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서화의 대가 추사 김정희의 고사소요(高士逍遙)를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그려보다. 소장처, 제목, 작가, 그림 감상, 그림의 특징 등을 알아보겠습니다.
소장처
간송미술관 소장
그림제목
고사소요(高士逍遙) : 뜻이 높은 선비가 산책하듯 거닐다는 뜻입니다.
작가
이 그림의 작가는 조선시대 서화의 거장 추사 김정희다. 우리가 추사 김정희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추사체라고 부르는 독특한 서체에 힘입은 바가 크지만, 추사의 학문과 예술세계는 쉽게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넓고도 깊었다. 추사는 유교와 불교, 역사는 물론 금석학(金石學), 천문지리학(天文地理學)에도 조예가 깊었고, 시문서화(詩文書畵)에 두루 능했던 대학자이자 예술가였다. 또한 폭넓은 식견과 안목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당대 제일의 비평가이자 감식안이었다. 그런데 추사는 정작 자신이 직접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리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묵란화를 제외하고는 손에 꼽을 만큼, 남아있는 작품이 희소하다.
그림 감상
이 작품은 추사 회화세계의 지향과 본질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작 중 하나이다. 한 명의 선비가 뒷짐을 쥐고 한적한 숲 속의 오솔길을 거닐고 있다. 이목구비가 생략되어 표정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사색에 잠긴 모습이다. 단정하게 갈무리한 머리와 정갈한 옷매무새에서 고사의 청수(淸秀)한 내면세계가 엿보인다. 길가 좌우에 자리한 소나무와 전나무, 바위도 고사를 닮아 담박하고 단아하다. 넉놓고 보고 있자니, 그림 속에 선비와 나란히 걷는 듯하다가, 어느새 그 선비가 된 듯 하다. 그 선비가 되어 산책을 하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계속 걸으면, 마치 그림 밖을 나가서 미지의 세계로 갈 것만 같다.
그림의 특징
전체적으로 옅은 먹과 짙은 먹을 번갈아 쓴 마른 붓질은 소슬한 정취가 감도는 쓸쓸하고 황량한느낌의 그림을 추구했던 추사의 회화적 지향에 부합되는 기법이다. 나무와 토파, 바위의 묘사 등은 추사의 대표적인 산수화로 이야기되는 [세한도]와 유사하다. 하지만 전체적인 필치와 구성은 그보다 한결 원숙해 세한도 이후의 작품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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