대사가 나중에 장경長慶의 인가를 받고서 광엄도량廣嚴道場에 사는데,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빤히 보고서 바치는 일입니까?”
대사가 선상에서 내려와서 말했다.
“존체尊體와 기거起居는 만복萬福하십니까?”
“만 가지 법과 짝이 되지 않은 이가 누구입니까?”
“성안의 청사루靑史樓요, 구름 위의 고봉탑高峰塔이니라.”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깊은 개울에 물은 맑고, 높은 봉우리에 달이 밝다.”
“어떤 것이 광엄廣嚴의 가풍입니까?”
“한 무더기의 백운과 세 칸의 초막이니라.”
“끝내 어떠합니까?”
“유나維那도 없는데 겸하여 전좌典座까지 없구나.”
“어떤 것이 광엄의 가풍입니까?”
“사자석師子石 앞에서 신령스런 물이 소리를 내고, 계롱산雞籠山 위에 원숭이가 운다.”
복주福州 보자원報慈院 혜랑慧朗 선사
상당하여 말했다.
“위로부터의 성인들이 일대사一大事의 인연을 위해 세상에 나셔서 서로 일러 주셨는데, 그대들 여러분이 알겠는가? 알지 못한다면 퍽 어려운 일이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일대사입니까?”
“잘못 전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 학인은 의심치 않게 되었습니다.”
“티 하나가 눈에 낀 것이야 어찌하겠는가?”
“3세의 부처님들이 모두가 말을 전하는 사람인데 어떤 말을 전하셨습니까?”
“그대는 종자기鍾子期가 아니다.”
“어떤 것이 학인의 안목입니까?”
“다시 모래를 뿌리지 말라.”
복주福州 이산怡山 장경長慶 상혜常慧 선사
어떤 스님이 물었다.
“왕후王侯의 모든 명령으로 이산怡山의 법을 이었는데 입을 막는 말을 스님께서 틀리지 말아 주십시오.”
대사가 대답했다.
“얻었다.”
“그러면 스님의 거룩하신 자비를 받았습니다.”
“잘 하라. 그리고 남을 둔하게 만들지 말라.”
“종풍宗風을 범하지 말고 물의物議를 상하지도 말고, 스님께서 있는 그대로 말씀해 주십시오.”
“오늘 법당을 열지 않았는가?”
“불꽃은 설봉雪峰을 계승하고, 법인法印은 초연히 깨친 이에게 전했으니, 사물을 어기지 않고, 사람을 저버리지 않고, 당처에 있지도 않으면, 지금 무엇을 말하겠습니까?”
“어기고 등지면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여쭌 말씀에 잘 맞으니, 깊고 얕음을 이미 판단했습니다.”
“좋고 나쁨을 알아야 한다.”
복주福州 석불원石佛院 정靜 선사
상당하여 말했다.
“아는 사이에 서로 바친다 하여도 역시 분을 바르는 짓이요, 설사 칠하는 허물을 여읜다 하여도 저버리는 허물은 남는다. 여러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스님이 물었다.
“학인이 화상의 본래 스승을 뵙고자 할 때에는 어찌합니까?”
“동네에 퍼진 말이 있으니 몸소 체험하라.”
“그러면 볼 수 없겠습니다.”
“확실히 나그네 길이 하늘같이 머니, 후문候門 ‘문까지 나아가 문안을 드리고 기다린다’는 뜻이다. 이곳에서는 스님이 가르침을 얻기가 어렵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은 바다같이 깊다.”
처주處州 취봉翠峰 종흔從欣 선사
상당하여 말했다.
“다시는 자리를 펴지 말라. 잘 있어라.”
그리고는 스님에게 물었다.
“알겠는가?”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대가 백장산百丈山에 갔던 줄로 알았다.”
복주福州 침봉枕峰 관음원觀音院 청환淸換 선사
상당하여 말했다.
“여러 선덕禪德들이 오직 각자의 분상에 따라 만일 선을 논하고, 도를 이야기하며, 종풍을 들어 제창하고자 하면, 한 터럭 끝에 한량없는 부처님께서 큰 법 수레를 굴리시고, 한 티끌 속에 보왕寶王의 국토를 나타내며, 부처님의 말씀이나 중생의 말이나 산하대지가 일시에 하는 말이 잠시도 끊이지 않는 것이 마치 비사문毘沙門 천왕이 끝끝내 밖의 보배를 구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이미 이와 같은 가풍이 있거늘 무엇이 부족한가? 다시 다른 사람의 처분을 받지 말라.”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법계의 성품입니까?”
“그대의 몸 안에 만상萬象이 있느니라.”
“어떻게 체득하리까?”
“골짜기에서 메아리를 따라 근본과 끝을 다시 따지지 말라.”
복주福州 동선東禪 계눌契訥 선사
상당하여 말했다.
“일찍이 잠시도 잃지 않고 전체가 드러났다. 이렇게 말한다 해도 역시 분수 밖의 일이다. 이미 그렇게 말할 수 없다면 그대들에게 무엇이라 해야 할까? 말할 자리가 없거나 말을 타지 않는 것 아닌가. 잘못 알지 말라.”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현전現前의 삼매三昧입니까?”
“무엇 하러 다시 말하기를 기다리랴.”
“자기의 일을 밝히지 못했으니, 스님께서 지시해 주십시오.”
“왜 사례하지 않는가?”
“어떤 것이 동선東禪의 가풍입니까?”
“한 사람이 허망을 전하면 만 사람은 실제라고 전한다.”
복주福州 장경원長慶院 홍변弘辯 묘과妙果 대사
어느 날 상당하여 법상 옆에 서서 말했다.
“대중은 각각 방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 알겠는가? 만일 알지 못한다면 산승은 그대들을 속이리라.”
그리고는 법상에 올랐다.
스님이 물었다.
“바다 같은 무리가 구름같이 모였으니, 스님께서 방편문을 열어 진실상眞實相을 보여 주십시오.”
“이것이 방편문이니라.”
“그러면 대중이 귀를 기울이고 듣겠습니다.”
“공연히 귀나 기울여서 무엇 하리오.”
“초각超覺의 남긴 불꽃으로 묘과妙果가 등불을 전했는데 어묵동정語黙動靜을 떠나서는 어떻게 보여줍니까?”
대사가 말하였다.
“괴이 여길 수 있겠는가?”
복주福州 동선원東禪院 가륭可隆 요공了空 대사
처음으로 법당을 여는 날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멀리 구봉장실九峰丈室을 떠나 동선도량東禪道場에 와서 앉으시니, 인간과 하늘이 우러러 봅니다. 바라건대 한 말씀 드리워서 연설해 주십시오.”
“요풍堯風이 천년 부니, 요공了空은 그대에게서 매昧하지 않는다.”
“그러시면 인간과 하늘이 믿을 곳이 있겠습니다.”
“맞는 것 같으나 맞지 않는다.”
“어떤 것이 도입니까?”
“바른 것이 도이니라.”
“어떤 것이 도 안의 사람입니까?”
“분명히 그대에게 말했다.”
대사가 상당하여 말했다.
“힘 덜고 요긴함을 많이 좋아함은 자연히 선타바[仙陀]가 아니니, 메아리나 쫓는 무리라면 방에 가서 불을 쪼이는 것만 못하니라. 잘 있어라.”
어떤 이가 물었다.
“어떤 것이 보현普賢의 제1구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벌써 제2구에 빠졌다.”
복주福州 선종원僊宗院 수빈守玭 선사
어느 날 법당에 오르지 못하매 대중이 방장으로 들어와서 참문하니, 대사가 말했다.
“오늘 저녁에 대중과 함께 빚을 얻어야 되겠다. 누가 빚을 주겠는가? 빚을 주겠다는 이가 없으면 먼저 말하는 사람이 빚을 진다. 잘 있어라.”
스님이 물었다.
“12시 동안 항상 있는 사람도 인간과 하늘의 공양을 받습니까?”
“녹이지 못한다.”
“어째서 녹이지 못합니까?”
“그대가 항상 있기 때문이다.”
“항상 있지 않는 사람은 녹일 수 있습니까?”
“당나귀 해[驢年]에나 되리라.”
스님이 물었다.
“주인도 손님도 없는 말을 대답해 주십시오.”
“주인도 손님도 없는 자리에서 물어라.”
무주撫州 영안원永安院 회열懷烈 정오淨悟 선사
상당하여 대중이 모이니, 좌우를 두리번거리고서 말했다.
“벙어리가 되었으니, 어찌하랴.”
그리고는 이내 방장으로 돌아갔다.
또 어느 날 상당하여 한참 있다가 말했다.
“가엾은 놈이 또 티가 묻었구나.”
또 말했다.
“대중이여, 바야흐로 힘을 써야 할 곳이니, 쉽사리 여기지 말라.”
스님이 물었다.
“이산怡山에서 직접 들으신 한 구절을 스님께서 학인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다음 날 남에게 잘못 이야기하지 말라.”
복주福州 민산閩山 영함令含 선사
처음에 영복원永福院에 살았는데, 상당하여 말했다.
“은혜를 갚으면 은혜가 쌓이고, 원을 쌓으면 원이 원만해진다.”
그리고는 바로 방장으로 돌아갔다.
스님이 물었다.
“이미 묘한 봉우리의 꼭대기[妙峯頂]에 이르렀으면, 누가 벗이 되어 주겠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이르러라.”
“누가 벗이 되겠습니까?”
“차나 마셔라.”
“분명하거늘 알지 못하겠으니, 스님께서 지시해 주십시오.”
“지시하기는 그만두고, 어떤 것이 분명한 일인가?”
“학인이 잘 모르겠습니다. 스님께서 지시해 주시길 거듭 바랍니다.”
“일곱 방망이가 열셋이다.”
신라新羅 구산龜山 화상
대사가 “상국相國인 배휴裵休가 법회를 세우고, 경 읽는 스님에게 묻기를 ‘무슨 경을 보시오?’ 하니, 스님이 대답하기를 ‘무언동자경無言童子經이오’ 했고, 배휴가 다시 묻기를 ‘몇 권이 있는가?’ 하니, ‘두 권이오’ 하였고, 배휴가 다시 묻되 ‘무언無言이라면 어찌 두 권뿐이랴’ 하니 스님이 대답이 없었다”라는 말을 들어 대신 말하였다.
“무언無言의 경지를 논하려면 두 권뿐이겠는가?”
길주吉州 용수산龍須山 자국원資國院 도은道殷 선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보통普通 8년에 양왕梁王의 오해를 받은 이래로 아직껏 풀지 못했다.”
“천 산, 만 산에서 어느 것이 용수산龍須山입니까?”
“천 산, 만 산이니라.”
“어떤 것이 산 속의 사람입니까?”
“마주 보는 사이가 천 리이니라.”
“유有와 무無에 빠지지 않는 길을 스님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그대는 어떻게 물었는가?”
복주福州 상광원祥光院 징정澄靜 선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도道입니까?”
“장안長安이 떠들썩하느니라.”
“위로 향한 일이 어떠합니까?”
“골짜기의 소리에는 만 가지 악기가 연주되고, 늙은 소나무는 오색구름을 편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문하평장사(門下平章事:宰相)는 몇 겹의 궁궐 쪽문을 지나는가?”
양주襄州 취령鷲嶺 명원明遠 선사
처음에 장경長慶에게 참문하니, 장경이 물었다.
“그대의 이름이 무엇인가?”
“명원明遠입니다.”
“저쪽 일은 어떤가?”
대사가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서니, 장경이 말했다.
“그대가 까닭 없이 두어 걸음 물러서 무엇 하려는가?”
대사가 대답이 없으니, 장경이 대신 말했다.
“물러서지 않으면 어찌 명원인 줄 알겠는가?”
대사가 이 말에 진리를 깨달았다.
대사가 나중에 주지가 된 뒤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한 법도 앞에 있는 것이 없어도 응용함에 결함이 없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대사가 손으로 불[火]을 번쩍 들어 세우니, 그 스님이 깨달았다.
항주杭州 보자원報慈院 종괴從瓌 선사
그는 복주福州 사람이니, 성은 진陳씨이다. 어려서 석제石梯에 의하여 스님이 되었다. 처음에는 월주越州의 칭심사稱心寺에 살다가 나중에 보자원報慈院의 주지가 되었다.
어떤 스님이 물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지금 사람이 옛 가르침을 읽어도 마음속의 시끄러움을 면할 수 없다. 마음속의 시끄러움을 면하고자 하면 모름지기 옛 가르침을 보라’ 하니, 어떤 것이 옛 가르침입니까?”
“여시아문(如是我聞:경의 첫머리)이니라.”
“어떤 것이 마음속의 시끄러움입니까?”
“저쪽에서 참새가 우짖는 소리이다.”
대사는 개보開寶 6년 계유癸酉 6월 14일 진시에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문인들에게 뒷일을 부촉한 뒤에 오른쪽으로 누워서 입적했다.
항주杭州 용화사龍華寺 계영契盈 광변廣辯 주지周智 대사
본래 복주福州 황벽산黃蘗山에서 도업을 익히다가 장경長慶에게 법을 깨달았다.
주지가 된 뒤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용화龍華의 경계입니까?”
“푸른 대가 바람을 흔들고, 싸늘한 솔이 달빛을 가린다.”
“어떤 것이 경계 안의 사람입니까?”
“당돌히 굴지 말라.”
“어떤 것이 3세 부처님들의 도량입니까?”
“따로 뵙고 예배하지 말라.”
“그러면 예로부터 이제에 이르겠습니다.”
“지금이 무슨 연대[年中]인가?”
“어떤 것이 황벽산의 주인입니까?”
“그대가 찾아 주어서 고맙다.”
“어떤 것이 황벽산의 경계입니까?”
“용은 폭포 물속에서 우짖고, 구름은 푸른 봉우리 위에 인다.”
앞의 항주杭州 용책사龍冊寺 도부道怤 선사의 법손
월주越州 청화산淸化山 사눌師訥 선사
스님이 물었다.
“12시 가운데 어떻게 마음을 써야 의혹이 없게 되겠습니까?”
“좋다.”
“그러면 스님을 만나겠군요.”
“잘 있어라.”
어떤 스님이 와서 절을 하니, 대사가 말했다.
“그대도 잘 물었고, 나도 잘 대답했다.”
“그러면 대중이 오래 섰어야 되겠습니다.”
“대중은 왜 짓누르는가?”
“상과 벌을 떠나서 어떤 것이 취모검吹毛劍입니까?”
“전당강錢塘江에 떠 있는 좋은 나룻배이니라.”
“어떤 것이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매우 신선하구나.”
구주衢州 남선南禪 우연遇緣 선사
철각鐵脚이라 불리는 속인 선비가 말을 탔는데, 어떤 스님이 대사에게 물었다.
“철각이라면서 왜 말을 탔을까요?”
“허리띠를 맨 것은 배가 아프기 때문이 아니요, 머리에 복건幞巾을 쓴 것은 머리가 추워서가 아니다.”
어떤 속가의 관리가 물었다.
“화상은 이처럼 후생後生이신데 어째서 존숙尊宿이라 불리십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천년을 묵어도 역시 정수리가 붉은 학이라 불리고, 아침에 났더라도 봉황의 새끼이니라.”
대사가 어느 때 이렇게 말했다.
“이 일은 이토록 말하기 어렵구나.”
어떤 스님이 나서서 물었다.
“스님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목주睦州의 개울 이끼[溪苔]요, 금군錦軍의 돌버섯[石耳]이니라.”
복주復州 자복원資福院 지원智遠 선사
그는 복주福州의 연강連江 사람이니, 어릴 때 출가하여 협산峽山의 관음원觀音院에 가서 법선法宣 선사에 의하여 머리를 깎고, 구족계를 받은 뒤에 부지런히 시봉을 하면서 경전 외우기에 전념하였다.
어느 날 법선 선사가 말했다.
“그대의 큰 근기를 살피건대 큰일을 맡을 만하거늘, 어찌 두루 참문하여 다니질 않고 이곳에만 머물러 있는가?”
대사는 결국 그곳을 떠나 제방으로 다니다가, 월주越州의 경청사鏡淸寺에 가서 순덕順德 대사에게 절하고 물었다.
“어떤 것이 부처님들께서 몸을 나타내시는 곳입니까?”
순덕이 대답했다.
“여러 사람이 모두 알고자 한다.”
“그것은 여러 사람의 눈을 속이기 어렵습니다.”
“이치로는 표범[豹]도 잡을 수 있다.”
대사가 이 말에 현묘한 이치를 깨달았다.
주周의 현덕顯德 3년 병진丙辰에 복주復州 자사刺史가 관원들과 스님들과 도교인을 거느리고 와서 자복원資福院에서 개당 설법을 해달라고 하였다.[사람들은 동선원東禪院이라고도 하였다.]
이때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스님은 누구의 곡조를 부르시며, 누구의 법을 이으셨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설령봉雪嶺峰 앞의 달이 경호鏡湖의 물결 속에 밝게 비친다.”
“부처님들이 세상에 나시면 하늘에서 네 가지 꽃을 뿌리고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는데, 오늘날 화상의 회상에는 어떤 상서가 있습니까?”
“한 물건도 나기 전에 전체가 드러나니, 눈앞의 광채를 뉘라서 알리오.”
“어떤 것이 바로 보여 주는 한 구절입니까?”
“이것이 무엇인가?”
대사가 또 말했다.
“알겠는가? 알았거든 지금 당장에 끝나거니와 알지 못했거든 티끌이나 모래같이 많은 겁을 지내리라. 오직 여러 성현들의 분수에 의하건대 옛 부처님의 밝고 드러난 마음자리가 나타나서 하늘과 땅에 두루하고 삼라만상이 자기의 가풍이며, 부처와 중생이 본래 차별이 없고 열반과 생사가 허망한 것이며, 본 성품의 바닥은 참되고 항상하여 닦아 증득할 필요가 없느니라.”
대사가 또 말했다.
“이 일이 밝게 드러난 것을 알고자 하면 한 치의 풀도 덮이지 않았으니, 바로 알아서 취하면 가장 힘이 덜리는 길이니라.”
대사가 이와 같이 대중을 가르치기를 20여 년이 지나서 태평흥국太平興國 2년 정축丁丑 9월 16일에 종을 치고 대중에게 하직을 알리더니, 27일 진시辰時가 되어 태연히 앉아서 열반에 들었다. 수명은 83세요, 법랍은 63세였다.
앞의 장주漳州 보은원報恩院 회악懷岳 선사의 법손
담주潭州 묘제원妙濟院 사호師浩 전심傳心 대사
일찍이 침주郴州의 향산香山에 살았는데, 어떤 스님이 물었다.
“망설이면 둘째요, 망설이지 않으면 셋째라 하니, 어떤 것이 첫째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거둬라.”
“옛사람이 팔을 끊은 것은 무엇을 위한 것입니까?”
“내가 차라리 팔을 끊으리라.”
“어떤 것이 학인의 안목입니까?”
“나의 좋은 마음씨를 알아야 한다.”
“어떤 것이 향산香山의 검입니까?”
“다르다.”
“드러나는 것이겠습니까?”
“차마 볼 수 없다.”
“어떤 것이 송문松門의 제1구句입니까?”
“절대로 잘못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어떤 것이 묘제妙濟의 가풍입니까?”
“좌우 사람들이 너무 많다.”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두 입에 한 혀도 없느니라.”
“어떤 것이 향산의 외길입니까?”
“도도滔滔한 대지이다.”
“이른 이는 어떠합니까?”
“그대의 평생을 쉬게 한다.”
“어떤 것이 세존의 비밀한 말씀입니까?”
“아난도 잘 몰랐다.”
“어째서 몰랐습니까?”
“선타바 아닌 것이 없느니라.”
“어떤 것이 향산의 보배입니까?”
“눈알 푸른 호인胡人도 감정하기 어려우니라.”
“드러난 것은 어떠합니까?”
“용왕이 두드려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스님이 와서 성승聖僧의 등상을 범이 물어갔다는 소식을 전하고 이어 물었다.
“이미 성승聖僧이면서 왜 범에게 물려갔습니까?”
“천하 사람을 의심케 했구나.”
“어떤 것이 부끄러움 없는 사람입니까?”
“그대는 몽둥이를 맞아야겠다.”
앞의 복주福州 고산鼓山 신안神晏 국사의 법손
항주杭州 천축산天竺山 자의子儀 심인心印 수월水月 대사
그는 온주溫州 낙청현樂淸縣 사람이니, 성은 진陳씨이다. 처음에 제방으로 다니다가 고산鼓山을 뵙고 물었다.
“자의子儀가 3천 리 밖에서 멀리 법석을 찾아와서 오늘 때 아닌 때에 올라왔으니, 스님께서 때 아닌 대답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고산이 대답했다.
“그대를 둔하게 만들 수는 없다.”
“힘 덜리는 곳이 어떠합니까?”
“그대는 왜 헛힘을 들이는가?”
대사가 이로부터 법을 깨닫고, 바로 절중浙中으로 갔다. 이에 전충의왕錢忠懿王이 그의 명성을 듣고 나한원羅漢院과 광복원光福院, 두 도량에서 법을 펴게 하니, 대중이 몰려들었다.
대사가 상당하여 이렇게 말했다.
“대중들이여, 너무 오래 섰구나. 무엇을 기다리는가? 들추어내기는 어렵지 않으나 도리어 선덕들을 그르쳐서 돌아갈 길을 더욱 미혹시킬까 걱정이다. 날씨가 추운데 조심해라. 잘 있어라.”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위로부터 전해 오는 일입니까?”
“머물러라.”
“어떻게 천거[薦]하리까?”
“아깝게도 용두사미가 되었구나.”
어떤 스님이 절을 하고 일어나서 질문을 시작하려는데 대사가 말했다.
“그만두는 것이 어떻겠는가?”
그래도 그 스님이 물었다.
“흥공興工의 자식과도 가까워질 분수가 있습니까?”
“바둑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다가 도끼 자루 썩는 줄은 몰랐다.”
“어떤 것이 유마維摩의 잠잠함입니까?”
“비방하는구나.”
“문수는 어째서 칭찬하였습니까?”
“같은 죄목으로 귀양을 보내리라.”
“유마는 어찌 생겼었습니까?”
“머리에 석 자 수건이요, 손에는 한 개의 불자拂子이니라.”
“어떤 것이 부처님들께서 세상에 나시는 자리입니까?”
“큰 바다 속에 별똥 같은 불 한 덩이니라.”
“학인이 잘 모르겠습니다.”
“어룡魚龍들을 몽땅 다 태운다.”
“단하丹霞가 나무 불상을 태운 뜻이 무엇입니까?”
“추우면 화롯가에서 이글거리는 불을 쪼이고 싶었다.”
“허물이 있겠습니까?”
“더욱이 대밭 곁의 개울가에 앉고 싶었다.”
“어떤 것이 법계法界의 정의로서 가장 높은 것입니까?”
“9월 9일이면 절강浙江에 조수가 드느니라.”
“다른 것은 묻지 않거니와 어떤 것이 광복光福의 문하에서 비로자나를 초월하고 석가를 지나치는 사람입니까?”
“다른 것은 몽땅 그에게 헌납하라.”
“그러면 평생이 다행스럽겠습니다.”
“다행스러울 일이 무엇인가?”
그 스님이 어리둥절하니 대사가 할을 하였다.
대사가 하당下堂하려는데 어떤 스님이 물었다.
“하당下堂의 법문을 한 구절 들려주십시오.”
“발걸음을 옮겨 벌써 서쪽 나라로 돌아갔거늘 이 산에서는 공연히 늙은 원숭이만 울고 있다.”
“고산鼓山에게는 북을 만들고, 기를 빼앗는 설법이 있다는데 스님은 어떠하십니까?”
“항복한 장수는 죽이지 않는다.”
“혹시 훌륭한 장수를 만나면 어찌하시겠습니까?”
“그대의 외로운 영혼을 달래기 위하여 그대에게 석 잔을 부어 올린다.”
“세존께서 입멸하신 뒤에 어디로 돌아가셨습니까?”
“학림鶴林은 공연히 빛만 변했고, 참다운 돌아감은 돌아가는 곳이 없느니라.”
“스승께서는 어디로 가시렵니까?”
“붉은 열매는 거센 바람에 쓰러지고, 무성한 잎들은 맑은 가을에 떨어진다.”
“스님께서 열반하신 뒤에는 어디로 돌아가시겠습니까?”
“그대가 지금 나의 돌아갈 곳을 알고자 한다면 동서남북에서 버들이 실을 이룬다.”
“어떻게 수행하여야 도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까?”
“시를 읊을 때에는 발을 높이 걷고, 낮잠을 잔 뒤에는 차를 진하게 다려라.”
대사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옹희雍熙 3년에 입적하니, 문인들이 사리를 거두어 탑을 세웠다.
건주建州 백운白雲 지작智作 진적眞寂 선사
그는 영정永貞 사람이니, 성은 주朱씨이다. 얼굴이 서역의 스님과 같았다. 고산鼓山 국사에 의하여 머리를 깎고 24세에 구족계를 받았다.
어느 날 고산이 상당하여 대중을 부르니, 대중이 모두가 눈망울을 굴렸다. 이에 고산이 옷자락을 풀어 보이니 대중이 모두가 어리둥절하거늘, 대사만이 그 뜻을 깨닫고 입실하여 인가를 받았다. 또 참문하는데 고산이 가까이 오라 해놓고 물었다.
“남전南泉이 원주院主를 부른 뜻이 무엇인가?”
대사가 손을 모으고, 단정한 얼굴로 뒤로 물러서니, 고산이 흔연히 기특하게 여겼다. 이로부터 오吳와 초楚지방으로 다니다가 다시 민천閩川으로 돌아와서 처음에는 남봉南峰에 살았고, 다음은 건주建州의 백운원白雲院에 살았다.
대사가 상당하여 말했다.
“누가 종승宗乘 안에서 한 가지 물음을 일으키겠는가? 내가 종승 안에서 대답하기를 기다리리라.”
이때에 어떤 스님이 절을 하고 겨우 일어나니, 대사는 곧 방장으로 돌아갔다.
어떤 이가 물었다.
“어떤 것이 마른 나무 속에서 용龍이 우는 것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불 속에서 연꽃이 솟느니라.”
스님이 또 물었다.
“어떤 것이 해골바가지의 눈알입니까?”
“진흙 소가 물에 들어갔다.”
“어떤 것이 주인 가운데의 주인입니까?”
“그대는 안목을 갖추었는가?”
“그러면 학인은 큰방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원숭이가 부대 속에 들었구나.”
“어떤 것이 연평延平의 나루터입니까?”
“만고萬古의 긴 강이 유유히 흐른다.”
“어떤 것이 연평의 검입니까?”
“빨리 물러서라.”
“나루터와 검이 같습니까, 다릅니까?”
“안타까운 사람이구나.”
건우乾祐 2년 기유己酉에 강남江南 국주國主 이李씨가 봉선奉先으로 청해 살게 하고 자의紫衣와 국사의 호를 하사하였다. 상당한 뒤에 대중이 귀를 기울이고 있으니, 대사가 말했다.
“속였다. 알겠는가? 옛날 영산회상에 많은 대중이 있었지만 가섭만이 직접 들었다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오늘 외람되게 국왕의 은총을 받아 으뜸가는 가르침을 드날리게 되니, 영산회상과 다를 것이 없다. 이미 영산회상과 다를 것이 없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겠는가? 옛날과 지금을 혼동하지 말고 다만 너나없이 정신을 차려서 모두가 이게 무슨 도리인가를 살펴라.”
어떤 스님이 물었다.
“영산회상이 지금의 모임과 다르지 않다면 직접 듣는 일은 어떠합니까?”
“다시 이야기해 보라.”
“그러시면 인간과 하늘 무리가 믿을 곳이 있겠습니다.”
“그대는 어떻겠는가?”
“어지신 국왕이 청하여 법석을 크게 여시니,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을 어떻게 지시하시렵니까?”
“분명히 기억해 둬라.”
“끝내 화상을 저버리지는 않겠습니다.”
“그래도 틀렸다.”
다른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봉선奉先의 경계입니까?”
“마음대로 살펴보라.”
“어떤 것이 경계 속의 사람입니까?”
“무례하게 굴지 말라.”
“어떤 것이 봉선의 가풍입니까?”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러시면 대중은 믿을 곳이 있겠습니다.”
“그대에게 무슨 관계가 되는 일인가?”
“어떤 것이 사람을 위하는 한 구절입니까?”
“봉선奉先이 아니면 말하지 못하리라.”
고산鼓山 지엄智嚴 요각了覺 대사[제2세 주지]
상당하여 말했다.
“말이 많으면 더욱 말이 많아져서 원래부터 서로 반대되는 것이다. 잘 있어라.”
이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석문石門의 어구語句 문턱에 걸어 서서 묻는 말이다.
를 감히 묻지 못하겠거니와 스님의 방편을 청합니다.”
“돌기둥[露柱] 돌로 기둥을 깎아서 한데다 세운 것을 말한다.
에게 물어라.”
“국왕이 세상에 나시면 세상이 조용한데 법왕이 세상에 나오시면 어떤 은덕이 있습니까?”
“알겠는가?”
“다행히 밝은 조정을 만났으니, 감히 받들어 올릴 기회를 얻었습니다.”
“토해 버려라.”
“절을 하지 않았던들 하마터면 구멍 없는 무쇠 망치가 될 뻔하였습니다.”
“구멍 없는 무쇠 망치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복주福州 용산龍山 지숭智嵩 묘공妙空 대사
상당하여 말했다.
“이렇듯 저절로 분명하거늘 그러한 마디를 만들어서 무엇 하겠는가. 거기에 이르러서는 문득 바다를 이루고, 문득 군말이 되고, 문득 티가 되거니와 이렇게 허다한 사건이 없을 때에는 어떠한가?”
어떤 스님이 물었다.
“옛 부처님께서 교화하시던 법을 지금의 조사가 중흥하시니, 인간과 하늘이 서원 뜰에 몰려왔습니다. 그들에게 어떻게 보여 주시겠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대중을 저버릴 수도 없다.”
“그러시면 인간과 하늘들이 잘못 간청하지 않고, 범부의 마음이 당장에 부처의 마음으로 바뀌게 하겠습니다.”
“그대는 어떠한가?”
스님이 뒤로 물러서서 절을 하고 대중의 위아래의 좌석을 따라 가니, 대사가 말했다.
“나는 그대를 알았다.”
천주泉州 봉황산鳳凰山 강彊 선사
어떤 스님이 물었다.
“등불은 고산의 것을 전했고, 도덕은 온릉溫陵 지방에서 으뜸이니, 석문石門에 걸터앉지 않고 소식을 통해 주십시오.”
대사가 대답했다.
“오늘이 아니었더라면 가슴을 쥐어박아서 내쫓았을 것이다.”
“그러시면 오늘에는 사자후를 직접 들었다가 다음 날에는 끝내 봉황이 되겠습니다.”
“또 그 속에서 사람에게 흙탕물을 끼얹는구나.”
“흰 물결이 하늘 끝까지 솟구치는데 어떤 사람이 허공에 머물러 있겠습니까?”
“고요한 밤에 요堯의 북소리를 생각하다 머리를 돌리어 순舜의 거문고를 듣는다.”
복주福州 용산龍山 문의文義 선사
상당하여 말했다.
“만일 종승을 들추면 선원이 적막해서 황폐할 것이요, 자세히 묻기를 보류한다면 다시 어느 시절을 기다리랴. 누군가가 자세히 알겠는가? 나와서 시험해 보라. 아무도 없다면 허탕을 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인간의 왕입니까?”
“그의 위풍에 사람들이 모두 떤다.”
“어떤 것이 법왕입니까?”
“한마디의 법령이 당장에 시행된다.”
“두 분 왕이 다릅니까, 다르지 않습니까?”
“아까 무어라 했던가?”
복주福州 고산鼓山 지악智岳 요종了宗 대사
그는 복주福州 사람이니, 처음에 제방으로 다니다가 악주鄂州에 가서 황룡黃龍에게 물었다.
“황룡의 소문을 들은 지 오랜데, 와서 보니 오직 얼룩 뱀만 보이는군요.”
황룡이 말했다.
“그대는 얼룩 뱀만을 보고, 황룡을 보지 못하는구나.”
“어떤 것이 황룡입니까?”
“도도滔滔한 대지大地이니라.”
“홀연히 금시조金翅鳥를 만나면 어찌합니까?”
“생명을 보전하기 어렵다.”
“그러면 그에게 잡혀 먹히겠군요.”
“그대의 공양에 감사한다.”
대사가 당장에 깨닫지 못하고, 이내 수업산受業山으로 돌아와서 국사國師 화상을 뵙자 미세한 뜻을 깨닫고, 산문을 위하여 제3세 주지가 되었다.
대사는 상당하여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만일 온전히 종승宗乘을 드날리면 그대들이 어떻게 알아들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그대들에게 말하기를 ‘고금이 항상 드러나고, 체體와 용用이 방해하지 않는다’ 하노라.”
스님이 물었다.
“다른 것은 묻지 않거니와 어떤 것이 왕의 종족에 탄생하는 것입니까?”
“금 가지와 옥 잎사귀는 같지 않나니, 이것이 무엇이겠는가?”
“그러면 동중同中 본래는 ‘매개인媒介人과 함께’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요종了宗 대사를 가리킨다.
은 다른 것을 얻지 않겠습니다.”
“다를 수 없는 일이 어떠한가?”
“금 가지가 어찌 계속할 수 있겠습니까?”
“역시 문밖의 이야기구나.”
“허공도 작용을 할 줄 알겠습니까?”
대사가 주장자를 번쩍 들면서 말했다.
“이 스님이 때리기를 좋아한다.”
스님이 말이 없었다.
양주襄州 정혜定慧 화상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부처님이 위로 향하는 일입니까?”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다.”
“학인은 잘 모르겠습니다.”
“따져서 묻는 것이 무방하다.”
“때와 기틀과 작용을 빌리지 않고 어떻게 조종祖宗의 법을 이야기하겠습니까?”
“그대도 부끄러움을 갖추었는가?”
스님이 할을 하니, 대사는 말이 없었다.
복주福州 고산鼓山 청악淸諤 종효宗曉 선사
수업受業 화상[고산鼓山의 제4세 주지]에게 법을 받았다.
어떤 스님이 물었다.
“죽은 스님이 떠나서 어디로 갑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날씨가 추워서 손을 내밀지 못한다.”
금릉金陵 정덕도량淨德道場 충후沖煦 혜오慧悟 선사
그는 복주福州 사람이니, 성은 화和씨이다. 어려서 누린내와 비린내를 싫어하여 스스로 출가하기로 맹서하고 고산鼓山에 올라가 머리를 깎고 법을 얻어 수기를 받았다. 나이 24세에 홍주洪州 풍성豊城에서 대중을 위해 법을 펴니, 사람들이 소장로小長老라 하였다.
주周의 현덕顯德 때에 강남江南 국주國主가 광목光睦으로 청해 살게 하니,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큰 길입니까?”
“나에게는 작은 길도 없다.”
“어떤 것이 작은 길입니까?”
“나는 큰 길이 있는 줄 모른다.”
대사는 이어 여산廬山의 개선사開先寺에 살다가 나중에는 정덕淨德에 살았는데 두 곳에서 모두 대중을 모아 설법하였다. 개보開寶 8년에 입적하였다.
금릉金陵 보은원報恩院 청호淸護 선사
그는 복주福州의 장락長樂 사람이니, 성은 진陳씨이다. 여섯 살에 부모를 하직하고 고산鼓山에 의해 스님이 되었다가 16세에 계를 받고 국사의 말에 참된 취지를 깨달았다. 국사가 입적하신 뒤에 건주建州의 백운白雪에 가니, 민수閩帥인 왕王씨가 황제께 아뢰어 자의紫衣와 숭인崇因 대사라는 법호를 하사받게 하였다.
진晋의 천복天福 8년에 금릉金陵이 군사를 일으키니 건성建城에 들어왔다. 이때에 통군統軍인 사원휘査元徽가 절로 왔고 이에 대사가 나와서 반겨 맞이하니, 사査씨가 물었다.
“여기서 만나 뵈니, 어떠합니까?”
“어지러우신 장군이오 그려.”
나중에 사씨가 대사를 청해 금릉으로 돌아가니, 국주가 장경원長慶院에 살면서 대중을 거두라 명하였다.
주周의 현덕顯德 초에 건주建州로 물러가서 암자를 세우니, 이때에 절도사節度使인 진회陳誨가 현친보은선원顯親報恩禪苑을 짓고 주지가 되어 주기를 간절히 청했다.
처음 개당하는 날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부처님들께서 세상에 나오시면 하늘에서 꽃이 떨어지는데, 화상께서 세상에 나실 때에는 어떤 상서가 있습니까?”
대사가 말했다.
“어제 첫 천둥이 치더니, 오늘 아침에는 가랑비가 뿌리는구나.”
“어떤 것이 부처님들의 현묘한 뜻입니까?”
“짚신과 나막신이니라.”
개보開寶 3년 5월에 강남의 후주後主가 다시 보은報恩과 정덕淨德, 두 도량에 들어와 왕래하면서 설법해 달라 하고, 호를 묘행妙行 대사라 고쳤다.
그 해 11월에 병이 나니, 미리 국주國主에게 하직했다. 그달 20일 새벽에 종을 치고 대중을 모아 뒷일을 부촉한 뒤에 엄연히 앉아서 입적하니, 수명이 50여 세요, 법랍은 40세였다.
국주가 후하게 예우해서 다비를 하고, 사리 3백여 개와 뼈를 거두어 건주建州 계족산鷄足山의 와운원臥雲院에 탑을 세웠다. 대사는 풍골이 수려하고, 품행이 청초하며, 20년 동안 비단을 입지 않고 오직 무명만을 입었으며, 말솜씨가 유창하여 간 곳마다 대중의 우두머리에 섰다. 다섯 곳에서 설법한 어록과 게송은 모두 따로 세상에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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