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경전 유교 경전 도교 경전

경덕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전등록 번역, 불경, 불교경전, 선문답, 화두 (7)

일이삼선생 2023. 6. 3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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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제22권






  길주吉州 청원산靑原山 행사行思 선사의 제7세 법손 ② 

항주杭州 용화사龍華寺 영조靈照 선사의 법손 7인
태주台州 서암瑞巖 사진師進 선사
태주台州 육통원六通院 지구志球 선사
항주杭州 운룡원雲龍院 귀歸 선사
항주杭州 여항餘杭 공신원功臣院 도한道閑 선사
구주衢州 진경鎭境 우연遇緣 선사
복주福州 보국원報國院 조照 선사
태주台州 백운白雲 내迺 선사
  [이상 7인은 기록에 보임]

명주明州 취암翠巖 영참令參 선사의 법손 2인
항주杭州 용책사龍冊寺 자흥子興 선사
온주溫州 불오佛㠗 지묵知黙 선사
  [이상 2인은 기록에 보임]
복주福州 안국원安國院 홍도弘瑫 선사의 법손 9인
복주福州 백록白鹿 사귀師貴 선사
복주福州 나산羅山 의총義聰 선사
복주福州 안국安國 종귀從貴 선사
복주福州 이산怡山 장용藏用 선사
복주福州 영륭永隆 언단彦端 선사
복주福州 임양林陽 지단志端 선사
복주福州 흥성興聖 만滿 선사
복주福州 선종僊宗 명明 선사
복주福州 안국安國 상祥 화상
  [이상 9인은 기록에 보임]

장주漳州 보복원保福院 종전從展 선사의 법손 25인
천주泉州 초경招慶 성등省僜 선사
장주漳州 보복保福 가주可儔 선사
서주舒州 백수白水 여신如新 선사
홍주洪州 장강漳江 혜렴慧廉 선사
복주福州 보자報慈 문흠文欽 선사
천주泉州 만안萬安 청운淸運 선사
장주漳州 보은報恩 희熙 선사
천주泉州 봉황산鳳凰山 종침從琛 선사
복주福州 영륭永隆 영瀛 화상
홍주洪州 청천산淸泉山 수청守淸 선사
장주漳州 보은원報恩院 행숭行崇 선사
담주潭州 악록嶽麓 화상
낭주朗州 덕산德山 덕해德海 화상
천주泉州 후초경後招慶 화상
낭주朗州 양산梁山 간簡 선사
홍주洪州 건산建山 징澄 선사
복주福州 강산康山 계온契穩 선사
담주潭州 연수延壽 혜륜慧輪 대사
천주泉州 서명西明 침琛 선사
  [이상 19인은 기록에 보임]
복주福州 승산升山 유柔 선사
복주福州 침봉枕峰 화상
낭주朗州 법조法操 선사
양주襄州 취령鷲嶺 화상
목주睦州 경련敬連 화상
담주潭州 곡산谷山 구句 선사
  [이상 6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남악南嶽 금륜金輪 관觀 선사의 법손 1인 
후형악後衡嶽 금륜金輪 화상
  [1인은 기록에 보임]

천주泉州 수룡산睡龍山 도부道溥 선사의 법손 1인
장주漳州 보복원保福院 청활淸豁 선사
  [1인은 기록에 보임]

소주韶州 운문산雲門山 문언文偃 선사의 법손 25인
소주韶州 백운白雲 상祥 화상
낭주朗州 덕산德山 연밀緣密 선사
담주潭州 남대南臺 도준道遵 선사
소주韶州 쌍봉산雙峰山 경흠竟欽 화상
소주韶州 자복資福 화상
광주廣州 황운黃雲 원元 선사
광주廣州 용경龍境 윤倫 선사
소주韶州 운문雲門 상爽 선사
소주韶州 백운白雲 문聞 화상
소주韶州 피운披雲 지적智寂 선사
소주韶州 정법淨法 장章 화상
소주韶州 온문산溫門山 만滿 선사
악주岳州 파릉巴陵 호감顥鑒 대사
연주連州 지장地藏 혜자慧慈 대사
영주英州 대용大容 인諲 선사
광주廣州 나산羅山 숭崇 선사
소주韶州 운문雲門 보寶 선사
영주郢州 임계臨谿 경탈竟脫 화상
광주廣州 화엄華嚴 혜慧 선사
소주韶州 순봉舜峰 소韶 화상
수주隨州 쌍천雙泉 사관師寬 선사
영주英州 관음觀音 화상
소주韶州 임천林泉 화상
소주韶州 운문雲門 후煦 화상
익주益州 향림香林 징원澄遠 선사
  [이상 25인은 기록에 보임]
행사行思 선사의 제7세 ②

앞의 항주杭州 용화사龍華寺 영조靈照 선사의 법손

태주台州 서암瑞巖 사진師進 선사
상당上堂하여 대중과 오래 섰다가 말했다.
“이미 깨달아서 지니고 있는 여러 선덕禪德들에게는 미안하다. 만일 소리를 쫓고 메아리를 들으려 하는 자라면 방에 돌아가서 불을 쪼이는 것만 못하다. 안녕[珍重].”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서암瑞巖의 경계입니까?”
“겹겹이 막힌 산봉우리가 남쪽으로 멀리 뻗어 왔고, 북쪽을 향한 서울은 지척 사이에 있다.”
“어떤 것이 경계 안의 사람입니까?”
“만 리의 흰 구름이 서악瑞岳에 조회朝會하고, 미미한 보슬비가 주렴 앞을 씻는다.”
“어찌하여야 그 사람을 가까이할 수 있습니까?”
“나는 그대가 직접 방에 든 줄 알았더니, 여전히 만 겹의 관문이 막혔구나.”

태주台州 육통원六通院 지구志球 선사
어떤 스님이 물었다.
“온몸에 칼을 찼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떨어졌다.”
“상대하는 이는 어떠합니까?”
“하늘을 그을리고 땅을 굽는다.”
“어떤 것이 6통通의 경계입니까?”
“눈에 가득한 강산을 멋대로 보거라.”
“어떤 것이 경계 속의 사람입니까?”
“옛과 지금[古今]이 스스로 오고 간다.”
“두 길을 여의고서 향상의 길이 있습니까?”
“있다.”
“어떤 것이 향상의 일입니까?”
“운수납자들이 천 무리, 만 무리이구나.”
“취의毳衣를 입은 현도(玄徒:현묘한 이치를 구하는 무리)에게 스님께서 지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홍로(紅罏:붉은 술독)는 안문관雁門關에 떨어지지 않는다.”
“어떤 것이 홍로가 안문관에 떨어지지 않는 것입니까?”
“푸른 하늘이 어찌 사람들이 잡는다고 인색하게 굴겠는가?”
“그런 줄 모르는 이도 있습니까?”
“있다.”
“어떤 것이 모르는 이입니까?”
“금방(金牓:게시판)에 이름이 없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1만萬의 집마다 보름달이 밝다.”
“어떤 것이 제2의 달입니까?”
“산하대지山河大地이니라.”


항주杭州 운룡원雲龍院 귀歸 선사
어떤 스님이 물었다.
“오랫동안 싸움터에 있었는데 왜 공명을 이루지 못합니까?”
“허물은 이쪽에 있다.”
“나아갈 곳이 있겠습니까?”
“얼음이 녹고 기와가 부서진다.”

항주杭州 여항餘杭 공신원功臣院 도한道閑 선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공신의 가풍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속인은 동쪽에 서고, 중들은 서쪽에 선다.”
“어떤 것이 학인의 자기自己입니까?”
“그대와 같고, 나와 같다.”
“그러면 둘이 아니겠습니다.”
“10만 8천이니라.”

구주衢州 진경鎭境 우연遇緣 선사
어떤 스님이 물었다.
“여러 사람이 금을 일구면 누가 얻습니까?”
“개울가에서 모래를 헤치면 헛수고를 할 뿐이다. 집안에 보물이 있으니 속히 돌아가라.”
“그러면 시종일관 남에게서 얻는 것은 아니겠습니다.”
“설사 그대가 산을 메는 힘이 있다 하여도 어깨에 짊어지는 것은 면할 수 없다.”
복주福州 보국원報國院 조照 선사
상당하여 말했다.
“내가 만일 기틀을 온전히 하면, 그대들은 어디를 향해 찾겠는가? 대체로 근기가 고르지 않아서 문득 부끄러움을 갖추지 않게 된 것이니, 알겠는가? 지금 여러분을 위해 들어갈 문과 길을 만들어 주리라.”
그리고는 승상繩床을 두세 차례 두드리고 말했다.
“보았는가? 들었는가? 보았으면 본 것이고, 들었으면 들은 것이니, 의식 속에서 따지고 헤아려서 망상전도妄想顚倒를 이루지 말라. 벗어날 기약이 없다. 안녕.”

불탑佛塔이 벼락을 맞은 일로 인하여 어떤 사람이 물었다.
“불조佛祖의 탑이 어째서 벼락을 맞습니까?”
“영통한 하늘의 작용이니라.”
“이미 영통한 하늘이라면 어째서 불탑에 벼락을 칩니까?”
“어느 곳에서 작용하였기에 불탑을 보았는가?”
“그렇지만 낭자하게 어질러진 것이야 어찌하겠습니까?”
“무엇을 보았는가?”

태주台州 백운白雲 내迺 선사
스님이 물었다.
“형산荊山에 옥이 있지만 보배가 아니니, 주머니 속에 있는 진짜 금을 한마디 일러 주십시오.”
“우리 집은 가난하다.”
“자비는 어디다 두셨습니까?”
“공연히 도자道者의 명예를 부끄럽게 만드는구나.”

앞의 명주明州 취암翠巖 영참令參 선사의 법손 

항주杭州 용책사龍冊寺 자흥子興 명오明悟 대사
스님이 물었다.
“바른 지위[正位] 안에서도 부처를 이루는 사람이 있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누가 중생인가?”
“그러면 모두가 부처를 이루겠습니다.”
“나의 바른 지위를 돌려다오.”
“어떤 것이 바른 지위입니까?”
“그대는 중생이다.”
“어떤 것이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배입니까?”
“변화卞和 초楚나라의 사람. 박옥璞玉을 얻어 초의 왕[楚王]에게 헌상했으나 가짜라고 해서 왼쪽다리가 잘렸다. 다음 무왕武王 때 다시 헌상했으나 이번에는 오른쪽 다리가 잘렸다. 뒤에 문왕文王이 즉위하여 기술자로 하여금 박옥을 다듬게 하여 보석을 얻었다고 한다.
가 공연히 박옥璞玉을 안았다.”
“홀연히 초왕楚王을 만나면 진상하겠습니까?”
“성인과 범부의 모습이 잇달아 이어진다.”
“옛사람이 옷의 털을 들어 보인 뜻이 무엇입니까?”
“그대가 든 것이 온전치 못하구나.”
“어찌하여야 다 들겠습니까?”
대사가 가사 자락을 들어 올렸다.
온주溫州 운산雲山 불오원佛㠗院 지묵知黙 선사[제2세 주지]
상당上堂하여 이렇게 말했다.
“내가 지금 여러분의 행각한 일을 살피건대 허다한 고생을 했다. 산을 돌고 물을 건너는 것이 끝내 고을과 고을을 구경하러 다닌 것이 아니며, 명산과 성지聖地를 찾아다닌 것이 모두 이 일대사一大事를 위함이 아닌 것이 없다. 지금 여러분 중에 여기를 참례하면서 소식을 통한 이가 있는가? 운산雲山이 감히 증명해 주리라.
운산만이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선림禪林과 불찰佛刹까지도 모두 증명해 주리라.”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불오佛㠗의 가풍입니까?”
“손님을 보낼 때에는 세 걸음 밖을 나가지 않고, 손님을 맞이할 때에는 초당 앞에 그저 있을 뿐이다.”

앞의 복주福州 안국원安國院 홍도弘瑫 명진明眞 대사의        법손

복주福州 백록白鹿 사귀師貴 선사
개당開堂하는 날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서협西峽의 한 줄기 물은 마두(馬頭:나루터)와 다르지 않은데, 백록의 천 봉우리는 계족(鷄足:대가섭이 죽은 산)과 얼마나 비슷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대중이 일시一時에 증험해 보았다.”
“어떤 것이 백록白鹿의 가풍입니까?”
“그대에게 무어라 했던가?”
“그러시면 학인은 때를 알겠습니다.”
“때를 아는 사람이 무슨 경지에 합하겠는가?”
“다시는 중얼중얼하지 마십시오.”
“놓치지 말아야 한다.”
“우두가 4조를 보기 전에는 백 가지 새가 꽃을 물고 와서 공양했는데, 본 뒤에는 어째서 오지 않았습니까?”
“먼동이 트기 전에는 사람마다 기다리지만, 새벽이 밝아지면 평상시와 같다.”

복주福州 나산羅山 의총義聰 선사
상당하여 대중이 오래 섰으니, 대사가 말했다.
“만일 분부한 곳이 있다고 하면 나산은 안목이 없고, 분부한 곳이 없다면 수고해도 공이 없다. 그래서 유마維摩가 옛날에 문수를 대한 것인데, 지금 알겠는가?”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사자가 굴에서 나온 것입니까?”
“어느 곳인들 진동으로 갈라지지 않겠는가?”
“어떤 소리를 지릅니까?”
“귀머거리는 듣지 못한다.”
“‘손으로 하늘과 땅을 가리키면서 나만이 홀로 존귀하다’고 했는데, 어찌하여 옆 사람의 책망을 들었습니까?”
“오랑캐의 수염을 붉다고 말한 것이라 여긴다.”
“옆 사람에게는 어떤 장점이 있습니까?”
“길이 평등하지 못한 것을 보기 때문에 칼을 어루만진다.”
복주福州 안국원安國院 종귀從貴 선사
스님이 물었다.
“참선할 궁전을 크게 창설하고 법을 배우는 무리가 구름같이 모였으니, 위로 향하는 외길[向上一路]을 스님께서 결단코 가려 주십시오.”
“본래 시기에 맞는 무리가 아니구나.”

언젠가 상당하여 이렇게 말했다.
“선禪과 도道를 들어서 한쪽에다 던져두어라. 부처와 조사는 무슨 헌신짝 같은 것이냐? 이렇게 고해도 여러분을 너무 깔보는 것이 아닐까? 깔본다고 여기거든 행각을 떠나고, 깔보는 것이 아니라고 여기거든 입을 다물어야 한다. 안녕.”
또 언젠가 상당하여 이렇게 말했다.
“사실 양조梁朝를 만나지 못했으니, 안국安國도 속인 것에 불과하다. 안녕.”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서 종승宗乘을 들어 주십시오.”
대사가 대답했다.
“오늘은 벼를 털고, 내일은 장작을 나른다.”
“우두가 4조를 보기 전에는 어떠합니까?”
“향로가 승상繩床을 대하고 있다.”
“본 뒤에는 어떠합니까?”
“사립문이 맨 기둥을 대하고 있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가풍을 묻는다면 곧 가풍을 대답하리라.”
“학인이 가풍을 묻지 않을 때에는 어찌하시렵니까?”
“오랑캐가 오고, 한족漢族이 간다.”
“다른 것은 묻지 않겠습니다. 힘이 덜리는 자리[省要處]를 스님께서 한마디 해주십시오.”
“힘이 덜렸는가?”
대사가 법당에서 내려오며 말했다.
“순타純陀가 공양을 올리는구나. 안녕.”

복주福州 이산怡山 장경長慶 장용藏用 선사
상당하여 대중이 모이니, 대사가 부채를 땅에 던지면서 말했다.
“어리석은 사람은 금을 흙이라 하는데, 지혜로운 이라면 어찌하겠는가? 후생後生이 무서우니 모두가 어리석음을 지키지 말라. 그런 이가 있는가? 나와서 말해 보아라.”
이때에 어떤 스님이 나와서 절을 하고 뒤로 물러섰다.
대사가 말했다.
“딴 짓을 해서 무엇 하리오?”
“화상께서 밝게 살피십시오.”
“천년 묵은 복숭아씨이니라.”
“어떤 것이 가람伽藍입니까?”
“장계長溪의 창포 밭[莆田]이니라.”
“어떤 것이 가람 속의 사람입니까?”
“신라新羅의 맑은 물이니라.”
“어떤 것이 영천靈泉의 올바른 주인입니까?”
“남산과 북산이니라.”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식전에는 부엌에서 남국南國의 밥을 짓고, 오후에는 냄비에다 북원北苑의 차를 달인다.”
“법신法身도 고통을 받습니까?”
“지옥이 어찌 천당이겠는가?”
“그러면 고통을 받겠습니다.”
“무슨 죄가 있는가?”

복주福州 영륭원永隆院 언단彦端 선사
상당하여 대중이 모이니,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면서 대중에게 외쳤다.
“알겠는가?”
대중이 말했다.
“모르겠습니다.”
“내가 도법을 버리지 않고도 범부의 일을 나타냈거늘, 어째서 모르는가?”
“본래 스스로 원만히 이루어졌거늘, 어째서 밝고 어두움이 나누어집니까?”
“그대 스스로가 점검해 봐라.”

복주福州 임양산林陽山 서봉원瑞峰院 지단志端 선사
그는 복주 사람으로서 고향의 남간사南澗寺에서 공부를 하다가 24세에 명진明眞 대사를 찾아갔다.
어느 날 어떤 스님이 “어떤 것이 만상 가운데 홀로 드러난 몸입니까?”라고 물으니, 명진이 한 손가락을 세웠으나 그 스님이 알지 못했다. 이에 대사가 현묘한 종지에 은밀히 계합해서 명진에게 입실하여 아뢰었다.
“아까 그 스님이 묻던 말에 대해서 지금 지단志端은 살피는 곳이 있습니다.”
명진이 물었다.
“그대는 어떤 도리를 보았는가?”
대사도 한 손가락을 들고서 말했다.
“이게 무엇입니까?”
명진이 매우 흡족히 여겼다.

대사가 상당하여 불자拂子를 들고 말했다.
“조계曹溪도 다 쓰지 못한 것을 사람들은 머리에 뿔난 이라고 부른다. 내가 불자를 들어서 모기를 치니, 건곤이 무너지는 소식을 얻게 되리라.”
“어떤 것이 서쪽으로부터 오신 뜻입니까?”
“나무말이 연기가 자욱하게 달리는데, 돌사람이 미처 따르지 못한다.”
“어떤 것이 선禪입니까?”
“금년은 작년보다 가물었다.”
“어떤 것이 도道입니까?”
“겨울 밭이 반이나 망가졌다.”
“어떤 것이 학인의 자기自己입니까?”
대사가 문득 한 번 발을 차니, 스님이 잡는 시늉을 했다. 이에 대사가 한 주먹 갈기니, 스님이 대답이 없었다. 대사가 말했다.
“사람을 무척 속이는구나.”
“어떤 것이 인간의 종적이 멀리 끊어진 자리의 불법입니까?”
“산봉우리가 우뚝우뚝하여 푸르고 꽃다우니라.”
“그러면 하나의 참된 이치는 서울이나 시골이나 다르지 않겠습니다.”
“그런 도리는 아니다.”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대 젓가락[竹箸] 한 벌[一文]은 한 쌍이니라.”

밤중에 어느 스님이 찾아오자, 대사가 물었다.
“누군가?”
“아무개입니다.”
“천주泉州의 사탕과 배[舶] 위의 빈랑檳榔이니라.”
스님이 대답이 없으니, 대사가 말했다.
“알겠는가?”
“모르겠습니다.”
“그대가 만일 안다면 5온蘊이 활짝 맑아져서 시방을 온통 삼키리라.”
대사는 개보開寶 원년 8월에 이런 게송을 지어 두었다.

내년 2월 2일에
그대들을 버리고 떠나리니
태운 재를 사방의 숲에 뿌려서
시주의 땅을 차지하지 않게 하라.
年來二月二    別汝暫相棄
爇灰散四林    勿占檀那地

이 게송이 시자에 의하여 외부로 전해지자, 대중이 모두 써서 외웠다. 이듬해 정월 28일에 고을 백성들이 앞을 다투어 산으로 와서 뵈었으나, 대사는 아무런 병도 없고 참문하는 일도 평상시와 같았다. 2월 1일이 되어 군수가 관원들을 거느리고 절에 와서 안팎을 살피니 절이 저자와 같았다. 2일 아침이 되자 대사는 공양을 마치고 상당하여 대중에게 하직을 고했다.
이때에 원응圓應 장로長老라는 이가 나서서 절을 하고 물었다.
“구름도 노을도 근심에 싸이고 대중도 슬퍼하는데, 스님께서는 한마디 이별의 말씀도 없으시니 일러 주시기를 청합니다.”
대사가 발 하나를 늘어뜨렸다. 이에 원응이 다시 말했다.
“법의 거울이 이 땅에 임하지 않으면, 보배 달은 다시 어디를 비추겠습니까?”
“그대의 경계가 아니다.”
“그러면 거품으로 났다 거품으로 꺼져도 다시 물로 돌아가겠고, 스님께서 가시든 스님께서 오시든 본래 그대로이겠습니다.”
대사가 기침 소리를 냈다.
다시 어떤 스님이 몇 가지 일을 물으니, 대사는 모두 대답을 한 뒤에 자리에서 내려와 방장으로 돌아갔다. 해시亥時가 되니, 대중에게 물었다.
“세존께서 열반에 드신 날이 언제인가?”
대중이 모두 대답했다.
“2월 15일 자시子時입니다.”
“나는 지금 자시 이전이다.”
말을 마치자 길이 떠났다.

복주福州 흥성興聖 만滿 선사
상당하여 말했다.
“마주 대하여 분부하는 일은 문자의 선전을 기다리지 않으니, 안목을 갖추어 기틀을 던지는 이는 참현상사(參玄上士:현묘한 종지를 참구하는 뛰어난 선비)라고 부르리라. 만일 이와 같이 할 수만 있다면 종풍이 땅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스님이 물었다.
“옛날 영산회상靈山會上의 종지를 오늘 아침 흥성興聖의 법회에서 화상께서 친히 전하시는데, 어떻게 제창하시겠습니까?”
대사가 말했다.
“그대에게 한 가지 질문이 빠졌구나.”

복주福州 선종원僊宗院 명明 선사
상당하여 말했다.
“다행히 이러한 문풍門風이 있거늘, 왜 바탕을 밝혀서 계승하지 못하는가? 만일 계승한다면 삼계 안에 있지 않을 것이니, 삼계를 벗어난다면 삼계를 무너뜨리고, 삼계에 있으면 삼계에 걸린다. 걸리지도 않고 무너뜨리지도 않으면, 이것이 삼계를 벗어나면서도 삼계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철저히 깨달으면 불법의 종자가 되기에 넉넉해서 인간과 하늘의 의지함이 있으리라.”
어떤 스님이 물었다.
“구름을 잡는 것은 바람이나 우레의 편의를 빌리지 못하니, 거센 물결에서 어찌하여야 몸을 투과透過하겠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어째서 근본을 버리고 끝을 쫓는가?”
복주福州 안국원安國院 상祥 화상
상당하여 잠시 소리를 죽였다가 말했다.
“크게 까닭 없는 일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만일 이 속에서 눈치를 채지 못하는 이가 있다면 문득 방편을 열어 보이리라. 알겠는가?”
스님이 물었다.
“방편을 거치지 않고 스님께서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그대가 묻고 내가 대답하는 것이 방편이다.”
“사물에 응하여 형상을 나타내는 것이 물속의 달과 같다고 하는데, 어떤 것이 달입니까?”
대사가 불자를 들어 올렸다.
“옛사람이 어째서 물속의 달은 형상이 없다고 했습니까?”
“무엇을 보았는가?”
“어떤 것이 종승의 일입니까?”
“회군淮軍이 흩어진 뒤이니라.”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많은 눈은 속이기 어렵다.”

앞의 장주漳州 보복원保福院 종전從展 선사의 법손

천주泉州 초경원招慶院 성등省僜 정수淨修 대사
처음에 보복에게 참문하여 문답 끝에 은밀히 부합하였다.
어느 날 보복이 대전大殿에 들어가서 불상을 보다가 손을 들고 대사에게 물었다.
“부처님께서 저렇게 하신 뜻이 무엇인가?”
대사가 대답했다.
“화상도 몸을 옆으로 누우셨습니다.”
“말뚝 하나는 내 스스로 거두어 가지리라.”
“화상은 몸을 누인 것만이 아니군요.”
보복이 옳다고 여겼다.

나중에 초경에 살았는데, 처음 개당하는 날 자리에 올라서 조금 있다가 말했다.
“대중은 나중에 이르는 곳마다 도반을 만난다면 어떻게 이야기하려는가? 누군가가 말할 수 있다면 대중 앞에서 이야기해 보라. 만일 이야기할 수 있다면 위로 조사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고, 후생들도 무시하지 않을 것이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마음을 통한 군자는 문자 밖에서 서로 본다’고 했으니, 그런 사람이 있겠는가? 하물며 조계 문하의 자손이니, 어떻게 이치에 합해야 하며, 어떻게 제창해야 하는가?”
스님이 물었다.
“각성覺城의 동쪽에서는 상왕(象王:부처님)이 거동을 했는데, 오늘 민령閩嶺의 남쪽에서는 어떻게 제접提接하시겠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알겠는가?”
“그러면 한 기틀이 열리는 곳은 네 구절로도 쫓지 못하겠으니, 위로부터의 종문에서는 어떠한 변사邊事를 성취하셨습니까?”
“물러서서 절을 하고 대중의 차례에 따라라.”
“온전히 제창해도 이르지 못하는 곳을 스님께서 헤아려 주십시오.”
“손뼉을 치면 되겠는가?”
“그러면 짐작을 하겠습니다.”
“틀리지 말라.”
“어찌하여야 자기도 상하지 않고 남도 저버리지 않겠습니까?”
“그대의 그런 질문을 무시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올라온 것이 이미 스님의 가리킴[指]을 받았습니다.”
“그대가 또 나마저 무시해서 어찌하자는 것인가?”
“칼날을 마주한 한 구절을 스님께서 일러 주십시오.”
“사(嗄:목이 쉼).”
스님이 다시 물으니, 대사가 말했다.
“이 잠에 취한 놈아.”

대사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보은報恩에서 왔습니다.”
“승당僧堂이 얼마나 큰가?”
“화상께서 말씀해 보십시오.”
“왜 묻기를 기다리지 않는가?”
“학인은 온전한 몸[全身]을 모르겠으니, 스님께서 가리켜 주십시오.”
“웃을 줄은 아는가?”

대사가 또 말했다.
“오래전부터 총림에 익숙한 이는 감히 비위를 건드리지 못하겠지만, 처음으로 발심한 후학 중에서 아직 믿지 못하는 자가 있다면 당장에 믿고, 아직 살피지 못한 자가 있다면 바로 살펴서 허탕을 치지 말라. 여러 사람의 본분本分의 거처去處는 한 때도 드러나지 않는 적이 없고, 한 물건도 덮인 것이 없다. 지금 알고자 한다면, 털끝만큼도 옮길 필요가 없고 조금의 공부도 할 필요가 없으니 그저 범부의 자리에서 당장 알아차려라. 이 어찌 마음의 힘을 더는 일이 아니랴. 이미 힘이 덜리면 문득 여러 부처님과 어깨를 가지런히 하고 다닐 것이니, 이로 인하여 백정법白淨法을 성취한다. 오늘 모름지기 백정법을 얻어서 몸과 마음이 남[他]과 합해야만 비로소 자연히 고금에 합하면서 생사를 여읜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마음을 알아채서 근본을 통달하고, 무위의 법을 알아야만 비로소 사문이라 부른다’고 했으니, 지금의 여러 관원들과 대중은 각자 체득해야 하니, 전부를 스승에게 지나치게 미루지 말라. 불법은 평등하여 위로 부처님에서부터 아래로 온갖 중생에 이르기까지 이 일은 동일하다. 이미 이러하다면 누구에게는 있고, 누구에게는 없으랴. 충성을 다하는 이외에는 이 일에 힘써라. 아까부터 허다한 말을 한 것은 어쩔 수 없어서 한 것이니, 위로부터의 종문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여기지 말라. 위로부터의 종문과 어떻게 해야 합하겠는지 알겠는가? 누군가가 안다면 산승은 오늘 죄를 씻을 것이다. 오래 서 있었다. 대중이여, 안녕.”

장주漳州 보복원保福院 가주可儔 명변明辯 대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구름은 푸른 하늘에 있고, 물은 병에 있다.”
“어떤 것이 취모검吹毛劍입니까?”
“별안간 떨어진다.”
“쓸 수 있습니까?”
“귀신의 소리를 말라.”

서주舒州 백수白水 해회원海會院 여신如新 선사
상당하여 한참 있다가 말했다.
“예의가 번거로우면 어지럽다.”
스님이 물었다.
“위로부터의 종승을 어떻게 제창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더욱 고독함을 본다.”
“친절한 자리를 한 말씀 해주십시오.”
“죄를 씻을 수 없으니 남에게 들어라.”
“가섭이 단박에 깨우친 일이 무엇입니까?”
“그대가 깨우친다면 내가 인색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스님을 번거롭게 하지 않겠습니다.”
“또 방망이를 들어야 하는데 어찌 번거롭지 않으랴.”
“옛사람이 이리저리 말하였어도 위로 향하는 한 관문의 빗장은 몰랐다고 하는데, 어떤 것이 위로 향하는 한 관문의 빗장입니까?”
“다행히 여인이 낳아 준 팔이 짧구나.”
“어떤 것이 조사의 뜻입니까?”
“말하려면 무엇이 어렵겠는가?”
“말씀해 주십시오.”
“영리하다고 여겼더니, 선타바仙陀婆는 아니구나.”
“영양羚羊이 뿔을 걸 때에는 어떠합니까?”
“이렇게 오고 또 이렇게 간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잘 웃는 것만 보았을 뿐, 왜 그런 줄은 모른다.”

홍주洪州 장강漳江 혜렴慧廉 선사
개당하는 날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옛날 범왕梵王이 부처님께 청한 것은 불법을 받들기 위한 마음이었는데, 오늘 대신들이 자리에 모였으니 스님은 어떻게 구제하시겠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달리 베풀어 행할 것이 없다.”
“어째서 베풀어 행할 것이 없습니까?”
“어디를 갔다 왔는가?”
“스님께서 보배 자리에 오르신 것은 지금의 시절을 간곡히 위하심인데, 사부대중이 모두 우러러뵈니 스님께서 제접해 주십시오.”
“어디에서 그대를 굴욕되게 하였는가?”
“그러시면 자비로운 방편의 길을 보여 주셔서 곧바로 사람들을 저버리지 않았겠군요.”
“그래도 모름지기 취해서 거두어야 좋겠다.”
“어떤 것이 장강漳江의 경계입니까?”
“지장地藏이 눈썹을 찡그린다.”
“어떤 것이 경계 안의 사람입니까?”
“보현普賢이 소매를 걷어 올린다.”
“어떤 것이 장강의 물입니까?”
“쓰다.”
“어떤 것이 장강의 제1구입니까?”
“딴 곳에 가거든 잘못 전하지 말라.”

복주福州 보자원報慈院 문흠文欽 선사
“어떤 것이 부처님들의 경계입니까?”
“비가 오면 구름과 안개가 어둡고, 날이 개이면 해와 달이 밝다.”
“어떤 것이 묘각명심妙覺明心입니까?”
“올 겨울의 좋은 늦벼는 가을비 올 때부터 이루어졌느니라.”
“항하의 모래같이 묘한 작용이란 어떤 것입니까?”
“구름은 푸른 봉우리에서 생기고, 비는 높은 하늘에서 내린다.”
“어떤 것이 평상심平常心이 도에 합하는 것입니까?”
“차를 마시고 밥을 먹으면서 시절 따라 지나고, 산을 보고 물을 보면서 실답게 정情을 펼친다.”

천주泉州 만안원萬安院 청운淸運 자화資化 선사
스님이 물었다.
“용계龍溪의 한 가닥이 진수晋水에서 등불을 나누었는데, 만안萬安이 자리에 나오셨으니 어떻게 지시하시겠습니까?”
“어떻게 분질러서 맞추겠는가?”
“스님께서는 허락하시겠습니까?”
“다시 어찌하겠는가?”
“옛날 용계龍谿의 비밀 종지를 오늘날 만안이 드날리시니, 인간과 하늘들이 귀를 기울여 듣습니다. 부디 스님께서 연설해 주십시오.”
“들리는가?”
“그렇다면 다섯 무리가 이미 스님의 지시를 받아서 성동(城東:사위성 동쪽)에서 열 가지 눈이 열린 것과 다르지 않겠습니다.”
“다섯 무리는 그만두고 그대는 어떠한가?”
“오랫동안 그윽한 곳에 처했어도 온전한 몸을 알지 못하겠으니, 스님께서 지시해 주십시오.”
“그대의 물음을 무시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 절을 하고 물러가서 대중의 서열을 따르겠으니 허락하시겠습니까?”
“고요한 곳에서 살바하(薩婆訶:一切智)를 이룬다.” 
“부처님들께서 나타나실 때에는 건곤이 진동했는데, 화상께서 세상에 나타나실 때에는 어떠하였습니까?”
“그대에게 이렇게 말하노라.”
“그러면 부처님들과 다르지 않겠습니다.”
“어지러이 지껄이지 말라.”
“어떤 것이 만안의 가풍입니까?”
“김 국[苔羹]에 쌀밥이니라.” 
“갑자기 높은 손님이 오면 무엇으로 대접합니까?”
“밥 먹은 뒤에 차를 세 번 돌린다.”
“어떤 것이 만안의 경계입니까?”
“하나의 탑에 얽힌 송라松蘿가 맑은 바다를 바라본다.”

장주漳州 보은원報恩院 도희道熙 선사
처음에 보복保福의 심부름으로 천주泉州의 왕王 태위太尉에게 서신을 전하러 가니, 태위가 물었다.
“장남漳南 화상이 요즘도 사람들을 위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만일 사람들을 위한다면 이는 곧 화상을 무시하는 것이요, 사람들을 위하지 않는다 하면 태위의 물음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한 구절을 취해서 무쇠 소가 풀을 뜯고, 나무말이 담배를 피우기까지 기다리시오.”
“저는 애석하게도 입으로 밥을 먹습니다.”
태위가 한참 있다가 또 물었다.
“나귀로 왔습니까, 말로 왔습니까?”
대사가 말했다.
“나귀와 말은 길이 같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여기에 왔습니까?”
“태위께서 말을 알아들으시는 것이 매우 고맙습니다.”

스님이 물었다.
“유명한 말과 묘한 구절은 묻지 않겠으나 스님의 진실함을 듣고자 합니다.”
“온 뜻을 막지 않는다.”

천주泉州 봉황산鳳凰山 종침從琛 홍인洪忍 선사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문풍門風이 비슷하면 막힘이 없겠지만, 학인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홀연히 그런 사람을 만날 때에는 어떠합니까?”
“미리 긁고서 가렵기를 기다리지 말라.”
“학인이 근기와 생각이 둔해서 방편문 안에서 스님의 방별어傍瞥語를 바라겠습니다.”
“방별어라니?”
“스님의 종지를 깊이 깨달은 것을 어찌 감히 말로 하겠습니까?”
“너무 말이 많구나.”

대사가 언젠가 상당하니, 어떤 스님이 나와서 절을 하고 물러섰다. 이에 대사가 말했다.
“내가 그대만 못하다.”
스님이 “예” 하니, 대사가 말했다.
“아무도 없는 곳에다 내려놓아라.”
“옛날 영산회상에서 부처님께서는 한 목소리[一音]로 연설하셨는데, 오늘 스님께서도 한 목소리로 연설해 주십시오.”
대사가 한참 있으니, 스님이 말했다.
“그러면 대중이 단박에 의심을 끊겠습니다.”
“대중에게 흙탕물을 뿌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
“부처님들께서 모두가 하나의 큰 인연 때문에 세상에 나타나셨다고 하는데, 화상께서는 어떻게 구제하십니까?”
“바람이 서늘해서 퍽 좋다.”
“어떤 것이 학인의 자기 일입니까?”
“곰곰이 생각하면 흐르는 세월의 일을 알 수 있으리라.”
“어떤 것이 봉황의 경계입니까?”
“눈 내린 밤에 밝은 달을 본다.”
“어떤 것이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사람을 추한 심부름꾼으로 만드는구나.”
“남을 위함이 어디에 있습니까?”
“그대를 업신여기는 것이 아닌가?”

복주福州 영륭원永隆院 영瀛 화상 명혜明慧 선사
상당하여 말했다.
“‘첫새벽부터 일어났다고 해도 다시 밤에 다니는 이가 있다’고 한 말이 비슷하기는 하나 옳지는 않다. 안녕.”
누가 물었다.
“함이 없고 일도 없는 사람이 어째서 금 사슬의 환난을 받습니까?”
“거친 얽매임을 끊기 위하여 귀하고 소중함은 남겨 두기 어렵다.”
“어째서 함이 없고 일도 없는 사람이 소요하면서 진실로 즐겁다고 합니까?”
“소란스럽기 때문이니 끊어 버려야 한다.”

어떤 스님이 참문하니, 대사가 말했다.
“많은 일을 얻으려 하지 말고, 속히 속히 일러라.”
스님이 대답이 없었다.
대사가 언젠가 대중에게 보였다.
“해가 뜨는 묘시卯時의 용처用處에서 잔꾀를 부리지 말아야 한다.”
“어떻게 닦아 나아가야 근원에 도달할 수 있습니까?”
“의거하여 행하라.”

홍주洪州 청천산淸泉山 수청守淸 선사
그는 복주福州의 민현閩縣 사람으로서 성은 임林씨이다. 암배산巖背山에 출가하였다가 마음을 깨친 뒤에는 청에 따라 청천산淸泉山에서 사니, 현묘한 종지를 구하는 무리들이 모여들었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물음이다.”
“어떤 것이 조사입니까?”
“대답이다.”
“화상께서 옛사람을 보시고 무엇을 얻었기에 이 산에 사십니까?”
“그대가 긍정하지 않을 줄은 짐작했었다.”
“제가 긍정하지 않을 줄 어떻게 아셨습니까?”
“거울에 비춘 것으로 빛깔을 가려낸다.”
“친절한 곳을 스님께서 한 말씀 일러 주십시오.”
“이것을 지나치지 말라.”
“옛사람이 벽을 향한 뜻이 무엇입니까?”
“굴복하기 위함이다.”
“그러면 힘이 덜리겠습니다.”
“어디에 그런 사람이 있는가?”
“다른 것은 묻지 않겠으니, 어떤 것이 위로 향하는 일입니까?”
“그대의 세 차례 절을 취소할까, 그대의 세 차례 절을 취소하지 않을까?”

장주漳州 보은원報恩院 행숭行崇 선사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방아를 찧고 맷돌을 가는 것이니라.”
“조계의 외길을 스님께서 드날려 주십시오.”
“조계를 욕되게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 중생들은 믿을 곳이 있겠습니다.”
“그대는 역시 늙은 쥐가 소금을 먹는 것 같구나.”
“공公과 사私에 관련되지 않고 어떻게 논의합니까?”
“차나 마셔라.”
“단하丹霞가 나무 불상을 태운 뜻이 무엇입니까?”
“날씨가 추워서 불을 피우고 쪼였다.”
“취미翠微 화상이 나한羅漢을 맞이한 뜻이 무엇입니까?”
“따로 한 집안의 봄 풍경이다.

담주潭州 악록산嶽麓山 화상
상당하여 한참 있다가 대중에게 말했다.
“옛날의 비로자나요, 오늘 아침의 악록嶽麓이니라. 안녕.”
누군가가 물었다.
“어떤 것이 빛과 소리 밖의 구절입니까?”
대사가 말했다.
“원숭이의 울음과 새의 지저귐이다.”
“스님은 누구의 곡조를 부르시고, 종풍은 누구의 것을 이으셨습니까?”
“5음音과 6률律이니라.”
“혀를 끊는 구절을 스님께서 들어 주십시오.”
“해는 능히 뜨겁고, 달은 능히 서늘하다.”

낭주朗州 덕산德山 덕해德海 선사
스님이 물었다.
“영산의 모임에서 누가 알아들었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그대가 알아들었다.”
“영산회상에서 무엇을 말씀하셨습니까?”
“바로 그대가 안다.”
“어떤 것이 하늘과 땅을 총괄하는 구절입니까?”
“1천 세계가 요동한다.”
“위로부터의 종승을 무엇으로 증험합니까?”
“위로부터는 그만두고, 지금은 어떻게 증험하는가?”
“대중이 모두 봅니다.”
“말에 떨어졌다.”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엄지[擘]이니라.”

천주泉州 후초경後招慶 화상
“마지막 한 구절을 스님께서 헤아려 주십시오.”
“티끌 속의 사람은 저절로 늙는데, 하늘가의 달은 항상 밝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병 하나와 발우 하나로 가는 곳마다 삶이다.”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어지럽고 총총한 새벽의 닭과 저녁 종이니라.”


낭주朗州 양산梁山 간簡 선사
새로 온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약산藥山에서 왔습니다.”
“약을 가지고 왔는가?”
“화상께서 이 산에 사시는 것이 잘못되지 않았습니다.”

홍주洪州 고안현高安縣 건산建山 징澄 선사
개당하는 날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고을의 어른이 화상께 청하시는데, 어떻게 종지의 가르침을 들어 보이겠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들었는가?”
“그러시면 대중은 믿을 곳이 있겠습니다.”
“그것은 듣지 못한 것이다.”
“어떤 것이 법왕法王의 검입니까?”
“애석하구나.”
“어떤 것이 인왕人王의 검입니까?”
“먼지는 마루 밑의 신을 덮었고, 바람은 시렁 위의 수건을 흔든다.”
“일대시교一代時敎는 요즘 사람을 제접해 이끄는 것이지만, 조사의 종지는 어떻게 사람에게 보이십니까?”
“일대시교는 이미 어떤 사람이 물었다.”
“화상께서는 어떻게 사람에게 보입니까?”
“뜰 앞에 처량히 서 있는 홍현(紅莧:비름)은 해마다 잎만 돋고 꽃은 피지 않는다.”
“묵은해는 지나갔고 새해가 왔는데, 나이를 먹지 않는 이도 있습니까?”
“무엇이?”
“그러면 나이를 먹지 않겠습니다.”
“성城 위에서는 이미 새해의 고동을 불었는데, 들창 앞에는 여전히 묵은해의 등불을 켰구나.”
“어떤 것이 묵은해의 등불입니까?”
“납월臘月 30일이니라.”

복주福州 강산康山 계온契穩 법보法寶 대사
처음 개당하는 날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위음왕불威音王佛 이후에 차례로 전해 오는데, 스님께서는 지금의 이 모임에 누구의 법을 이었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상골象骨에서 손을 들면 용계龍谿에서 고개를 끄덕인다.”
“둥글고 밝고 맑고 고요함은 스님의 종지가 아니니, 학인은 근원을 오히려 밝히지 못하겠습니다.”
“가려내려고 해도 하지 못한다.”
“그러면 식識의 성품은 근원이 없겠습니다.”
“신발 위로 가려운 곳을 긁는구나.”

담주潭州 연수사延壽寺 혜륜慧輪 대사
스님이 물었다.
“보배 검이 칼집에서 나오기 전에는 어떠합니까?”
“밖에 있지 않다.”
“칼집에서 나온 뒤에는 어떠합니까?”
“안에 있지 않다.”
“어떤 것이 한 빛깔입니까?”
“청ㆍ황ㆍ적ㆍ백이니라.”
“한 빛깔이 퍽 좋습니다.”
“아무도 없다고 여겼는데 한 개의 반은 있구나.”

천주泉州 서명원西明院 침琛 선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대 젓가락에 질그릇 종지이니라.”
“귀한 손님이 갑자기 오시면 어떻게 대접합니까?”
“누런 시래기 국에 묵은 쌀밥이니라.”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으로부터 오신 뜻입니까?”
“노주露柱를 살펴보라.”

앞의 남악南嶽 금륜金輪 가관可觀 선사의 법손

후남악後南嶽 금륜金輪 화상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금륜金輪의 제1구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둔한 사람아.”
“어떤 것이 금륜의 한 개 화살입니까?”
“지나갔다.”
“기틀에 맞게 쏜 화살 하나를 누가 맞서겠습니까?”
“거꾸러졌다.”

앞의 천주泉州 수룡산睡龍山 도부道溥 선사의 법손

장주漳州 보복원保福院 청활淸豁 선사 
그는 복주福州의 영태永泰 사람으로서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민첩했다.
고산鼓山의 흥성興聖 국사에 의하여 머리를 깎고 계를 받은 뒤에 대장산大章山의 계여契如 암주庵主를[이 말이 갖추어 있는데, 암주장庵主章에 나온다.] 뵈었다가 나중에 수룡睡龍에게 참문했다. 어느 날 수룡이 물었다.
“청활淸豁아, 그대는 어떤 존숙을 보고 왔으며, 거기서 깨달은 바가 있는가?”
대사가 대답했다.
“청활은 일찍이 대장大章 대사를 뵙고 믿을 곳을 얻었습니다.”
이에 수룡이 상당하여 대중을 불러 놓고 말했다.
“청활 대사는 나와서 대중 앞에 향을 피우고, 깨달은 곳을 이야기하라. 노승이 그대를 증명해 주리라.”
이에 대사가 향을 피워 들고 말했다.
“향은 피워 들었으나, 깨달음이 곧 깨닫지 못함입니다.”
수룡이 크게 기뻐하면서 인정했다.

대사가 상당하여 대중에게 말했다.
“산승이 지금 여러분을 위하여 화답할 거리를 마련해 주리니, 화답하는 이는 잠잠히 있고 화답하지 않는 이는 말하라.”
조금 있다가 또 말했다.
“화답함과 화답하지 않음이 분명히 지금대로이니, 산승은 그런 사소한 일들을 지니고 있다. 안녕.”

어떤 스님이 물었다.
“가난한 집에 도적을 맞았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다 가져가지는 못한다.”
“어째서 다 가져가지 못합니까?”
“도적이 그 집안의 어버이니라.”
“집안의 어버이라면 어째서 도적으로 바뀌었습니까?”
“안에서 호응하는 이가 없으면 밖에서는 어쩔 수 없다.”
“홀연히 그를 잡아서 꺾으면 공은 누구에게 돌아갑니까?”
“상을 준다는 말은 듣지도 못했다.”
“그러면 수고하여도 공이 없겠습니다.”
“공은 없지 않으나, 이룬다 하여도 차지하지 않는다.”
“이미 공을 이루었는데, 어찌하여 차지하지 않습니까?”
“듣지 못했는가? 태평은 원래 장군이 이룩하지만, 장군이 태평을 누리지는 못하느니라.”
“어떤 것이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호인胡人이 울고, 한인漢人이 슬퍼한다.”
대사가 세상을 떠날 때가 되자, 대중을 버리고 산으로 들어가서 멸도滅度를 기다리다가 저계苧谿의 석교石橋를 지나면서 게송을 남겼다.
세상 사람들아, 길이 험난하다고 말하지 말지니
험난하고 굽이굽이 돌아가도 지척이더라.
저계苧谿의 개울가 물아, 잘 가거라.
너는 바다로 돌아가고, 나는 산으로 돌아가리.
世人休說路行難    鳥道羊腸咫尺間
珍重苧谿谿畔水    汝歸滄海我歸山

그리고는 바로 귀계貴谿로 들어가 암자를 세우고, 얼마 되지 않아 문인들에게 말했다.
“내가 죽거든 시체를 벌레들에게 주어라. 절대로 탑이나 무덤에 두어서는 안 된다.”
말을 마치자 조용히 호두산湖頭山에 들어가 반석磐石에 앉은 채로 숙연히 떠났는데, 제자 계인戒因이 산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발견하고서 유언에 따라 7일을 두었으나 끝내 아무런 벌레도 침노하지 않았다. 그래서 화장을 하여 들에다 유해를 흩었는데, 지금도 천주의 개원사開元寺에는 정토원淨土院의 영당影堂이 남아 있다.

앞의 운문산雲門山 문언文偃 선사의 법손

소주韶州 백운白雲 상祥 화상 실성實性 대사
처음에 자광원慈光院에 살았는데, 광주廣州의 주인인 유劉씨가 고을로 불러들여서 설법을 청했다.
당시 어떤 스님이 물었다.
“보리수의 꽃이 피어서 바야흐로 좋은 때를 만났으니, 종풍을 어둡게 하지 않도록 스님께서 방편을 베풀어 주십시오.”
대사가 대답했다.
“우리 대왕의 명령이 있다.”
“경전의 뜻과 조사의 뜻이 같습니까, 다릅니까?”
“다르지 않다.”
“그러면 같겠습니다.”
“말귀를 알아듣는 것을 막지 않겠다.”
“부처님들께서는 세상에 나시기 전에 벌써 대천세계에 두루하셨는데, 백운의 이 모임은 어떠합니까?”
“몇 사람이나 속여 왔는가?”
“그러면 사부대중은 누구를 의지합니까?”
“교섭할 길이 없다.”
“마음이 곧 부처라고 가르치신 말씀이 앞의 말과 교섭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지시해야 하겠습니까?”
“동서는 그만두고, 남북은 어떠한가?”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석교石橋는 저쪽 둑에 있지, 이쪽 가에는 없다. 알겠는가?”
“모르겠습니다.”
“우선 정공丁公처럼 중얼거리고 있어라.”
“법의는 어째서 6조에게 이르러서 더 전하지 않게 되었습니까?”
“바다가 고요하고 황하黃河가 맑아졌느니라.”
“어떤 것이 화상께서 사람을 제접하시는 외길입니까?”
“내일 아침에 다시 초왕楚王에게 헌납해 보아라.”
“위로부터의 종승을 어떻게 드날립니까?”
“오늘은 아직 차를 마시지 않았다.”

대사가 상당하여 대중에게 말했다.
“여러분, 알겠는가? 다만 장터의 백정에게서나 지옥의 끓는 가마솥에서 알아야 한다. 만일 이렇게 안다면 능히 남의 스승이 되겠거니와, 만약 납승의 문하를 향한다면 하늘과 땅 사이이다. 또 어떤 사람은 오직 긴 평상 위에서 높은 사람 노릇만 하는데, 그대들은 이 두 사람 중에서 어느 쪽에 장점이 있다고 여기는가? 일 없다. 안녕.”
대사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운문雲門에서 왔습니다.”
“거기에는 얼마나 되는 물소가 있던가?”
“한두 마리 있습니다.”
“좋은 물소구나.”
대사가 또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거짓 이름을 무너뜨리지 않고 실상을 이야기하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스님이 말했다.
“저것은 의자입니다.”
대사가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
“신주머니를 가져오너라.”
스님이 대답이 없었다.[운문 화상이 듣고 말하되 “모름지기 이는 그가 터득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대사가 임종할 때가 가까워지니 대중에게 고백하였다.
“내가 비록 조사의 법인을 차고 있으나 그 안의 것은 다하지 못했다. 여러분들, 그 안의 것이 무엇인지 말해 보라. 변두리도 중간도, 안도 바깥도 없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알면 온 누리는 마치 모래를 깔아 놓은 것과 같으리니, 이렇다면 딴 세계에서나 만나게 되리라.”
말을 마치자 입적하였다.

낭주朗州 덕산德山 제9세 연밀緣密 원명圓明 대사
상당하여 대중에게 말했다.
“큰방 앞의 일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불전佛殿 위의 일은 어찌하겠는가?”
또 말했다.
“덕산德山에게 세 구절의 말이 있으니, 첫 구절은 건곤을 덮어씌우고, 다음 구절은 물결을 따라 출렁이고, 마지막 구절은 뭇 흐름을 딱 끊는다.”
이때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법신을 꿰뚫는 구절입니까?”
“석 자 되는 주장자로 황하黃河를 젓는다.”
“백 가지 꽃이 피기 전에는 어떠합니까?”
“황하의 물이 온통 흐른다.”
“핀 뒤에는 어떠합니까?”
“깃대 끝이 하늘을 가리킨다.”
“말의 예봉銳鋒을 범하지 않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천태天台와 남악南嶽이니라.”
“문득 이렇게 가면 어떠합니까?”
“강서江西와 호남湖南이니라.”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시기 전에는 어떠합니까?”
“강 안이 온통 나무배이니라.”
“세상에 나신 뒤에는 어떠합니까?”
“저쪽에서는 저쪽 마루[軒]를 밟는다.”
“자기의 일을 밝히지 못했는데, 어떻게 가려낼 수 있겠습니까?”
“수미산의 정상이니라.”
“다만 이렇게 가면 어떠합니까?”
“발밑의 물이 깊은가, 얕은가?”
“달마가 오기 전에는 어떠합니까?”
“천년 묵은 소나무가 거꾸로 달렸다.”
“오신 뒤에는 어떠합니까?”
“금강金剛이 주먹을 곤두 세웠다.”
“스님께서 세상에 나시기 전에는 어떠합니까?”
“불전佛殿은 정남향으로 열었느니라.”
“스님께서 세상에 나신 뒤에는 어떠합니까?”
“백운白雲이 산 위에서 일어난다.”
“나오심과 나오시지 않음을 나눌 수 있습니까, 없습니까?”
“고요한 곳에서 살바야를 이룬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남산南山에 구름이 일어나니, 북산北山에는 비가 내린다.”
“어떤 것이 감응하여 작용하는 기틀입니까?”
대사가 할을 하니, 그 스님이 말했다.
“그것뿐입니까, 따로 있습니까?”
대사가 때렸다. 
“큰 작용이 현전해서 규칙에 얽매지 않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검은 땅에서 항아리를 때려 부숴라.”
스님이 물러서니, 대사가 이내 때렸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시기 전에는 어떠합니까?”
“원숭이가 노주露柱를 때린다.”
“세상에 나신 뒤에는 어떠합니까?”
“원숭이가 자루 속에 들어갔다.”
“문수와 유마가 무슨 이야기를 하였습니까?”
“그대를 합친 세 사람이 줄도 없는데 스스로 묶였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눈에 가득 산밤나무이다.”
“학인은 잘 모르겠습니다.”
“수고로울 뿐 공이 없구나.”
“온 대지가 한 가지의 질문도 못할 때에는 어떠합니까?”
“이야기가 타락했다.”
“대중이 다 봅니다.”
대사가 문득 때렸다.

담주潭州 수서水西 남대南臺 도준道遵 화상 법운法雲 대사
상당하여 대중에게 말했다.
“위로부터의 종승宗乘을 어떻게 제창해야 되겠는가? 어떻게 논해야 되겠는가? 불법이란 두 글자를 어찌해야 되겠는가? 진여와 해탈을 얻을 수 있겠는가? 비록 그렇지만 미세하기로는 바람도 통하지 않고, 큰 것으로는 수레와 말도 통한다. 만일 이치로 교화하는 문에서 말한다면, 한 번 입을 열 때 건곤乾坤이 진동하고, 산하대지의 바다가 고요해지고 강이 맑아지며, 3세의 부처님께서 설법하시면서 현전한다. 만일 이를 분명히 하면, 옛 불전 앞에서 똑같이 저 언덕에 오르리라. 일 없구나. 안녕.”
어떤 이가 물었다.
“어떤 것이 서쪽으로부터 오신 뜻입니까?”
“고개를 내려갈 때에는 뛰지 않는다.”
“우두가 4조를 보기 전에는 어떠합니까?”
“옷 입고, 밥을 먹었다.”
“본 뒤에는 어떠합니까?”
“발우를 벽에 걸어 둔다.”
“어떤 것이 진여가 일체를 포함하는 것입니까?”
“분명하다.”
“어째서 영리한 이와 둔한 이가 있습니까?”
“서천西天에서 북을 치니, 누각에서 종을 친다.”
“어떤 것이 남대의 경계입니까?”
“금강의 손이 하늘을 가리킨다.”
“어떤 것이 색色이 공한 것입니까?”
“도사道士가 빨간 옷을 입었다.”
“하루 중 어느 때라도 여의지 않으면 어떠합니까?”
“분명한 말이다.”

소주韶州 쌍봉산雙峰山 흥복원興福院 경흠竟欽 화상 혜진慧眞     광오廣悟 선사
그는 익주益州 사람이다. 아미峨眉 동계산洞溪山의 흑수사黑水寺에서 업을 익히다가 사방으로 다니면서 도를 사모하던 끝에 운문雲門의 법석에 참례하여 비밀의 가르침을 받고 산문을 열어 절을 지은 것이 차츰 총림이 되었다.
개당하는 날에는 운문 화상이 친히 왕림하여 증명하기도 하였다.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해가 돋아야 바야흐로 천하가 밝은 줄 아는데, 기름이 없거늘 어떻게 불당 앞의 등불을 켜겠는가?”
“어떤 것이 쌍봉의 경계입니까?”
“밤에는 암자 뒤의 대밭을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낮에는 눈앞의 산에서 구름이 일어나는 것을 본다.”
“어떤 것이 법왕의 검입니까?”
“납으로 된 칼날을 공연히 드러내지만 용천검龍泉劒만은 못하니라.”
“쓰는 이는 어떠합니까?”
“칼끝을 숨기는 일도 허용되지 않거늘, 칼날을 드러내는 것을 어찌 감당하겠는가?”
“빈두로賓頭盧가 사천하의 공양을 받았는데 두루함을 얻은 것입니까?”
“달이 물에 들어간 것과 같다.”
“무엇이 작용하면서도 섞이지 않는 것입니까?”
“명월당明月堂 앞에 구슬 발[玉露]을 드리우고, 수정전水精殿 안에 진주眞珠를 뿌린다.”
어떤 행자가 물었다.
“제가 도적을 만났을 때에 죽이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기고, 죽이지 않으면 국왕의 분부를 어긴 것이니, 스님의 뜻은 어떠하십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관官은 바늘도 용납되지 않으나 사사롭게는 수레와 말도 통한다.”
광주廣州의 유劉씨가 친히 법의 요체를 물은 적이 있는데, 태평흥국太平興國 2년 3월에 문인들을 훈계했다.
“나는 오래지 않아 세상을 떠나겠으니, 그대들은 본산本山에 가서 미리 무덤과 탑을 만들어라.”
그리하여 5월 23일에 이르러 공사가 끝나자, 대사가 말했다.
“다음날 자시子時에 떠나리라.”
때가 되어 운문雲門 상爽 화상과 온문溫門 순봉舜峰 장로 등 7인을 모아 놓고 야화夜話를 하는데, 시자가 3경이 되었음을 알리자 대사가 향을 찾아 사르고 합장한 채 떠났다.

소주韶州 자복資福 화상
어떤 스님이 물었다.
“종승宗乘은 묻지 않겠거니와 스님의 심인心印을 듣고자 합니다.”
대사가 대답했다.
“그런 이야기에는 대답하지 않겠다.”
“어째서 대답하지 않으십니까?”
“앞의 말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마주 보면서도 만나기 어려운 곳에서 어떻게 험난함과 평탄함을 돌아보겠습니까? 스님께서 절반의 게송이라도 내려 주셔서 후인들로 하여금 의혹을 끊게 하십시오.” 
“칼날 앞의 한 구절은 조어사[調御]를 초월하고, 어떠한가를 물으려 하면 벌써 여러 겁을 어긴다.”
“그러면 동산東山과 서령西嶺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자복의 뜰 앞은 누구 집안의 풍월風月입니까?”
“앞의 이야기를 깨우쳐라.”

광주廣州 신회新會 황운黃雲 원元 선사
처음으로 개당하는 날에 손으로 승상을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여러 사람은 광대한 수미좌須彌座를 알겠는가? 모른다면 나를 보라.”
그리고는 법상에 올랐다.
“어떤 것이 대한국大漢國의 경계입니까?”
“노래가 길에 가득하니라.”
“용이 한 올이라도 걸치면 금시조金翅鳥가 삼키지 못한다고 하는데, 화상께서는 세 가지를 다 걸치시면 어떠합니까?”
“면할 수 있겠는가?”

대사가 상당하여 옛사람의 말을 들고 말했다.
“눈에 닿는 것마다 없는 것이 아닌데, 기틀에 임하여 왜 말하지 않는가?”
또 말했다.
“눈에 닿는 것마다 없는 것이 아니니, 기틀에 임하여 무엇을 말하겠는가?”

광주廣州 의녕義寧 용경龍境 윤倫 선사
처음 개당하는 날 불자拂子를 들고 말했다.
“알겠는가? 안다면 머리 위에 머리를 더하는 것이요, 모른다면 머리를 끊고서 살려는 것이다.”
“어떤 것이 대한국大漢國의 경계입니까?”
“어지러이 설쳐서 무엇을 하려는가?”
“흡사 비가 오는데 하늘은 맑은 것 같습니다.”
대사가 때렸다.

“어떤 것이 용경의 물입니까?”
“비린내ㆍ누린내ㆍ구린내가 난다.”
“마시는 이는 어떠합니까?”
“칠통팔달七通八達이다.”
“어떤 것이 용경의 가풍입니까?”
“벌레ㆍ이리ㆍ범ㆍ표범이니라.”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부지런히 밭을 간다.”
“학인은 잘 모르겠습니다.”
“벼를 일찍 거둔다.”

대사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오는가?”
“황운黃雲에서 옵니다.”
“어떤 것이 황운의 미치광이가 사람들을 위하는 한 구절인가?”
스님이 대답이 없었다.

대사가 상당하여 대중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긴 평상 위에서 성품을 취하는 한 구절인지 말해 보라.”
대중이 대답이 없었다.

소주韶州 운문산雲門山 상爽 화상
대사가 상당하니,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성스러운 몸이 만세萬歲이니라.”
“어떤 것이 법신을 꿰뚫는 구절입니까?”
“은 향대香臺 위에서 무[蘿蔔]가 난다.”  

소주韶州 백운白雲 문聞 화상
상당하여 한참 있으니, 어떤 스님이 나와서 말했다.
“백운白雲의 외길은 전적으로 오늘을 인因합니다.”
대사가 말했다.
“옳지 않다, 옳지 않다.”
“화상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백운의 외길에는 풀이 한 길이나 깊다.”
“학인이 한 가지 묻고자 하는데 스님께서 대답해 주시겠습니까?”
“쥐엄[皁莢] 나무 끝에 달렸으나, 바람이 불어도 곡조를 이루지 못한다.”
“시주의 공양을 받고서 무엇으로 보답하겠습니까?”
“소나 말이 된다.”

소주韶州 피운披雲 지적智寂 선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피운披雲의 경계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한낮에는 한가한 사람이 없다.”
“이以자도 아니고 팔八자도 아니면, 그것이 무슨 글자입니까?”
대사가 게송으로 대답했다.

이以자도 아니고 팔八자도 아니니,
삼라만상이 이 속에서 분명하다.
아무리 천만 가지 묘함을 교묘히 설해도
방편[漚和]도 아니요, 경經도 아니다.
以字不是八不成    森羅萬象此中明
直饒巧說千般妙    不是謳阿不是經

소주韶州 정법淨法 장章 화상 선상禪想 대사
광주廣州의 주인 유劉씨가 물었다.
“어떤 것이 선사禪師입니까?”
대사가 한참 잠자코 있으니, 유씨가 어리둥절했다. 이로 인해 호號를 지어 올렸다.
스님이 물었다.
“해와 달이 겹쳐서 밝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해와 달이 아무리 밝아도 엎어진 동이 밑은 밝히지 못한다.”
“이미 금산金山인데 어째서 돌을 뚫습니까?”
“금산이 돌을 뚫는다.”
“어떤 것이 도道입니까?”
“가고 가도 멀고 멀어서 10만여 리이니라.”

소주韶州 온문산溫門山 만滿 선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가슴에다 만卍자를 썼느니라.”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입니까?”
“인도에 가지 않았느니라.”
어떤 사람이 벽에 걸린 그림을 보고 물었다.
“천 자나 되는 소나무가 어째서 방 안에 들어와 있습니까?”
“겨자씨가 수미산을 받아들이는 것을 어찌하겠는가?”
“담 너머로 뿔을 보고, 문득 소인 줄 알면 어떻습니까?”
대사가 때렸다.

대사가 어떤 노숙老宿과 함께 대궐 문턱에 앉았는데, 노숙이 물었다.
“자의紫衣와 대사大師의 호를 이미 받으셨으니, 또 무엇을 요구하시겠습니까?”
“국사가 되기를 요한다.”
“부처도 되지 않거늘, 어찌 국사를 바라십니까?”
대사가 웃으면서 말했다.
“장로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그대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가?”
“태자가 처음 탄생하셨을 때에 어째서 부모도 알아채지 못했습니까?”
“훨씬 존귀하기 때문이다.”

악주嶽州 파릉巴陵 신개新開 호감顥鑒 대사
처음에 운문雲門에 있을 때에 운문이 말했다.
“설봉 화상이 말하기를 ‘문을 열어라. 달마가 온다’고 하였으니, 그대의 뜻에는 어떠한가?”
대사가 대답했다.
“화상의 콧구멍을 쥐어박겠습니다.”
운문이 말했다.
“아수라왕이 업을 발동하여 수미산을 한 주먹 때리고 범천梵天으로 뛰어올라 제석에게 보고했거늘, 그대는 어째서 일본국日本國에 가서 몸을 숨기는가?”
대사가 말했다.
“그런 심행心行이 좋지 않겠습니까?”
운문이 말했다.
“그대가 쥐어박는다고 한 것은 또 어찌하겠는가?”

대사가 주지가 된 뒤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조사의 뜻과 경전의 뜻이 같습니까, 다릅니까?”
“닭은 추우면 나무에 오르고, 오리는 추우면 물로 들어간다.”
스님이 물었다.
“3승乘 12분교分敎는 의심치 않겠지만, 어떤 것이 종문 안의 일입니까?”
“납승衲僧의 분수에 맞는 일은 아니다.”
“어떤 것이 납승의 분수에 맞는 일입니까?”
“흰 물결 구경하기를 탐하다가 삿대를 놓친다.”
대사가 불자를 누군가에게 주니, 그가 물었다.
“본래 청정하거늘 불자는 무엇에 씁니까?”
“청정한 줄을 알았거든 잊지 말라.”[양산梁山이 따로 말하되 “그것도 털어 버려야 한다” 하였다.]

연주連州 지장원地藏院 혜자慧慈 명식明識 대사
스님이 물었다.
“이미 지장원인데 어째서 치성광불熾盛光佛의 상像을 모셨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어떤 것이 지장地藏의 경계입니까?”
“노닐지 않는 사람이 없다.”

영주英州 
대용大容 인諲 선사
상당을 하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천자가 6수銖의 옷을 하사하셨으니, 옷을 입으시고는 무엇으로 우리 황제의 은혜에 보답하겠습니까?”
“올 때에는 세 가지 가사를 입고, 갈 때에는 6수의 옷을 걸친다.”
“어떤 것이 대용大容의 물입니까?”
“나에게 한 방울을 다오.”
“오는 세상에 미륵이 하생하실 때에는 어떠합니까?”
“자씨궁慈氏宮 안에 봄 풀[春草]이 무성하리라.”
“어떤 것이 진공眞空입니까?”
“들고서 양지陽地를 거부해라.”
“어떤 것이 묘용妙用입니까?”
대사가 주먹을 쥐어 보였다.
스님이 다시 물었다.
“진공과 묘용의 거리는 얼마입니까?”
대사가 손을 저었다.
“긴 뱀과 초승달은 묻지 않겠지만, 필마단창匹馬單槍으로 뛰어들 때에는 어떠합니까?”
“마강麻江 다리 밑을 알겠는가?”
“잘 모르겠습니다.”
“성수사聖壽寺의 앞이다.”
“대용(大容:크게 용납함)이라면서 어찌하여 스님을 쫓아내십니까?”
“큰 바다는 티끌도 용납하지 않는데, 작은 개울에는 쓰레기가 많다.”
“어떤 것이 옛 부처님의 외길입니까?”
대사가 땅을 가리키니, 스님이 또 말했다.
“그것을 묻지 않았습니다.”
“가거라.”
대사가 어떤 노숙과 어디를 가기로 약속했다가 이내 다른 일로 인하여 가지 못하자, 노숙이 말했다.
“부처님께서는 두 말씀이 없습니다.”
대사가 대답했다.
“법은 일정한 것이 아니다.”

광주廣州 나산羅山 숭崇 선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대한국大漢國의 경계입니까?”
“옥구玉狗가 짖을 때에는 아직 날이 새지 않았고, 금계金雞가 운 뒤에야 5경更이 시작된다.”
“단하丹霞가 거사居士를 방문했는데, 여자가 광주리를 들지 않았을 때는 어떠합니까?”
“그래도 이 속에 이르러 한 번 전환해야 한다.”
“어떤 것이 나산의 경계입니까?”
“포수布水의 물이 천 길이니라.”

소주韶州 운문雲門 보寶 화상
상당하여 말했다.
“‘지극한 도는 어려울 것 없으니 오직 간택하는 것을 꺼린다’고 하는데, 아직도 간택함이 있는가? 안녕.”

영주郢州 임계臨谿 경탈竟脫 화상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법신法身을 꿰뚫는 구절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눈 밝은 사람이 그대를 비웃는다.”
“어떤 것이 법신입니까?”
“사해四海와 오호五湖의 나그네이니라.”
“어떤 것이 본래의 사람입니까?”
“바람이 부니 얼굴 가득 먼지이니라.”
“우두가 4조를 보기 전에는 어떠합니까?”
“부자가 되면 손님이 많으니라.”
“본 뒤에는 어떠합니까?”
“가난하면 왕래가 끊기느니라.”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네거리이니라.”
“어떤 것이 법입니까?”
“세 집이 사는 마을 속이니라.”
“부처와 법은 하나입니까, 둘입니까?”
“노주露柱가 세 강을 건너면서도 오히려 품은 감회의 한恨이 유장하다.”
“어떤 것이 무봉탑無縫塔입니까?”
“복주復州의 성城이니라.”
“어떤 것이 탑 속의 사람입니까?”
“용흥사龍興寺이니라.”

광주廣州 화엄華嚴 혜慧 선사
스님이 물었다.
“듣건대 옛사람이 말하기를 ‘허망한 마음이 없는 곳이 곧 보리菩提다’라고 했는데, 바로 허망에 당면할 때에도 보리가 있습니까?”
“그대의 소리가 이미 비추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허망한 마음이 없는 곳이 곧 보리이니라.”

소주韶州 순봉舜峰 소韶 화상
처음에 운문 화상에게 물었다.
“보배 달이 어째서 여기서 나누어 비칩니까?”
“1천의 광명이 똑같이 비춘다.”
“화상께서 지시해 주신 것이 고맙습니다.”
“무엇을 보았는가?”

승정僧正이 대사의 방장에 들어오면서 말했다.
“방장이 이렇게 어둡군.”
대사가 대답했다.
“늙은 쥐의 굴이다.”
승정이 말했다.
“고양이를 들여보내면 좋겠군.”
“들여보내 보라.”
승정이 대답이 없으니, 대사가 손뼉을 치면서 웃었다.

대사가 어떤 노숙과 함께 강을 건너다가 돈을 꺼내서 사공에게 주니, 노숙이 말했다.
“주머니 속에 청동靑銅 조각이 있는 것 같군요.”
대사가 허리를 굽히면서 말했다.
“장로여, 웃지 마시오.”
수주隋州 쌍천산雙泉山 사관師寬 명교明敎 대사
상당하여 불자를 들고 말했다.
“이것이 중ㆍ하의 근기를 제접한다.”
이때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상근기의 사람이 오면 어찌하겠습니까?”
“북을 치는 것은 3군軍을 지휘하기 위한 것이다.”
“위로 향한 종승을 어떻게 제창하시겠습니까?”
“감히 할 수 없다.”
“그러면 중생들에게 희망이 있겠습니다.”
“발밑의 물이 얼마나 깊은가?”
“온갖 언구言句는 모두가 유有와 무無에 떨어지는데, 유와 무에 떨어지지 않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동불우대東弗于代 4주洲 중의 하나. 즉 동불바제東弗婆提, 동승신주東勝身洲라고도 한다.
이니라.”
“그것도 역시 유와 무에 떨어집니다.”
“갈래가 설산雪山의 서쪽으로 지나갔다.”

어떤 스님이 동산洞山에게 묻되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하니, 동산이 대답하되 “삼 서 근[麻三斤]이니라” 한 것을 듣고 대사가 말했다.
“남쪽에 대밭이 있고, 북쪽에는 나무가 있다.”
나중에 대사는 지문智門에서 살았는데, 어떤 스님이 물었다.
“지혜로써 알 수 없고, 의식으로 알아챌 수 없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그와 같은 여우의 무리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어떤 것이 선정입니까?” 
“두꺼비가 뛰어도 말[斗]을 벗어나지 못한다.”
“어찌하여야 벗어나겠습니까?”
“남산에 구름이 일어나니, 북산에 비가 내린다.”
“북두北斗 속에 몸을 숨긴다는 뜻이 무엇입니까?”
“닭은 추우면 나무에 오르고, 오리는 추우면 물로 들어간다.”
“주장자를 곧추 세운 뜻이 무엇입니까?”
“잎사귀 하나가 떨어지니, 천하에 가을이 온 줄 안다.”
대사는 나중에 지문에서 여생을 마쳤다.

영주英州 관음觀音 화상
우물을 파는데, 어떤 스님이 물었다.
“우물의 깊이가 얼마나 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그대의 콧구멍에 빠진다.”
“우두가 4조를 보기 전에는 어떠합니까?”
“영주의 관음觀音이니라.”
“본 뒤에는 어떠합니까?”
“영주의 관음이니라.”
“어떤 것이 관음의 묘한 지혜의 힘입니까?”
“바람이 찢어진 창문을 때려 소리를 내느니라.”


소주韶州 임천林泉 화상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임천林泉의 주인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바위 밑의 흰 돌이니라.”
“어떤 것이 임천의 가풍입니까?”
“손님을 맞아서 대접한다.”
“어떤 것이 도입니까?”
“멀고 멀다.”
“학인이 선뜻 깨우칠 때에는 어찌하겠습니까?”
“오래오래 반연을 잊은 이가 어찌 가고 머무는 정情을 품겠는가?”

소주韶州 운문雲門 후煦 화상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지금은 무슨 뜻인가?”
“그럴듯하군요.”
대사가 할을 해서 쫓았다.

익주益州 청성靑城 향림원香林院 징원澄遠 선사
처음에 서천西川 도강현導江縣의 영상사迎祥寺 천왕원天王院[사람들이 수정궁水精宮이라 불렀다.]에 살았는데, 어떤 스님이 물었다.
“맛 좋은 제호醍醐가 어째서 독약으로 변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도강導江의 종이[紙]이니라.”
“색色을 보고서 곧 마음을 알 때는 어떠합니까?”
“아까 어디를 갔다 왔는가?”
“마음과 경계가 모두 없어질 때에는 어떠합니까?”
“눈을 뜨고 앉아서 조는구나.”
대사가 나중에는 청성靑城의 향림香林에 살았는데, 어떤 스님이 물었다.
“북두北斗 속에 몸을 숨기는 뜻이 무엇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달은 활을 당긴 것 같은데, 비는 적고 바람은 많으니라.”
“어떤 것이 부처님들의 마음입니까?”
“맑으면 끝끝내 맑으니라.”
“어떻게 이해합니까?”
“남의 속임을 받지 않는 것이 좋다.”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으로부터 오신 뜻입니까?”
“머뭇거리는 이는 누구냐?”
“어떤 것이 화상의 묘한 약입니까?”
“온갖 맛을 여의지 않는다.”
“먹은 이는 어찌 됩니까?”
“씹어 삼켜 보아라.”
“어떤 것이 방 안의 한 등불입니까?”
“세 사람이 증명하면 거북도 자라가 된다.”
“어떤 것이 가사 밑의 일입니까?”
“섣달의 불이 산을 태운다.”
“대중이 모였으니, 스님께서 방편을 베풀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셋은 둘을 기다리지 않는다.”
“어떤 것이 학인의 하루 동안 일입니까?”
“꼭 맞는다.”
“어떠한 것이 현묘함입니까?”
“오늘이 오고, 내일이 간다.”
“어떤 것이 현묘함 가운데의 현묘함입니까?”
“긴 평상 위이니라.”
“어떤 것이 향림香林의 한 줄기 샘입니까?”
“생각이 끊임이 없다.”
“마시는 이는 어떠합니까?”
“방향에 따라 저울질한다.”
“어떤 것이 납자의 바른 안목입니까?”
“분별하지 않는다.”
“비추어 작용하는 일이 어떠합니까?”
“길 가던 사람이 실족을 한다.”
“만 가지 기틀[機]이 모두 쉬어서 비로소 본래의 사람을 알 때는 어떠합니까?”
“맑은 기틀이 저절로 드러난다.”
“그러면 딴 사람이 아니겠습니다.”
“비로소 본래의 사람을 보았구나.”
“고기가 뭍에서 놀 때에는 어떠합니까?”
“말을 할 때는 반드시 뒤에 구제할 이가 있다.”
“도리어 푸른 못으로 내려갈 때에는 어떠합니까?”
“머리는 무겁고, 꼬리는 가볍다.”
“그러나 언어는 몽땅 빈객인데, 어떤 것이 주인입니까?”
“장안의 성안이니라.”
“어떻게 이해하리까?”
“천 집, 만 집이니라.”



경덕전등록 제23권






  길주吉州 청원산靑原山 행사行思 선사의 제7세 법손 ③

소주韶州 운문산雲門山 문언文偃 선사의 법손 36인
남악南嶽 반야般若 계유啓柔 선사
균주筠州 황벽黃檗 법제法濟 선사
양주襄州 동산洞山 수초守初 대사
신주信州 강국康國 요耀 화상
담주潭州 곡산谷山 풍豊 선사
영주潁州 나한羅漢 광과匡果 선사
낭주朗州 창계滄谿 인璘 화상
균주筠州 동산洞山 청품淸禀 선사
기주蘄州 북선北禪 적寂 화상
홍주洪州 늑담泐潭 도겸道謙 선사
여주盧州 남천왕南天王 영평永平 선사
호남湖南 영안永安 낭朗 선사
호남湖南 담명潭明 화상
금릉金陵 청량淸凉 명明 선사
금릉金陵 봉선奉先 심深 선사
서천西川 청성靑城 승乘 화상
노부潞府 묘승妙勝 진臻 선사
흥원興元 보통普通 봉封 화상
소주韶州 등봉燈峰 화상
소주韶州 대범大梵 원圓 화상
예주澧州 약산藥山 원광圓光 선사
신주信州 아호鵝湖 운진雲震 선사
여산廬山 개선開先 청요淸耀 선사
양주襄州 봉국奉國 청해淸海 선사
소주韶州 자광慈光 화상
담주潭州 보안保安 사밀師密 선사
  [이상 26인은 기록에 보임]
홍주洪州 운거산雲居山 융融 선사
형주衡州 대성사大聖寺 수현守賢 선사
여주廬州 북천왕北天王 휘徽 선사
영주郢州 파초산芭蕉山 홍의弘義 선사
미주眉州 복화원福化院 광光 선사
여주廬州 동천왕東天王 광자廣慈 선사
신주信州 서선西禪 흠欽 선사
강주江州 경운慶雲 진眞 선사
균주筠州 동산洞山 늠凜 선사
소주韶州 쌍봉雙峰 혜진慧眞 대사
  [이상 10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수주隨州 쌍천산雙泉山 영永 선사의 법손 1인
광주廣州 대통大通 화상
  [1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태주台州 서암瑞巖 사언師彦 선사의 법손 2인
남악南嶽 횡룡橫龍 화상
온주溫州 서봉원瑞峰院 신록神祿 선사
  [이상 2인은 기록에 보임]

회주懷州 현천玄泉 언彦 선사의 법손 5인
악주鄂州 황룡黃龍 회기晦機 대사
낙경洛京 백곡柏谷 화상
지주池州 화룡和龍 화상
회주懷州 현천玄泉 제2세 화상
노부潞府 묘승妙勝 현밀玄密 선사
  [이상 5인은 기록에 보임]

복주福州 나산羅山 도한道閑 선사의 법손 19인
홍주洪州 대녕大寧 은미隱微 선사
무주婺州 명초明招 덕겸德謙 선사
형주衡州 화광華光 범範 선사
복주福州 나산羅山 소자紹孜 선사 
서천西川 혜慧 선사
건주建州 백운白雲 영엄令弇 선사
건주虔州 천축天竺 의징義澄 선사
길주吉州 청평淸平 유광惟曠 선사
무주婺州 금주金柱 의소義昭 화상
담주潭州 곡산谷山 화상
호남湖南 도오산道吾山 종성從盛 선사
복주福州 나산羅山 의인義因 선사
관주灌州 영암靈巖 화상
길주吉州 광산匡山 화상
복주福州 흥성興聖 중만重滿 선사
담주潭州 보응寶應 청진淸進 선사
  [이상 16인은 기록에 보임]
한주漢州 면죽현綿竹縣 정혜定慧 선사
담주潭州 용회산龍會山 감鑒 선사
안주安州 목穆 선사
  [이상 3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안주安州 백조산白兆山 지원志圓 선사의 법손 13인
낭주朗州 대룡산大龍山 지홍智洪 선사
양주襄州 백마산白馬山 행애行靄 선사
영주郢州 대양산大陽山 행충行沖 선사
안주安州 백조산白兆山 회초懷楚 선사
기주蘄州 사조산四祖山 청교淸皎 선사
기주蘄州 삼각산三角山 지조志操 선사
진주晋州 흥교興敎 사보師普 선사
기주蘄州 삼각산三角山 진감眞鑒 선사
  [이상 8인은 기록에 보임]
영주郢州 흥양산興陽山 화상
침주郴州 동선東禪 현해玄偕 선사
신라국新羅國 혜운慧雲 선사
안주安州 혜일원慧日院 현악玄諤 선사
경조京兆 대진사大秦寺 언빈彦賓 선사
  [이상 5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담주潭州 등하藤霞 화상의 법손 2인
예주澧州 약산藥山 제7세世 화상
  [1인은 기록에 보임]
담주潭州 운개산雲蓋山 화상
  [1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홍주洪州 봉서산鳳棲山 동안同安 상찰常察 선사의 법손 1인
원주袁州 앙산仰山 양공良供 선사
  [1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길주吉州 화산禾山 무은無殷 선사의 법손 5인
여산廬山 영안永安 혜도慧度 선사
무주撫州 조산曺山 의숭義崇 선사
길주吉州 화산禾山 계운契雲 선사
장주漳州 보복保福 화상
홍주洪州 취엄翠嚴 사음師陰 선사
  [이상 5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담주潭州 운개산雲蓋山 경景 화상의 법손 3인
형악衡嶽 남대南臺 장藏 선사
유주幽州 담자수潭柘水 종실從實 선사
담주潭州 운개산雲蓋山 증각證覺 선사
  [3인은 기록에 보임]

여산廬山 귀적사歸寂寺 담권澹權 선사의 법손 2인
악주鄂州 황룡黃龍 온蘊 화상
수주壽州 박산泊山 화상
  [이상 2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여산廬山 귀종歸宗 회운懷惲 선사의 법손 2인
귀종歸宗 제4세 홍장弘章 선사
  [1인은 기록에 보임]
귀종사歸宗寺 암밀巖密 선사
  [1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지주池州 혜산嵇山 장章 선사의 법손 1인
수주隋州 쌍천산雙泉山 도건道虔 선사
  [1인은 기록에 보임]

홍주洪州 운거산雲居山 회악懷岳 선사의 법손 5인
양주揚州 풍화원風化院 영숭令崇 선사
예주澧州 약산藥山 충언忠彦 선사
재주梓州 용천龍泉 화상
  [이상 3인은 기록에 보임]
운거산雲居山 주연住緣 화상
운거산雲居山 주만住滿 화상
  [이상 2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무주撫州 하옥산荷玉山 광혜光慧 선사의 법손 1인
하옥산荷玉山 복福 선사
  [1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균주筠州 동산洞山 도연道延 선사의 법손 2인
균주筠州 상람上藍 경慶 선사
  [1인은 기록에 보임]
동산洞山 민敏 선사 제5세
  [1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무주撫州 금봉金峰 종지從志 대사의 법손 2인
홍주洪州 대녕大寧 신강神降 선사
예주澧州 약산藥山 언彦 선사
  [이상 2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양주襄州 녹문산鹿門山 처진處眞 선사의 법손 6인
익주益州 숭진崇眞 화상
녹문산鹿門山 제2세 담譚 화상
양주襄州 곡은谷隱 지정智靜 대사
여산廬山 불수암佛手巖 행인行因 선사
  [이상 4인은 기록에 보임]
양주襄州 영계산靈谿山 명明 선사
홍주洪州 대안사大安寺 진眞 상좌
  [이상 2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무주撫州 조산曹山 혜하慧霞 선사의 법손 3인
가주嘉州 동정東汀 화상
  [1인은 기록에 보임]
웅주雄州 화엄華嚴 정혜正慧 대사
천주泉州 초경원招慶院 견堅 상좌
  [이상 2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화주華州 초암草庵 법의法義 선사의 법손 1인
천주泉州 구양龜洋 혜충慧忠 선사
  [1인은 기록에 보임]

담주潭州 보자報慈 장서藏嶼 선사의 법손 1인
익주益州 성흥사聖興寺 존存 화상
  [1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양주襄州 함주산含珠山 심철審哲 선사의 법손 6인
양주洋州 용혈산龍穴山 화상
당주唐州 대승산大乘山 화상
양주襄州 연경延慶 귀효歸曉 대사
양주襄州 함주산含珠山 진眞 화상
  [이상 4인은 기록에 보임]
함주산含珠山 장璋 선사
제2세 함주산含珠山 ]언偃 화상
  [이상 2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봉상부鳳翔府 자릉紫陵 광일匡一 대사의 법손 3인
병주幷州 광복廣福 도은道隱 선사
자릉紫陵 제2세 미微 선사
흥원부興元府 대랑大浪 화상
  [이상 3인은 기록에 보임]
홍주洪州 동안同安 위威 선사의 법손 2인
진주陳州 석경石鏡 화상
  [1인은 기록에 보임]
중동中同 안지安志 화상
  [1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양주襄州 석문산石門山 헌獻 선사의 법손 1인
석문산石門山 제2세 혜철慧徹 선사
  [1인은 기록에 보임]

양주襄州 광덕廣德 의義 화상의 법손 3인
양주襄州 광덕廣德 제2세 연延 화상
  [1인은 기록에 보임]
형주荊州 상천上泉 화상
광덕廣德 주周 화상
  [이상 2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경조京兆 향성香城 화상의 법손 1인
등주鄧州 나문羅紋 화상
  [1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항주杭州 서룡원瑞龍院 유장幼璋 선사의 법손 1인
서천西川 덕언德言 선사
  [1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수주隋州 호국護國 수징守澄 선사의 법손 8인
수주隋州 지문智門 수흠守欽 대사
호국護國 제2세 지원知遠 대사
안주安州 대안산大安山 능能 화상
영주穎州 천복원薦福院 사思 선사 
담주潭州 연수延壽 화상
호국護國 제3세 지랑志朗 대사
  [이상 6인은 기록에 보임]
서주舒州 향로봉香鑪峰 경瓊 화상  
경조京兆 반룡산盤龍山 만滿 화상
  [이상 2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낙경洛京 영천靈泉 귀인歸仁 선사의 법손 2인
양주襄州 석문사石門寺 준遵 화상
영주郢州 대양산大陽山 견堅 화상
  [이상 2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경조京兆 영안원永安院 선정善靜 선사의 법손 1인
대명산大明山 화상
  [1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기주蘄州 오아산烏牙山 언빈彦賓 선사의 법손 3인
안주安州 대안산大安山 흥고興古 선사
기주蘄州 오아산烏牙山 행랑行朗 선사
  [이상 2인은 기록에 보임]
괵주虢州 여산廬山 상常 선사
  [1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봉상부鳳翔府 청봉靑峰 화상의 법손 7인
서천西川 영감靈龕 화상 
경조京兆 자각산紫閣山 단기端己 선사
방주房州 개산開山 회주懷晝 선사
유주幽州 전법傳法 화상
익주益州 정중淨衆 귀신歸信 선사
청봉靑峰 제2세 청면淸免 선사
  [이상 6인은 기록에 보임]
봉상부鳳翔府 장평산長平山 만滿 선사
  [1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상주祥州 대암大巖 백白 화상의 법손 1인
공주邛州 벽운碧雲 화상
  [1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행사行思 선사의 제7세 ③ 

소주韶州 운문산雲門山 문언文偃 선사의 법손

남악南嶽 반야사般若寺 계유啓柔 선사
스님이 물었다.
“인도[西天]에서는 납인臘人으로 증험을 삼는데, 여기서는 어떠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신라 사람의 짚신이니라.”
“어떤 것이 천 명의 성인이 함께 돌아가는 도리입니까?”
“괴로움이 공한 경지를 통달치 못하면, 누구나 슬퍼서 탄식하느니라.”

대사가 상당하였는데 판板이 세 차례 울리는 소리가 들린 뒤에 대중이 모이니, 이로 인하여 게송을 지었다.

묘하구나, 판이 세 번 울리니
여러분 모두가 와서 참례하네.
이미 시절을 잘 분별하기에
내가 두세 번 거듭하지 않으리.
妙哉三下板    諸德盡來參
旣善分時節    今吾不再三

대사는 다음에 형남荊南의 연수延壽에서 살았고, 나중에는 경조京兆의 광교원廣敎院에 살다가 입적했다.

균주筠州 황벽산黃檗山 법제法濟 선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천하 사람들에게 본을 보인다.”

대사가 상당하여 대중에게 보였다.
“허공도 대각大覺 안에서 생긴 것으로 마치 바다에서 거품 하나가 일어난 것과 같나니, 각각 사람마다 일이 없다.”
또 상당하여 한참 있다가 말했다.
“만일 황벽의 주장자를 알아채면 평생 행각行脚한 일은 끝난다. 안녕.”

양주襄州 동산洞山 수초守初 종혜宗慧 대사
처음에 운문에게 참문하니, 운문이 물었다.
“요새 어디서 떠났는가?”
대사가 대답했다.
“사도楂渡에서 떠났습니다.”
“여름은 어디서 지냈는가?”
“호남의 보자報慈에서 지냈습니다.”
“언제 거기를 떠났는가?”
“작년 8월입니다.”
“그대에게 세 방망이를 힘껏 때리리라.”
이튿날 대사가 다시 올라가서 문안하고 말했다.
“어제 화상의 세 방망이를 맞았는데, 허물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운문이 대답했다.
“밥주머니[飯袋子]야, 강서江西와 호남湖南을 갔단 말인가?”
대사가 이 말에 크게 깨달았다.

대사가 주지가 된 뒤에 스님이 물었다.
“외길이 멀고 멀 때에는 어찌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날이 맑을 때는 가려 하지 않고, 다만 비가 오기를 기다린다.”
“모든 성인들은 어떠하셨습니까?”
“물에도 들어가고, 진흙에도 들어간다.”
“마음이 나기 전에는 법이 어디에 있습니까?”
“바람이 없는데 연잎이 흔들리면 분명히 고기가 다니고 있는 것이다.”
“스님께서 사자좌에 오르셨으니, 도의 정情을 읊어 주십시오.”
“마르고 갠 날에 물길을 열 것이지, 일 없이 조사曹司를 마련하는구나.” 
“그러면 스님의 지시에 감사하겠습니다.”
“신을 파는 할멈의 다리가 역척䟐[앞 글자는 랑郎과 격擊의 반절이고, 뒤 글자는 칠七과 적迹의 반절이다.]하니라.”
“어떤 것이 삼보三寶입니까?”
“헤아려 따질 것이 못된다.”
“어떤 것이 무봉탑無縫塔입니까?”
“십자로十字路에 선 돌사자니라.”
“어떤 것이 생사를 면하는 법입니까?”
“보아도 잡을 수 없고, 생각하면 3년이 걸린다.”
“마음의 기틀과 의식을 여의고서 한마디 일러 주십시오.”
“도사道士가 누런 옷을 입고 독 안에 앉았다.”
“때가 아닌데도 참문을 왔사오니, 스님께서 한 구절 들려주십시오.”
“간 곳마다 어떻게 이야기했는가?”
“현재의 선정에 의거해서 이야기했습니다.”
“그대에게 30방망이를 때리겠다.”
“허물이 어디에 있습니까?”
“죄는 거듭 부과하지 않는다.”
“연꽃이 물에서 나오기 전에는 어떠합니까?”
“초산楚山의 그림자가 거꾸로 섰느니라.”
“물에서 나온 뒤에는 어떠합니까?”
“한수漢水가 정동正東으로 흐른다.”
“어떤 것이 취모검吹毛劍입니까?”
“금주金州의 나그네이니라.”

어떤 비구니가 물었다.
“수레는 머물렀는데, 소가 머물지 않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수레에 멍에나 메는 놈을 무엇 하겠는가?”
“어떤 것이 납승의 분수에 맞는 일입니까?”
“구름 속의 초산楚山 기슭에는 결정코 비바람이 많다.”
“바다가 마르고 사람이 없어질 때에는 어떠합니까?”
“얻기 어렵다.”
“문득 이렇게 갈 때에는 어떠합니까?”
“구름은 푸른 하늘에 있고, 물은 병 안에 있다.”
“유와 무가 함께 없어지고, 방편과 실제를 둘 다 잊을 때에는 끝내 어떠합니까?”
“초산이 거꾸로 선다.”
“학인이 이해하는 것을 인정합니까?”
“방편이 없지 않다.”
“스님의 방편을 청합니다.”
“천리만리이니라.”
“우두가 4조를 보기 전에는 어떠합니까?”
“밤나무 주장자이니라.”
“본 뒤에는 어떠합니까?”
“구멍이 여덟 개 뚫린 베 장삼이니라.”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확연하고 분명하니라.”
“만 가지 연緣이 모두 쉰다는 뜻이 무엇입니까?”
“독 속의 돌사람이 대추씨[棗團]를 판다.”
“어떤 것이 동산의 검입니까?”
“무엇 하려고?”
“학인은 알고자 합니다.”
“죄가 있다.”
“건곤乾坤에도 뜻을 부치지 말고, 우주에도 마음을 두지 말라고 합니다. 학인은 다만 이러할 뿐인데, 스님께서는 어떠십니까?”
“산마루 정자에는 안개가 일어나고, 급한 여울에는 배를 머물 수 없다.”
“대중이 모였으니, 스님께서 요점을 추려서 제창해 주십시오.”
“물 위에 뜬 거품은 다섯 빛깔을 드러내고, 바다 밑의 두꺼비는 달 밝음을 외친다.”
“바로 이러할 때에는 문수文殊와 보현普賢이 어디에 있습니까?”
“장자가 81세가 되면, 그 나무에서 버섯이 나지 않으리라.”
“그 뜻이 어떠합니까?”
“하나라면 이뤄지지 않고, 둘이라면 옳지 못하다.”

신주信州 강국康國 요耀 화상
“문수文殊와 유마維摩가 마주 앉아서 무엇을 이야기했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그대가 해골바가지가 된 뒤라야 비로소 이해할 것이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해골 속에서 알아차려야 된다고 한 뜻이 무엇입니까?”
“그대가 알기는 하였는가?”
“그러면 먼 곳의 사람도 스님을 만날 수 있겠습니다.”
“부질없는 말을 하지 말라.”

담주潭州 곡산谷山 풍豊 선사[흥원부興元府 보통원普通院에도 살      았다.]
스님이 물었다.
“스님은 어느 가풍의 곡조를 부르시며, 종풍은 누구의 것을 이으셨습니까?”
대사가 대답하였다.
“눈 덮인 산마루에 매화가 피니, 구름 쌓인 골짜기의 노승이 깜짝 놀란다.”
대사가 상당하여 대중에게 보였다.
“준마駿馬는 기미가 나타나기 전에 남다르지만, 노니는 사람들은 팔꿈치 뒤에 매달린다. 이미 구름 밖 나그네를 참례했으니, 노승에게 한 번 볼 기회를 달라.”
어떤 스님이 얼른 나서니, 대사가 때리면서 말했다.
“왜 진작 나오지 않았는가?”

영주穎州 나한羅漢 광계匡界 제23권 권두卷頭에는 광과匡果로 되어 있다.
 선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취모검吹毛劍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마쳤다[了].”
“화상께서 세상을 마치신 뒤에 어떤 사람이 묻기를 ‘스님은 어디로 가십니까?’ 하면, 무엇이라 대답하시겠습니까?”
“오랜 뒤에 작가作家를 만나거든 분명히 이야기하라.”
“누가 지음知音의 사람입니까?”
“지음의 사람은 그렇게 묻지 않는다.”
“어떤 것이 나한의 경계입니까?”
“소나무와 회나무의 늙은 모습이다.”
“벽을 뚫고 빛을 훔칠 때는 어떠합니까?”
“틀렸다.”
“그렇지만 애써 마음을 전일하게 하는 것이야 어찌하겠습니까?”
“틀렸다, 틀렸어.”

낭주朗州 창계滄谿 인璘 화상
“어떤 것이 창계滄谿의 경계입니까?”
“눈앞의 물이 정동正東으로 흐른다.”
“어떤 것이 창계의 가풍입니까?”
“들어오면 곧 보리라.”
“이 법이 법의 자리[法位]에 머물러서 세간의 모습이 항상 머문다고 하는데, 운문 화상은 어디로 가셨습니까?”
“보았는가?”
“틀렸습니다.”
“틀렸다, 틀렸어.”
“어떤 것이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틀리지 않았다.”
대사가 어떤 일로 인하여 게송을 읊었다.

천지天地가 앞길을 가리키니
사람들아, 억지로 옮기지 말라.
그 속에서 알음알이를 내면
눈썹에다 눈썹을 붙이는 것이다.
天地指前徑    時人莫彊移
箇中生解會    眉上更安眉

균주筠州 동산洞山 보리원普利院 제8세 주지 청품淸禀 선사
그는 천주泉州 선유仙遊 사람으로서 성은 이李씨이다. 어려서 중봉원中峰院의 홍밀鴻謐에게서 스님이 된 후 16세에 복주福州의 태평사太平寺에서 계를 받았다.
처음에 남악南嶽에 가서 유경惟勁 두타頭陀를 참문했으나 얻은 바가 없었다. 그래서 소양韶陽에 가서 조탑祖塔에 참배하고 돌아오는 길에 운문雲門을 찾았는데, 이때 운문이 물었다.
“오늘 어디서 떠났는가?”
“혜림慧林에서입니다.”
운문이 주장자를 들면서 물었다.
“혜림 대사가 이렇게 하는 것을 그대가 보았는가?”
“이 물음을 깊이 깨우쳤습니다.”
운문이 좌우를 돌아보면서 빙그레 웃기만 하니, 대사가 이로부터 입실하여 깨달음을 인가받았다. 그리고 나서 금릉金陵에 가니, 국주國主인 이李씨가 광목光睦에 살라고 청했다.
오래지 않아 다시 징심당澄心堂에 들어가 제방의 어록을 모으라고 명하더니, 10년이 지나면서 다시 동산에서 맞이하여 살게 하였다.
개당開堂하는 날에 유나維那가 종을 치고 대중에게 말했다.
“모임에 계신 여러 용상龍象들이여, 마땅히 제일의제第一義諦를 관찰하십시오.”
대사가 대답했다.
“퍽 좋은 소식이다만 그대가 잘못 이해할까 걱정되는구나.”
스님이 물었다.
“운문의 한 곡조는 스님께서 친히 부르시지만, 오늘날 신풍(新豊:동산 양개)의 일은 어떠합니까?”
“그래도 말은 해버려야 되겠다.”

기주蘄州 
북선北禪 적寂 화상 오통悟通 대사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황주黃州에서 왔습니다.”
“어느 절에 있었는가?”
“자복資福 복을 가꾼다고 새긴다.
입니다.”
“복을 무엇을 가지고 가꾸는가?”
“두 겹의 공안公案이군요.”
“그렇지만 북선北禪의 손아귀에 있는 바에야 어찌하겠는가?”
“손아귀에 있으면 곧 잡아서 취하겠습니다.”
대사가 때렸다.

홍주洪州 늑담泐潭 도겸道謙 선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늑담泐潭의 가풍입니까?”
“그대가 여기에 온 지 며칠인가?”
“털끝이라도 있기만 하면 곧 티끌이라 하니, 있지 않은 때에는 어떠합니까?”
대사가 손으로 두 눈을 가렸다.
“드러난 곳[當陽]에서 제창하면 누가 듣습니까?”
“나는 귀먹지 않았다.”

여주廬州 남천왕南天王 영평永平 선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대사가 답했다.
“모래를 뿌리지 말라.”
“어떤 것이 남천왕南天王의 경계입니까?”
“마음대로 구경하라.”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경계 속의 사람입니까?”
“앞의 말을 알아들어라.”
“오래도록 싸움터에 있었는데 어째서 공명을 이루지 못했습니까?”
“다만 서리 위에 누워 눈이 깊도록 잠만 잤기 때문이니라.”
“그러면 무기를 버리고 두 손을 모아서 조정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지휘사指揮使가 그대에게는 아직 이르지 않았다.”

조남潮南 제23권 권두卷頭에는 호남湖南으로 되어 있다.
 영안永安 낭朗 선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동양洞陽의 가풍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문에 들어오면 곧 본다.”
“어떤 것이 문에 들어오면 곧 보는 것입니까?”
“손님이 바로 관상쟁이였느니라.”
“어떤 것이 지극한 말씀입니까?”
“사랑하는 이를 여의기는 괴롭다.”

호남湖南 담명潭明 화상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상담湘潭의 경계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산은 큰 봉우리에 이어졌고, 물은 소상瀟湘강과 접했느니라.”
“어떤 것이 경계 안의 사람입니까?”
“문득 앎과 합할 때이다.”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백 가지 의혹이 공연히 정신만을 수고롭게 한다.”

금릉金陵 청량淸凉 명明 선사
강남江南의 국주國主가 대사에게 상당上堂을 청했는데, 소장로小長老가 물었다.
“온갖 언구는 모두가 방편에 떨어지는데, 방편에 떨어지지 않는 것을 속히 일러 주십시오.”
대사가 대답했다.
“국주께서 여기 계시는데 감히 무례하게 굴지 말라.”

금릉金陵 봉선奉先 심深 선사
강남江南의 국주國主가 청하여 개당하는 날에 자리에 막 오르자, 유나가 종을 치고 대중에게 말했다.
“모임에 계신 용상들이여, 마땅히 제일의를 관찰하십시오.”
이에 대사가 말했다.
“과연 모르는구나, 둔하기 짝이 없는 사람아.”
그때 어떤 스님이 나와서 절을 하고 물었다.
“어떤 것이 제일의입니까?”
“다행히 말해 버렸구나.”
“어떻게 해야 이해하겠습니까?”
“빨리 절 세 번을 하라.”
대사가 또 말했다.
“대중아, 말하라. 둔한 것이 누구의 분수에 떨어지는지 알겠는가?”

서천西川 청성靑城 대면산大面山 승乘 화상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상륜봉相輪峰입니까?”
“연기와 노을이 서린 곳까지 곧장 솟았느니라.”
“위로 향한 일이 어떠합니까?”
“땅으로 3척 5촌을 들어가느니라.”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흥의문興義門 앞의 북소리이니라.”
“학인은 잘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3천 번 치고, 저녁에 8백 번 친다.”

노부潞府 묘승妙勝 진臻 선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묘승妙勝의 경계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용장龍藏을 열 때 패엽貝葉이 분명하니라.”
“금속여래金粟如來가 어찌하여 석가의 회상에 강림했습니까?”
“향산香山의 남쪽이요, 설산雪山의 북쪽이니라.”
“남섬부주南贍部洲의 일은 어떠합니까?”
“황하黃河의 물길이 급하니 파도가 거칠다.”
“마음과 마음이 적멸함은 묻지 않겠는데, 어떤 것이 위로 향하는 외길입니까?”
“한 줄기 제수濟水가 신라新羅를 관통한다.”
“운문의 소식을 멀리서 들었는데, 남북南北과 종횡縱橫과 네 간방[四維]과 상하上下의 일이 어떠합니까?”
“오늘과 내일이니라.”

흥원부興元府 보통普通 봉封 화상
스님이 물었다.
“오늘의 이 모임이 영산회상과 얼마나 닮았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건곤乾坤을 진동시킨다.”
“어떤 것이 보통普通의 경계입니까?”
“뜰 앞에 대나무가 있는데 한 겨울에도 싱싱하고, 집안에 등불이 없어도 한 밤이 밝다.”

소주韶州 등봉燈峰 정원淨原 화상
상당하여 대중에게 말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산하대지가 두루 진여眞如다’라고 했는데, 대중 가운데 진여를 얻은 이가 있다면, 곧 그 산하대지를 숨기는 것이 되고, 얻지 못했다면 옛 성인의 지극한 말씀을 어기는 것이다. 대중 가운데 말할 수 있는 이가 있거든 나와라. 말하지 못하겠거든 각자 방으로 돌아가라. 안녕.”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화상께서 사람을 위하는 한 구절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힘을 쓰지 않는다.”
소주韶州 대범大梵 원圓 화상
상당하여 대중에게 말했다.
“대중아, 좋은 시절이니 어서 노력하라. 시간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각각 방으로 돌아가서 본래의 선지식에게 물어라.”
스님이 물었다.
“대중이 모였습니다. 스님께서 거양해 주십시오.”
대사가 대답했다.
“의심이 있거든 물어라.”
대사가 성승聖僧의 상을 보다가 스님에게 물었다.
“그 성승의 나이가 얼마나 되는가?”
스님이 대답했다.
“화상의 나이와 동갑일 것 같습니다.”
대사가 할을 하면서 꾸짖었다.
“이 힘 빠진 소야, 쉽게 말하지 말라.”

예주澧州 약산藥山 원광圓光 선사
스님이 물었다.
“약산에서 법의 등불이 이어지는데, 스님의 몇째가 되십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만나면 모두가 벼슬을 쉬겠다고 하지만, 숲 속에서는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물과 육지를 거치지 않은 이도 스님께서 제접하십니까?”
“소로소로蘇嚕蘇嚕.”
대사가 새로 온 스님에게 물었다.
“남쪽에서 왔는가, 북쪽에서 왔는가?”
스님이 대답했다.
“북쪽에서 왔습니다.”
“말에 떨어지지 말고[不落言] 속히 말하라.”
“저는 복건도福建道 사람으로서 시골 이야기를 잘 이해합니다.”
“대중을 참례하라.”
“분명하군요.”
“뛰어라.”
그리고는 때렸다.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가?”

신주信州 아호산鵝湖山 운진雲震 선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그대는 아니니라.”
대사가 스님에게 물었다.
“요사이 어디서 떠났는가?”
“양절兩浙에서 떠났습니다.”
“취모검吹毛劍을 얻어 왔는가?”
스님이 두 손을 벌리니, 대사가 말했다.
“나는 그대를 도끼 자루 썩히는 신선으로 알았는데, 원래 노름꾼이구나.”
“어떤 것이 아호鵝湖의 가풍입니까?”
“손님이 주인의 상相이다.”
“그러면 스님의 주선에 감사해야 되겠습니다.”
“진번陳蕃의 탑을 내리기는 어렵다.”

여산廬山 개선開先 청요淸耀 선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등불과 등불이 끊이지 않는 것입니까?”
“푸른 버드나무는 꺾어서 심느니라.”
“학인은 잘 모르겠습니다.”
“뿌리 없는 나무 밑에서 빈이름만 외친다.”
“피운披雲의 한 구절은 스님께서 친히 제창하시지만, 장경長慶의 오늘 아침 일은 어떠합니까?”
“집집마다 관세음이니라.”
“어떤 것이 피운의 경계입니까?”
“한 병의 푸른 물을 창 아래 놓아두니, 문득 해당된 생애가 몇 해나 지났는가?”
“무엇이 장경의 경계입니까?”
“방 안에 있는 노승의 머리가 눈처럼 희다.”
“두 경계가 같은 곳으로 돌아가면, 마땅히 별개의 이치이겠습니다.”
“어느 곳에서나 남의 의심을 사겠다.”
“옛 개울, 차가운 샘에 누가 이를 수 있겠습니까?”
“말랐다[乾].”
“그러면 곧 이른 것입니다.”
“깊이가 얼마던가?”

양주襄州 봉국奉國 청해淸海 선사
스님이 물었다.
“푸르디푸른 대밭이 모두 진여라 하니, 어떤 것이 진여입니까?”
“기와를 태워서 금을 만든다는 나그네는 이름만 들었을 뿐, 얼굴은 보지 못했다.”
“그러면 절을 하고 물러가야 되겠습니다.”
“옛날의 망상이 아직껏 남았구나.”
“듣건대 옛사람이 말하기를 ‘달을 보았거든 손가락 보는 것을 그만두고, 집에 돌아왔거든 도정道程을 묻지 말라’고 했는데 어떤 것이 집입니까?”
“시험 삼아 화두話頭를 들어 보라.”
“놓아 버리면 동쪽을 말하고 서쪽을 얘기하지만, 놓아 버리지 않으면 어떻게 말하겠습니까?”
“두 해[二年]가 똑같은 하나의 봄[春]이다.”

소주韶州 자광慈光 화상
스님이 물었다.
“마음이 곧 부처라 함은 유인하여 가르치는 말인데, 앞 사람의 자취를 따르지 않는 이에게 어떻게 가리켜 줍니까?”
“동과 서는 그만두고, 남과 북의 일은 어떠한가?”
“그러면 학인은 어쩔 줄 모르겠습니다.”
“용두사미龍頭蛇尾구나.”

담주潭州 보안保安 사밀師密 선사
스님이 물었다.
“겨자씨를 굴려서 칼날에 던질 때에는 어떠합니까?”
“어디에 떨어졌는가?”[양산梁山이 말하되 “그대의 눈에 떨어졌다 했어야 한다” 하였다.]
“말끝을 건드리지 않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천태天台와 남악南嶽이니라.”
“문득 그럴 때에는 어떠합니까?”
“강서江西와 호남湖南이니라.”

앞의 태주台州 서암瑞巖 사언師彦 선사의 법손

남악南嶽 횡룡橫龍 화상
초왕楚王인 마馬씨가 금륜金輪에 살기를 청하였는데,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금륜의 제1구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둔한 놈이구나.”
“어떤 것이 금륜의 한 개 화살입니까?”
“지나갔다.”
“어떤 것이 조사의 등불입니까?”
“8풍風이 불어도 꺼지지 않는다.”
스님이 말하였다.
“그러면 어두움이 생기지 않겠습니다.”
“한낮에는 한가한 사람이 없다.”

온주溫州 온령溫嶺 서봉원瑞峰院 신록神祿 선사
그는 복주福州의 복청福淸 사람이니, 고향의 천축사天竺寺에서 스님이 되었다가 서암瑞巖에게 법을 얻고 오랫동안 시봉을 하였다. 나중에 산문을 열고 절을 지으니, 공부하는 도반들이 와서 의지했다. 이에 대사가 게송을 지었다.

고요히 홀로 처해서 침음沈吟하고 있으니
무현금無絃琴이 묘한 소리를 낼 줄 누가 믿으랴.
종일토록 법당에서 조용히 앉았기만 하니
아무도 본래의 마음 묻는 이 없네.
蕭然獨處意沈吟    誰信無絃發妙音
終日法堂唯靜坐    更無人問本來心

이때에 붕언朋彦 상좌라는 이가 위의 게송을 되새기면서 물었다.
“어떤 것이 본래의 마음입니까?”
대사가 “붕언朋彦” 하고 부르자, 붕언이 “네” 하고 대답하니, 대사가 말했다.
“나에게 차를 끓여다 주게.”
붕언이 이 말에 믿고 들어갔다.[붕언은 곧 광법廣法 대사이니, 나중에 천태天台 국사의 뒤를 이어 소주蘇州의 장수長壽에 살았다.]
대사가 태평흥국太平興國 원년에 입적하니, 수명은 105세였다.

앞의 회주懷州 현천玄泉 언彦 선사의 법손

악주鄂州 황룡산黃龍山 회기晦機 선사
그는 청하淸河 사람으로서 성은 장張씨이다. 당나라 천우天祐 때에 행각을 다니다가 이 산에 이르니, 절수節帥가 봉급을 털어 절을 짓고는 위에 아뢰어 자의紫衣와 초혜超慧 대사라는 호를 하사케 해서 법석法席이 크게 번창하였다.
스님이 물었다.
“조사와 부처에 관한 일은 묻지 않겠지만, 어떤 것이 평상의 일입니까?”
“내가 이 산에 산 지 15년이 되었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유리 발우鉢盂에 밑이 없느니라.”
“어떤 것이 군왕의 검입니까?”
“온갖 중생을 해치지 않는다.”
“그 칼을 차는 이는 어떠합니까?”
“피가 범천梵天에까지 솟는다.”
“만류萬類를 상하지 않으니 너무나 좋습니다.”
대사가 때렸다.
“부처님께서 계실 때에는 대중에게 설법을 하셨는데,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는 누가 설법을 합니까?”
“부처님께 부끄럽다.”
“터럭이 큰 바다를 삼키고, 겨자씨에 수미산을 넣는 일은 학인의 본분사本分事가 아닙니다. 어떤 것이 학인의 본분사입니까?”
“소반 다리를 접어서 저자에 걸어 둔다.”
“간절하게 와서 뵈오니, 스님께서 소식을 통해 주십시오.”
“불이 바지 끈의 향을 태운다.”
“어떤 것이 크게 의심하는 사람입니까?”
“소반을 사이하고 마주 앉았는데, 활이 잔에 떨어진다.”
“어떤 것이 의심하지 않는 사람입니까?”
“다시 소반을 사이하고 마주 앉았으니, 활이 잔에 떨어진다.”
“바람이 멈추고 물결이 고요해질 때에는 어떠합니까?”
“백 척 되는 깃대 끝에 돈 다섯 냥이 달렸느니라.”
대사가 임종할 무렵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화상께서 세상을 뜨시면 발우 주머니를 누구에게 맡기시겠습니까?”
“마음대로 가져가라.”
“그 속의 것은 어찌합니까?”
“실이 터져야 비로소 안다.”
“어떤 사람이 얻습니까?”
“갈매기가 우레 소리를 내거든 그대에게 말해 주리라.”
말을 마치자 조용히 입적하였다.

낙경洛京 백곡柏谷 화상
스님이 물었다.
“법비[法雨]가 두루 뿌릴 때에는 어떠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도가 있어서 천위天位를 전하지만 봉황지鳳凰池의 물은 긷지 못한다.”
“90일 동안 출입을 금하니, 석 달 동안의 일은 어떠합니까?”
“납인蠟人의 기틀에 떨어지지 않는다.”

지주池州 화룡和龍 화상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에서 조사로 전한 마음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두 번, 세 번 그대에게 부촉했다.”
“어떤 것이 위로부터의 종지입니까?”
“그대의 입 속에 닿았는데, 얻었는가?”
“힘을 더는 요긴한 곳을 한 번 제접해 주십시오.”
“너무나 힘을 덜고 요긴하다.”

회주懷州 현천玄泉 제2세 화상
스님이 물었다.
“말이 다하고 이치가 끝났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이치에 들지 않으면, 어찌 똑같이 다할 수 있으랴.”
“묘유妙有의 현묘한 구슬을 어찌하여야 얻겠습니까?”
“마니 구슬이 그림자가 끊긴 것 같지 않거늘, 눈 푸른 호인胡人이 어찌 볼 수 있으랴.”
“입이 있어도 말할 수 없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세 치 혀로도 북의 운율은 가지런히 할 수 없지만, 벙어리는 능히 나무 사람의 노래를 이해한다.”

노부潞府 묘승妙勝 현밀玄密 선사
스님이 물었다.
“사방의 산이 서로 향할 때에는 어떠합니까?”
“붉은 해는 그림자를 드리우지 않고, 어두운 곳에서는 음音을 아는 이가 없다.”
“학인은 잘 모르겠습니다.”
“학이 뭇 봉우리를 투과하는데, 어찌 향배向背를 따지겠는가?”
“두 용이 구슬을 다툴 때에는 어떠합니까?”
“역사力士는 헌납할 마음이 없는데, 분발하는 기세가 오히려 광채를 잃는다.”
“설봉의 한 곡조를 천 사람이 부르는데, 달밤에 등불을 들면 누구의 것이 가장 밝습니까?”
“소리의 조화가 가지런하지 않음이 없거늘, 밝고 어두움이 어찌 거둘 수 있으랴.”

복주福州 나산羅山 도한道閑 선사의 법손

홍주洪州 대녕원大寧院 은미隱微 선사
그는 예장豫章의 신감新淦 사람으로서 성은 양楊씨이다. 임신되는 날 광명이 방 안을 비추는 일이 있었고, 17세 때 본 고을의 석두원石頭院에 가서 도견道堅 선사에 의해 스님이 되었다. 20세에는 개원사開元寺의 지칭智稱 율사에게 구족계를 받고, 여러 종장宗匠을 두루 방문하다가 나산羅山에 이르렀을 때 법보法寶 대사가 “사자가 굴에 있는가, 굴에서 나왔는가?” 하는 법요法要로써 인도하자 그로 인하여 깨달았다. 그 후 몇 년 동안 이리저리 다니다가 강표(江表:강남)로 돌아왔다.
당시 용천읍龍泉邑의 재상인 이맹준李孟俊이 십선도량十善道場에 살기를 청하니, 이때부터 종지를 드날리기 시작하였다.
대사는 상당하여 대중에게 이렇게 말했다.
“허공으로 날아오를 이가 있는가? 나와라.”
대중에서 아무도 나오지 않으니, 대사가 게송을 말했다.
허공에 오르려면 바로 이때니
모름지기 윗눈썹을 찡그려 보라.
이로부터 같은 무리에서 뛰어나면
백발을 기다릴 필요가 없느니라.
騰空正是時    應須眨上眉
從茲出倫去    莫待白頭兒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십선교十善橋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험하니라.”
“건너는 이는 어떠합니까?”
“죽는다.”
“자복資福 화상께서 몸을 버리고는 어디로 가셨습니까?”
“짚신이 헤어진다.”
“어떤 것이 황매黃梅의 한 구절입니까?”
“지금의 것은 무엇인가?”
“어떻게 소식을 통합니까?”
“구강九江의 길이 막혔다.”
“초심初心인 후학後學들이 어떻게 배웁니까?”
“머리로 하늘을 이었구나.”
“끝내 어떠합니까?”
“다리로 땅을 밟았다.”
“어떤 것이 법왕法王의 검입니까?”
“드러났다.”
“사람을 죽이겠습니까?”
“무엇 때문에?”
“어떤 것이 용천龍泉의 검입니까?”
“칼집에서 나오지 않는다.”
“꺼내 주십시오.”
“별들이 자리를 잃었다.”
“나라가 태평한데, 어째서 구슬이 나타나지 않습니까?”
“어디에 떨어져 있는가?”

주周의 광순廣順 원년(951) 신해辛亥에 금릉金陵 이李씨가 덕이 높다는 소문을 듣고 용광선원龍光禪苑[나중에 봉선奉先이라고 고쳤다.]에 불러들여서 살게 하고, 각적覺寂 선사라는 호를 봉하였다.
건륭建隆 2년 신유辛酉에는 강남의 이李씨를 따라 홍정洪井에 가서 대녕정사大寧精舍에 살면서 거듭 현묘한 종지를 폈다. 그해 10월 초에 병이 났는데, 27일이 되자 머리를 깎고 목욕하고 대중을 하직한 뒤에 태연히 앉아서 떠났다. 
이듬해 2월 6일에 길주吉州의 길수현吉水縣으로 옮겨다 장사를 지내니, 유언에 따른 것이었다. 수명은 76세이고 법랍은 56세요, 시호는 현적玄寂 선사이고 탑호는 상적常寂이었다.

무주婺州 명초明招 덕겸德謙 선사
나산羅山에게 수기를 받은 뒤에 한 구석에 막혀 있지 않고 현묘한 종지를 격렬히 드날리니, 여러 노숙들도 그의 민첩함을 두려워했고, 후학들도 감히 그의 예봉에 맞서는 이가 없었다.
대사가 천주泉州의 초경사招慶寺에 있을 때, 법당에서 손으로 벽화를 가리키면서 스님에게 물었다.
“저것은 어느 신인가?”
스님이 대답했다.
“호법선신護法善神입니다.”
“불법이 사태沙汰를 만났을 때에는 어디를 갔던가?”
스님이 대답이 없었다.
이에 대사가 그 스님으로 하여금 연演 시자에게 가서 묻게 하니, 연 시자가 대답했다.
“그대는 어느 겁에 그런 환난을 당했는가?”
그 스님이 돌아와서 대사에게 이야기하니, 대사가 말했다.
“연演 상좌가 후일에 천 명의 대중을 모은다 한들 무슨 쓸모가 있으랴.”
그 스님이 절을 하고 딴 말씀을 청하자, 대사가 말했다.
“어디를 갔었는가?”

청淸 상좌가 앙산仰山이 삽을 꽂은 일을 들어 대사에게 물었다.
“옛사람의 뜻이 차수叉手한 곳에 있습니까, 삽을 꽂는 곳에 있습니까?”
대사가 “청 상좌” 하고 부르자, 청 상좌가 “네” 하고 대답하니, 대사가 말했다.
“꿈에라도 앙산을 본 일이 있는가?”
청 상좌가 말했다.
“말씀을 내려 주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상좌를 헤아려 주기를 요구합니다.”
“헤아려 주기를 요구한다면, 법당 앞에는 전부터 1천5백 사람의 노사老師가 있느니라.”
대사가 쌍암雙巖에 갔더니, 쌍암 장로가 대사의 풍채를 보자 이렇게 말했다.
“내가 한 가지 그대에게 묻겠으니, 그대가 대답하면 이 절을 주겠거니와 대답하지 못하면 주지 않겠소. 󰡔금강경󰡕에 말하기를 ‘온갖 부처님과 불법이 모두 이 경에서 나왔다’고 하였는데, 이 경은 누가 말씀하신 것이오?”
“말씀했다, 말씀하지 않았다 함은 잠깐 저쪽에 버려두고, 화상께서는 결정적으로 무엇을 경전이라고 부르십니까?”
쌍암이 대답이 없으니, 대사가 경의 말씀을 들어 말했다.
“온갖 성현聖賢이 모두 무위無爲의 법으로써 차별을 두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무위의 법으로 극칙極則을 삼은 것인데, 무엇에 의거하여 이런 차별이 있을까요? 그러면 이 차별이란 것은 허물인가요, 허물이 아닌가요? 허물이라면 모든 성현에게도 허물이 있을 것이요, 허물이 아니라면 결정코 무엇을 차별이라 하겠습니까?”
쌍암이 또 대답이 없으니, 대사가 말했다.
“설봉이 말한 것이오.”

대사가 무주婺州의 지자사智者寺에 있을 때 첫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항상 정수淨水를 받지 않으니, 일 보는 스님이 말했다.
“어째서 더러운 것을 모르고 정수를 받지 않으십니까?”
대사가 상床에서 내려와 정병淨甁을 들고 말했다.
“이것은 깨끗한가?”
일 보는 스님이 대답이 없으니, 대사가 정병을 깨뜨려 버렸다. 이로부터 대사의 명성이 널리 퍼져서 대중들이 명초산明招山에서 법문을 설하기를 청하니, 사방에서 모여든 선자禪者가 집에 가득하였다.
이에 대사가 대중에게 말했다.
“언덕을 내려가면서 뛰지 않는 이를 한 사람이라도 만나기를 희망했으나 만나기가 너무 어렵다. 만일 생사를 같이하려는 이가 있거든 한 번 펼쳐 보이는 것도 무방하겠다.”
이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사자가 본래 굴에서 나올 때에는 어떠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날쌘 새매도 쫓지 못한다.”
“굴에서 나온 뒤에는 어떠합니까?”
“만 리라도 바로 분분하게 설치느니라.”
“나오려 하다가 나오지 못할 때에는 어떠합니까?”
“험준하다.”
“위로 향하는 일이 어떠합니까?”
“잡(眨:눈을 깜빡임).”
“어떤 것이 법신을 꿰뚫는 한 구절입니까?”
“북두北斗 뒤에서 몸을 뒤집어라.”
“일상 속에서 어떻게 향해 나아갑니까?”
“금강金剛을 땅 위에다 던져라.”
“문수와 유마가 마주 앉아 무엇을 이야기했습니까?”
“이미 갈건葛巾과 사모紗帽를 벗어서 저쪽으로 던졌느니라.”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꼭꼭 씹어야 솜씨가 좋으니라.”
“연기 없는 불을 어떤 사람이 쪼입니까?”
“눈썹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다.”
“화상께서는 쪼이실 수 있습니까?”
“그대는 나에게 몇 개의 눈썹이 있다고 여기는가?”
대사가 새로 온 스님이 법당으로 오르는 것을 보자 불자拂子를 들어서 던졌다. 그 스님이 인사를 하고 물러가자, 대사가 말했다.
“작가作家로구나, 작가야.”
“온몸에 검을 찼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홀연히 바로 그런 이를 만난다면 그때에는 어찌하겠는가?”
스님이 대답이 없었다.

대사가 
국태國泰 도瑫 화상에게 물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구지俱胝는 다만 석 줄의 주문을 염念해서 문득 이름을 얻어 모든 사람을 초월했다’고 하는데, 무엇이 그로 하여금 석 줄의 주문을 염해서 문득 이름을 얻어 모든 사람을 초월케 하였는가?”
국태가 한 손가락을 세우니, 대사가 말했다.
“오늘 일이 아니었더라면 어찌 과주瓜洲의 나그네를 알아볼 수 있겠는가?”
대사에게 사숙師叔이 있는데 병원에서 큰 병을 앓고 있었다. 그가 글을 보내 물었다.
“나에게 이런 큰 병이 있어서 지금 고통을 받느라고 어디서나 편안히 있을 수가 없소. 누가 구제할 수 있을까?”
대사가 답장을 보냈다.
“정수리를 맞힌 이 금강전金剛箭이 저쪽으로 꿰뚫고 갔습니다.”
어떤 스님이 대사의 법석에 있다가 하직하고 떠나서 암자에 가 살았다. 그가 1년 만에 다시 와서 절을 하고 물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3일 동안 만나지 않았다면 예전에 본 것같이 대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대사가 가슴을 떡 벌리면서 물었다.
“그대는 내 가슴에 터럭이 몇 개나 있다고 여기는가?”
스님이 대답이 없었다. 이에 대사가 다시 스님에게 물었다.
“그대는 언제 암자에서 떠났는가?”
“오늘 아침에 떠났습니다.”
“올 때에 솥 다리를 부러뜨리는 것을 누구에게 분부했는가?”
스님이 또 말이 없으니, 대사가 할을 해서 내쫓았다.

어떤 이가 물었다.
“듣건대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나는 명초明招의 정상에 살면서 옛 부처의 마음을 전한다’고 하셨다니, 어떤 것이 명초의 정상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눈을 바꾸어라.”
“어떤 것이 옛 부처의 마음입니까?”
“그대는 여전히 성급히 굴겠는가?”
“학인이 구름을 휘어잡고, 물결을 헤치면서 왔습니다. 스님께서 발우를 펴 주십시오.”
“그대의 정수리에다 부딪쳐 깨뜨린다.”
“역시 선타바(仙陀婆:남의 속을 잘 아는 사람)라야 되겠군요.”
대사가 몽둥이를 휘둘러 내쫓았다.
대사는 따로 게송을 지어서 대중에게 보였다.
명초의 한 박자를 맞추는 이 드무니
이것이 진종眞宗의 최상의 묘한 기틀이라네.
돌 부딪친 불꽃은 별안간 어디로 갔나.
아침에 깨어난 봉황의 새끼라야 마땅히 알리라.
明招一拍和人希    此是眞宗上妙機
石火瞥然何處去    朝生鳳子合應知

대사가 명초산에 산 지 40년 동안에 말한 어록이 제방에 두루 퍼졌다. 장차 임종할 시기가 되자 상당하여 대중에게 부촉하고, 그날 밤에 발을 뻗으면서 시자에게 물었다.
“옛날 석가여래는 두 발을 내 보이면서 백 가지 보배 광명을 놓으셨는데, 오늘 나는 얼마나 되는 광명을 놓는다고 여기는가?”
시자가 대답했다.
“옛날의 학림鶴林이 오늘의 화상이십니다.”
대사가 손으로 눈썹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나를 저버리는 것이 아닌가?”
또 게송을 말했다.

칼끝이 총총한 속에서 온전한 위력을 드러내니
그대들은 마땅히 이 일을 잘 보호해서 지녀야 한다.
불 속의 무쇠 소가 새끼를 낳으니
갈림길에 임해서 누가 나의 기틀을 이해하리오.
驀刀叢裏逞全威    汝等應當善護持
火裏鐵牛生犢子    臨岐誰解湊吾機

게송을 마치자 편안하게 앉아서 조용히 떠나니, 지금도 탑이 남아 있다.

형주衡州 화광華光 범範 선사
스님이 물었다.
“영대靈臺가 서지 못해도 몸을 빼낼 곳이 있겠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있다.”
“어떤 것이 몸을 빼낼 곳입니까?”
“나왔다.”
“어떤 것이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말했다.”
“어떤 것이 불법佛法의 대의大意입니까?”
“증험하라.”
“우두가 4조를 보기 전에는 어떠합니까?”
“자유자재하니라.”
“본 뒤에는 어떠합니까?”
“자유자재하니라.”
“어떤 것이 불법 안의 일입니까?”
“마쳤다.”

복주福州 나산羅山 소자紹孜 선사
상당上堂하니, 몇몇 스님이 앞을 다투어 나서서 물었다. 대사가 말했다.
“다만 일시에 나와 물어서 내가 일시에 대답하기를 기다려라.”
스님이 선뜻 물었다.
“학인이 일제히 물었으니, 스님께서 일제히 대답해 주십시오.”
대사가 대답했다.
“얻었다.”
“학인이 겨우 총림에 들어 왔으니, 스님께서 조사의 또렷또렷한 뜻을 곧장 보여 주십시오.”
“좋다.”

서천西川 혜慧 선사
처음에 나산羅山에게 참문하니, 나산이[17권 나산장羅山章에 보인다.]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멀리는 서촉西蜀에서 떠났고, 가까이는 개원開元에서 왔습니다. 바로 지금의 일은 어떠합니까?”
나산이 읍(揖:절)을 하면서 말했다.
“차나 마셔라.” 
대사가 한참 잠자코 있자, 나산이 말했다.
“가을 기운이 점점 따스해지는구나.”
이튿날 나산이 상당하니, 대사가 나서서 물었다.
“방문을 활짝 열며 마루에 나선 이는 누구입니까?”
나산이 할을 하니, 대사가 한참 잠자코 있었다. 이에 나산이 말했다.
“잔털도 나지 않았구나. 가거라.” 
[어느 판본에서 말하였다.
처음에 나산을 참문해서 절을 하고 일어나니, 나산이 말했다.
“어디서 왔는가?”
“멀리는 서촉西蜀에서 떠났고, 가까이는 개원開元에서 왔습니다.”
그리고는 앞으로 다가와서 물었다.
“바로 지금의 일은 어떠합니까?”
나산이 읍을 하며 말했다.
“차나 마셔라.”
대사가 우물쭈물하고 있자, 나산이 말했다.
“가을 기운이 점점 따스해지는구나.”
대사가 법당에 이르러서 스스로 탄식하였다.
“내가 서천西川 아미산峨眉山 기슭에서 쑥의 줄기로 만든 화살 한쪽을 습득해서 천하를 휘저었는데, 오늘 복건福建 도진道陳 노사老師의 영채營寨에 이르니, 활은 꺾이고 화살은 다해 버렸구나. 그만두자, 그만두자.” 
이튿날 나산이 상당하니, 대사가 또 나서서 물었다.
“방문을 활짝 열며 마루에 나선 이는 누구입니까?”
나산이 문득 할을 하였으나, 대사가 대답이 없었다. 이에 나산이 말했다.
“잔털도 나지 않았고 날개도 아직 온전치 않구나. 가거라.”]
이로 인하여 제자의 예를 갖추고, 오랜만에 수기를 받았다. 
다음은 태주台州의 승광勝光에게 참문했는데, 승광이 승상繩床에 앉아 있었다. 대사가 곧장 승광 곁으로 가서 차수叉手하고 섰으니, 승광이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대사가 말했다.
“아직도 대답을 기다리고 계시는가요?”
그리고는 바로 내려갔다. 승광이 주장자와 불자를 들고 내려왔다가 큰방 앞에서 대사를 보자 불자를 세우고 물었다.
“그대는 이것을 무엇이라 부르는가?”
대사가 대답했다.
“죽을 정도로 헐떡거리는 기운입니다.”
승광이 고개를 숙이고 방장으로 돌아갔다.

건주建州 백운白雲 영엄令弇 화상
상당하여 대중에게 말했다.
“선생의 문하에 가라고 보냈는데, 뉘라서 상주喪主를 대한다고 하는가? 안녕[珍重].”
스님이 물었다.
“자기의 일을 밝히지 못했다면 무엇으로 증험을 삼습니까?”
“나무 거울에 흰 얼굴을 비춘다.”
“증험한 뒤에는 어찌합니까?”
“많음을 다투지 않는다.”
“삼태(三台:세 정승)를 초청하고 사부대중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미 어진 이의 위치에 계시니, 스님께서 한 곡조 불러 주십시오.”
“부르려면 어려울 것이 없다.”
“스님께서 불러 주십시오.”
“밤은 고요하고 물은 맑은데 고기가 물지 않으니, 배에 가득 공空을 싣고 달 밝은 밤에 돌아온다.”

건주虔州 천축天竺 의징義澄 상진常眞 선사
처음에 나산羅山에게 참문하여 몇 해를 지냈는데, 나중에 나산이 병이 나자 대사가 물었다.
“화상께서 떠나신 백 년 뒤, 홀연 어떤 사람이 화상께서는 무엇으로 가르치셨는가를 물으면 어찌합니까?”
나산이 몸을 벌렁 뒤치면서 쓰러지니, 대사가 이로부터 깨달았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추위와 더위가 엇갈린다.”
“황제께서 분부도 계셨고, 대중도 자리에 모였습니다. 스님께서 제창해 주십시오.”
“받아들여라, 받아들여.”
“그러면 인간과 하늘이 믿을 곳이 있겠습니다.”
“그대는 어찌 되었는가?”

길주吉州 청평淸平 유광惟曠 진적眞寂 선사
상당하여 말했다.
“정신과 정情을 움직이지 않는 것에는 지고 이김이 있다. 상대할 사람이 있는가? 나와라.”
이때에 어떤 스님이 나서서 절을 하니, 대사가 말했다.
“작가作家가 못 되니, 나가라.”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제1구입니까?”
“내 머리가 필요하거든 가져가라.”
“어떤 것이 활인검活人劍입니까?”
대사가 말했다.
“알겠는가?”
“어떤 것이 살인도殺人刀입니까?”
대사가 꾸짖었다.
“어떤 것이 사자의 새끼입니까?”
“털끝에서 우주를 안배한다.”

무주婺州 금주金柱 의소義昭 화상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문을 열고 살림을 한다.”
“홀연히 도적이 오면 또 어떠합니까?”
“그냥 그렇다.”
새로 온 스님이 와서 참문하자, 대사가 발을 걷고 손으로 모자 벗는 시늉을 하였다. 스님이 가까이 다가서려고 하자, 대사가 말했다.
“사람을 속이는구나.”
대사가 어떤 일로 인하여 게송을 지었다.

호랑이 머리에 뿔이 나서 아무도 만지기 어려우니
전광석화電光石火에 모름지기 밀밀히 펼쳐야 하네.
설사 열사烈士가 하여도 어려운 일이거늘
어수룩한 이가 어떻게 들쑥날쑥함을 알리오.
虎頭生角人難措    石火電光須密布
假饒烈士也應難    懞底那能解差互

담주潭州 곡산谷山 화상
스님이 물었다.
“힘이 덜리는 요긴한 곳을 스님께서 한 말씀 내려 주십시오.”
대사가 일어나서 떠나 버렸다.
“영양羚羊이 뿔을 걸었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그대는 어디를 향해 찾았는가?”
“뿔에다 건 뒤에는 어떠합니까?”
“달린다.”

호남湖南 유양瀏陽 도오산道吾山 종성從盛 선사
처음에 고안高安의 용회龍廻에 살았는데,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마주 보는 일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신라 나라로 갔느니라.”
“어떤 것이 용회龍廻의 가풍입니까?”
“종횡으로 곧게 쏘느니라.”
“어떤 것이 영원(靈源:마음의 근원)입니까?”
“무엇을 싫어하는가?”
“가까이하는 이는 어찌합니까?”
“마치 사람이 물을 마시는 것 같다.”
“궁한 자식이 스님께 귀의하였으니, 구제의 손길을 펴 주십시오.”
“그대들 너무 괄시하는 것이 아닌가?”
“궁한 데야 어찌하겠습니까?”
“많은 사람이 보고 있다.”

복주福州 나산羅山 의인義因 선사
상당하여 대중에게 보였다.
“만일 참다운 종문의 나그네라면 반드시 나산을 괴이하게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안녕.”
스님이 물었다.
“듣건대 옛사람이 말하기를 ‘스스로 조계의 길을 인득認得한 뒤에는 생사가 서로 관계치 않는 것임을 알았다’고 하였는데, 조계의 길은 묻지 않겠거니와 어떤 것이 나산의 길입니까?”
대사가 두 손을 벌리니, 스님이 말했다.
“그러면 외길로도 통할 수 있고, 여러 길도 그러하겠습니다.”
“어디에 여러 길이 있는가?”
스님이 앞으로 가까이 서니, 대사가 말했다.
“영특한 학은 구름 밖으로 날아갔는데, 둔한 새는 여전히 둥우리를 여의지 못한다.”
“듣건대 경전에 말하기를 ‘법신을 순응하면 만상萬象이 모두 고요하고, 지혜의 작용을 따르면 만상이 가지런히 생겨난다’고 하는데, 어떤 것이 만상이 모두 고요한 것입니까?”
“무엇이 있는가?”
“어떤 것이 만상이 가지런히 생겨나는 것입니까?”
“승상繩床과 의자椅子니라.”

관주灌州 영암靈巖 화상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도道 가운데 보배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땅은 동남쪽으로 기울었고, 하늘은 서북쪽으로 높으니라.”
“학인은 잘 모르겠습니다.”
“낙조落照는 기미가 나타나기 전부터 이상하니라.”
대사는 석공石鞏이 삼평三平을 제접한 일을 게송으로 읊었다.

활의 당김을 풀고서 가슴에 화살을 받았는데
어째서 다만 반 사람[半人]뿐일까.
길에서 새벽이 밝아지게 되니
온몸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았네.
解擘當胸箭    因何只半人
爲從途路曉    所以不全身

길주吉州 광산匡山 화상
대사가 게송으로 무리들에게 보였다.

광산匡山의 길이여, 광산의 길이여.
벼랑이 험해서 오르기가 어렵다네.
왔던 사람 망설이면 천 산이 막히고
한 구절 분명하면 부처와 조사를 초월하리.
匡山路  匡山路    巖崖嶮峻人難措
遊人擬議隔千山    一句分明超佛祖

또 백우송白牛頌을 지었다.

나에게 옛 터의 참 백우白牛가 있으니
아버지와 아들이 간직한 채 몇 년을 지냈던가.
문밖을 나서면 곧장 외로운 봉우리의 정상을 투과하고
돌아와선 재빨리 호계虎谿 기슭에 걸터앉네.
我有古壇眞白牛    父子藏來經幾秋
出門直透孤峰頂    迴來暫跨虎谿頭

복주福州 흥성興聖 중만重滿 선사
상당하여 대중에게 보였다.
“마주 보고 분부하는 데는 문자를 기다리지 않고, 눈을 마주해서 기틀을 던지면 현묘한 종지를 공부하는 상사上士라고 부른다. 만일 이렇게 한다면, 그 까닭에 종풍이 타락하지 않으리라.”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종풍이 타락되지 않는 구절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나는 참을 수 없다.”
“옛날 영산회상의 일을 오늘 아침 흥성의 법석에서 화상께서 친히 전하시는데, 어떻게 거양하시겠습니까?”
“그대의 한 가지 물음이 결점이다.”

담주潭州 보응寶應 청진淸進 선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실상實相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그대를 없애는 것이다.”
“지극한 이치는 말이 없는데, 어떻게 소식을 통합니까?”
“천차만별이니라.”
“힘 얻는 곳을 스님께서 지시해 주십시오.”
“잠꾸러기 놈아.”

앞의 안주安州 백조산白兆山 지원志圓 선사의 법손

낭주朗州 대룡산大龍山 지홍智洪 홍제弘濟 대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바로 그대이니라.”
“어떻게 깨닫습니까?”
“다시 발우에 자루가 없다고 싫어하는 것인가?”
“어떤 것이 미묘함입니까?”
“바람은 물소리를 베개 곁으로 보내고, 달은 산 그림자를 옮겨다가 침대 곁에 이르게 한다.”
“어떤 것이 극칙極則이 되는 곳입니까?”
“걱정스런 3월의 봄은 9월의 가을빛에는 미치지 못한다.”

양주襄州 백마산白馬山 행애行靄 선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청정법신淸淨法身입니까?”
“우물 속의 청개구리가 달을 삼킨다.”
“어떤 것이 백마白馬의 바른 안목입니까?”
“남쪽을 향해 북두칠성을 본다.”

영주郢州 대양산大陽山 행충行沖 선사[제1세 주지]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무진장無盡藏입니까?”
대사가 한참 잠자코 있으니, 스님이 말이 없었다. 이에 대사가 말했다.
“가까이 오라.”
그 스님이 가까이 오자 대사가 말했다.
“가거라.”

안주安州 백조산白兆山 축건원竺乾院 회초懷楚 선사[제2세 주      지]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구절마다 모름지기 현묘한 길을 걷는 것입니까?”
“길을 따라 가면 곧바로 호남湖南에 이른다.”
“어떤 것이 사자의 새끼입니까?”
“덕산德山이 용담龍潭의 뒤를 이었다.”
“어떤 것이 화상께서 사람을 위하는 한 구절입니까?”
“그대와는 본래 원한이 없으니, 한 구절이란 원래 이 속에 있다.”
“어느 쪽에 있습니까?”
“이 둔한 놈아.”

기주蘄州 사조산四祖山 청교淸皎 선사
그는 복주福州 사람으로서 성은 왕王씨이다. 처음에는 정주郢州의 대양산大陽山에서 제2세 주지로 있었다. 
어떤 스님이 물었다.
“스님은 어느 집안의 곡조를 부르시며, 종풍은 누구의 것을 이으셨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해사암楷師巖 곁에 상서로운 구름이 일어나고, 보수봉寶壽峰 앞에 법의 우레가 울린다.”
대사는 다음에 안주安州의 혜일원慧日院에 살다가 마지막으로 기주의 사조산四祖山으로 옮겨서 제1세 주지로 살았다.
70세가 되던 해에 게송을 남겼다.

내 나이 여든여덟 살이면
머리는 온통 백발로 덮이리라.
뭉실뭉실한 안산의 쌍봉이요,
밝고 밝은 천 강물의 달이라.
吾年八十八    滿頭垂白髮
顒顒鎭雙峰    明明千江月

황매께서 조사의 가르침을 폈으니
영원토록 종지의 가르침을 계승하기를
날마다 자손들에게 고하여서
끊임이 없도록 하라.
黃梅揚祖敎    白兆承宗訣
日日告兒孫    勿令有斷絶
순화淳化 4년 계사癸巳 8월 23일에 입적하니, 나이는 88세였다.

기주蘄州 삼각산三角山 지조志操 선사[제3세 주지]
스님이 물었다.
“교법이 아무리 많지만 종지는 하나로 돌아가는데, 화상께서는 어째서 허다한 말을 하셔서 두루 돌아다니게 하십니까?”
“그대가 두루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화상에게 지금이 곧 옛날인 소식을 청합니다.”
대사가 손으로 승상繩床을 두드렸다.

진주晋州 흥교興敎 사보師普 선사
스님이 물었다.
“용궁에 가득한 장경은 묻지 않거니와, 어떤 것이 교리 이외에 따로 전하신 법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눈 속이고, 귀 속이고, 코 속이니라.”
“이것만으로 됩니까?”
“이게 무엇인가?”
스님이 ‘돌咄’ 하니, 대사도 ‘돌’ 하였다

스님에게 물었다.
“근래에 어디서 떠났는가?”
“하채下寨에서 떠났습니다.”
“도적을 만났는가?”
“오늘 잡았습니다.”
“그대에게 30방망이를 때리리라.”

기주蘄州 삼각산三角山 진감眞鑒 선사[제4세 주지]
스님이 물었다.
“스님은 어느 집안의 곡조를 부르시며, 종풍은 누구의 것을 이으셨습니까?”
“홀연히 정령政令을 행하니 문득 마루의 섬돌에서 내려가는 것을 보게 된다.”

앞의 담주潭州 등하藤霞 화상의 법손

예주澧州 약산藥山 화상[제7세 주지]
상당하여 대중에게 말했다.
“반야를 배우는 보살은 얻고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일이 있으니 가까이 오라.”
이때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약산 조사의 후예를 스님께서 제창해 주십시오.”
“만 가지 기틀로 끌어내도 나오지 않는다.”
“어찌하여 만 가지 기틀로 끌어내도 나오지 않습니까?”
“언덕과 골짜기 때문이니라.”
“어떤 것이 약산藥山의 가풍입니까?”
“잎이 떨어지면 처음만 같지 못하다.”
“법의 우레가 으르렁거릴 때에는 어떠합니까?”
“우주는 흔들린 적이 없느니라.”
“어째서 흔들린 적이 없습니까?”
“온 사바세계 안에서 일찍이 으르렁거린 적이 없느니라.”
“으르렁거리지 않는 일은 어떠합니까?”
“나라를 덮었건만 아는 이가 없다.”

앞의 담주潭州 운개산雲蓋山 경景 화상의 법손

형악衡嶽 남대사南臺寺 장藏 선사
“멀리서 스님을 찾아왔으니, 스님께서 한번 제접해 주십시오.”
대사가 대답했다.
“문이 막지 않았다.”
“어떤 것이 남대南臺의 경계입니까?”
“솔바람이 울릴 때에도 돌은 끄덕이지 않고, 외로운 봉우리의 산 밑은 첩첩히 가지런하기 어려우니라.”
“어떤 것이 경계 안의 사람입니까?”
“바위 앞에 들 과일을 재배해서 오가는 손님을 대접한다.”
“그러면 공양을 감사히 여기겠습니다.”
“어떤 맛이 있던가?”
“어떤 것이 법당입니까?”
“벽이 없느니라.”
“모든 인연을 돌아보지 않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대사가 한참 잠자코 있었다.

유주幽州 담자수潭柘水 종실從實 선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도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그 속에는 자주색과 검은색이 없느니라.”
“어떤 것이 선禪입니까?”
“백운과 연결되지는 않았다.”
대사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무엇 하러 왔는가?”
“스님을 친견하러 왔습니다.”
“네 멋대로 백운은 산마루에 모이지만, 푸른 하늘이 얼굴을 펼치지 않는 것이야 어찌하겠는가?”

담주潭州 운개산雲蓋山 증각證覺 선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사해四海는 통한 적이 없다.”
“어떤 것이 한 티끌이 법계를 머금는 것입니까?”
“온몸의 체體가 원만치 않느니라.”
“어떤 것이 9세世가 찰나인 분수입니까?”
“번거롭게 흥기해도 문채文彩는 펴지 않는다.”
“어떤 것이 종문 안의 분명한 뜻입니까?”
“만 리의 호승胡僧은 물결에 들어가지 않았다.”

앞의 여산廬山 귀종사歸宗寺 회운懷惲 선사의 법손

귀종사歸宗寺 홍장弘章 선사[제4세 주지]
스님이 물었다.
“학인이 의심이 있을 때에는 어찌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의심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되는가?”
“작은 배로 큰 바다를 건널 때에는 어떠합니까?”
“비슷하다.”
“어찌해야 건너겠습니까?”
“지나오지 않는다.”
“마른 나무에 꽃이 필 때에는 어떠합니까?”
“한 다발 가져오너라.”
“혼연混然해서 찾아도 찾지 못할 때에는 어찌합니까?”
“그게 무엇인가?”

앞의 지주池州 혜산嵆山 장章 선사의 법손

수주隨州 쌍천산雙泉山 도건道虔 선사
스님이 물었다.
“큰 종을 치기 전에는 어떠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음향이 끊겼다.”
“친 뒤에는 어떠합니까?”
“음향이 끊겼다.”
“어떤 것이 길에 있는 사람입니까?”
“딴 생각이 없다.”
“어떤 것이 희유한 일입니까?”
“흰 연꽃이 중천中天을 향해 피는 것이다.”
대사가 나중에는 안주安州의 법운원法雲院에 살다가 입적하였다.

앞의 홍주洪州 운거雲居 제4세 회악懷岳 선사의 법손
 
양주揚州 풍화원風化院 영숭令崇 선사[제1세 주지]
그는 서주舒州 숙송宿松 사람으로서 7세에 출가하고, 20세에 계를 받았다. 운거雲居 회악懷岳 화상과 인연이 계합해서 신주信州의 아호鵝湖에서 법을 열었다. 여주廬州의 절도사[節帥] 주본周本이 유양維揚의 서남쪽에다 절을 짓고 대사에게 살기를 청했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적의 나라에서 바둑을 한 번 두는 것입니까?”
“놓아 보아라.”
“한 방망이로 허공을 때려 부술 때는 어떠합니까?”
“깨진 조각 하나를 가져오너라.”

예주澧州 약산藥山 충언忠彦 선사[제8세 주지]
스님이 물었다.
“경전에 말하기를 ‘부처님들이 광명을 놓아서 실상을 발하는 뜻을 돕는다’고 하는데, 광명은 묻지 않거니와 어떤 것이 실상을 발하는 뜻을 돕는 것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알겠는가?”
“문득 그런 것이 아닙니까?”
“그것이 무엇이던가?”
“스님은 어느 집안의 노래를 부르시고, 누구의 종풍을 이으셨습니까?”
“운령雲嶺에는 용창龍昌의 달이요, 신풍神風에는 동상천洞上泉이 있다.”

재주梓州 용천龍泉 화상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그대의 분수에는 있지 않다.”
“학인이 만 길의 높은 벼랑을 뛰어 내리고자 할 때는 어떠합니까?”
“박살이 난다.”

앞의 균주筠州 동산洞山 도연道延 선사의 법손

균주筠州 상람원上藍院 경慶 선사
처음 행각을 다니다가 설봉雪峰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설봉의 뚜렷한 뜻입니까?”
설봉이 주장자로 대사의 머리를 두드렸다. 대사가 “네” 하고 대답을 하자, 설봉이 껄껄 웃었다. 나중에 동산의 인가를 받아 상람원上藍院에서 살았다.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상람上藍의 날 없는 칼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없다.”
“어째서 없습니까?”
“그대는 어느 곳에나 있느니라.”

앞의 양주襄州 녹문산鹿門山 처진處眞 선사의 법손

익주益州 숭진崇眞 화상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선禪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맑은 못에서 옥토끼를 낚는다.”
“어떤 것이 대인大人의 모습입니까?”
“진흙으로 세 분의 토지신土地神을 빚는다.”

양주襄州 녹문산鹿門山 제2세 담譚 화상 지행志行 대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실제의 이지理地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남섬부주南贍部洲와 북울단월北鬱單越이니라.”
“그러면 사事로는 한 집이겠습니다.”
“수미산이 막혀 있다.”
“멀리 멀리서 왔으니, 스님께서 제접해 주십시오.”
“어디서 왔는가?”
“강북江北에서 왔습니다.”
“남당南堂에 편안히 내려가라.”
“어떤 것이 청정법신입니까?”
“술해년戌亥年에 났느니라.”

양주襄州 곡은谷隱 지정智靜 오공悟空 대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화상께서 몸을 뒤치는 곳[轉身處]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앉는 자리 밑에 눕는다.”
“어떤 것이 도道입니까?”
“봉림관鳳林關 밑이니라.”
“학인은 잘 모르겠습니다.”
“곧장 형남荊南으로 가라.”
“어떤 것이 돌아가야 할 길입니까?”
“그것을 사용하지 말라.”
“그러면 학인으로 하여금 도달하게 합니까?”
“어디에다 그대를 붙이겠는가?”
“영산회상의 모임이 오늘의 모임과 무엇이 다릅니까?”
“지금과 다르지 않다.”
“다르지 않은 것이 무엇입니까?”
“여래의 비밀한 뜻은 가섭迦葉도 전하지 못했다.”

여산廬山 불수암佛手巖 행인行因 선사
그는 안문雁門 사람으로서 성씨는 자세하지 않다. 일찍부터 유교儒敎를 익히다가 하루아침에 속세를 버리고 출가하여 참된 진리를 구할 목적으로 행각에 나섰다.
처음에는 양양 녹문산鹿門山의 처진處眞 선사를 뵙고서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맺었다.
이어 강회江淮로 가서 여산에 올랐는데, 산 북쪽에 다섯 손가락 같은 바위가 있고, 그 밑에 세 길쯤 되는 굴이 있어서 그 속에 들어가 자리 잡고 앉으니, 이 까닭에 불수암佛手巖 화상이라 불렀다.
그는 제자를 두지 않았으므로 이웃 암자에 있는 스님이 시봉을 하였는데, 항상 이상한 사슴과 금낭조錦囊鳥가 그의 곁을 에워싸고 있었다.
강남江南의 왕 이李씨가 그의 덕화를 흠모하여 세 차례나 사신을 보내 불렀으나 끝내 일어나지 않으므로 서현사棲賢寺에서 법문을 열라고 굳이 청했더니, 한 달도 넘지 않아 몰래 불수암으로 돌아갔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마주 보는 상대적으로 나타난 색신色身입니까?”
대사가 한 손가락을 세웠다.[법안法眼이 따로 말하되 “그런 것이 있기는 한가?” 했다.]

어느 날 약간의 병세가 있자, 시봉하는 스님에게 말했다.
“한낮이 되거든 나는 떠나겠다.”
시봉하는 스님이 막 대답을 하자, 대사는 상床에서 내려와 두어 걸음 걷다가 우뚝 서서 떠났다. 바위 정상에 소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같은 날 말라죽었다. 수명은 70여 세였다. 왕이 화공畵工에게 분부하여 영정을 그린 뒤에 향나무를 갖추어 화장을 하고 유골을 거두어 바위 밑에 탑을 세웠다.


앞의 무주撫州 조산曹山 제2세 혜하慧霞 선사의 법손

가주嘉州 동정東汀 화상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도리어 간 사람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석녀石女가 베를 짠다.”
“어떤 것이 도리어 온 사람입니까?”
“선거扇車에 빗장을 지르니 좋은 계책도 끊겼다.”

앞의 화주華州 초암草庵 법의法義 선사의 법손

천주泉州 구양龜洋 혜충慧忠 선사
그는 본 고을의 선유현僊遊縣 사람으로서 성은 진陳씨이다. 9세에 본산(本山:구양산)에서 스님이 되었다. 구족계를 받고는 석장을 집고 행각을 나섰다가 초암草庵 화상을 뵈니, 초암이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대사가 대답했다.
“육모봉六眸峰에서 왔습니다.”
“여섯 가지 신통을 얻었는가?”
“중동重瞳 눈동자가 겹으로 된 것을 말한다.
이 못 되는 것이 걱정입니다.”
초암이 옳게 여겼다. 대사가 본산으로 돌아가니, 때마침 당나라 무종武宗이 불교를 박해하므로 시세에 따라 속인이 되었다가 선종宣宗이 중흥하자 이렇게 말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최상의 도사道士는 녹(籙:문부에 기록됨)을 받지 않고, 부처가 된 사미는 계율을 갖추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는 정오가 지나도 밥을 먹지 않고, 일정한 집이 없이 선정을 닦았다.
그리고는 세 개의 게송을 지었다.

눈이 쌓인 뒤에야 솔과 계수나무의 다름을 알고
구름이 걷혀야 비로소 은하수가 나뉜 것을 보나니
국왕이 환속을 시키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닭과 학을 가릴 수 있었으랴.
雪後始諳松桂別    雲收方見濟河分
不因世主敎還俗    那辨雞群與鶴群

여러 해 세속 일이 부질없이 분주했으니
법복은 입었어도 모두가 스님은 아닐세.
오늘날의 수행은 착한 지혜에 의거한 것이니
머리 가득 머리칼을 남겨서 연등불을 기다린다.
多年塵事謾騰騰    雖著方袍未是僧
今日修行依善慧    滿頭留髮候然燈

형용은 변했지만 도는 항상 존속하고
속세에 섞였으나 마음의 근원은 어둡지 않네.
다시 선재동자가 순례한 게송을 읽어 보건대
그 당시 어디서 사문 노릇을 했었던가.
形容雖變道常存    混俗心源亦不昏
更讀善財巡禮偈    當時何處作沙門

대사는 처음에 참문하면서부터 원초原初에 돌아와 입적하기까지 한 번도 산에서 내려간 일이 없었는데, 무료無了 화상의 탑 동쪽으로 2백 걸음 떨어진 곳에다 장사하여 동탑東塔이라 불렀다. 몇 해가 지나서 그 탑의 한 길이 넘는 계단들이 갑자기 쪼개지니, 탑을 지키던 스님이 열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날 밤 선정에 들어 있노라니, 서탑西塔에서 이런 말이 들렸다.
“나의 시체로 인하여 이미 그대들을 두 번 장사 지내게 하여 수고롭게 했는데, 이제 다시 동탑을 번거롭게 파낼 필요가 없다.”
탑을 지키는 스님이 이에 영감을 얻어서 시주들을 모아 중수하고 장엄하니, 아직까지도 향과 등불이 그치지 않고 있다. 당시 사람들이 ‘진陳ㆍ심沈의 두 진신眞身’이라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무료無了 선사는 마조馬祖의 법을 이었으니, 자세한 사적은 다른 문장에 실렸다.

앞의 양주襄州 함주산含珠山 심철審哲 선사의 법손

양주洋州 용혈산龍穴山 화상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호랑이를 타고 파가巴歌를 부른다.”
“큰 선지식이 어째서 토지신土地神을 위하여 전錢을 사릅니까?”
“저 상인上人이란 자는 대꾸하기 어렵다.”
당주唐州 대승산大乘山 화상
어떤 이가 물었다.
“마른 나무가 봄을 만났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세간에 드문 일이다.”
“어떤 것이 사면四面 위의 일입니까?”
“되[升] 속에서 뛰쳐나와 말[斗] 속에서 몸을 뒤집는다.”

양주襄州 봉산鳳山 연경원延慶院 귀효歸曉 혜광慧廣 대사
스님이 물었다.  
“언어의 길이 끊겼을 때는 어떠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두 겹의 공안公案이구나.”
“어떻게 이해하리까?”
“분명히 이야기했다.”
“동산洞山이 물었다.”
“어떤 것이 봉산鳳山의 경계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좋은 사람아, 간취看取하라.”
“어떤 것이 경계 안의 사람입니까?”
“알겠는가?”

양주襄州 함주산含珠山 진眞 화상[제3세 주지]
스님이 물었다.
“스님은 어느 집안의 노래를 부르시고, 종풍은 누구의 것을 이으셨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구슬을 머금은 비밀한 뜻은 도가 같은 이라야 안다.”
“그러면 날개를 빌리지 않고도 푸른 산마루에 오르겠습니다.”
“둔하구나.”
“옛 거울을 갈기 전에는 어떠합니까?”
“어둡게 할 수 없다.”
“간 뒤에는 어떠합니까?”
“검기가 옻[漆]과 같다.” 

앞의 봉상부鳳翔府 자릉紫陵 광일匡一 대사의 법손

병주幷州 광복廣福 도은道隱 선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근원을 가리키는[指南] 외길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신령한 기틀의 일을 묘하게 인도하니, 맑은 물결은 기이한 법륜을 드러낸다.”
“세 집에서 똑같이 청하면 어느 집으로 가시겠습니까?”
“달이 천 집의 물에 비치니, 각 문門마다 스님이 있다.”

자릉紫陵 미微 선사[제2세 주지]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자릉紫陵의 경계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고요하게 비추는 등불의 빛에 밤이 이미 깊었다.”
“어떤 것이 경계 안의 사람입니까?”
“원숭이가 울고, 범이 휘파람을 분다.”
“보배 검이 칼집에서 나오기 전에는 어떠합니까?”
“반석 위에다 송백松柏을 가꾼다.”

흥원부興元府 대랑大浪 화상
스님이 물었다.
“이미 강물을 마신 신이라면서 왜 물에 밀립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흐름을 따라야 비로소 묘함을 얻나니, 언덕에 기대면 도리어 미혹하게 된다.”

앞의 홍주洪州 봉서산鳳棲山 동안同安 위威 선사의 법손

진주陳州 석경石鏡 화상
스님이 물었다.
“석경石鏡은 갈지 않아도 비춥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전생은 원인이요, 금생은 결과이니라.”

앞의 양주襄州 석문산石門山 헌獻 선사의 법손

석문산石門山 건명사乾明寺 혜철慧徹 선사[제2세 주지]
어떤 이가 물었다.
“해[金烏]가 바다 위로 나와 천지를 비추면, 이 세월의 일과 어떠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용이 골짜기에서 나오면 비바람이 닥치고, 바다와 산악이 기울 때는 일월이 밝다.”
“위로부터의 여러 성인들은 어디로 갔습니까?”
“돌기둥에다 등을 달았다.”
“스님은 어느 집안의 노래를 부르시고, 종풍은 누구의 것을 이으셨습니까?”
“조각구름이 봉령鳳嶺 위에 생기니, 나무꾼이 곳곳마다 분명하구나.”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지혜는 뿌리 없는 나무를 접하고, 능력은 바다 밑에 등불을 켠다.”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소림少林에 구정九鼎이 맑으니, 물결이 출렁이면 백 가지 꽃이 새롭다.”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삼문三門 밖의 소나무는 생겨나는 것도 보고, 자라나는 것도 본다.”
“한 터럭이 나기 전에는 어떠합니까?”
“예羿는 활을 잘 고르지 않아도 화살은 삼강三江의 어귀를 지나간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나무꾼이 거친 벌판을 지나는데, 소를 타서 풀이 드러나지 않는다.”

앞의 양주襄州 만동산萬銅山 광덕廣德 의義 화상의 법손

양주襄州 광덕廣德 연延 화상[제2세 주지]
처음에 광덕廣德 의義 화상을 뵙고 절을 한 뒤에 물었다.
“어떤 것이 화상의 깊고 깊은 곳입니까?”
의義 화상이 대답했다.
“몸을 숨기는 데 반드시 바위 골짜기일 필요는 없으니, 시끄러운 거리에서도 보는 이가 드물다.”
“그러면 곧 물을 따르고, 꽃을 바칩니다.”
“홀연히 안개가 끼면 그대는 어찌하려는가?”
“꽃을 꺾고 물을 긷는 것이 헛되이 베푸는 것은 아닙니다.”
“대중은 제2대의 광덕을 지켜보라.”

대사는 산문을 이어받아 무리를 모아 법문을 열었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고기는 근원 없는 물에서 뛰고, 꾀꼬리는 만고萬古의 소나무에서 운다.”
“어떤 것이 항상 존재하는 사람입니까?”
“섣달에 죽은 뱀이 큰길에 놓였으니, 건드리다가 다친 이는 어쩔 수 없다.”
“무엇이 대통지승불大通智勝佛의 시절입니까?”
“한 여름의 해는 새롭게 갠 뒤에는 그대가 눈을 부릅떠도 보지 못한다.”
“무엇이 대통지승불의 뒤입니까?”
“달이 취봉鷲峰의 마루에 숨으니, 그대들은 파촉의 원숭이에게 애간장을 끊지 말라고 하라.”
“어떤 것이 무간업無間業을 짓는 것입니까?”
“맹렬한 불로 냄비를 때서 부처의 입술을 끓이는 것이니라.”
대사가 어떤 일로 인하여 이런 게송을 지었다.

홍산洪山에 이르자 자리를 잡고 앉아
사방과 팔면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그의 집안에는 스스로 구름을 잠재우는 뜻이 있어
갈대 피리를 비껴 물고 우주의 분수를 분다.
才到洪山便垜根    四平八面不言論
他家自有眠雲志    蘆管橫吹宇宙分

앞의 수주隋州 수성산隋城山 호국護國 수징守澄 선사의        법손

수주隋州 용거산龍居山 지문사智門寺 수흠守欽 원조圓照 대사
스님이 물었다.
“두 거울이 마주하면 어째서 중간에 상像이 없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자기도 모름지기 숨어야 한다.”
“거울이 깨지고 경대도 없어질 때에는 어떠합니까?”
대사가 주먹을 세웠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이마에다 방牓을 붙이지는 않는다.”

수성산隋城山 호국지원護國知遠 연화演化 대사[제2세 주지]
스님이 물었다.
“아들을 데리고 문으로 들어올 때에는 어떠합니까?”
“정情을 반연하고 사물을 체體 받는 것이 무엇인가?”
“건곤乾坤에도 머무는 뜻을 두지 않고, 우주에도 마음을 두지 않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모두가 전쟁일 때는 수습할 수 있으나, 도리어 노래와 춤이 벌어지면 없애기 어렵다.”
“근원을 곧장 끊는 것은 부처님께서 인가하신 바이나 잎을 따서 가지를 찾는 일은 나는 못한다고 한 뜻이 무엇입니까?”
“구름 나무에 올라서 3추秋의 과일을 따려 하지 말고, 푸른 못 속의 외로운 달도 연모하지 말라.”

안주安州 대안산大安山 능能 화상 숭교崇敎 대사
스님이 물었다.
“스님은 어느 집안의 노래를 부르시고, 종풍은 누구의 것을 이으셨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남산의 북을 두드리고, 북산의 노래를 부른다.”
“어떤 것이 추운 겨울의 경계입니까?”
“천 산은 푸른빛을 더하고, 만 그루의 나무는 은빛 꽃에 덮인다.”
영주潁州 천복원薦福院 사思 선사[일찍이 당주唐州의 천목산天      目山에 살았다.]
스님이 물었다.
“옛 법당에 부처가 없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범음梵音이 어떻게 왔는가?”
“닦아 증득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부처를 이룹니까?”
“닦아 증득한다면 곧 이루지 못한다.”

담주潭州 연수延壽 화상
스님이 물었다.
“스님은 어느 집안의 노래를 부르시고, 종풍은 누구의 것을 이으셨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양제煬帝는 변수汴水에 의하여 번영했고, 노승은 서호書湖로써 못 둑을 삼는다.”

수성산隋城山 호국護國 지랑志郞 원명圓明 대사[제3세 주지]
스님이 물었다.
“스님은 어느 집안의 곡조를 부르시고, 종풍은 누구의 것을 이으셨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정과淨果의 맏아들이요, 소산疎山의 손자이니라.”
“어떤 것이 만법萬法의 근원입니까?”
“공空 안에서는 거둘 수 없으니, 호국護國도 해당되지 않는다.”
앞의 기주蘄州 오아산烏牙山 언빈彦賓 선사의 법손

안주安州 대안산大安山 흥고興古 선사
스님이 물었다.
“죽은 스님이 떠나서 어디로 갔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지난밤 3경에 달이 산봉우리에 떴다.”
“유마의 고요한 침묵이 말입니까, 말이 아닙니까?”
“어둠 속의 돌 송아지는 초연해서 문을 나서지 않는다.”

기주蘄州 오아산烏牙山 행랑行朗 선사
스님이 물었다.
“사람의 몸을 받기 전에는 무엇이었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바다 위의 돌소가 노래하고 세 번 손뼉을 치니, 한 줄기 붉은 줄이 손바닥 사이에서 나누어진다.”
“가섭의 좋은 옷은 누가 입을 수 있습니까?”
“천연하여 모습 없는 사람은 티끌을 벗어나는 옷이라도 걸치지 않는다.”

앞의 봉상부鳳翔府 청봉靑峰 화상의 법손

서천西川 영감靈龕 화상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부처님들의 몸이 나온 곳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나온 곳은 부처와 관계없으니, 봄이 오면 풀이 저절로 푸르다.”
“녹록碌碌할 때에는 어떠합니까?”
“한 걸음 나아가 보라.”

경조京兆 자각산紫閣山 단기端己 선사
스님이 물었다.
“네 가지 모습[四相]이 모두 다하면 무엇을 참이라 인정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그대는 어디를 갔었는가?”
“위수渭水가 정동正東으로 흐를 때에는 어떠합니까?”
“예로부터 끊긴 적이 없다.”

방주房州 개산開山 회주懷晝 선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업을 지어야 천千 성인의 가르침을 어기지 않겠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묘한 행은 짝할 이가 없고, 정情의 현묘한 본체는 스스로 남다르다.”
“귀가 있어도 맑은 물에 씻지 않을 터인데, 무심無心을 누가 백운白雲의 그윽함이라 합니까?”
“천 냥의 황금을 걸 나무가 없다.”
“건 뒤에는 어떠합니까?”
“묘연해서 사람들이 가려내기 어렵다.”

유주幽州 전법傳法 화상
스님이 물었다.
“교리의 뜻과 조사의 뜻이 같습니까, 다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꽃이 피니 황금 선線이 수려하고, 옛 골짜기에는 흰 구름이 깊다.”
“다른 사람은 어째서 제자가 많고, 스님은 어째서 제자가 없습니까?”
“바다 섬에는 용이 많이 숨지만, 갈대밭에는 봉鳳이 깃들지 않는다.”

익주益州 정중사淨衆寺 귀신歸信 선사
스님이 물었다.
“연꽃이 물에서 나오기 전에는 어떠합니까?”
“향기가 연못 가득히 흐른다.”
“물에서 나온 뒤에는 어떠합니까?”
“잎이 떨어져도 가을을 모른다.”
“부낭浮囊에 의지하지 않고, 큰 바다에 들어갈 때에는 어떠합니까?”
“붉은 부리[紅嘴]는 삼계 밖으로 날아갔으며, 녹색 털은 도를 이해해서 차를 달인다.”

청봉산靑峰山 청면淸免 선사[제2세 주지]
스님이 물었다.
“포도주를 오래 숙성시켰는데, 오늘 누구를 위하여 열까요?”
대사가 대답했다.
“마시는 자는 안다.”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아뇩달지阿耨達池에는 한 방울이 없어도 사방의 바다는 스스로 도도하다.”



경덕전등록 제24권






  길주吉州 청원산靑原山 행사行思 선사의 제8세 법손 74인

장주漳州 나한원羅漢院 계침桂琛 선사의 법손 7인
금릉金陵 청량淸凉 문익文益 선사
양주襄州 청계淸谿 홍진洪進 선사
금릉金陵 청량淸凉 휴복休復 선사
무주撫州 용제龍濟 소수紹修 선사
항주杭州 천룡사天龍寺 수秀 선사
노주潞州 연경延慶 전은傳殷 선사
형악衡嶽 남대南臺 수안守安 선사
  [이상 7인은 기록에 보임]

복주福州 선종僊宗 계부契符 대사의 법손 2인
복주福州 선종僊宗 동명洞明 대사
천주泉州 복청福淸 행흠行欽 선사
  [이상 2인은 기록에 보임]
항주杭州 천룡天龍 중기重機 대사의 법손 1인
고려高麗 설악雪嶽 영광令光 선사
  [1인은 기록에 보임]

무주婺州 국태도國泰瑫 선사의 법손 1인
무주婺州 제운齊雲 보승寶勝 선사
  [1인은 기록에 보임]

복주福州 승산昇山 백룡白龍 도희道希 선사의 법손 5인
복주福州 광평廣平 현지玄旨 선사
복주福州 백룡白龍 청모淸慕 선사
복주福州 영봉靈峰 지은志恩 선사
복주福州 동선東禪 현량玄亮 선사
장주漳州 보구報劬 현응玄應 선사
  [이상 5인은 기록에 보임]

천주泉州 초경招慶 법인法因 대사의 법손 7인
천주泉州 보은報恩 종현宗顯 대사
금릉金陵 용광龍光 징개澄忋 선사 
영흥永興 북원北院 가휴可休 선사
침주郴州 태평太平 청해淸海 선사
연주連州 자운慈雲 혜심慧深 대사
영주郢州 흥양興陽 도흠道欽 선사
  [이상 6인은 기록에 보임]
장주漳州 보복保福 청계淸谿 선사
  [1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무주婺州 보은報恩 보자寶資 선사의 법손 1인
처주處州 복림福林 징澄 화상
  [1인은 기록에 보임]

처주處州 취봉翠峰 종흔從欣 선사의 법손 1인
처주處州 보은報恩 수진守眞 선사
  [1인은 기록에 보임]

양주襄州 취령鷲嶺 명원明遠 선사의 법손 1인
양주襄州 취령鷲嶺 제2세 통通 화상
  [1인은 기록에 보임]

항주杭州 용화龍華 지구志球 선사의 법손 1인
인왕원仁王院 준俊 선사
  [1인은 기록에 보임]

장주漳州 보복保福 가주可儔 선사의 법손 1인
장주漳州 융수隆壽 무일無逸 선사 
  [1인은 기록에 보임]

담주潭州 연수사延壽寺 혜륜慧輪 선사의 법손 2인
여산廬山 귀종歸宗 도전道詮 선사
담주潭州 용흥龍興 유裕 선사
  [이상 2인은 기록에 보임]

소주韶州 백운白雲 상祥 화상의 법손 6인
소주韶州 대력大歷 화상
연주連州 보화寶華 화상
소주韶州 월화月華 화상
남웅주南雄州 지장地藏 화상
영주英州 낙정樂淨 함광含匡 선사
소주韶州 후백운後白雲 화상
  [이상 6인은 기록에 보임]

낭주朗州 덕산德山 연밀緣密 대사의 법손 2인 
담주潭州 녹원鹿苑 문습文襲 선사
예주澧州 약산藥山 가경可瓊 선사
  [이상 2인은 기록에 보임]

서천西川 청성靑城 향림香林 징원澄遠 선사의 법손 1인
관주灌州 나한羅漢 화상
  [1인은 기록에 보임]

양주襄州 동산사洞山寺 초初 선사의 법손 1인 
담주潭州 도숭道崧 선사
  [1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악주鄂州 황룡黃龍 회기晦機 선사의 법손 9인
낙경洛京 자개紫蓋 선소善沼 선사
미주眉州 황룡黃龍 계달繼達 선사
조수棗樹 제2세 화상 
흥원부興元府 현도산玄都山 징澄 화상
가주嘉州 흑수黑水 화상
악주鄂州 황룡黃龍 지옹智顒 선사
미주眉州 복창福昌 달達 화상
  [이상 7인은 기록에 보임]
상주常州 혜산慧山 연然 화상
홍주洪州 쌍령雙嶺 오해悟海 선사
  [이상 2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무주婺州 명초明招 덕겸德謙 선사의 법손 6인
처주處州 보은報恩 계종契從 선사
무주婺州 보조普照 유瑜 화상
무주婺州 쌍계雙谿 보초保初 선사
처주處州 용천涌泉 구究 화상
구주衢州 나한羅漢 의義 화상
  [이상 5인은 기록에 보임]
복주福州 흥성興聖 조調 화상
  [1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낭주郎州 대룡산大龍山 지홍智洪 선사의 법손 3인
대룡산大龍山 경여景如 선사
대룡산大龍山 초훈楚勛 선사
흥원부興元府 보통원普通院 종선從善 선사
  [이상 3인은 기록에 보임]

양주襄州 백마白馬 행애行靄 선사의 법손 1인
백마白馬 지륜智倫 선사
  [1인은 기록에 보임]

안주安州 백조산白兆山 회초懷楚 선사의 법손 3인
당주唐州 보수保壽 광우匡祐 선사
  [1인은 기록에 보임]
기주蘄州 자남自南 선사
과주果州 영경원永慶院 계훈繼勳 선사
  [이상 2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양주襄州 곡은谷隱 지정智靜 선사의 법손 2인
곡은谷隱 지엄知儼 선사
양주襄州 보녕普寧 법현法顯 선사
  [이상 2인은 기록에 보임]

여산廬山 귀종歸宗 홍장弘章 선사의 법손 1인
동경東京 보정원普淨院 상각常覺 선사
  [1인은 기록에 보임]

봉상부鳳翔府 자릉紫陵 미微 선사의 법손 2인
봉상부鳳翔府 대랑大朗 화상
담주潭州 신개新開 화상
  [이상 2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양주襄州 석문산石門山 혜철慧徹 선사의 법손 2인
석문산石門山 소원紹遠 선사
악주鄂州 영죽靈竹 수진守珍 선사
  [이상 2인은 기록에 보임]

홍주洪州 동안同安 지志 화상의 법손 2인
낭주朗州 양산梁山 연관緣觀 선사
  [1인은 기록에 보임]
진주陳州 영통靈通 화상
  [1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양주襄州 광덕廣德 연延 화상의 법손 1인
광덕廣德 주周 선사
  [1인은 기록에 보임]

익주益州 정중사淨衆寺 귀신歸信 선사의 법손 1인
한주漢州 영감산靈龕山 화상
  [1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수주隋州 호국護國 지원知遠 선사의 법손 1인
동경東京 개보開寶 상보常普 대사
  [1인은 기연할 어구가 없으므로 기록하지 않음]


행사行思 선사의 제8세

앞의 장주漳州 나한羅漢 계침桂琛 선사의 법손

승주昇州 청량원淸凉院 문익文益 선사
그는 여항餘杭 사람으로서 성은 노魯씨이다. 7세에 신정新定 지통원智通院의 전위全偉 선사에 의해 스님이 되었고, 스무 살 때에 월주越州의 개원사開元寺에서 구족계를 받았다.
당시 율종의 거장인 희각希覺이 명주明州 무산鄮山의 육왕사育王寺에서 성대히 교화를 펴고 있었는데, 대사는 거기에 가서 율장을 익히는 동시에 유서儒書도 탐구하여 글의 흥취 속에 잠겨 있었다. 희각이 대사를 가리켜 우리 문하의 자하子夏와 자유子遊 같은 사람이라 하였다.
대사는 현묘한 기틀을 한 번 발하자 온갖 일을 다 버리고, 석장을 끌고 남쪽으로 가서 장경長慶의 법회에 참석하였다. 아직 반연하는 마음이 쉬지 않았지만 대중이 모두 추천하므로 다시 도반을 맺고 호외湖外 지방으로 떠났다. 길을 떠나자, 마침 큰 비가 와서 개울이 넘치므로 잠시 성 서쪽에 있는 지장원地藏院에 들렀다.
이때 계침桂琛 선사를 뵈니, 계침이 물었다.
“상좌上座는 어디를 가는가?”
대사가 대답했다.
“여기저기 행각行脚을 합니다.”
“행각하는 뜻이 무엇인가?”
“모르겠습니다.”
“모르는 것이 가장 친절하니라.”
대사는 활연히 깨닫고 동행하는 진進 산주山主 등 4인과 함께 정성껏 귀의하여 물으니, 모두 계합하여 이해했다. 그리하여 차례차례 인가를 받고서 제각기 한 지방에 자리를 잡았는데, 대사는 홀로 감자주甘蔗洲에다 암자를 지었다.
거기에 머무르고자 의논을 하는데, 진 산주 등이 강남의 총림을 두루 보고자 한다면서 대사에게 동행하기를 청하였다. 그래서 임천臨川에 이르렀더니, 고을의 군수가 숭수원崇壽院에 살기를 청하였다.
처음 개당開堂하는 날, 차 마시는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사부대중이 벌써 법상을 둘러싸고 있었다. 이때 승정僧正이 대사에게 아뢰었다.
“사부대중이 벌써 화상의 법상을 둘러쌌습니다.”
대사가 대답했다.
“여러 사람들이여, 참 선지식께 참문하라.”
조금 있다가 법상에 올랐다. 대중이 예배를 마치자, 대사가 대중에게 말했다.
“여러 사람이 모두 이 산에 있으니, 내가 말이 없을 수 없다. 대중에게 옛사람의 방편을 하나 보여 주리라. 안녕.”
그리고는 법상에서 내려왔다. 이때에 어떤 스님이 나와서 절을 하니, 대사가 말했다.
“잘 물어라.”
그 스님이 막 물으려는데, 대사가 말했다.
“장로여, 아직 개당開堂하지 않았으니 이야기에 대답할 수 없다.”

자방子方 상좌가 장경長慶에서 오니, 대사가 먼저 장경長慶 능稜 화상의 게송을 듣고 물었다.
“어떤 것이 만상萬象 가운데 홀로 드러난 몸인가?”
자방이 불자를 번쩍 드니, 대사가 말했다.
“그렇게 알아서야 어찌하겠는가?”
“화상의 높으신 뜻은 어떠합니까?”
“무엇을 만상萬象이라 하는가?”
“옛사람은 만상을 배척하지 않았습니다.”
“만상 가운데서 홀로 드러난 몸인데, 어찌하여 배척한다느니 배척하지 않는다느니 이야기하랴.”
자방이 활연히 깨달아 게송을 지어 바치고 귀의하니, 이로부터 제방에서 알음알이를 가진 이는 모두가 쓸리듯이 모여왔다. 처음 그들의 태도는 도도했으나 대사가 미묘한 설교로 계발해 주니, 모두가 차츰 굴복하여 배우는 무리가 항상 천 명에서 줄지 않았다.
대사가 상당했다. 대중이 오래 서 있자 그들에게 말했다.
“그저 이렇게 흩어져도 불법이 있겠는가? 말해 보라. 없다면 여기에 와서 무엇 하겠는가. 만약 있다면 큰 시장의 소란한 속에도 있을 것이거늘, 무엇 하러 여기에 왔는가. 여러분들은 일찍이 󰡔환원관還源觀󰡕ㆍ󰡔백문百門󰡕ㆍ󰡔의해義海󰡕ㆍ󰡔화엄론華嚴論󰡕ㆍ󰡔열반경涅槃經󰡕 따위 여러 서적을 보았을 것인데, 어느 경전에 그런 시절이 있던가. 있다면 이야기해 보라. 그런 경전 가운데 이런 말이 있고, 이런 시절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 무슨 교섭交涉이 있으랴. 그러므로 미묘한 말씀이 마음 머리에 막혔으면 항상 연려緣慮의 터전이 되고, 실제實際가 눈앞에 놓였으면 도리어 명상名相의 경계가 된다. 어찌하여야 뒤집겠는가? 또 뒤집을 수 있다면 어찌하여야 바르게 되겠는가? 알겠는가? 그저 그런 식으로 서적이나 염송念誦하지 말라. 무슨 소용이 있으랴.”
스님이 물었다.
“어떻게 피력하고 드러내어야 도와 상응하겠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그대는 몇 번이나 드러냈는데도 도와 상응하지 못하는구나.”
“여섯 감관[六處]이 음音을 알지 못할 때는 어떠합니까?”
“그대의 집안 권속은 한 무리이다.”

대사가 또 말했다.
“어떻게 알겠는가? 이렇게 와서 묻기만 하면 된다고 말하지 말라. 되지 못한다. 그대가 ‘여섯 감관이 음을 알지 못한다’고 말한 것은 눈이 음을 알지 못하고 귀가 음을 알지 못하는 것인데, 그래도 근본이라면 어찌 되지 못한다고 이해하겠는가. 옛사람이 말하기를 ‘소리와 빛을 여의었다고 하면 소리와 빛에 집착한 것이고, 이름과 글자를 여의었다고 하면 이름과 글자에 집착한 것이다’라고 하였으니, 이 까닭에 무상천無想天에서 수행하여 8만 대겁大劫을 지냈더라도 하루아침에 타락하는 일이 엄연하니, 대체로 근본의 진실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차례로 3생의 60겁이나 4생의 1백 겁을 수행하고, 이렇게 해서 3아승기의 과위果位가 원만하더라도 옛사람은 말하기를 ‘한 생각[一念]의 연기緣起가 생겨남이 없어서 3승의 방편 등의 견해를 초월하는 것만 못하다’고 했고, 또 말하기를 ‘손가락 튀기는 사이에 8만 법문을 원만히 이루고 찰나에 3아승기겁을 소멸한다’고 했으니, 모름지기 체험으로 궁구해야 한다. 만일 이렇게 한다면 무슨 힘을 들이겠는가?”
스님이 물었다.
“손가락은 묻지 않겠으나 어떤 것이 달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어떤 것이 그대가 묻지 않은 손가락인가?”
“달은 묻지 않겠으나 어떤 것이 손가락입니까?”
“달이니라.”
“학인이 손가락을 물었는데, 스님은 왜 달을 대답하십니까?”
“그대가 손가락을 물었기 때문이다.”
강남江南의 국주國主가 대사의 도덕을 소중히 여겨 보은선원報恩禪院으로 맞이해서 살게 하고, 정혜淨慧 선사라는 호를 봉했다. 
대사가 상당하여 대중에게 말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내가 서 있는 자리를 그대가 눈치 채기 바란다’고 했는데, 산승山僧이 지금 앉은 자리를 그대들이 눈치 채기 바란다. 도리가 있는가, 어떤 것이 친하고 어떤 것이 성근가를 판단해 보라.”
누군가가 물었다.
“인경이 울리고 대중이 모였으니 스님께서 이렇게[如是] 보여 주십시오.”
대사가 대답했다.
“대중의 이해가 그대의 이해와 얼마나 흡사한가?”
“어떤 것이 옛 부처님의 가풍입니까?”
“어디를 본들 부족한가?”
“하루 가운데 어떻게 행동해야 도와 상응하겠습니까?”
“취하고 버리려는 마음이 공교로운 거짓을 이룬다.”
“옛사람이 법의를 전할 때에는 누구에게 수기를 주었습니까?”
“그대는 어디서 옛사람이 법의를 전하는 것을 보았는가?”
“시방의 성현들이 모두 이 종宗으로 들어온다고 하니, 어떤 것이 이 종입니까?”
“시방의 성현이 다 들어온다.”
“어떤 것이 부처의 향상인向上人입니까?”
“방편으로 부처라 부른다.”
“소리와 빛깔 두 가지를 어느 사람이 투과할 수 있습니까?”
대사는 선뜻 대중에게 말했다.
“여러 상좌들이여, 말해 보라. 저 스님은 투과했는가, 못했는가? 만일 이 물음의 당처當處를 알면 소리와 빛을 투과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부처의 지견知見을 구하는 데는 어느 길이 가장 빠릅니까?”
“이것을 지나치는 것이 없다.”
“상서로운 풀이 마르지 않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부질없는 말이구나.”
“대중이 구름같이 모였으니, 스님께서 대중의 의심을 단박에 풀어 주십시오.”
“요사寮舍 안에서 헤아리고, 차방[茶堂] 안에서 헤아려라.”
“구름이 열리고 해가 보일 때에는 어떠합니까?”
“부질없는 말이구나.”
“어떤 것이 사문이 소중히 여길 것입니까?”
“털끝만치라도 소중히 여길 것이 있으면 사문이라 할 수 없다.”
“천백억의 화신 가운데서 어느 것이 청정법신입니까?”
“모두 다이니라.”
“줄지어 올라왔는데, 스님의 뜻은 어떠합니까?”
“이게 눈인가, 눈이 아닌가?”
“전신全身이 뜻[義]이니, 스님께서 결단해 주십시오.”
“그대의 뜻은 스스로 타파되었다.”
“어떤 것이 옛 부처님의 마음입니까?”
“자비희사慈悲喜捨를 쏟아 낸다.”
“백 년 묵은 방의 어둠을 하나의 등불이 깨뜨린다 하는데, 어떤 것이 하나의 등불입니까?”
“무엇을 백 년이라 말하는가?”
“어떤 것이 올바르고 바른 도입니까?”
“하나의 소원도 그대로 하여금 시행케 하고, 두 개의 소원도 그대로 하여금 시행케 한다.”
“어떤 것이 하나의 참[一眞]인 경지입니까?”
“경지라면 ‘하나의 참’이 없다.”
“그럼 어떻게 세웁니까?”
“도리어 교섭할 길이 없다.”
“어떤 것이 옛 부처입니까?”
“바로 지금도 혐의할 곳이 없다.”
“하루 가운데 어떻게 행동하리까?”
“걸음걸이마다 딛는다.”
“옛 거울을 열기 전에는 어떻게 비춥니까?”
“하필 두세 번 하겠는가.”
“어떤 것이 부처님들의 현묘한 종지입니까?”
“그대에게도 있다.”
“듣건대 경전에 말하기를 ‘머무름이 없는 근본으로부터 온갖 법을 세운다’고 하는데, 어떤 것이 머무름이 없는 근본입니까?”
“형체가 일어나도 아직 질質은 아니고, 이름이 일어나도 아직 이름은 아니다.”
“죽은 스님의 옷은 뭇 스님이 불렀지만[唱], 조사의 옷은 누가 부릅니까?”
“그대는 죽은 스님의 어느 옷을 불렀는가?”
“방탕한 아들이 고향으로 돌아올 때에는 어떠합니까?”
“무엇을 바치던가?”
“한 물건도 없었습니다.”
“나날의 공급을 어떻게 주겠는가?”
대사는 나중에 청량원으로 옮겨 살았는데, 상당하여 대중에게 보였다.
“출가한 사람은 그저 시절時節을 따를 뿐이니, 추우면 춥고 더우면 더울 뿐이다. 불성의 이치를 알고자 하면 반드시 시절의 인연을 관찰해라. 고금의 방편이 적지 않다. 보지 못했는가. 석두石頭  화상이 ‘󰡔조론肇論󰡕에서 만물을 회통하여 자기를 삼는 이는 오직 성인뿐이라고 하였으며, 다른 집안에서는 성인은 자기가 없으니 자기 아닌 것도 없다’고 하면서 한 마디의 말로 참동계參同契를 부르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인도의 큰 성인의 마음도 이 말을 지나치지 못하니, 중간에도 그저 때를 따라 말했을 뿐이다’라고 하였다. 상좌들아, 이제 만물을 회통해서 자기를 삼으려 하는 것은 온 누리에서 한 법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또 사람들에게 당부하기를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고 한다. 아까도 여러분에게 말하기를 ‘그저 시절을 따르면 된다’고 했는데, 만일 때를 옮기고 계절을 잃으면 이것이 세월을 헛되이 보내는 것이니, 빛깔이 아닌 것에서 빛깔이란 견해를 짓는다. 상좌들아, 빛깔이 아닌 가운데서 빛깔이란 생각을 하면, 이것이 때를 옮기고 계절을 잃는 것이다. 말해 보라. 빛깔을 빛깔 아니라는 견해를 짓는 것이 옳겠는가, 옳지 않겠는가? 상좌들이 만일 그렇게 알면 이는 아무 교섭할 곳이 없다. 바로 미쳐서 양쪽으로 달리는 짓이니, 무슨 쓸모가 있으랴. 상좌들아, 그저 분수와 시절을 지키면서 세월을 보내는 것이 옳다. 안녕.”
누군가가 물었다.
“어떤 것이 청량淸凉의 가풍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그대가 딴 곳에 가거든 그대는 다만 청량에서 왔다고 하라.”
“어찌하여야 모든 법에 당當함이 없겠습니까?”
“어떤 법이 그대에게 당當하는가?”
“그렇지만 아침저녁이 닥치는데 어찌하겠습니까?”
“부질없는 말이다.”
“몸이 허깨비 같은 것으로 관찰하고, 안도 그렇다고 관찰할 때에는 어떠합니까?”
“그렇게 된 일이 있는가?” 
“급히 상응하기를 바란다면 오직 둘 아님[不二]을 말하라 하는데, 어떤 것이 둘이 아닙니까?”
“다시 그런 것을 보태서 무엇 하랴.”
“어떤 것이 법신法身입니까?”
“그것은 응신應身이니라.”
“어떤 것이 제1의第一義입니까?”
“내가 그대에게 말한 것은 제2의이니라.”

대사가 수修 산주山主에게 물었다.
“털끝만큼 차이가 있으면 천지가 현격하다고 하는데, 사형께서는 어떻게 이해하시오?”
수 산주가 대답했다.
“털끝만큼 차이가 있으면 천지가 현격합니다.”
“그렇게 알아서야 어찌 맞겠는가?”
“화상은 어떠십니까?”
“털끝만큼 차이가 있으면 천지가 현격하다.”
수 산주가 다시 절을 했다.[동선東禪 제齊가 이 일을 듣고 말했다. “수 산주가 그렇게 대답한 것을 왜 긍정치 않다가 다시 묻고서야 법안은 역시 그렇다고 말했는가? 말해 보라. 잘못이 어디에 있는가? 만일 이 일을 꿰뚫어 보면 상좌는 일을 마쳤다.”]

대사가 오공悟空 선사와 불을 쪼이다가 부젓가락을 들고 오공에게 물었다.
“부젓가락이라 부르지 못하나니, 형은 무엇이라 부르겠소?”
오공이 말했다.
“부젓가락입니다.”
대사가 긍정치 않으니, 오공이 그 뒤로 20여 일을 지나서야 겨우 이 말을 밝혔다.[동선東禪 제齊가 이 일을 듣고 말했다. “총림에서 모두 말하기를 ‘오공이 좋은 말을 했다. 법안도 이 말을 했어야 한다’ 하는데, 그렇게 알아서야 꿈엔들 보았겠는가? 이 밖에 어떻게 법안의 뜻을 알 수 있으랴. 상좌여, 이미 부젓가락이라 부를 수 없다면 무엇이라 불러야 하겠는가? 한 말씀 내려 보라. 상좌들의 평생 안목을 보고 싶다.”]

어떤 스님이 공양 전에 올라와서 참문했는데, 대사가 손으로 주렴을 가리켰다. 이때 두 스님이 함께 가서 주렴을 걷자 대사가 말했다.
“하나는 얻었고, 하나는 잃었다.”[동선東禪 제齊가 이 일을 듣고 말했다. “상좌들이여, 어찌 생각하는가? 어떤 이는 말하되 ‘그는 진리를 밝히지 못했으므로 달려가서 발을 걸었다’고 했고, 또 어떤 이는 말하되 ‘가리켰더라면 알았을 것인데 가리키기 전에 갔으니 잃었다’고 하니, 이렇게 알면 옳겠는가, 옳지 않겠는가? 이미 그렇게 알아서 안 된다고 하면, 그대에게 묻노니, 어느 것이 얻는 것이고 어느 것이 잃는 것인가?”]
운문이 어떤 스님에게 “어디서 왔는가?” 하고 묻자 “강서江西에서 왔습니다” 하고 대답하고, “강서의 한 떨거지 노숙들의 잠꼬대가 아직 깨지 않았던가?” 하고 물으니 스님이 대답을 못했는데, 다른 스님이 이 일화를 갖고 대사에게 물었다.
“운문의 뜻이 무엇입니까?”
“가련한 운문이 그 스님의 시험[勘破]을 받았구나.”
대사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도량에서 왔습니다.”
“밝음과 합했는가, 어둠과 합했는가?”
스님이 말이 없었다.
대사가 스님을 시켜 흙을 파다가 연분蓮盆에 채우게 하니, 스님이 흙을 파 가지고 왔다. 이에 대사가 물었다.
“다리 동쪽에서 팠는가, 다리 서쪽에서 팠는가?”
“다리 동쪽에서 팠습니다.”
“진실인가, 허망인가?”
또 대사가 다른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보은報恩에서 왔습니다.”
“대중이 편안한가?”
“편안합니다.”
“차나 마셔라.”
또 대사가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사주泗州로 가서 큰 성인께 절을 하고 옵니다.”
“금년에 탑을 나왔는가?”
“나왔습니다.”
대사는 얼른 곁의 스님에게 물었다.
“그대는 이 친구가 사주에 갔었다고 보는가, 가지 않았었다고 여기는가?”

대사가 보자寶資 장로에게 물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산하에 걸림이 없고, 광명은 곳곳을 투과한다’고 했는데, 어떤 것이 곳곳을 투과하는 광명입니까?”
보자가 말했다.
“동쪽에서 법라를 부는 소리오.”[귀종歸宗 유柔가 따로 말하되 “화상은 막으려 하시는군요” 하였다.]
대사가 대[竹]를 가리키면서 스님에게 물었다.
“보는가?”
“봅니다.”
“대나무가 눈으로 왔는가, 눈이 대나무 곁으로 갔는가?”
“모두 그런 것이 아닙니다.”[법등法燈이 따로 말하되 “그때에 다만 눈을 부릅뜨고 대사에게 향했어야 한다” 하였다. 귀종歸宗 유柔가 따로 말하되 “화상은 그저 저를 받지 않으실 뿐이군요” 하였다.]

어떤 속사俗士가 대사에게 그림 족자를 바치니, 대사가 본 뒤에 물었다.
“그대는 마음이 교묘한가, 손이 교묘한가?”
“마음이 교묘합니다.”
“어떤 것이 그대의 마음인가?”
속사가 대답이 없었다.[귀종 유가 대신 말하되 “저는 오늘부터 쉽게 되었습니다” 하였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둘째 달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삼라만상森羅萬象이니라.”
“어떤 것이 첫째 달입니까?”
“삼라만상이니라.”
대사는 금릉金陵에 인연이 있어서 큰 도량에 앉아 조석으로 세 차례씩 진리를 연설하니, 제방의 총림에서 모두가 대사의 감화를 따랐고, 그의 법을 흠모하는 딴 곳의 사람들도 멀리서 오니 현사의 바른 법이 강남에 중흥하였다.
대사는 근기에 맞추고 사물에 순응해서 막힌 것을 틔워 주고 어두움을 물리쳤다. 무릇 제방의 삼매를 들어서 입실하여 견해를 바치거나 물어서 더 배우려 하는 이에게는 모두 병에 따라 약을 주니, 근기에 따라 깨달아 들어간 자가 셀 수 없이 많았다.
주周의 현덕顯德 5년 무오戊午 7월 17일에 병이 나자 국왕이 친히 문병을 나왔고, 윤달[閏月] 5일에 머리를 감고 목욕하고 대중에게 고한 뒤 가부좌를 맺고 앉아서 떠나니 얼굴빛이 산 사람 같았다. 수명은 74세요, 법랍은 54세였다. 성안의 여러 사원에서 위의를 갖추고 나와 전송했으며, 공경公卿인 이건훈李建勳 이하 여러 관원이 소복으로 유해를 받들고, 강녕현江寧縣의 단양향丹陽鄕으로 가서 탑을 세웠다. 시호는 대법안大法眼이요, 탑호는 무상無相이었다. 제자인 천태天台 덕소德韶[오월吳越 국사國師]와 문수文遂[강남국江南國 도사道師]와 혜거慧炬[고려高麗 국사國師] 등 14인이 먼저 세상에 나와서 모두가 왕후의 존경을 받았고, 다음에는 용광龍光ㆍ태흠泰欽 등 49인이 법문을 열어 제각기 한 지방을 교화하니, 모두 본장本章에 기록한 것과 같다. 나중에 문인인 행언行言에 의하여 현각玄覺 도사라는 호가 추서되었고, 대지장大智藏 대도사라고 거듭 시호를 칭하였다. 세 곳에서 행한 설법과 저술한 게송과 진영眞影의 찬讚과 명銘, 기記, 주석 등 수만 마디가 있는 것을 학자들이 베껴서 천하에 퍼뜨렸다.

양주襄州 청계산淸谿山 홍진洪進 선사[일찍이 등주鄧州 곡구谷      口에 살았다.]
지장원地藏院에 있을 때에 제1좌座에 앉았는데, 어느 날 두 스님이 와서 절을 하였다. 이에 지장 화상이 말했다.
“모두가 틀렸다.”
두 스님이 말없이 법당에서 내려가 수修 산주山主에게 물으니, 수 산주가 말했다.
“그대 자신이 드높고 당당하거늘 남에게 절을 하고 물으려 하니, 어찌 틀리지 않았겠는가?”
대사가 이 말을 듣고 긍정하지 않으니, 수 산주가 물었다.
“상좌의 뜻은 어떠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그대 자신이 미혹해 있으면서 어찌 남을 위할 수 있으리오.”
수 산주가 분연히 법당에 올라가서 지장에게 물으니, 지장이 마루 아래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전좌典座야, 창고에 넣어 둬라.”
수 산주가 잘못을 뉘우쳤다.
다른 날 대사가 수 산주에게 물었다.
“생김이 생김 아닌 성품을 밝게 안다면 어찌 생김에 머무는 바가 있겠는가?”
수 산주가 대답했다.
“죽순은 끝내 대나무가 되지만, 지금 대나무 자리를 만들려 하면 되겠습니까?”
대사가 말했다.
“그대는 이 뒤에 저절로 깨닫게 되리라.”
“소수(紹修:수 산주)의 보는 바에 의하건대 다만 이러할 뿐인데, 상좌의 뜻은 어떠합니까?”
“이것은 감원監院의 방이고, 저것은 전좌典座의 방이다.”
수 산주가 절을 하고 물러갔다.

대사가 주지가 된 뒤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여러 장님이 코끼리를 더듬으면서 제각기 딴 소리를 하는데, 갑자기 눈 밝은 사람을 만나면 어찌하겠습니까?”
“그대는 다만 제방에서도 똑같이 이야기하라.”
대사가 경행하는데 여러 스님이 뒤를 따르니, 그들에게 말했다.
“옛사람이 무엇이라 했는지 여러분이 헤아려 보라.”
이때에 종의從漪라는 상좌가 대중에서 나와 물으려는데, 대사가 말했다.
“이 털 빠진 당나귀야.”
이 말에 종의가 확연히 깨달았다.[종의는 나중에 천평산天平山에 살았다.]


승주昇州 세량원勢凉院 휴복休復 오공悟空 선사
그는 북해北海 사람으로서 성은 왕王씨이다. 어려서 출가하여 19세에 계를 받고 혼자서 말했다.
‘설사 진리를 표현한다 해도 이는 뗏목에 걸리는 일이요, 고요한 선정에 나아간다 해도 또한 공에 떨어질까 걱정이다. 이렇듯이 나가고 물러섬을 결정하지 못하겠으니, 두 길을 버리고 어디로 가야 하나?’
그리고는 종장을 찾아 나섰다가 지장地藏 화상과 인연이 맞았다.[법안장法眼章에 기록되었다.]
나중에 법안의 뒤를 이어 무주撫州의 숭수원崇壽院에 사는데, 갑진년甲辰年에 강남江南의 국주國主가 청량淸凉 대도량을 짓고 대사를 청해서 살게 하였다. 
대사가 상당하여 대중에게 말했다.
“옛 성인이 탄생하자마자 두루 일곱 걸음을 걸으시고 사방을 돌아보면서 ‘하늘 위와 하늘 아래서 나만이 홀로 높다’고 하시니, 그는 이와 같은 기특한 방편이 있었다. 여러분들은 태어날 때에 어떤 기특함이 있었는가? 말해 보라. 없다면 마주 보면서도 기피하는 것이요, 있다면 어떻게 소식을 통하겠는가? 알겠는가. 여러 상좌上座들이여, 다행히도 기특한 일이 있는데 어찌하여 알지 못하는가. 안녕.”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그대는 중생이다.”
“또한 긍정하는 것입니까?”
“이 물음을 헛되게 베풀었구나.”
“어떤 것이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그대는 이 땅이 또한 있다고 말하는가?”
“요긴한 곳을 스님께서 한마디 해주십시오.”
“안녕.”
“어떤 것이 도입니까?”
“본래 한 물건도 없거늘 어디에 티끌이 끼겠는가?”
스님이 절을 하니, 대사가 말했다.
“틀리게 알지 말라.”
“어떤 것이 한 티끌의 삼매[正受]에 드는 것입니까?”
“색色이 곧 공이다.”
“어떤 것이 여러 티끌의 삼매에서 일어나는 것입니까?”
“공이 곧 색이다.”
“다른 것은 묻지 않겠으니, 어떤 것이 공을 깨닫는 한 구절입니까?”
“두 구절이 되었다.”
“우두가 4조를 보기 전에는 어찌하여 백 가지 새가 꽃을 물어 왔습니까?”
“4조를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 뒤에는 어찌하여 꽃을 물어 오지 않았습니까?”
“4조를 보았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 자기의 일입니까?”
“몇 군데서 그렇게 물었는가?”
“옛사람이 무엇을 얻고서 문득 쉬었습니까?”
“그대는 무엇을 얻었기에 쉬지 못하는가?”
“어떤 것이 학인이 몸을 벗어날 곳입니까?”
“천 가지로도 견줄 수 없고, 만 가지로도 미칠 수 없다.”
“화상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무엇을 죽은 스님의 면전에는 눈에 닿는 것마다 보리라고 하는 것입니까?”
“해골 뒤의 사람에게 물어라.”
“어떤 것이 온갖 부처님의 근원입니까?”
“그대는 무엇을 온갖 부처님이라 부르는가?”
“꽃비가 내려 땅을 진동하면서 우레 소리가 처음으로 울리니, 화상께서는 오늘 어떤 일을 드날리시겠습니까?”
“그대에게 무엇을 말했는가?”
“그러시면 청량을 만나겠습니다.”
“사실이라면 얻었다.”
“독룡毒龍이 빨리 달리자 만상萬象도 똑같이 그러할 때에는 어떠합니까?”
“그대는 어디서 그러한 질문을 배웠는가?”
대사는 평상시 방장에 있을 때에는 오직 털버선 하나를 신었고, 매양 함께 참구하던 법안이 게송 많이 짓는 것을 비웃었다.
진晋의 천복天福 8년 계묘癸卯 10월 초하루 날, 스님을 보은원保恩院으로 보내 법안 선사를 방장으로 불러서 산문을 맡기고, 또 국왕에게 글을 보내 하직을 알렸다. 3일 밤 자시에 입적하기로 약속하니, 국왕이 자주 사자를 보내 문안하고, 본원에서 때가 되자 종을 쳐서 대중을 모이게 하였다. 대사는 단정히 앉아서 대중에게 훈계를 내렸다.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
말을 마치자 입적하였다. 이때 국왕이 종소리를 듣고 높은 곳에 올라 멀리 청량원을 향하여 절을 하고 더욱 소중히 여겨 제사를 지냈다. 다비를 마치고 사리를 거두어 탑을 세웠다.

무주撫州 용제산龍濟山 소수紹修 선사
처음에 대법안大法眼 선사와 함께 지장地藏에게 참문하여 얻은 바가 완전하다고 여겼는데, 같이 지장을 하직하고 건양建陽으로 가는 길에 이야기를 하다가 법안이 갑자기 물었다.
“옛사람이 만상 가운데서 홀로 몸을 드러낸다고 말한 것이 만상을 배척한 것인가, 만상을 배척하지 않은 것인가?”
대사가 말했다.
“만상을 배척하지 않은 것입니다.”
“어째서 배척한다, 배척하지 않는다 하는가?”
대사가 어리둥절하여 다시 지장에게로 돌아오니, 지장이 물었다.
“그대는 떠난 지 오래지도 않은데 어째서 다시 왔는가?”
대사가 대답했다.
“해결하지 못한 일이 있으니, 어찌 산천을 넘나들기를 꺼리겠습니까?”
“그대는 허다한 산천을 넘나들었지만 싫어하지 않는구나.”
대사는 그 뜻을 알지 못하여 다시 지장에게 물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만상 가운데서 홀로 몸을 드러낸다’는 뜻이 무엇입니까?”
지장이 대답했다.
“그대는 옛사람이 만상을 배척했다고 여기는가, 만상을 배척하지 않았다고 여기는가?”
“배척하지 않았습니다.”
“두 개가 되는구나.”
대사가 깜짝 놀라 곰곰이 생각하다가 다시 물었다.
“옛사람은 만상을 배척했습니까, 배척하지 않았습니까?”
“그대는 무엇을 만상이라 부르는가?”
대사가 그제야 비로소 깨닫고, 다시 지장을 하직하고 법안에게 뵈니, 법안의 말과 뜻이 지장의 것과 앞뒤가 한결같았다. 법안은 먼저 무주의 숭수원崇壽院에 머물면서 종풍을 크게 드날렸는데, 그 까닭으로 대사는 나중에 용제산龍濟山에 있으면서 무리를 모으느라고 애쓰지 않아도 배우는 자들이 모여들었다. 
대사는 상당하여 이렇게 말했다.
“범부의 법을 구족했어도 범부가 알지 못하고, 성인의 법을 구족했어도 성인이 이해하지 못한다. 성인이 이해한다고 하면 곧 범부일 것이요, 범부가 안다면 곧 성인일 것이다. 이 두 말은 하나의 이치이면서 두 가지 뜻이 있나니, 누군가가 이를 가려내면 불법 안에서 들어갈 곳을 알게 되겠지만, 가려내지 못했거든 의심치 않는다고 말하지 말라.”
어떤 이가 물었다.
“색色을 보는 것이 문득 마음을 보는 것이라 하는데, 맨 기둥은 색인데 어떤 것이 마음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다행하게도 모르고 있으니, 거짓으로 아는 체하지 말라.”
“어찌하여야 삼계를 벗어나겠습니까?”
“그대가 그렇게 물으니, 삼계를 벗어나는 데 방해롭지 않겠다.”
“분명히 드러나게 제창하면 아는[委] 이는 누구입니까?”
“그대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것이 만법의 주主입니까?”
“무엇을 만법이라 하는가?”
“경전에 말하기를 ‘수미산에다 겨자씨를 넣고, 겨자씨 속에다 수미산을 넣는다’ 하는데 어떤 것이 수미산입니까?”
“그대의 심장을 꿰어 뚫었다.”
“어떤 것이 겨자씨입니까?”
“그대의 눈을 막았다.”
“어떤 것이 넣는 것입니까?”
“수미산과 겨자씨를 가져 오너라.”
“앞의 말씀과는 달라졌습니다.”
“앞서 무엇이라 했는가?”

대사가 언젠가 대중에게 이렇게 보였다.
“소리와 빛깔이 이르지 못하건만 병은 보고 듣는 데 있고, 말로는 미칠 수 없건만 허물은 입술과 혀에 있다.”
스님이 물었다.
“빛깔과 소리를 떠나서 화상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대사가 대답했다.
“빛깔과 소리 속에서 물어라.”
“어떤 것이 학인의 마음입니까?”
“누가 그렇게 묻는가?”
“겁의 불길이 활활 타면 대천세계가 모두 무너지는데, 그것도 무너집니까?”
“무너지지 않는다.”
“어째서 무너지지 않습니까?”
“대천세계와 똑같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 눈에 닿는 대로 보리입니까?”
“유달리 사람들로 하여금 근심스럽게 한다.”
“어떤 것이 서쪽으로부터 오신 뜻입니까?”
“그대가 서쪽에서 오신 뜻을 물으니 내가 곧 대답하는 것이다.”
“캄캄한 밤에는 무엇으로 눈을 삼습니까?”
“어두움이니라.”
“털끝만치도 막히지 않았는데, 어째서 보아도 보이지 않습니까?”
“작가作家는 그림자를 놀리는 자이다.”
“옛 거울을 갈기 전에는 어떠합니까?”
“천지를 조파照破한다.”
“간 뒤에는 어떠합니까?”
“검기가 칠漆 같다.”
“어떤 것이 보안普眼입니까?”
“털끝을 보아도 보지 못하느니라.”
“어째서 보아도 보지 못합니까?”
“그 눈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 크게 꺾여 무너진 사람입니까?”
“겁이 무너져도 옮긴 적이 없다.”
“이 사람도 불법이 있는 것을 압니까?”
“불법이 있는 것을 안다면 몽땅 뒤바뀌게 된다.”
“어찌하여야 뒤바뀌지 않겠습니까?”
“곧바로 불법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어떤 것이 불법입니까?”
“크게 꺾여 무너졌다.”
“어떤 것이 학인에게 항상 존재하는 마음입니까?”
“일찍이 하옥荷玉에게 물은 일이 있는가?”
“학인은 잘 모르겠습니다.”
“모르겠거든 해제 뒤에 조산曹山에게 물어라.”
대사는 게송 60수와 모든 잠언과 여러 경의 간추림 등을 저술하였는데, 모두가 세상에 퍼지고 있다.

항주杭州 천룡사天龍寺 수秀 선사
상당하여 대중에게 말했다.
“여러분, 얼마나 무사無事한가? 하루 가운데 어느 세계에서 안신입명安身立命한가? 자세히 점검해 보라. 어째서 쉴 자리를 찾지 않는가? 어째서 딴 사람의 점검을 받으려 하는가? 만일 그렇게 한다면 벌써 둘째 머리에 떨어진 것이다.”
이때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듣건대 스님께서 ‘그렇게 한다면 벌써 둘째 머리에 떨어졌다’고 말씀하셨다는데, 학인은 전혀 그렇게 하지 않고 왔습니다. 스님께서 어떻게 저를 판단하시겠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그대가 도리어 작가로구나.”
“그렇다면 곧 오늘 스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대는 거짓 똑똑한 체하지 말라.”
“듣건대 옛사람이 말하기를 ‘두 사람이 모두 틀렸다’고 했다는데, 그의 뜻이 무엇이겠습니까?”
“그대는 왜 스스로가 점검해 보지 않는가?”
“그러면 곧 인간과 하늘이 믿을 곳이 있겠나이다.”
“그대는 제법 영리하구나.”
본국에서 청혜淸慧 대사라 호를 내렸다.

노주潞州 연경원延慶院 전은傳殷 선사
스님이 물었다.
“색色을 보는 것이 곧 마음을 보는 것이라 합니다. 등롱燈籠은 색인데, 어떤 것이 마음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그대는 옛사람의 뜻을 알지 못한다.”
“어떤 것이 옛사람의 뜻입니까?”
“등롱이 마음이니라.”
“만일 능히 사물을 굴릴 수 있으면 곧 여래와 같다 하는데, 어떤 사물을 굴립니까?”
“무엇이라 말했는가?”
스님이 말을 하려는데 대사가 또 말했다.
“이 칠통漆桶아.”

형악衡嶽 남대南臺 수안守安 선사
처음에 강주江州의 오공원悟空院에 살았는데, 어떤 스님이 물었다.
“사람마다 장안長安으로 가는 길이 있는데, 어찌해야 도달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어떤 것이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그건 무슨 뜻이던가?”
“어떤 것이 본래의 몸입니까?”
“그건 무슨 몸이던가?”
“적적하여 의지할 곳이 없을 때에는 어찌합니까?”
“본래 적적한 것이니라.”
대사가 이로 인하여 게송을 지었다.

남대南臺에 고요히 앉으니 하나의 향로 같아
종일토록 응연凝然해서 만사를 잊네.
이는 마음을 쉬어 망상을 제거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인연에 사량할 만한 일이 없기 때문일세.
南臺靜坐一罏香    亘日凝然萬事忘
不是息心除忘想    都緣無事可思量

앞의 복주福州 선종僊宗 계부契符 청법淸法 대사의 법손

복주福州 선종僊宗 동명洞明 진각眞覺 대사
스님이 물었다.
“구름을 잡는 데는 바람과 우레의 도움을 빌리지 않는데, 드높은 물결에서는 어찌하여 몸을 투과할 수 있겠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어째서 근본을 버리고 끝을 쫓는가?”

천주泉州 복청福淸 광법廣法 대사 행흠行欽
처음에 운대원雲臺院에 살았는데, 상당하여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가 감정할 수 있겠는가? 만일 감정할 수 있다면 이 무슨 웅덩이 속의 해진 짚신 같은 일인가. 만약 감정해 내지 못하면 땅에 떨어져서 쇳소리를 내리라. 일 없이 오래 서 있구나.”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여러분이 모두 말해 버렸다.”
“어떤 것이 진眞을 이야기하고, 속俗을 거슬리는 것입니까?”
“비렁뱅이가 무엇을 묻는가?”
“어떤 것이 속俗에 순종하고 진眞을 거슬리는 것입니까?”
“차나 마셔라.”
“어떤 것이 등불을 켜기 전입니까?”
“등불을 켠 뒤이니라.”
“어떤 것이 등불을 켠 뒤입니까?”
“등불을 켜기 전이다.”
“어떤 것이 바로 등불을 켠 것입니까?”
“차나 마셔라.”
“어떤 것이 두 번째 달입니까?”
“그대가 물어서 내가 대답하는 것이다.”
대사가 스님에게 물었다.
“그대는 지금 무슨 경을 읽는가?”
스님이 대답했다.
“󰡔법화경󰡕입니다.”
대사가 말했다.
“너와 내가 말에 떨어졌다.”

앞의 항주杭州 천룡天龍 중기重機 대사의 법손

고려高麗 설악雪嶽 영광令光 선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분명히 기억해 둬라.”
“어떤 것이 모든 법의 근원입니까?”
“가리켜 주어서 고맙다.”

앞의 무주婺州 국태國泰 도瑫 선사의 법손

무주婺州 제운齊雲 보승寶勝 선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제운齊雲의 경계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용담龍潭은 바닥까지 맑은데, 오구烏龜는 계속 이름을 얻는다.”
“바로 그것이면 되지 않았습니까?”
“도가 높아서 용과 범이 항복하니, 여덟 선인이 연이어 태평이로다.”
“어떤 것이 제운의 물입니까?”
“용담은 바닥까지 사무쳤지만, 물으려 하면 곧 물결이다.”
“그것이면 되지 않겠습니까?”
“옛 대궐에 향 연기가 없으니, 뉘라서 맑고 흐림을 가리겠는가?”
“깊고 깊은 곳은 어떠합니까?”
“그대가 깊고 깊은 곳을 알고자 하면, 곧바로 다리 밑에서 구름이 생기는 것을 끊어야 한다.”

앞의 복주福州 승산昇山 백룡원白龍院 도희道希 선사의        법손

복주福州 광평廣平 현지玄旨 선사
일찍이 황벽黃檗에 살았는데, 상당하여 대중에게 보였다.
“누가 증명할 수 있겠는가? 만일 증명한다면 위로 조사들을 저버리는 일과 앞으로 후생들을 무시하는 짓을 면할 것이다. 만일 예사로 말이나 찾고 구절이나 세려면 대장경에 분명히 있다. 만일 조종祖宗 문중의 일이라면 어디를 괴이히 여기겠는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역시 방편의 말이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광평廣平의 경계입니까?”
“땅은 명산의 수려함을 받들었고, 골짜기는 바다물의 맑음과 이어졌다.”
“어떤 것이 경계 안의 사람입니까?”
“그대가 묻고, 내가 대답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법신의 본체입니까?”
“툭 트인 허공에는 한 점의 티도 없다.”
“어떤 것이 본체 안의 물건입니까?”
“한 바퀴 밝은 달이 가을 강에 흩어졌다.”
“본체와 사물은 나누어집니까, 나누어지지 않습니까?”
“아까 무엇이라 했는가?”
“그러면 나누지 못하겠습니다.”
“귀고리를 단 인도 스님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복주福州 승산昇山 백룡白龍 청모淸慕 선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백룡白龍이 비밀히 쓰는 하나의 기미[機]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그대는 매일 무엇을 쓰는가?”
“그러면 공연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대사가 문득 할을 해서 내쫓았다.
누군가가 물었다.
“온갖 중생이 날마다 쓰면서 알지 못한다 하니, 어떤 것이 날마다 쓰는 것입니까?”
“다르게 대답한들 그대가 어찌 알겠는가?”
“올라온 것을 꾸짖지 마시고, 소리 이전의 한 구절을 스님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분간치 못한 것이 아닌가?”

복주福州 영봉靈峰 지은志恩 선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취모검吹毛劍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나는 앞으로 나가고, 그대는 뒤로 물러선다.”
“그러면 학인은 신명身命을 잃겠습니다.” 
“물을 때리지도 않았는데, 고기 스스로가 놀라는구나.”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다시 누가 있는가?”
“이미 그렇다면 왜 미혹함에 차이가 있습니까?”
“다만 스스로가 양을 잃지 않았다면 어찌 기로에서 울겠는가?”
“어떤 것이 영봉靈峰의 경계입니까?”
“만 겹의 푸른 산은 밥을 담은 것 같고, 두 가닥 푸른 물은 그림과 같다.”
“어떤 것이 경계 안의 사람입니까?”
“명명明明하고 밀밀密密하며, 밀밀하고 명명하니라.”

복주福州 동선東禪 현량玄亮 선사
스님이 물었다.
“본래 미혹함도 깨침도 없는데, 어째서 중생이 있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말에 떨어졌다[話墮].”
“조사와 조사가 서로 법인法印을 전하셨는데, 스님이 지금 이어받으신 것은 누구 법입니까?”
“증명해 주어서 매우 고맙다.”
“그러면 백룡이 계실 당시에 친히 수기를 받으셨다가 오늘은 성스러움으로 중생을 제도하는군요.”
“그대는 저울눈[定盤星]을 잘못 알지 말라.”

장주漳州 보구원報劬院 현응玄應 정혜定慧 선사
그는 천주泉州 진강현晋江縣 사람으로서 성은 오吳씨이다. 어릴 때 출가하여 개원사開元寺 구불원九佛院에서 구족계를 받고, 율장과 대장경을 다 열람한 뒤에 복주에 가서 백룡白龍 도희道希 화상을 뵙고 마음자리를 인가받았다.
다시 고향의 청활淸豁로 돌아가서 보복암保福庵에서 법연法筵을 마친 청활淸豁 장로를 만났는데, 귀호貴湖에서 한 번 보자 도가 같아서 계합하였다. 이에 청활이 신도에게 분부하여 암자의 서쪽에 있는 청양산靑陽山에다 집을 짓고 대사를 청해 살게 하니, 20여 년을 지냈다.
개보開寶 3년에 천주의 원수 진홍진陳洪進의 둘째 아들인 문호文顥가 장수 자사로 임명되어서 수남水南에다 큰 선원을 지어 이름을 보구원報劬苑이라 짓고, 누차 대사를 주지住持로 청했으나 굳이 사양하고 가지 않았다.
대사의 형 인제仁濟가 군교軍校로 있었는데, 문호가 인제를 산으로 보내 간곡히 뜻을 전하자 대사는 마지못해 산에서 나왔다. 이때에 배우는 무리가 사방에서 모여 1천5백 명이나 되니, 법연法筵을 크게 열었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제1의第一義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어떤 것이 제1의인가?”
“학인이 스님께 여쭈었는데, 어째서 스님께서는 학인에게 거꾸로 물으십니까?”
“그대가 아까 물은 것이 무엇이지?”
“제1의입니다.”
“그대는 거꾸로 물었다고 여기는가?”
“어떤 것이 옛 부처님의 도량입니까?”
“올 여름에는 1천5백 명의 스님이 있다.”
진수陳帥가 대사의 도덕을 태조 황제에게 알리어 자의紫衣와 호號를 하사하게 하였다. 개보開寶 8년 세상을 떠나려 할 때 7일 앞서 진수에게 글을 보내 하직을 알리고 이어 게송 하나를 보였다.

금년에 66세인데
세속 수명에는 길고 짧음이 있다.
무생無生의 불이 맹렬하니
유위의 장작불은 지속되지 못한다.
골짜기에서 나오는 것과 근원에 돌아감이
일시에 모두 구족하노라.
今年六十六    世壽有延促
無生火熾然    有爲薪不續
出谷與歸源    一時俱備足

임종할 시각이 되자 문인들을 훈계하였다.
“내가 멸도한 후에 상복喪服을 입거나 곡을 해서 법도를 어지럽게 하지 말라.”
말을 마치자 앉은 채로 떠나니, 진수가 매우 서러워하면서 예를 갖추어 초상을 치렀다. 다비를 해서 영골靈骨을 거두어 절 뒤에다 탑을 세웠다.
앞의 천주泉州 초경招慶 법인法因 대사의 법손

천주泉州 보은원報恩院 종현宗顯 명혜明慧 대사
처음에 흥국興國에 살았는데, 어떤 스님이 물었다.
“신풍新豊의 일파一派가 흥국興國에서 나뉘었으니,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을 스님께서 거양해 주십시오.”
대사가 대답했다.
“그래도 신풍에서 좀 얻었다.”
“그러면 법우法雨가 줄기차게 뿌리어 뭇 중생들이 믿을 곳이 있겠습니다.”
“쓸데없는 말을 말라.”
“옛날 영산회상에서는 가섭이 직접 들었지만, 오늘에는 누가 듣습니까?”
“문득 칠엽암七葉巖 속의 존자가 생각난다.”
“옛날 각성覺城의 동쪽에서 상왕象王이 배회하자 다섯 무리가 모두 모였는데, 오늘 태수께서 친히 자리에 납시었으니 스님께서는 어떻게 제접하시겠습니까?”
“눈썹을 치켜뜨고 보라.”
“그러면 한 기틀이 드러나는 곳에 만萬 가지 인연이 모두 없어지겠습니다.”
“왜 번거롭게 말을 하는가?”
“어떤 것이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한 낮에 새매의 털을 본다.”

대사가 나중에는 보은원報恩院에 살았는데 어떤 스님이 물었다.
“학인이 꼭 한 가지만 묻겠으니 스님께서 답해 주십시오.”
“절을 창설한 주지가 아니면 저런 스님은 수용하기 어렵겠다.”
“네 구절[四句]을 여의고 백 가지 부정[百非]을 끊은 것을 스님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푸르고 붉은 꽃이 뜰에 가득하다.”
“사량思量이 간섭하지 못하는 곳에서 위로부터 전하는 종승을 스님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대사가 한참 그대로 있자 스님이 말했다.
“그러면 메아리나 듣는 무리는 공연히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벌써 때가 묻었구나.”
“올라온 것을 책하지 마시고, 소리 이전의 한 구절을 스님께서 곧장 말씀해 주십시오.”
“그대는 어디서 왔는가?”
“그러면 밝은 스승을 만난 것입니다.”
“공연한 말을 말라.”
“어떤 것이 인왕人王입니까?”
“받들어 모실 때에 감히 경솔히 하지 못하다.”
“어떤 것이 법왕法王입니까?”
“저버리지 않는 것이 좋다.”
“법왕과 인왕은 마주해서 무슨 일을 이야기합니까?”
“그대가 엿들을 바가 아니다.”

금릉金陵 용광원龍光院 징개澄忋 선사
그는 광주廣州 사람으로서 성은 진陳씨이다. 어릴 때에 고향에 있는 관음원觀音院에서 출가하고, 나이가 차자 남화사南華寺에서 계를 받았다.
이윽고 길을 떠나 천주泉州로 가서 법인法因 대사를 뵙고 마음자리를 깨친 뒤에 서주舒州의 산곡사山谷寺로 가서 살았다.
어떤 스님이 새로 오자 대사가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강남江南에서 왔습니다.”
“그대는 강을 건너는 나룻배에다 절을 했는가?”
“화상께서는 왜 나룻배에 절을 하라 하십니까?”
“그게 그대의 선지식이니라.”
또 제안齊安의 용광원龍光院에 살았는데, 전후 세 곳에서 설법을 하다가 용광에서 생애를 마쳤다.

영흥永興 북원北院 가휴可休 선사[제2세 주지]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온 천하에 가득하니라.”
“바로 그것뿐 아닙니까?”
“그렇거든 꼭 잡아라.”
“크게 업을 지은 자가 와도 스님께서는 제접하시겠습니까?”
“제접하지 않는다.”
“왜 제접하시지 않습니까?”
“다행히 좋은 사람 집안의 남녀이기 때문이다.”


침주郴州 태평원太平院 청해淸海 선사
스님이 물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묻고 배워서 얻는 것[請益]은 아니다’고 하였는데, 조사께서는 어찌하여 누가 부처가 되겠느냐고 말씀하셨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깨달아 마쳐야 비로소 안다.”
“위로부터의 종승을 차례차례 전해 주셨는데, 오늘 어떻게 들어서 제창하시겠습니까?”
“백운白雲이 깊은 골짜기에서 뭉게뭉게 나오고, 유명한 꽃과 기이한 풀이 산마루에 난다.”
“어떤 것이 구절[句] 속의 사람입니까?”
“잘 판단하라.”

연주連州 자운慈雲 보광普廣 대사 혜심慧深
스님이 물었다.
“바사닉왕[匿王]이 부처님을 청하여 당시 불법을 받들었고, 우리 국왕이 스님을 맞이하여 오늘날 종승을 일으키시니, 바라건대 방편을 베푸시어 아낌없이 거양해 주십시오.”
“번거롭게 거듭 묻지 말라.”
“어떤 것이 대원경大圓鏡입니까?” 
“집착했구나.” 
“어떤 것이 위로 향하는 일입니까?”
“똑똑히 들어라.”

영주郢州 흥양산興陽山 도흠道欽 선사[제2세 주지]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흥양興陽의 경계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송죽松竹을 가꾸니 산 그림자가 푸르고, 흐르는 개울이 절 마당을 통과해 지나간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다시 그것이 무엇인가?”

앞의 무주婺州 보은報恩 보자寶資 선사의 법손

처주處州 복림福林 징澄 화상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가람伽藍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번幡과 정㡠이 없다.”
“어떤 것이 가람 안의 사람입니까?”
“우러러 예禮하면 분수가 있다.”
“하당下堂의 한 구절을 아끼지 말아 주십시오.”
“한가히 읊조리니 방龐 거사居士만 생각나는데, 천상과 인간에서 짝할 이가 없다.”

앞의 처주處州 취봉翠峰 종흔從欣 선사의 법손

처주處州 보은報恩 수진守眞 선사
스님이 물었다.
“여러 관원이 이미 인천人天의 모임에 모였으니, 보은의 오늘 일은 어떠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그대가 제방에 가거든 분명히 이야기하라.”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번개가 번득이니 새가 급하게 날고, 갑자기 뛰어오르니 토끼가 바쁘게 달린다.”

앞의 양주襄州 취령鷲嶺 명원明遠 선사의 법손

양주襄州 취령鷲嶺 통通 화상[제2세 주지]
스님이 물었다.
“세존께서 도를 깨치자 지신地神이 허공신虛空神에게 알렸는데, 화상께서 도를 얻으신 뒤에는 누가 알렸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그대가 알려 주어서 고맙다.”

앞의 항주杭州 용화사龍華寺 지구志球 선사의 법손

항주杭州 인왕원仁王院 준俊 선사
스님이 물었다.
“듣건대 옛사람이 말하기를 ‘위로 향하는 외길은 천 명의 성인도 전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어떤 것이 전하지 못하는 위로 향하는 일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위로 향하는 물음을 갖고 오너라.”
“그러면 올라 왔다가 내려가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이미 그런 줄 알면 어정어정 올라와서 무엇 하겠는가?”

앞의 장주漳州 보복원保福院 가주可儔 선사의 법손
 
장주漳州 융수隆壽 무일無逸 선사
처음 개당開堂하는 날에 자리에 올라 한참 있다가 대중에게 말했다.
“여러 상좌들이여, 만일 상근기의 사람이라면 벌써 귀를 막았고, 중간과 하근기의 사람이라면 앞을 다투어 귀를 기울이리라.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역시 마지못해서 하는 말이다. 여러 상좌들이여, 이 뒤에 딴 곳에 갔을 때에 어떤 사람이 오늘의 일을 물으면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만일 이야기할 수 있다면 혀끝이 혀끝을 두드리는 논란일 것이요, 만일 이야기할 수 없다면 혀가 없는 것 같으리니 어떻게 이야기하겠는가?”
스님이 물었다.
“절묘한 종풍宗風을 스님께서 보여 주십시오.”
대사가 한참 있으니, 스님이 말했다.
“그러면 의정疑情을 단박에 결단해서 문득 마음 근원에 계합하겠지만, 위로 향하는 종승은 어떻게 논하겠습니까?”
“그대 스스로가 깨달아야 된다.”



앞의 담주潭州 연수사延壽寺 혜륜慧輪 선사의 법손

여산廬山 귀종歸宗 제12세 도전道詮 선사
그는 길주吉州 안복安福 사람으로서 성은 유劉씨이다. 어릴 때부터 누린내와 비린내를 싫어하더니, 귀밑머리를 딸 나이가 되자 고향의 사思 화상에게 귀의하여 업을 닦다가 혜륜慧輪 화상이 장사長沙에서 교화한다는 말을 들었다.
당시는 마馬씨가 외람되이 왕을 자칭하고 형초荊楚와 건강建康의 접경지대에 있었다. 대사가 25세의 나이로 도반을 맺어 위험을 무릅쓰고 멀리 와서 찾아뵈었는데, 이때 마씨는 다시 유언劉言을 멸망시키고 그 땅까지 차지하여 왕규王逵로 하여금 유언의 대를 잇게 했다. 이에 왕규가 대사를 강표江表의 간첩으로 의심하고 대사를 붙들어다가 강에다 던지게 했다. 그러나 대사는 태연히 앉아 겁이 없으니, 왕규가 이상히 여겨 혜륜慧輪 화상에게 물었다. 이에 혜륜 화상이 대답했다.
“이는 모두 불법을 위해 몸을 버린 사람이다. 나의 헛된 이름을 듣고 멀리서 물으러 왔을 뿐이오.”
왕규가 기뻐하면서 풀어 준 뒤에 더욱 존중히 여겼다.
대사가 연수延壽에서 머문 지 10여 년 만에 혜륜 화상이 입적하니, 다시 여산廬山의 개선開先으로 돌아가서 살았다.
건덕乾德 초에 산동山東에 있는 남우수봉南牛首峰 밑에다 띠집을 짓고 살았는데, 개보開寶 5년에 대장군[洪帥]인 임인조林仁肇가 균양筠陽의 구봉九峰 융제원隆濟院에 살면서 종지를 드날리라고 청했다. 그리고 본국에서 대사문大沙門이란 호를 하사했다.
스님이 물었다.
“듣건대 화상께서는 연수를 친견하고 오셨다는데 사실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산 밑의 보리가 익었는가?”
“구봉산 안에도 불법이 있습니까?”
“있다.”
“어떤 것이 구봉산 안의 불법입니까?”
“산 속에 있는 돌이 큰 것은 크고, 작은 것은 작으니라.”
이윽고 강남국江南國에서 스님들을 모아 놓고 경업經業을 시험했는데, 대사의 제자들은 모두가 선관禪觀을 익혔으므로 게송 하나를 지어 군수에게 바쳤다.

말을 잊고 태허太虛에 합함을 겨냥해서
화기和氣에 친소親疎가 있게 하는 것을 벗어났네.
도와 덕이 전적으로 공용이 없음을 누가 알겠는가.
오늘날 스님을 위함은 글 아는 것을 귀히 여길 뿐일세.
比擬忘言合太虛    免敎和氣有親疎
誰知道德全無用    今日爲僧貴識書

이때 군수가 열람한 뒤 관원들과 상의하고 말하였다.
“전단旃檀 나무의 숲 속에는 반드시 잡된 나무가 없다.”
그리하여 대사의 선원 하나만을 특별히 위에 알리어 경전 시험을 면하게 했다.
태평흥국太平興國 9년에 남강南康의 원수인 장남금張南金이 먼저 글을 올려 대사에게 아뢴 뒤에 도속道俗을 모아 놓고 귀종도량歸宗道場에 와서 앉기를 청했다.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귀종歸宗의 경계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천 가지 삿됨이 한 가지 곧은 것만 못하니라.”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눈이 녹기만 하면 봄은 자연히 온다.”
“어떤 것이 학인의 자기自己입니까?”
“자리가 좁으면 먼저 눕고, 죽이 묽으면 나중에 앉아라.”
“옛사람이 말하기를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깃발[幡]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한 것은 어떠합니까?”
“내일 길 어귀에 저자가 열린다.”
대사는 옹희雍熙 2년 11월 28일 밤중에 가부좌를 맺고 앉아서 대중에 알리고서 입적하니, 수명은 56세이고 법랍은 37세였다. 다비를 마치고 사리를 거두어 우수암牛首庵 곁에다 탑을 세웠다.
대사는 노래와 게송을 많이 지었는데 모두 세상에 퍼졌다.

담주潭州 용흥龍興 유裕 선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학인의 자기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장삼이사張三李四이니라.”
“학인이 아까 자기를 물었는데 어째서 장삼이사라 하십니까?”
“그대는 너무 경솔히 굴지 말라.”
“다른 것은 묻지 않습니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가풍은 그만두고 어느 것이 그대가 묻지 않은 다른 것들인가?”
앞의 소주韶州 백운白雲 상祥 화상의 법손

소주韶州 대력大歷 화상
처음에 백운白雲에게 참문하니, 백운이 주먹을 들면서 말했다.
“나는 근래에는 이렇지 않다.”
대사가 뜻을 알고 절을 했다. 이로부터 입실했는데 주지가 된 뒤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해진 짚신이니라.”
“어떤 것이 무위無爲입니까?”
대사가 손을 흔들었다.
“시주가 공양하는 일에 무엇으로 보답합니까?”
대사가 손으로 수염을 쓰다듬으니, 스님이 말했다.
“수염이 있으면 쓰다듬겠지만, 수염이 없으면 어찌합니까?”
“그대의 경계가 아니다.”
대사가 어두운 방에 앉아 있는데 어떤 스님이 와서 인사를 하니, 대사가 한 대 때렸다. 그러나 그 스님은 어리둥절했다.

연주連州 보화寶華 화상
상당하여 대중에게 말했다.
“하늘을 보든 땅을 보든 신라 나라에서 예배를 해도 알지 못하니, 날마다 만 냥의 황금을 쓰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조금은 남았다.”
또 말했다.
“온 시방세계가 온통 나무로 만든 나한羅漢이니, 깃대 끝에서 한 구절을 말해 보라.”
또 말했다.
“하늘에는 용이 날고 봉이 달리며, 산골짜기에서는 범이 휘파람을 불고 원숭이가 운다. 콧구멍을 꼭 쥐고 한마디 하여 보라.”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보화寶華의 경계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앞에는 푸른 물[綠水]이요, 뒤에는 청산靑山이니라.”
“잘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한 구절이다.”

대사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스님이 대답했다.
“대용大容에게서 왔습니다.”
“대용이 요즘은 어떤가?”
“요즘에는 장醬 한 독을 담았습니다.”
대사가 소리쳤다.
“사미야, 물 한 그릇을 떠다가 이 스님이 비추어 보게 하라.”
어떤 스님이 대용에게 묻되 “위에서 6수銖의 옷을 내리시니, 입고서 무엇으로 황제의 은혜에 보답하겠습니까?” 하니, 대용이 대답하되 “올 때에 세 가지 가사를 입고, 갈 때에는 6수의 옷을 걸친다” 하였다. 대사가 이 말을 듣고 말했다.
“저 늙고 썩은 고름 주머니가 그런 소리를 하는구나.”
대용이 듣고 사람을 보내 말했다.
“어찌 노예의 인연을 끊지 않은 것과 같겠는가?”
대사가 말했다.
“아까 벽돌을 던진 것은 옥을 얻기 위해서였다.”
대사가 어떤 스님이 법당 앞 층계 밑으로 지나가는 것을 보고 승상을 두드리자, 스님이 말했다.
“만일 그렇다면 들어서 보이기를 청하지 않겠습니다.”
대사가 기뻐하면서 땅으로 내려가서 물었더니, 전혀 말이 없으므로 대사가 때렸다.
언젠가 관을 쓰고 대중에게 말했다.
“나를 속인이라 한다면 몸에 가사를 입었고, 스님이라 한다면 머리에 관을 썼다.”
대중이 대답이 없었다.

소주韶州 월화月華 화상
처음 백운白雲을 뵈니, 백운이 물었다.
“무슨 업業을 짓는가?”
대사가 대답했다.
“󰡔공작경孔雀經󰡕을 읽습니다.”
이에 다시 백운이 말했다.
“좋은 집안의 남자가 날짐승의 뒤를 따르고 있구나.”
대사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마침내 그의 제자가 되었다가 오랜 후에 종지에 계합하였다. 그리고는 월화月華를 찾아가 머물렀다.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월화月華의 가풍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가풍을 묻는다면, 곧 가풍을 대답하리라.”
“학인이 가풍을 물었습니다.”
“금동金銅으로 만든 나한이니라.”

대사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스님이 대답했다.
“대용大容에서 왔습니다.”
“동쪽 길로 왔는가, 서쪽 길로 왔는가?”
“서쪽 길로 왔습니다.”
“아미타불을 보았는가?”
스님이 한참 있다가 절을 하니, 대사가 말했다.
“월화에게 절을 해서 무엇 하리오?”

대사가 서울에 가서 법당에 올랐다. 어떤 관리가 나와서 절을 하고 일어나서 고개를 숙이고 한참 있으니, 대사가 말했다.
“번개같이 민첩한 근기가 공연히 골똘히 생각하는구나.”
어떤 노숙이 왔다가 법당으로 들어와서 동서東西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좋은 법당에 주인이 없구나.”
대사가 방장에 있다가 이 말을 듣고 말했다.
“앉으시오.”
이에 노숙이 물었다.
“현묘한 가운데 가장 분명한 것도 역시 거북이 털과 토끼 뿔이니, 2제諦 속에서 수행하지 않는 이는 어떻게 비밀한 작용을 합니까?”
“기울었다.”
“그러면 주장자를 꺾어버리고, 짚신을 뜯어버려야 되겠습니다.”
“세밀하고도 자세히 하라.”

남웅주南雄州 지장地藏 화상
상당하니, 어떤 스님이 물었다.
“지장이라 하시니, 지장이 왔었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불전의 문을 활짝 열고, 향을 피우고 물을 갈아라.”
대사가 대용大容 화상과 함께 백운에 있으면서 화로火路를 여니, 대용이 말했다.
“세 가닥으로 된 보배 길도 이 화로만이야 하겠는가?”
대사가 대답했다.
“어디가 안 그런가?”

영주英州 낙정樂淨 함광含匡 선사
개당開堂하는 날 대중에게 말했다.
“마갈제국摩竭提國에서 친히 이 법령을 시행하셨으니, 등짐을 벗어 버리고 흐름을 끊는 만남을 청하라.”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귀를 기울여도 공功이 없다.”
“어떤 것이 낙정樂淨의 가풍입니까?”
“천지가 사람을 기른다.”
“어떤 것이 낙정의 경계입니까?”
“공이 있으면 힘써 대나무를 심고, 틈이 없으면 소나무를 가꾸지 못한다.”
“갑자기 손님이 오면 무엇으로 대접합니까?”
“밭에 가득히 가을 과일이 익었으니, 요구하는 이는 가까이 와서 맛보라.”
“보리菩提의 자리에 앉지 않고 바로 저쪽으로 지나갔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놓아 버려라.”
“스님은 어느 집안의 곡조를 부르시고, 종풍은 누구의 것을 이으셨습니까?”
“참신한 천지요, 특별한 건곤이니라.”
“용문에 뜻을 둔 이가 뛰어넘으면 어떠합니까?”
“여울 밑에서 건진다.”
“학인은 잘 모르겠습니다.”
“행두(行頭:소임의 이름)를 불러와라.”
“근본을 얻기만 하면 끝을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데, 어떤 것이 근본입니까?”
“남에게 물을 필요가 없다.”
“어떤 것이 끝입니까?”
대사가 손가락을 세웠다.
“어떤 것이 낙정樂淨의 경계입니까?”
“보름달이 둥그니 보살의 얼굴이요, 뜰 앞의 종려수는 야차夜叉의 머리 같다.” 

어떤 스님이 하직하니, 대사가 물었다.
“어디로 가는가?”
“대용으로 갑니다.”
“대용이 만일 묻기를 ‘낙정이 요즘 무어라 가르치던가?’ 하면 그대는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스님이 대답이 없으니, 대사가 대신 말했다.
“그저 낙정이 요새는 대용을 긍정치 않는다고만 하라.”
울력으로 울타리를 막는데 어떤 스님이 물었다.
“옛사람은 갖가지 방편으로 방편의 문을 열었는데, 화상께서는 어찌하여 막으십니까?”
“말뚝을 꼭 박아라.”

소주韶州 후백운後白雲 화상
처음으로 개당하는 날 자리에 올라 대중에게 말하였다.
“안녕한가? 위로부터의 종풍은 골똘히 생각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부처님들을 염念하면서 초심初心으로 공경히 예배하고, 후대에 이어받게 하는 일은 모름지기 방편이 있어야 하니, 30년 뒤에도 이 일은 묻어 버리지 말아야 한다. 만일 높고 현명한 상사上士라면 그런 무리에 들지 않겠지만, 뒤에 배우는 초심자라면 그대들에게 들어갈 길을 보여 주겠다. 대중의 머리 위를 조심히 살펴라. 만일 알지 못하겠거든 이러쿵저러쿵 어지러운 이야기를 들어라.”
대사는 한참 있다가 다시 말했다. 
“위로 부처님들과 아래로 유정 중생들에 이르기까지 진심眞心을 공유하고 있는데, 어떤 것이 여러분의 마음인가? 유정有情과 무정無情이 동일한 본체가 아니겠는가. 이런 견해가 얼마나 세 집뿐인 시골구석의 생각과 흡사한가. 이미 이렇지 못하다면 또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당장에 안다 하여도 벌써 스스로를 둔하게 하는 짓이다. 만일 조사의 문하에 의거한다면, 어찌 그런 사다리를 세우리오. 눈썹을 위로 치켜뜬다 하여도 벌써 어긋났거늘, 하물며 음성 이전에 알거나 언구言句 이후에 계합하는 일이겠는가. 모임 가운데 지음知音의 인간이 있는가? 짊어진 짐을 벗어 버리고 흐름을 끊는 만남을 청하라.”
이때에 어떤 스님이 절을 하니, 대사가 말했다.
“준수하구나. 용상龍象이 밟고 지나면서 그 은택이 가없으니, 3승乘과 5성性이 모두 깨닫는다.”
스님이 다시 물으려 하니, 대사가 말했다.
“가거라.”
“옛 거문고에 운율이 끊겼으니, 스님께서 퉁겨 주십시오.”
대사가 대답했다.
“백아伯牙가 아무리 솜씨가 좋으나 사람들 가운데 알아듣는 이가 적다.”
“그러면 곧 다시 자기子期를 만난 것입니다.”
대사가 말했다.
“웃음이 터지는 틈에 놀라 거문고 줄이 끊어지니, 어찌 곡조가 같지 않은 줄 알리오.”
스님이 물었다.
“옛날 영산회상에서는 범왕이 주인이었는데, 오늘 백운白雲에서는 누가 주인이 됩니까?”
“상시(常侍:벼슬 이름)가 있다.”
“그러면 법우法雨가 고루 뿌려서 중생들이 의지할 곳이 있겠습니다.”
“그대는 그 속에서 치자梔子를 팔지 말라.”

앞의 낭주朗州 덕산德山 연밀緣密 대사의 법손

담주潭州 녹원鹿苑 문습文襲 선사
스님이 물었다.
“멀리서 스님께 귀의하였으니, 제접해 주십시오.”
대사가 대답했다.
“다섯 문의 골목 속에는 소식이 없다.”
스님이 잠자코 있으니, 대사가 말했다.
“알겠는가?”
“잘 모르겠습니다.”
“장락파長樂坡 거리에는 소식이 통하지 않는다.”

예주澧州 약산藥山 가경可瓊 선사[제9세 주지]
나중에 강릉江陵 연수원延壽院에 살았는데,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서 제 이야기에 대답해 주십시오.”
대사가 대답했다.
“좋다.”
“마땅히 얻을 수 있겠습니까?”
“다시 물어라.”
“큰 산은 일찍이 한 줌의 흙도 부족한 적이 없는데, 스님께서 지금 애쓰시는 것은 누구를 위해서입니까?”
“연수延壽 화상도 허물이 있다고 말해야 되겠다.”
“그렇게 묻지 않았는데 어째서 저의 스승을 비판하십니까?”
대사가 할을 하니, 그 스님이 절을 했다. 이에 대사가 때렸다.

앞의 서천西川 청성靑城 향림香林 징원澄遠 선사의 법손

관주灌州 나한羅漢 화상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우물 속에 이글거리는 불꽃이요, 태양 속의 거품이니라.”
“어떻게 이해하리까?”
“멀리 부상扶桑을 가리키니, 해는 그 쪽에 있다.”
“어떤 것이 나한의 경계입니까?” 
“땅은 향적수香積水에 이어 있고, 문은 성봉산聖峰山과 마주 섰다.”
“나한羅漢이라면서 왜 사람들에게 굴려집니까[轉動]?”
“눈동자를 바꾸고 해골을 굴려라.”

앞의 악주鄂州 황룡黃龍 회기晦機 선사의 법손

낙경洛京 장수長水 자개紫蓋 선소善沼 선사
스님이 물었다.
“죽음 속에서 살 길을 찾았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낫을 들고 뼈를 긁어 천지를 훈熏하고, 작렬하는 관棺 속에서 살기를 구한다.”
“겨우 생겨났다가 이내 다시 죽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다행히 병이 든 것을 깨닫게 되었구나.”

미주眉州 황룡黃龍 계달繼達 선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납의衲衣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바늘이 간 뒤에는 실이 돌아오지 않는다.”
“어떤 것이 가사입니까?”
“가로로는 네 개의 세계를 가리고, 세로로는 하나의 건곤을 덮는다.”
“도가 원만한 시기가 오면 어떠합니까?”
“국을 달라면 국을 주고, 밥을 달라면 밥을 준다.”
“황룡黃龍이 세상에 나왔는데 금시조金翅鳥가 하늘에 가득히 날 때는 어떠합니까?”
“그대에게 묻나니, 금시조가 배가 부르리라 여기는가?”

조수棗樹 화상[제2세 주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떠났는가?”
“민중閩中에서 떠났습니다.”
“준수하구나.”
“스님께서 지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굴욕스럽구나.”

어떤 스님이 김을 매다가 대사를 보고 인사를 하니, 대사가 물었다.
“누구를 보았기에 인사를 하는가?”
스님이 대답했다.
“스님을 뵙고 절을 하지 않으면 예의가 없을 것입니다.”
“그게 도리어 나를 저버리는 짓이다.”
그 스님이 큰방으로 돌아가서 제1좌에게 이야기하니, 제1좌가 말했다.
“화상께서 요즘은 놀라우리만큼 남을 간절히 위하신다.”
대사가 이 말을 듣고, 제1좌를 일곱 방망이를 때리니, 제1좌가 말했다.
“제가 그렇게 말한 것이 아무 잘못이 없거늘 왜 때리십니까?”
“몇 해나 소금과 초[鹽醋]를 헛되이 먹었는가?”
그리고는 또 일곱 방망이를 때렸다.

흥원부興元府 현도산玄都山 징澄 화상
스님이 물었다.
“방장에 나오게 된 것을 기뻐하오니, 가풍의 일은 어떠하십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훈훈한 바람이 새벽이슬을 여니, 밝은 달이 하늘 복판에 닿았다.”
“어떻게 구제하십니까?”
“금계루金雞樓에서 북을 한 번 울린다.”
“어떤 것이 사문의 행실입니까?”
“일체가 불여不如하다.”

가주嘉州 흑수黑水 화상
처음에 황룡黃龍에게 참문하고 물었다.
“눈이 갈대꽃을 덮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황룡이 대답했다.
“맹렬하니라.”
“맹렬치 않습니다.”
황룡이 또 말했다. 
“맹렬하니라.” 
대사도 또 대답했다.
“맹렬치 않습니다.”
이에 황룡이 때리니, 대사는 이로 인해 깨달음을 얻었다. 이로부터 인연이 계합하여 흑수黑水 지방에서 교화했다.

악주鄂州 황룡黃龍 지옹知顒 선사[제3세 주지]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황룡黃龍의 가풍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선과僊果를 늘어놓는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부처님들의 근원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이 한 물음은 무슨 근원인가?”
“그렇다면 부처님들은 딴 길이 없겠습니다.”
“연평延平의 칼은 벌써 용이 되었거늘, 아직도 뱃전에다 표를 하고 칼을 찾는 사람이 있는가?”

미주眉州 창복昌福 제24권 권두卷頭에는 복창福昌으로 되어 있다.
 달達 화상
스님이 물었다.
“학인이 와서 물으면 스님께서 대답하시겠지만, 묻지 않을 때에는 스님의 뜻이 어떠하십니까?”
“사형師兄이 지시해 주어서 고맙소.”
“본래의 일은 묻지 않겠거니와 어떤 것이 오늘의 일입니까?”
“사형의 이 물음은 아주 좋소.”
“학인이 모를 때에는 어떠합니까?”
“속일 수만 있으면 되었소.”
“나라에 보검[寶刀]이 있는데, 누가 볼 수 있습니까?”
“사형께서 멀리 오신 일이 쉽지 않구려.”
“그 보검은 어떻게 생겼습니까?”
“필요해도 말하고, 필요치 않아도 말하리라.”
“말씀해 주십시오.”
“만나기 어렵고, 만나기 어렵군.”
“돌소[石牛]가 물 위에 누웠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다름이 적중했다 해도[異中異] 허망한 계교計較이니 부침浮沈하지 말라.”
“문득 그렇게 갈 때에는 어떠합니까?”
“하늘에 날개를 쳐서 해를 떨어뜨리고, 흙을 쥐어서 금을 이룬다.”

앞의 무주婺州 명초明招 덕겸德謙 선사의 법손

처주處州 보은報恩 계종契從 선사
처음 개당하는 날 법좌에 올라서 앉으려다가 말했다.
“열사烈士의 칼날 앞에서도 날쌘 매와 새매가 있는가? 한 마리 날려 보라. 그러므로 말하기를 ‘열사의 칼날 앞에는 짝할 이가 별로 없나니, 구름과 우레가 울리듯 검륜劍輪이 열린다’고 한다. 누가 크게 용맹스런 사자의 새끼인가? 온몸에 칼을 맞으려거든 나오기만 하라.”
이때에 어떤 스님이 비로소 나서니, 대사가 말했다.
“보건대 풍채가 좋구나.”
스님이 물으려 하니, 대사가 말했다.
“어디로 가는가?”
그가 물었다.
“사자가 굴에서 나오기 전에 어떠합니까?”
대사가 말하였다.
“칼끝이 치기 어렵다.”
“굴에서 나온 뒤에는 어떠합니까?”
“몸을 감출 길이 없다.”
“나오려다가 미처 나오지 못할 때는 어떠합니까?”
“목숨이 명주실 같다.”
“향해 나가는 일은 어떠합니까?”
“들이닥친다.”

대사가 나중에는 남명南明에 살았는데,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어쩔 수가 있겠는가?”
“하루 가운데 어찌해야 좋습니까?”
“금강金剛의 정수리 위에서 보아라.”
“그러면 인간과 하늘의 무리가 의지할 곳이 있겠습니다.”
“그대는 또 인간과 하늘을 속여서 무엇 하려는가?”

무주婺州 보조普照 유瑜 화상
상당하여 자리에 앉기 전에 대중에게 말했다.
“30년 뒤에는 여러 사람이 이 속에서 칼끝을 잃고 혀가 굳으리니, 알겠는가? 분명한 사실이다. 만일 참된 사자의 새끼가 아니라면, 어찌 위로부터 내려온 기틀을 알겠는가?”
스님이 물었다.
“사자가 굴에서 나오기 전에는 어떠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뭇 짐승이 한가하다.”
“굴에서 나온 뒤에는 어떠합니까?”
“만 리에 여우의 흔적이 끊어진다.”
“나오려다가 나오지 못할 때에는 어떠합니까?”
“충돌하는 자는 죽는다.”
“향해 나가는 일은 어떠합니까?”
“결단코 칼날에 임해야 한다.”
그리고는 대사가 게송을 지었다.

결단코 칼날에 임하는 곳이
천연天然의 사자의 기틀이니
울부짖으며 삼계를 벗어나는 일
조사가 아니면 알지 못한다.
決在臨鋒處    天然獅子機
嚬呻出三界    非祖莫能知

무주婺州 쌍계雙谿 보초保初 선사
대중에게 보였다.
“투철하지 못했다면 드러내지 않는다. 시방세계가 훤하게 밝다. 우뚝한 봉우리 위에서 기틀의 비춤을 통하면 저 북두성北斗星을 볼 필요가 없다.”
스님이 물었다.
“여름 석 달 동안 영봉靈峰의 칼은 스님에게 청해도 칼끝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대사가 대답했다.
“아직 금 고리를 잡기 전인데 어찌하여 묻지 않는가?”
“천 가지가 공연히 시설한 것이라서 해골 앞에 내놓기 어렵습니다.”
“등 뒤에서 사람을 꽉 누르는구나.”

처주處州 용천涌泉 구究 화상
상당하여 한참 있다가 말했다.
“호랑이나 이리와 같은 선객이 있는가? 있거든 한 번 내놓아 보라.”
그때에 어떤 스님이 나서자, 대사가 물었다.
“목숨을 잃을 곳을 알았는가?”
“학인이 화상께 묻겠습니다.”
“어디를 갔는가?”
“사자가 굴에서 나오기 전에는 어떠합니까?”
“대지를 흔든다.”
“사자가 굴에서 나온 뒤에는 어떠합니까?”
“하늘과 땅을 뒤덮는다[蓋天蓋地].”
“나오려다 나오지 못할 때에는 어떠합니까?”
“아무도 판단하지 못한다.”
“향해 가는 일은 어떠합니까?”
“날쌘 새매도 길을 잃는다.”

구주衢州 나한羅漢 의義 화상
상당하여 대중이 모이니, 어떤 스님이 나와서 절을 했다. 이에 대사가 말했다.
“좋은 것이 못되는구나.”
스님이 말했다.
“용천龍泉의 보검을 스님께서 휘둘러 보십시오.”
대사가 말했다.
“어디를 갔는가?”
“그러면 용계龍谿의 남면南面은 칼날을 다한 것이겠습니다.”
“거두어들여라.”
“고금에 떨어지지 않는 일을 스님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그것을 괴이하게 여기는가?”
“그래도 고금에 떨어집니다.”
“틀리지 말라.”

앞의 낭주朗州 대룡산大龍山 지홍智洪 선사의 법손

대룡산大龍山 경여景如 선사[제2세 주지]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대사가 할喝을 하니, 스님이 말했다.
“스님의 뜻이 어떠하십니까?”
“알겠는가?”
“모르겠습니다.”
대사가 또 할을 했다.
“태양이 한 번 드러나자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데, 북소리가 멈춘 뒤에는 어떠합니까?”
“늦가을이 갠 뒤에는 맑은 하늘이 상쾌하다.”

낭주朗州 대룡산大龍山 초훈楚勛 선사[제4세 주지]
상당하여 한참 있다가 말했다.
“대중은 다만 이렇게 각자 흩어져라. 벌써 거듭해서 이 이치를 선언해 마쳤는데, 오래 서서 무엇 하리오? 그러나 오래 서 있는 것에는 오래 서 있는 도리가 있으니, 알아 마치면 하나의 소겁小劫을 지내기가 밥 먹는 사이 같겠지만 도리를 모르면 문득 어리둥절할 것이다. 알겠는가? 아는 이가 있거든 나오너라. 여럿이서 같이 헤아려 보자.”
이때에 어떤 스님이 나와 방석을 펴면서 말했다.
“펼치면 항하의 모래같이 많은 세계를 두루하고, 수축하면 털끝도 간직하지 않으니, 펼치는 것이 옳습니까, 수축하는 것이 옳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그대는 어디서 그런 수단을 배워 왔는가?”
“그러면 펼쳐야겠습니다.”
“교섭하지 말라.”
“어떤 것이 대룡大龍의 경계입니까?”
“제방에서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라.”
“어떤 것이 경계 속의 사람입니까?”
“그대는 왜 나를 속이는가?”
“죽은 스님이 떠나서 어디로 갔습니까?”
“아미타불이다.”
스님이 물었다.
“좋은 법당 안에서 사자후師子吼를 하시는데, 법은 누구의 것을 이어받으셨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오히려 스스로에게 그렇게 물어라.”
흥원부興元府 보통원普通院 종선從善 선사
스님이 물었다.
“법륜을 다시 굴릴 때에는 어떠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그대의 기쁨을 돕는다.”
“무슨 이야기를 하십니까?”
“이인異人은 귀를 막는다.”
“그런 줄 알 때에는 어떠합니까?”
“틀렸다.”
“칼을 차고 와서 소나무 문을 두드릴 때에는 어떠합니까?”
“어지럽히지 말라.”
“누가 모르겠습니까?”
“나가라.”

앞의 양주襄州 백마白馬 행애行靄 선사의 법손

양주襄州 백마白馬 지륜智倫 선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순금도 빛을 잃는다.”
“어떤 것이 화상이 몸을 뛰쳐 날 곳입니까?”
“소가 담장을 받았다.”
“학인이 뜻을 잘 모를 때에는 어떠합니까?”
“이미 팔자八字를 이루었다.” 두 팔을 짝 벌리고 내보였다는 뜻이다.

앞의 안주安州 백조산白兆山 제2세 회초懷楚 선사의          법손

당주唐州 보수保壽 광우匡祐 선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불법佛法의 대의大意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가까이 오라, 가까이 오라.”
스님이 가까이 오니, 대사가 말했다.
“알겠는가?”
“모르겠습니다.”
“전광석화電光石火가 이미 티끌과 같은 겁을 지났다.”
“어떤 것이 사람을 위하는 한 구절입니까?”
“입을 열면 귀로 들어간다.”
“어떻게 이해하리까?”
“사람을 만나면 사람에게 고하라.”

앞의 양주襄州 곡은谷隱 지정智靜 선사의 법손

곡은谷隱 지엄知儼 선사
그는 등주登州 사람이다. 고향의 작산鵲山에서 업을 닦다가 곡은谷隱 지정智靜에게서 법을 얻고, 그의 뒤를 이어 주지가 되자 배우는 사람이 많이 모였다.
어떤 스님이 물었다.
“스님은 어느 집안의 곡조를 부르시고, 종풍은 누구의 것을 이으셨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백운이 남쪽에 뜨니, 삿갓은 북쪽에서 쓴다.”
“가섭이 친히 들은 일이 무엇입니까?”
“속히 토해 버려라.”
“어떤 것이 모든 부처님들이 다 비추지 못한 곳입니까?”
“이 산의 귀신 굴을 물어서 무엇 하겠는가?”
“비춘 뒤에는 어떠합니까?”
“에잇, 요괴로구나.”
“천 개의 산과 만 갈래의 물을 어떻게 지납니까?”
“걸음을 옮기면 문득 천리만리이니라.”
“걸음을 옮기기 전에 어떠합니까?”
“역시 천리만리이니라.”

양주襄州 보녕원普寧院 법현法顯 선사
스님이 물었다.
“지난 겁에 같이 살았는데 어째서 친하고 성긴 것을 모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누구인가?”
“다시 누구의 말을 기다립니까?”
“말귀를 모르는 줄로 알았지.”
“만 갈래의 물과 천 개의 산을 어떻게 지납니까?”
“푸른 하늘에는 샛길이 없으니, 도달한 이는 기틀을 미혹하지 않는다.”

앞의 여산廬山 귀종歸宗 제4세 주지 홍장弘章 선사의        법손

동경東京 보정원普淨院 상각常覺 선사
그는 진류陳留 사람으로서 성은 이李씨이다. 어릴 때에 유학을 익혔으나 결코 벼슬을 구할 생각이 없어서 산수山水를 즐기며 구경 다니는 것으로 소일을 삼았다. 그러다가 여산廬山 귀종歸宗 선사의 회상에 왔다가 법문을 듣고 깨달은 바가 있어서 출가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귀종이 입적하려 할 때 대사를 불러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그대는 불법과 깊은 인연이 있으니, 다른 날 대중을 제도할 때에는 아무도 그대의 역량을 헤아리지 못하리라.”
그리고는 대사의 머리를 깎는 일 등을 문인들에게 분부한 뒤에 세상을 떠났다.
양나라 건화乾化 2년에 머리를 깎고, 이듬해 동림사東林寺 감로단甘露壇에서 계를 받고는 바로 오대산을 돌아본 뒤에 다시 상도上都로 돌아가서 여경문麗景門 밖에서 2년 동안 혼자 살았다.
이때 북쪽 이웃에 장생張生이라는 신사信士가 있었는데 대사를 청하여 공양했다. 장씨는 본래 현묘한 진리를 찾다가 대사를 방문해서 가르침을 구했는데, 대사가 알맞게 가르쳐 주자 장생은 말끝에 깨달음을 얻었다. 마침내 긴 걸상을 마련해서 묵게 하였는데, 밤이 깊었을 때에 아내와 함께 엿보자 대사의 몸이 온 걸상에 두루하면서 발과 머리는 겉으로 나와 있었다. 그리하여 종들에게 지켜보도록 하였으나 여전하므로 장생은 더욱 흠모하는 생각이 나서 말했다.
“제자들 부부가 늘그막에 저의 집 앞을 내놓아 스님의 장실丈室로 삼고자 합니다.”
대사는 기꺼이 받았는데, 후당後唐의 천성天成 3년에 이르러서는 매우 큰 절이 되었고, 위에서 보정普淨이라는 편액을 하사했다.
대사는 생각하기를 ‘당시의 무리들이 근기가 얕고 어두워서 극칙極則의 진리를 감당키 어려우니, 정도에 맞지 않게 일러 주면 도리어 그들로 하여금 법을 비방하는 허물을 짓게 하리라. 나는 차라리 법을 열지 않으리라’ 하였다. 매월 24일에 목욕을 시켰고, 대중은 항상 1만을 헤아렸다.
대사는 항상 대중에게 말했다.
“지혜의 문에 막힘이 없기만 하다면 복이 어찌 막히겠는가.”

어느 날 급사중給事中인 도곡陶穀이 와서 절을 하고 물었다.
“경에 말하기를 ‘온갖 형상을 떠나면 이름하여 부처다’라고 하였으나, 지금 눈앞에 온갖 형상이 분분한데 어찌하여야 여의겠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급사는 무엇을 보았는가?”
도씨가 흔연히 기뻐하면서 소중히 여겼다. 이로부터 왕공王公과 대인大人들이 자주 천거해서 대사에게 법호와 장복(章服:자의)을 하사케 하려 했으나, 대사는 모두 거절하고 받지 않았다.
개보開寶 4년 12월 2일에 병이 나서 11일에 뒷일을 부탁한 뒤, 오른쪽으로 누워서 떠나니, 수명은 76세이고 법랍은 56세였다. 지금도 문도들이 뒤를 이어 사는데 더욱 번성하고 있다.

앞의 양주襄州 석문산石門山 제3세 혜철慧徹 선사의          법손

석문산石門山 소원紹遠 선사[제4세 주지]
스님이 물었다.
“스님은 어느 집안의 곡조를 부르시고, 종풍은 누구의 것을 이으셨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시방에 이류異類가 없으니, 봉림鳳林 앞에 내걸어 광고한다.”
“선사先師께서 안탑雁塔의 절로 돌아 가셔서 외치신 한마디를 스님께서 보여 주십시오.” 
“아수라의 손바닥은 일월日月을 떠받쳤고, 야차의 발바닥은 이룡(泥龍:무용지물을 일컫는 말)을 밟고 있다.” 
“금룡金龍은 범연한 안개를 토하지 않나니, 스님께서는 봉황의 기틀을 제창해 주십시오.”
“백미白眉는 손을 벌리지 않고, 장안長安의 길은 평탄하다.”
“어떤 것이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푸대에 오구(烏龜:산 이름)를 가득 담았다.”
“어떤 것이 석문의 경계입니까?”
“외로운 봉우리가 봉령鳳嶺과 마주 섰다.”
“어떤 것이 경계 안의 사람입니까?”
“바위틈에 녹다 남은 눈이 여기저기서 번득인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물방울이 쏟아지는 것은 본래의 뜻이 아니며, 천 개의 산은 몸을 드러내지 않는다.”
“어떤 것이 옛 부처의 마음입니까?”
“맨땅의 백우白牛가 맑은 시냇가에 누웠다.”
“생사의 개울을 어떻게 건너겠습니까?”
“바람이 연잎과 부평초浮萍草에 분다.”
“어떤 것이 3승의 교법 이외에 따로 전하신 한 구절입니까?”
“염소 수레가 장안長安에 들어왔다.”
“생사의 물결 앞에서 어떻게 도를 이야기합니까?”
“털주머니는 옆으로 누워서 먹고 마시는 일을 끊었으며, 푸른 계곡은 화사한 봄 속에 언제나 누워 있다.”
“어떤 것이 도입니까?”
“산이 깊으니 물이 차다.”
“어떤 것이 도道 안의 사람입니까?”
“황금 망치로 황금 북을 친다.”
“날이 흐려 해가 숨을 때에는 광명은 어디로 갔습니까?”
“무쇠 뱀이 큰 길에 누웠으니, 온몸이 연기같이 검다.”

악주鄂州 영죽靈竹 수진守珍 선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석장錫杖에는 서역의 흙이 묻고, 병에는 중국의 물이 담겨 있다.”
“미혹함과 깨달음이 모든 경계에 들어가지 않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경계가 어디서 왔는가?”
“그러면 곧 모든 경계에 들어가겠습니다.”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된 놈아.”

앞의 홍주洪州 동안同安 지志 화상의 법손

낭주朗州 양산梁山 연관緣觀 선사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자양강資楊江의 물이 거세니 고기가 다니기 힘들고, 백록白鹿의 소나무가 높으니 새가 앉기 어렵다.”
“대중이 모였으니 백록의 한 구절을 스님께서 천양闡揚해 주십시오.”
“요즘 어느 나라에 살았는가?”
또 말했다.
“양산梁山에는 진秦나라 때의 거울을 높이 달았으니, 광수光壽의 문풍門風은 등불을 빌리지 않는다.”
“스님은 어느 집안의 곡조를 부르시고, 종풍은 누구의 것을 이으셨습니까?”
“용은 용의 새끼를 낳고, 봉은 봉의 새끼를 낳는다.”
“어떤 것이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총령葱嶺에는 중국의 소식을 전하지 않았거늘, 서역 사람들은 공연히 태평가를 이야기한다.”
“어떤 것이 위로부터 전해진 일입니까?”
“물을 건너 온 인도의 스님은 무릎 덮는 바지가 없고, 낙타의 등에다 경협(經夾:경을 넣는 궤)을 실었으나 경을 가지지는 않았다.”
“어떤 것이 정법안장正法眼藏입니까?”
“남화경南華經 속에 있는 것이다.”
“어째서 남화경 속에 있습니까?”
“그대가 정법안장을 물었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 납의衲衣 아래의 일입니까?”
“비밀이다.”

단端 장로라는 이가 대사를 찾아와서 잠시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떤 스님이 물었다.
“두 큰 스님은 같이 교화하시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같이 방장에 앉아 계십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하나라 해도 아니다.”
대사는 또 이런 게송을 남겼다.

양산의 한가락 노래는
격格 밖이라서 맞추기가 어렵네.
10년을 두고 지음知音을 찾았으나
아직까지 하나도 만나지 못했네.
梁山一曲歌    格外人難和
十載訪知音    未嘗逢一箇

또 게송을 지었다.

이글거리는 불꽃 속에 내 몸을 갈무리하면
탑을 새로 만들 필요가 있으랴.
누군가가 서로 긍정할 수 있다면
재 속에서도 온전한 참 모습을 찾으리.
紅焰藏吾身    何須塔廟新
有人相肯重    灰裏貌全眞

앞의 양주襄州 광덕廣德 제2세 연延 화상의 법손

양주襄州 광덕廣德 주周 선사
스님이 물었다.
“이야기를 보고도 배우지 못할 때에는 어떠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온 세계가 귀머거리가 없으니, 누가 소리를 아는[知音] 사람인가?”
“어떤 것이 소리를 아는 사람입니까?”
“끊어진 거문고 줄을 이을 수 없다면, 여러 겁을 지나도 메아리가 냉랭冷冷하리라.”
다른 스님이 물었다.
“경전에 말하기를 ‘아일다(阿逸多:미륵)는 번뇌도 끊지 않고 선정도 닦지 않았어도 부처님께서 이 사람은 틀림없이 부처가 될 것이다’라고 하셨는데, 이 이치는 어떠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소금도 떨어지고, 숯도 없다.”
“숯도 소금도 모두 떨어졌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근심스런 사람은 근심스런 사람에게 근심을 말하지 말라. 근심스런 사람에게 이야기한들 그에게 근심만 더해 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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