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와 그림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법화경, 채색, 그림 법화경.

일이삼선생 2023. 5. 2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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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법연화경은, 통상 법화경이라 이르는데, 법화삼부경의 하나로, 가야성(迦耶城)에서 도를 이룬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온 본뜻을 말한 것이다. 모든 불교 경전 가운데 가장 존귀하게 여겨지는 경전이다. 전 8권 28품.

『화엄경(華嚴經)』과 함께 한국불교사상을 확립하는 데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경전이다.

 

경전 첫 장에 있는 변상도이다. 규모가 거대하며, 화려하네요.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제1권


1. 서품(序品)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王舍城)의 기사굴산(耆闍崛山) 가운데서 큰 비구 대중 1만 2천 인과 함께 계셨다.
이들은 다 아라한(阿羅漢)으로서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여 다시는 번뇌가 없고 자신의 이로움을 얻었으며, 모든 존재[有]의 결박으로부터 벗어나 마음에 자유로움을 얻은 이들이었다.
그들의 이름은 아야교진여(阿若憍陳如)․마하가섭(摩訶迦葉)․우루빈라가섭(優樓頻螺迦葉)․가야가섭(伽耶迦葉)․나제가섭(那提迦葉)․사리불(舍利弗)․대목건련(大目犍連)․마하가전연(摩訶迦旃延)․아누루타(阿㝹樓馱)․겁빈나(劫賓那)․교범바제(憍梵波提)․리바다(離婆多)․필릉가바차(畢陵伽婆蹉)․박구라(薄拘羅)․마하구치라(摩訶俱絺羅)․난타(難陀)․손타라난타(孫陀羅難陀)․부루나미다라니자(富樓那彌多羅尼子)․수보리(須菩提)․아난(阿難)․라후라(羅睺羅) 등이니, 이렇게 여러 사람이 잘 아는 큰 아라한들이었다.
또 아직 배우는 이와 다 배운 이[學無學]가 2천 인이나 있었고, 마하파사파제(摩訶波闍波提) 비구니는 그의 권속 6천 인과 함께 있었으며, 라후라의 어머니인 야수다라(耶輸陀羅) 비구니도 또한 그의 권속들과 함께 있었다. 
또 보살마하살(菩薩摩訶薩) 8만 인이 있었으니,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에서 물러나지 아니하였으며, 다라니(陀羅尼)와 말 잘하는 변재를 얻어서 물러나지 않는 법륜(法輪)을 굴렸으며, 한량없는 백천 부처님을 공양하였고, 여러 부처님 계신 곳에서 모든 덕의 근본을 심었으므로 항상 여러 부처님께서 칭찬하셨으며, 자비로써 몸을 닦아 부처님의 지혜에 잘 들어갔으며, 큰 지혜를 통달하여 피안(彼岸)에 이르렀고, 그 이름이 한량없는 세계에 널리 들리어 무수한 백천의 중생을 제도하는 이들이었다.
그들의 이름은 문수사리보살(文殊師利菩薩)․관세음(觀世音)보살․득대세(得大勢)보살․상정진(常精進)보살․불휴식(不休息)보살․보장(寶掌)보살․약왕(藥王)보살․용시(勇施)보살․보월(寶月)보살․월광(月光)보살․만월(滿月)보살․대력(大力)보살․무량력(無量力)보살․월삼계(越三界)보살․발타바라(跋陀婆羅)보살․미륵(彌勒)보살․보적(寶積)보살․도사(導師)보살 등이니, 이러한 보살마하살(菩薩摩訶薩) 8만 인과 함께 있었다.
그 때 석제환인(釋提桓因)은 그의 권속 2만의 천자(天子)와 함께하였고, 또 명월천자(名月天子)․보향(普香)천자․보광(寶光)천자․사대천왕(四大天王)이 그들의 권속 1만 천자와 함께하였으며, 자재(自在)천자․대자재(大自在)천자도 그의 권속 3만의 천자와 함께하였고, 사바(娑婆)세계의 주인이며 범천왕(梵天王)인 시기대범(尸棄大梵)과 광명대범(光明大梵)이 그들의 권속 1만 2천의 천자와 함께하였다. 
또 여덟 용왕이 있었으니, 난타용왕(難陀龍王)․발난타(跋難陀)용왕․사가라(娑伽羅)용왕․화수길(和修吉)용왕․덕차가(德叉迦)용왕․아나파달다(阿那婆達多)용왕․마나사(摩那斯)용왕․우발라(優鉢羅)용왕등이 각각 백천의 권속들과 함께하였다.
또 네 긴나라왕(緊那羅王)이 있었으니, 법(法)긴나라왕․묘법(妙法)긴나라왕․대법(大法)긴나라왕․지법(地法)긴나라왕도 각각 백천 권속들과 함께하였다.
또 네 건달바왕(乾闥婆王)이 있었으니, 낙(樂)건달바왕․낙음(樂音)건달바왕․미(美)건달바왕․미음(美音)건달바왕이 각각 백천 권속과 함께하였다.
또 네 아수라왕(阿修羅王)이 있었으니, 바치(婆稚)아수라왕․가라건타(佉羅騫馱)아수라왕․비마질다라(毗摩質多羅)아수라왕․라후(羅睺)아수라왕이 각각 백천 권속과 함께하였다.
네 가루라왕(迦樓羅王)이 또 있었으니, 대위덕(大威德)가루라왕․대신(大身)가루라왕․대만(大滿)가루라왕․여의(如意)가루라왕이 각각 백천 권속들과 함께하였다. 또한 위제희(韋提希)의 아들인 아사세왕(阿闍世王)도 백천 권속들과 함께하였다. 
이들은 제각기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 있었다. 
이 때 세존(世尊)께서는 둘러앉은 사부대중[四衆]으로부터 공양과 공경과 존중과 그리고 찬탄을 받으시면서 여러 보살들을 위하여 대승경을 설하셨으니, 그 이름은 󰡔무량의경(無量義經)󰡕이었다. 보살을 가르치는 법이며, 부처님께서 보호하고 생각하시는 바였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다 설하신 뒤 결가부좌(結跏趺坐)하시고 무량의처삼매(無量義處三昧)에 드시니, 몸과 마음이 흔들리지 아니하였다.
그 때 하늘에서는 만다라꽃․마하만다라꽃․만수사꽃․마하만수사꽃을 내려 부처님 위와 대중들에게 흩으며, 넓은 부처님의 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六種震動]하였다.
그때 모인 대중 가운데 있던 비구․비구니․우바새(優婆塞)․우바이(優婆夷)와 하늘․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摩睺羅伽) 등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人非人]과 소왕(小王)․전륜성왕(轉輪聖王) 등 모든 대중들이 전에 없던 일을 만나 환희하여 합장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부처님을 뵈었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미간의 백호상(白毫相)으로 광명을 놓으시어 동방으로 1만 8천의 세계를 비추시니, 두루하지 않은 데가 없어 아래로는 아비지옥(阿鼻地獄)과 위로는 아가니타천(阿迦膩吒天)에까지 이르렀다.
이 세계에서 저 세계의 여섯 갈래 중생들을 다 볼 수 있고, 또 저 세계에 계신 부처님들을 볼 수 있었으며, 여러 부처님들께서 설하시는 경법(經法)을 들을 수 있었고, 아울러 그 여러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들이 여러 가지 수행으로 도를 얻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여러 보살마하살들이 가지가지 인연과 가지가지 믿음과 가지가지 모습으로 보살의 도 행하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여러 부처님들께서 반열반(般涅槃)에 드신 뒤에 그 부처님의 사리로 7보탑을 일으키는 것도 볼 수 있었다.
그 때 미륵보살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세존께서 신기한 모습을 나타내시니, 무슨 인연으로 이런 상서를 일으키시는 것일까? 이제 부처님 세존께서 삼매에 드시니, 이는 부사의하고 희유한 일이다. 마땅히 누구에게 물어야 하며, 또 누가 능히 대답할 것인가?’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문수사리법왕자(文殊師利法王子)는 일찍이 지난 세상에서 한량 없는 여러 부처님을 공양하고 친근하였으므로, 반드시 이렇게 희유한 모습을 보았으리니, 내가 이제 이 일을 물어보리라.’
그 때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와 여러 하늘․용․귀신들도 이렇게 생각하였다.
‘부처님의 광명과 신통한 모습을 이제 누구에게 마땅히 물어야 할까?’
그 때 미륵보살이 자기 의심도 결단하고, 또 사부대중인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와 여러 하늘․용․귀신들의 마음을 살펴 알고서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무슨 인연으로 신통한 모습의 이런 상서가 있으며, 큰 광명을 놓으시어 동방으로 1만 8천 세계를 비추어 저 부처님 세계의 장엄을 다 볼 수 있게 합니까?”
미륵보살은 이 뜻을 거듭 펴려고 게송(偈頌)으로 물었다.

문수사리보살이여,
도사께서는 무슨 일로
양 미간의 백호상에
큰 광명을 비추시며

만다라꽃․만수사꽃
비오듯 내려오고
전단향 맑은 바람
여러 마음 기뻐하니

이와 같은 인연으로
땅이 모두 엄정하며
이러한 세계마다
여섯 가지로 진동합니다.

그 때에 사부대중
서로 모두 환희하여
몸과 뜻이 쾌락하니
처음 보는 일입니다.

미간으로 놓은 광명
동방으로 멀리 비춰
1만 8천 나라마다
금빛처럼 찬란하니

아래로는 아비지옥에서
위로는 유정천(有頂天)까지
그 여러 세계 중에
여섯 갈래 중생[六道衆生]의

나고 죽어 가는 곳과
선악의 업과 인연,
곱고 밉게 받는 과보
이 모두를 봅니다.

또 보니 여러 부처님
성주(聖主)이신 사자(師子)들이
연설하는 그 경전은
미묘하기 제일이며

그 음성이 청정하여
부드러운 말씀으로
수도 없는 여러 억만
보살들을 교화하며

범음(梵音)이 깊고 묘해
듣는 사람 기뻐하고,
각각 여러 세계에서
바른 법을 설하실  

가지가지 인연들과
한량없는 비유로써
불법을 밝게 밝혀
많은 중생 깨우치며

어떤 사람 늙고 들고
죽는 고통 싫어하면
열반법(涅槃)을 설하여
그 괴로움 끊게 하고

만일 복 있는 이
부처님께 공양하며
수승한 법 구하면
연각법[緣覺]을 설해 주며

만일 어떤 불자
가지가지 행을 닦아
무상(無上) 지혜 구하면
청정한 도 설해 주니

문수사리보살이여,
여기에서 보고 들은 
천억 가지 많은 일을 
이제 대강 말하겠습니다.

내가 보니 저 세계의 
항하 모래와 같은 보살
가지가지 인연으로
부처님 도 구하며

어떤 이는 베풀되
금과 은과 산호와
진주와 마니보배
차거(車渠)며 마노(碼𥔥)와

금강석과 여러 보배와
남종과 여종과 수레들과
보배로 된 연[輦]과 가마
환희하여 보시(布施)하며

불도에 회향(廻向)하여
삼계(三界)에서 제일가는 
대승을 구할 적에
여러 부처님 찬탄 받고

혹은 어떤 보살은
네 말이 끄는 보배 수레
난간과 화개 있게
꾸민 것을 보시하며

또 보니 어떤 보살
몸뚱이와 손발과
처자까지 보시하며
위없는 도 구하고

또 어떤 보살들은 
머리와 눈, 몸뚱이까지
기쁜 마음으로 보시하여
부처 지혜 구하며

문수사리보살이여,
내가 보니 여러 왕들
부처님께 나아가서
위없는 도를 묻고

국토와 좋은 궁전 
첩과 신하 다 버리고
출가하여 머리 깎고
법복(法服)을 입으며

혹은 보니 어떤 보살
큰 뜻 품고 비구 되어
고요한 데 있으면서
경전 읽기 즐겨 하고

또 보니 보살들이 
용맹하게 정진하며
깊은 산에 들어가서
부처님 도 생각하며

어떤 이는 욕심 떠나
고요한 데 머물면서
깊은 선정(禪定) 닦으면서
5신통(神通) 얻으며

또 보니 보살(菩薩)들이
합장(合掌)하고 편히 앉아
천만 가지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며

또 어떤 보살들은 
지혜 깊고 뜻이 굳어
부처님께 여쭙고
듣는 대로 간직하며

또 어떤 불자들은 
선정․지혜 구족하여
한량없는 비유로써
대중 위해 법 설하고

기쁜 마음으로 설법하여
여러 보살 교화하고
마군들 파한 후에
법고를 둥둥 치며

또 보니 보살들이
묵연히 앉아 있어
하늘․용이 공경해도
기뻐하지 아니하고

또 보니 어떤 보살
숲 속에서 광명 놓아
지옥 고통 제도하여
불도에 들게 하며

또 보니 불자들이
잠도 자지 아니하고
숲 속을 거닐면서
불도를 잘 구하며

또 보니 계행(戒行)을 구족하고
깨끗한 보옥처럼
위의(威儀)를 갖추어서
부처님 도 구하고

어떤 불자 인욕(忍辱)의 힘으로
잘난 체하는 이가 헐뜯어도
그 모두를 능히 참아
부처님 도 구하며

또 보니 보살들이 
희롱하고 웃는 일과
어리석음 다 여의고
지혜로운 이 친근하며

산란한 맘 가다듬어
산림 속에 고요히 앉아
억천만 년 지내면서
부처님 도 구하며

또 보니 어떤 보살
희유한 찬과 음식
여러 가지 탕약으로
부처님과 스님께 보시하고

천냥 만냥 값 나가는 
훌륭한 의복이나
값도 모를 좋은 옷을
부처님과 스님께 보시하며

천만억 가지가지
전단(栴檀)으로 지은 집과
여러 가지 묘한 침구
부처님과 스님께 보시하고

꽃과 열매 무성한
맑고 깨끗한 숲과 동산
흐르는 물 맑은 못을
부처님과 스님께 보시하며

가지가지 아름다운
이런 것을 보시하되
환희하는 마음으로
위없는 도 구하고

혹은 어떤 보살
적멸한 법 설하여서
무수한 중생들을
갖가지로 교화하여

혹은 보니 여러 보살
법의 성품 허공 같아
두 모양이 없는 줄을
진실하게 관찰하며

또 보니 어떤 불자
집착하는 마음 없어
미묘한 지혜로써
위없는 도 구합니다.
문수사리보살이여,
또 어떤 불자들은
부처님 멸도 후에
사리에 공양하며

또 보니 어떤 불자들은
항하의 모래 같은
무수한 탑(塔)을 세워
나라마다 장엄하니

아름다운 그 보배탑
높이가 5천 유순(由旬)
너비로나 길이로나
똑같아서 2천 유순

이러한 탑묘마다
당(幢)과 번(幡)이 1천이요,
진주로 된 교로만(交露幔)에
보배 방울 울려오니

모든 하늘과 용과 귀신들
사람과 사람 아닌 이들이
향과 꽃과 기악으로
항상 공양합니다.

문수사리보살이여,
그 많은 불자들이
사리 공양 하느라고
모든 탑을 장엄하니

이 국토는 저절로 
특수하게 아름다워져서
도리천의 수왕(樹王)에
꽃이 핀 듯합니다.

부처님 놓으신 광명으로
이 세계의 온갖
수승함과 미묘함을
우리들이 봅니다.

여러 부처님 신통한 힘
그 지혜가 희유하여
밝은 광명 놓으시사
무량 세계 비추시니

이를 보는 우리들이 
미증유의 일이므로
불자이신 문수보살(文殊菩薩)이시여,
의심 풀어 주옵소서.

사부의 여러 대중
나와 당신 우러르니
세존께서 무슨 일로
이 광명을 놓습니까.

보살께서 답하시어
의심 풀어 기쁘게 하소서.
무슨 이익 있기에
이런 광명 놓습니까.

부처님 도량에서
얻으신 미묘한 법
말씀하려 합니까?
수기(授記) 주려 합니까.

여러 불토마다
보배로써 장엄함과
부처님을 뵙게 되니
작은 인연 아닌가 합니다.

문수사리보살이여,
사부대중과 용과 신이
당신만을 우러르니
이 뜻을 말하소서.

그 때 문수사리보살은 미륵보살마하살(彌勒菩薩摩訶薩)과 여러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선남자(善男子)들이여, 내가 생각건대 세존께서 이제 큰 법을 설하시며, 큰 법비[法雨]를 내리시며, 큰 법소라[法螺]를 부시며, 큰 법북[法鼓]을 치시며, 큰 법의 뜻을 연설하실 것입니다.
선남자들이여, 나는 과거 여러 부처님들의 이러한 상서를 보았나니, 이 광명을 놓으시고는 큰 법을 곧 설하시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 부처님께서 광명을 놓으심도 그와 같아서, 중생들로 하여금 일체 세간에서 믿기 어려운 법을 듣고 알게 하려고 이런 상서를 나타내신 줄 아십시오.
선남자들이여, 과거 한량없고 가없는 불가사의한 아승기겁(阿僧祇劫)에, 그 때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그 명호는 일월등명(日月燈明) 여래(如來)․응공(應供)․정변지(正遍知)․명행족(明行足)․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조어장부(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불세존(佛世尊)이었습니다.
바른 법을 연설하시니, 처음이나 중간, 그리고 맨 나중도 잘 하셨으니, 그 뜻은 매우 깊고 그 말씀은 공교하고도 묘하였으며, 순일하여 섞임이 없었고, 맑고 깨끗한 범행(梵行)의 모습을 구족하였으므로, 성문(聲聞)을 구하는 이에게는 4제법(諦法)을 말씀하시어,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벗어나서 마침내 열반케 하시고, 벽지불(辟支佛)을 구하는 이에게는 12인연법(因緣法)을 잘 말씀하시고, 보살을 위해서는 6바라밀(婆羅蜜)을 잘 말씀하시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서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이루게 하셨습니다.
그 다음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이름이 또한 일월등명(日月燈明)이고, 다음에 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이름이 또한 일월등명이며, 이렇게 2만의 부처님이 모두 한가지로 일월등명이라 이름하였으며, 성도 똑같아서 모두 파라타(頗羅墮)이었습니다.
미륵보살은 마땅히 아십시오. 첫 부처님이나 나중 부처님께서 모두 한가지로 일월등명(日月燈明)이라 이름하며, 10호(號)를 구족하시고 설하신 법문도 처음과 중간, 그리고 나중이 모두 좋으셨습니다.
그 최후의 부처님께서 출가하시기 전에 여덟 왕자가 있었으니, 첫째 이름은 유의(有意)요, 둘째는 선의(善意)이며, 셋째 이름은 무량의(無量意)요, 넷째 이름은 보의(寶意)며, 다섯째 이름은 증의(增意)요, 여섯째 이름은 제의의(除疑意)며, 일곱째 이름은 향의(響意)요, 여덟째 이름은 법의(法意)였으니, 이 여덟 왕자는 위덕이 모두 자재하여 각각 4천하(天下)를 거느렸습니다. 그러나 이 여러 왕자들이 아버지께서 출가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 임금의 자리를 버리고 따라서 출가하여 대승의 뜻을 내어 항상 범행을 닦아 법사가 되었으며, 천만억 부처님 계신 데서 이미 여러 가지 선근을 심었습니다.
이 때 일월등명불께서 대승경을 말씀하셨으니, 그 이름이 󰡔무량의경󰡕이었습니다. 보살을 가르치는 법이며, 부처님께서 보호하시고 생각하시는 바였습니다. 이 경을 다 설하신 뒤에는 곧 많은 대중 가운데서 결가부좌(結跏趺坐)하시고 무량의처(無量義處)삼매에 드시어 몸과 마음이 움직이지 아니하셨으니, 이 때 하늘에서는 만다라꽃과 마하만다라꽃과 만수사꽃과 마하만수사꽃을 내리어 부처님의 위와 대중들에게 흩뿌리며, 넓은 부처님의 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습니다.
그 때 그 회중에 있던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와 하늘․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 등의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과 소왕․전륜성왕․모든 대중들이 처음 보는 일이라 환희하여 합장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부처님을 뵈었습니다. 그 때 여래께서는 미간의 백호상으로 광명을 놓으시어 동방으로 1만 8천 세계를 비추시니, 두루하지 않은 데가 없는 것이 지금 보는 여러 부처님의 세계와 같았습니다. 
미륵은 아십시오. 그 때 모인 대중 가운데 20억 보살이 법을 들으려 하다가, 이 광명이 넓은 부처님의 세계를 두루 비추는 것을 보고, 처음 보는 일을 얻었으며, 이 광명이 비치는 인연을 알고자 하였습니다. 
그 때에 한 보살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묘광(妙光)으로 8백 제자가 있었습니다. 이 때 일월등명불이 삼매(三昧)에서 일어나 묘광보살을 인연하여 대승경을 설하셨으니, 이름이 󰡔묘법연화경󰡕입니다. 보살을 가르치는 법이며, 부처님께서 보호하고 생각하시는 바입니다. 60소겁(小劫) 동안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아니하시니, 모인 청중도 또한 한 자리에서 60소겁 동안을 몸과 마음이 동요하지 않고 앉아 부처님의 말씀 듣기를 밥 먹는 순간처럼 생각하여 그 회중의 한 사람도 몸으로나 마음으로 게으름을 내는 이가 없었습니다.
일월등명불께서 60소겁 동안 이 경전을 설하신 후 범천․마군․사문(沙門)․바라문(婆羅門)․천인․아수라들에게 선언하여 말씀하셨습니다.
‘여래가 오늘 밤중에 마땅히 무여열반(無餘涅槃)에 들리라.’
그 때에 한 보살이 있었으니, 그 이름이 덕장(德藏)이었는데, 일월등명불께서 그에게 수기(授記)를 주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덕장보살이 다음에 마땅히 부처를 이루리니, 그 이름을 정신(淨身) 다타아가도(多陀阿伽度)․아라하(阿羅訶)․삼먁삼불타(三藐三佛陀)라 하리라.’
이렇게 수기하시고 문득 밤중에 무여열반에 드시니, 부처님께서 멸도(滅度)하신 후에는 묘광보살이 또 󰡔묘법연화경󰡕을 가지고 80소겁이 다 차도록 사람을 위하여 연설하였으니, 일월등명불의 여덟 왕자는 모두 묘광보살을 스승으로 삼았고, 묘광보살은 그들을 교화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견고하게 하였습니다. 그 여러 왕자들은 한량없는 백천만억 부처님께 공양하고 불도를 모두 이루었으니, 맨 나중에 성불한 이의 이름은 연등(燃燈)이었습니다. 
8백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은 이름이 구명(求名)이었으니, 이익에 탐착함이 많았으며, 비록 여러 경전을 읽더라도 영리하게 통하지 못하고 잊어버리는 것이 많으므로 구명이라 이름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사람도 선근을 많이 심은 인연으로 한량없는 백천만억 부처님을 만나 뵙고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하였습니다.
지금 이 상서를 보니 그 때의 근본과 다르지 아니하므로, 생각건대 오늘날 여래께서도 마땅히 대승경을 설하시리니, 그 이름이 󰡔묘법연화경󰡕입니다. 보살을 가르치는 법이며, 부처님께서 보호하고 생각하는 바일 것입니다.”
그 때 문수사리보살이 대중 가운데서 이 뜻을 거듭 펴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생각하면 지난 세상
한량없는 오랜 겁에 
부처님 계셨으니
그 이름이 일월등명

세존께서 법 설하시어
무량 중생 제도하고
수없이 많은 보살을
불지혜에 들게 하며

그 부처님 출가 전에
낳으신 여덟 왕자
부왕 출가함을 보고
범행을 따라 닦고

부처님 설하신 경
그 이름이 󰡔무량의경󰡕
여러 대중 가운데
널리 분별했습니다.

이 경 다 설하시고
법좌에 가부좌 틀고
깊은 삼매 드시오니
그 이름 무량의처(無量義處)

하늘에선 만다라 꽃비 오고
하늘북 절로 우니
여러 천룡과 귀신들
세존께 공양하고

일체의 여러 국토
큰 진동이 일어나고
미간으로 놓은 광명
희유한 일 나타나며

이 광명이 동방으로
1만 8천 불토 비추니
일체 중생 나고 죽는
그 업보를 볼 수 있고

그 많은 불토마다
보배로써 장엄하니
유리 빛과 파리 빛을
광명 비춰 보게 되고

혹은 보니 천인들과
용과 신과 야차들과
건달바와 긴나라들이
부처님께 공양하고

또 보니 모든 여래
저절로 성불하사
금빛 같은 그 몸이
단정하고 미묘하기

깨끗한 유리병에 
참다운 모습 나투신 듯
대중 가운데 계신 세존
깊은 법을 연설하시니

하나하나 불세계에
무수한 성문 대중
부처님의 광명으로
그 대중을 모두 보며

혹은 여러 비구들이 
산림 속에 있으면서
정진하여 가진 계행
밝은 구슬 보호하듯

또 보니 여러 보살
보시하고 인욕하는
그 수가 항하 모래 같음을
부처님 광명으로 보게 되며

여러 보살 또 보니
모든 선정(禪定) 깊이 들어
심신이 부동하여
위없는 도 구하며

또 보니 여러 보살
적멸(寂滅)한 법을 알아
그 국토에 설법하여
부처님 도 구하네.

그 때에 사부대중
일월등명 부처님의 
큰 신통의 힘을 보고
그 마음이 환희하여
서로서로 묻는 말이
이런 일은 무슨 인연일까.

천인 공경 받는 세존
삼매에서 일어나서
묘광보살 칭찬하길,

너는 세상 눈[世間眼]이 되니
모든 중생 귀의하고
법장(法藏)을 받을진대
내가 말한 온갖 법을
네가 능히 증지(證知)하라.

세존께서 찬탄하시니
묘광보살 기뻐하네.

이 󰡔법화경󰡕 설하시기
60소겁 지나도록
자리에서 뜨지 않고
설하신 미묘한 법
묘광보살법사께서 
모두 받아 지니셨네.

이 󰡔법화경󰡕 설하시니
중생들 환희하고
그 날 바로 천인(天人)들과
대중에게 선언하되

모든 법의 참다운 뜻
그대들에게 말했으니
나는 이제 오늘 밤에
열반에 들겠노라.

그대들은 일심으로
정진하고 방일 말라.
부처 출현 어려우니
억 겁에나 만나 볼까.

세존의 여러 제자
부처님 열반 소식 듣고
슬픈 맘 각각 품어
왜 이리도 빠르신가.

성주(聖主)이신 법왕께서 
무량 중생 위로하여
내가 열반하더라도
너희들은 걱정 말라.

여기 덕장보살께서
무루(無漏)의 참다운 상
마음에 통달하여
이 다음에 성불하면

정신(淨身)이라 이름하여
많은 중생 제도하리.
이날 밤에 멸도하시니
섶 다하여 불꺼지듯

많은 사리 나누어다
무량한 탑 일으키는
비구들과 비구니의
그 수도 항하 모래

더욱더 정진하여
위없는 도 구할 적에
묘광법사보살께서
부처님의 법장(法藏) 지녀

80소겁 긴 세월
󰡔법화경󰡕을 설하시니
그 왕자 여덟 사람
묘광법사 교화 받고

무상도에 견고하여
많은 부처님 뵈오면서
여러 부처님 공양하고
큰 도를 따라 닦아

차례대로 성불하며
점차로 수기하니
최후의 천중천(天中天)은
그 이름이 연등불(燃燈佛)

여러 신선 도사되어
무량 중생 제도하네.

묘광보살법사에게
한 제자가 있었으니
마음 항상 게으르고
이익에만 탐착하며

이름 또한 구하여서
명문 집안 드나들며
하던 공부 내던지고
모두 잊어 불통(不通)일세.

이러한 인연으로
그 이름이 구명(求名)이라.
그도 또한 선업으로
많은 부처님 만나 뵙고

부처님께 공양하며
큰 도를 따라 닦아
6바라밀 갖추어서
석사자(釋師子) 만나 뵙고

이 다음 부처 되어
미륵이라 이름하고
제도하는 많은 중생
그 수가 끝없으리.

저 부처님 멸도한 후
게으른 자 네 몸이요,
그 때의 묘광법사
지금의 내 몸이라.

내가 본 등명불의 
상서로운 광명이 이러할새
이 부처님 이런 일도
󰡔법화경󰡕을 설하리라.

지금 광명 옛날 상서
여러 부처님 방편이라.
이제 세존 광명 놓아
참다운 뜻 도우시니

그대들은 바로 알아
일심으로 기다려라.
부처님 법비 내려
구도자를 충족하리.

3승법[三乘]을 구하는 이
만일 의심 가지면
부처님께서 그 의심 
남김없이 끊어 주리.

 


2. 방편품(方便品)

그 때 세존께서 조용히 삼매에서 일어나시어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여러 부처님의 지혜는 매우 깊어 한량이 없으며, 그 지혜의 문은 이해하기도 어렵고 또 들어가기도 어려워서 일체 성문이나 벽지불은 알 수 없느니라. 왜냐 하면 부처는 일찍부터 백천만억 무수한 부처님을 친근하여 여러 부처님의 한량없는 도법(道法)을 행하고, 용맹하게 정진하여 그 이름이 널리 퍼졌으며, 매우 깊고 일찍이 없던 법을 성취하여 마땅함을 따라 설했으므로 뜻을 알기 어려운 까닭이니라.
사리불아, 내가 성불한 뒤로 가지가지 인연과 가지가지 비유로 널리 가르침을 폈으며, 무수한 방편으로 중생들을 인도하여 모든 집착을 여의도록 하였으니, 그것은 여래가 방편과 지견으로 바라밀을 이미 다 구족한 까닭이니라.
사리불아, 여래는 지견이 넓고 크며, 깊고 멀어서 4무량(無量)․4무애변(無礙辯)․10력(力)․4무소외(無所畏)와 선정과 해탈삼매에 깊이 들어, 온갖 미증유한 법을 성취하였느니라.
사리불아, 여래는 가지가지로 분별하여 공교롭게 모든 법을 설하니, 말이 부드러워 여러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느니라. 사리불아, 중요한 것을 들어 말하면, 한량없고 가없는 미증유한 법을 부처는 모두 성취하였느니라.
그만두어라, 사리불아. 다시 말할 것이 없느니라. 왜냐 하면 부처가 성취한 가장 희유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법은, 오직 부처님들만이 모든 실상의 법을 다 아셨기 때문이니라. 이른바 이와 같은 모양[相], 이와 같은 성품[性], 이와 같은 체(體), 이와 같은 힘[力], 이와 같은 작용[作], 이와 같은 원인[因], 이와 같은 인연[緣], 이와 같은 결과[果], 이와 같은 갚음[報], 이와 같은 근본과 끝과 구경[本末究意] 등이니라.”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거룩하신 부처님을 측량 못하여
여러 하늘이나 세상의 인간들
여러 가지 중생의 그 누구라도
부처님을 헤아릴 자 없느니라.

부처님의 크신 힘과 두려움 없음
해탈이나 여러 가지 삼매
그리고 부처님의 모든 법
능히 측량할 이도 없어

본래부터 무수한 부처님 따라다니며
구족하게 모든 도를 행하였으며
매우 깊고 미묘한 법을
보기도 어렵지만 알기도 어려워

한량없는 억겁 오랜 세월에
이와 같은 여러 가지 도를 행하고
도량(道場)에서 얻으신 거룩한 결과
내가 이미 그 모두 보고 아노라.

이와 같이 크고 크신 그 과보와
가지가지 성품과 모양의 뜻을
나와 시방세계 부처님만이
이에 능히 이런 일을 알고 있으니

이런 법은 보일 수 없는 것이요,
말로는 더더구나 할 수가 없어
하물며 그 밖의 중생들이야
능히 알고 이해할 이 있으랴.

믿는 힘이 견고하여 흔들림 없는
그러한 보살들은 제외하나니
부처님의 그 많은 제자들이
일찍부터 부처님께 공양하고

온갖 번뇌가 이미 다하여
최후 몸에 머무는 이들
이러한 스승들은 어느 누구도
그 힘으론 이 일을 감당 못하리.

세상에 가득 찬 많은 사람들
모두 다 사리불과 같은 이들이
생각을 다하여 함께 헤아린대도
부처님의 지혜는 측량 못하고

시방에 많은 사람 사리불 같고
또한 제자들도 가득하게 차
그들이 합하여 사량하여도
부처님의 지혜는 알지 못하며

영리한 지혜 가진 벽지불이나
무루의 최후신에 머문 이들이
시방의 여러 세계 가득하여서
그 수효 대숲[竹林]과 같으며

그런 이가 한결같이 마음을 합해
무량한 억천만 겁 오랜 세월을
부처님의 참 지혜 생각하여도
그 중의 한 부분도 알지 못하고

처음으로 발심한 보살들이
무수한 부처님께 공양하여
여러 가지 뜻과 이치 요달하고
또한 능히 설법도 잘하는 이

그 수가 시방세계 충만하기를
벼․삼․대․갈대와 같아
한결같은 지혜로 생각하여도
부처님 그 지혜는 알 수가 없고

물러나지 않는 지위의 보살들
항하의 모래만큼 수가 많아서
일심으로 생각하고 찾아보아도
그래도 또한 다시 알지 못하네.

사리불에게 또다시 말하노니,
번뇌가 없고 생각하여 알 수도 없는
지극히 깊고 깊은 미묘한 법을
내가 이미 모두 갖추었노라.

오직 내가 이 모양을 알고 있으며
시방의 여러 부처님 또한 아시니
사리불아, 마땅히 알아 두어라.
부처님의 말씀은 다르지 않나니

부처님 설하신 미묘한 법문
마땅히 크게 믿는 힘을 내어라.
세존의 그 법이 오랜 뒤에야
진실한 법 요긴하게 말하느니라.

성문과 연각법을 구하는 이들
내가 이제 너희를 위하는 고로
고통의 속박에서 아주 벗어나
진실된 법 열반을 얻게 하리니

부처님 여러 가지 방편력으로
3승의 가르침 보이시지만
중생들 간 데마다 집착하므로
인도하여 벗어나게 한 것이니라.

그 때 대중 가운데 여러 성문들과 번뇌가 다한 아라한인 아야교진여 등 1천 2백 인과 성문과 벽지불의 마음을 낸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들이 제각기 이런 생각을 하였다.
‘지금 세존께서는 왜 은근하게 방편을 찬탄하시며 말씀하시기를, <부처가 얻은 법은 매우 깊어 이해하기 어렵고 말하는 뜻도 또한 알기 어려워서 성문이나 벽지불로는 미칠 수가 없다>고 하시는가? 그리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한 해탈[一解脫]이란 뜻은, 우리들도 그 법을 얻어 열반에 이르렀는데, 지금 말씀하시는 것은 전연 알 수가 없구나.’
그 때 사리불이 사부대중의 의심을 알고 또한 자기도 분명히 알지 못하므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여러 부처님들의 제일 방편과 깊고 묘하여 이해하기 어려운 법을 찬탄하십니까? 제가 예전에는 부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을 들은 일이 없습니다. 지금 사부대중이 모두 의심하고 있사오니 바라옵건대 이 일이 무슨 뜻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세존께서는 무슨 까닭으로 깊고 묘하여 이해하기 어려운 법이라고 은근하게 찬탄하셨습니까?” 
그 때 사리불이 거듭 이 뜻을 펴고자 게송으로 아뢰었다.

해같이 밝은 지혜 대성존(大聖尊)께서
오랜만에 이런 법 말씀하시네.
이런 힘과 두려움이 없는 일
삼매와 선정과 여러 해탈과

불가사의 큰 법을 얻었지만
찾아와 묻는 이가 하나도 없고
그 뜻이 심히 깊고 어려워서
또한 묻는 이가 하나도 없네.

부처님 도 행하여 얻으신 해탈
매우 깊고 미묘한 그 지혜를
여러 부처님들만 얻는 바라고
묻는 이가 없어도 말씀하시매

모든 번뇌 없어진 아라한들과
열반법을 구하는 여러 사람들
지금 모두 의심에 떨어져 있어
무슨 일로 그 말씀하십니까.

연각법을 구하는 비구․비구니
하늘․용과 귀신․건달바까지
서로 보고 그 의심을 풀지 못하여
양족존(兩足尊)만 우러러보옵나니

이런 일이 어떠한 까닭인지
바라건대 부처님께서는 해설하소서.
그 여러 성문들의 무리 가운데
제가 제일이라 말씀하시나

제 지혜로는 아무리 생각하여도
의혹을 결단하지 못하나니
이것이 저 끝의 구경법(究竟法)인지
우리들이 수행할 도리인지.

부처님 말씀 듣고 귀의한 불자
합장하고 우러러 기다리니
원하는 미묘하신 음성으로써
사실대로 말씀하여 주소서.

여러 하늘과 용과 귀신들
그 수가 항하의 많은 모래요,
보리를 구하는 여러 보살도
8만 명이 넘는 수 엄청나구나.

여러 세계 억만 국토 그 땅에서
모두 함께 모여든 전륜성왕도
합장하여 공경스런 마음으로써
구족하신 말씀을 원합니다.

그 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만두어라, 그만두어라. 다시 말할 것이 없느니라. 만일 이 일을 말한다면, 모든 세상의 하늘이나 인간들이 다 놀라고 의심하리라.”
사리불은 부처님께 다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말씀하여 주소서. 왜냐 하면 여기에 모인 무수한 백천만억 아승기 중생들은 일찍부터 여러 부처님들을 친견하고 모든 근[諸根]이 영리하여 지혜가 아주 밝사오니, 부처님의 말씀을 들으면 능히 공경하여 믿으오리다.”
그 때 사리불이 이 뜻을 다시 펴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위없는 법왕이신 세존이시여,
염려치 마시고 말씀하소서.
여기 모인 무량한 대중들이
공경하고 믿을 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또 그런 말 말라고 하셨다.
“사리불아, 만일 이 일을 말한다면 모든 세상의 하늘과 인간과 아수라들이 다 놀라고 의심할 것이며, 뛰어난 체하는 비구들은 장차 큰 구렁 속에 떨어지리라.”
그 때 세존께서는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말하지 말라.
나의 법은 미묘하여 어렵나니
증상만(增上慢) 사람들이 이 법 들으면
반드시 믿지 않고 공경 않으리.

그 때 사리불은 또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말씀하여 주십시오. 지금 여기 모인 대중 가운데 저와 같은 백천만억 인들은 세세생생에 이미 부처님의 교화를 받아왔습니다. 이 사람들은 반드시 공경하고 믿고 긴긴 밤에 편안하여 이익이 많으리이다.”
그 때 사리불은 이 뜻을 거듭 펴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위없는 양족존 세존이시여,
제일가는 그 법을 말씀하소서.
저희들은 부처님의 맏아들이오니
원컨대 분별하여 말씀하소서.

여기에 한량없이 모인 대중들
이 경을 공경하고 믿으오리다.
부처님께서 일찍이 지나간 여러 세상에
이러한 무리들을 교화하시매

모두들 일심으로 합장하옵고
부처님의 말씀을 들으렵니다.
저희들 1,200 모든 사람과
그 밖에 불도를 구하는 이들

바라건대 이들을 위하시어
분별하여 말씀해 주시옵소서.
이 사람들 그 법을 듣기만 하면
한없는 환희심을 내오리이다.

그 때 세존께서는 사리불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은근하게 세 번이나 청하였으니 어찌 말하지 아니하랴. 너는 이제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내가 마땅히 너를 위하여 분별해서 말하리라.”
이런 말씀을 하실 때에 회중에 있던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 5천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났으니, 그 까닭은 이 무리들은 죄업이 무겁고 또 교만하여 얻지 못한 것을 얻은 체하고, 깨닫지 못한 것을 깨달은 체하는 까닭이었다. 이런 허물이 있으므로 여기에 있지 아니하고 물러갔으나, 세존께서는 잠자코 말리지 아니하셨다.
그 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여기 이 대중은 가지나 잎은 하나도 없고 순전히 열매만 남아 있다. 사리불아, 그와 같은 교만한 사람들은 물러가는 것이 오히려 마땅하니라. 너는 이제 잘 들어라. 너를 위하여 말하리라.”
사리불이 말하였다.
“그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자세히 듣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이런 미묘한 법은 부처님 여래께서 때가 되어야 말씀하시는 것이니, 마치 우담바라꽃이 때가 되어야 한 번 피는 것과 같으니라. 사리불아, 너희들은 부처의 말을 반드시 믿을지니 그 말은 허망하지 않느니라.
사리불아,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법은 그 뜻이 이해하기 어려우니라. 왜냐하면 내가 무수한 방편과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와 이야기로 법을 연설하지만, 이 법은 생각이나 분별로는 능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니, 오직 부처님들만이 아시느니라. 부처님 세존들께서는 다만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으로 이 세상에 출현하시기 때문이니라.
사리불아, 어찌하여 부처님 세존들께서는 다만 일대사인연으로써 이 세상에 출현하신다고 말하느냐? 부처님 세존들께서는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의 지견(知見)을 열어[開] 청정케 하려고 세상에 출현하시며, 중생에게 부처님의 지견을 보이려는[示] 연고로 세상에 출현하시며,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의 지견을 깨닫게 하려는[悟] 연고로 세상에 출현하시며,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의 지견의 도에 들게 하려는[入] 연고로 세상에 출현하시느니라.
사리불아, 이것을 부처님들께서 일대사인연 때문에 세상에 출현하시는 것이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여러 부처님 여래들께서는 다만 보살을 교화하는 법이며, 여러 가지 하는 것도 항상 한 가지 일만을 위하는 것이니, 부처님의 지견으로써 중생들에게 보여 깨닫게 하는 것이니라.
사리불아, 여래는 다만 1불승(佛乘)만을 위하여 중생들에게 말하는 것이지, 다른 2승(乘)이나 3승은 없느니라. 사리불아, 모든 시방세계 여러 부처님들의 법도 역시 그러하니라.
사리불아, 과거의 여러 부처님들께서 한량없고 수없는 방편과 가지가지 인연이나 비유의 이야기로 중생을 위하여 법을 연설하셨으니, 이 법이 다 1불승을 위한 것이니라. 그러므로 모든 중생들이 부처님을 따라 법을 듣고 필경에는 모두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얻었느니라. 사리불아, 미래의 여러 부처님들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면 한량없고 수없는 방편과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의 이야기로 중생을 위하여 연설하시리니, 이 법이 다 1불승을 위한 것이니라.
그러므로 모든 중생들이 부처님을 따라 법을 듣고 필경에는 모두 일체종지를 얻을 것이니라. 사리불아, 현재의 시방에 한량없는 백천만억 불국토에 부처님 세존들이 이익케 함이 많아서 중생들을 안락케 하나니, 이 부처님들도 한량없고 수가 없는 방편과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의 이야기로 중생을 위하여 법을 연설하시나니, 또한 이 법도 다 1불승을 위한 것이니라.
그러므로 모든 중생들이 부처님을 따라 법을 듣고 필경에는 모두들 일체종지를 얻느니라. 사리불아, 이 부처님들이 다만 보살만을 교화하시어 부처님의 지견으로써 중생에게 보이려는 까닭이며, 부처님의 지견으로써 중생을 깨닫게 하려는 까닭이며,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의 지견에 들게 하려는 까닭이니라.
사리불아, 나도 그와 같아서 여러 중생들이 가지가지 욕망이 있어 마음에 깊이 집착함을 알므로 그 성품을 따라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의 이야기나 방편의 힘으로 법을 설하나니, 사리불아, 시방세계에는 이승도 없거늘 하물며 3승이 있겠느냐?
사리불아, 부처님께서 5탁악세(濁惡世)에 나셨으니, 그것은 겁(劫)이 흐리고, 번뇌가 흐리고, 중생이 흐리고, 소견이 흐리고, 수명이 흐림이니라. 그렇다, 사리불아. 겁이 흐려 어지러울 적에는 중생들이 번뇌가 많고 간탐하고 질투하여 여러 가지 나쁜 근성을 이루므로, 여러 부처님들이 방편의 힘으로 1불승에서 분별하여 3승을 말하는 것이니라.
사리불아, 만일 나의 제자들이 스스로 생각하기를, ‘아라한이나 벽지불을 얻었노라’ 하면서, 부처님 여래들께서 보살을 교화하시는 것을 듣지 못하고 알지 못하니, 이들은 부처님의 제자도 아니고, 아라한도 아니며, 벽지불도 아니니라.
또 사리불아, 이 비구나 비구니가 스스로 생각하기를, ‘이미 아라한을 얻어서 맨 나중 몸이며 필경의 열반이다’ 하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뜻을 두어 구하지 않는다면, 이런 무리는 모두 교만한 사람인 줄 알아야 하느니라. 왜냐 하면 만일 비구로서 참으로 아라한을 얻었다면 이 법을 믿지 않을 수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부처님께서 안 계실 동안은 제외할지니, 왜냐 하면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는 이런 경권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그 뜻을 해석하는 사람을 만나기 어렵거니와, 만일 다른 부처님을 또 만나게 되면 이 법에 대하여 분명하게 알게 되리라.
사리불아, 너희들은 마땅히 한결같은 마음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믿으며 이해하여 받아 지녀라. 부처님께서 하시는 말씀은 허망함이 없나니, 다른 법은 없고 오직 1불승만 있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는 이 뜻을 거듭 펴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런 비구, 비구니들
잘난 체하는 마음을 품었으며
아만(我慢) 많은 우바새와
믿지 않는 우바이들

이와 같은 사부대중
그 수가 5천여 명
제 허물 보지 않고
계행만 깨뜨리며

제 잘못 숨겨 두던
이런 좀생이들이 나갔으니
찌꺼기 같은 그 무리들
부처의 덕에 눌려 갔느니라.

이런 사람 복덕 없어
이 법문 못 듣나니
대중에는 이제 지엽(枝葉)이 없고
알맹이만 남았어라.

사리불은 잘 듣거라.
부처가 얻은 법
한량없는 방편의 힘으로
중생 위해 말하노라.

중생들의 여러 생각
갖가지로 행하는 도
그러한 욕망과 성질
지난 세상 선악의 업

부처가 모두 알아
모든 인연 여러 비유
이야기와 방편으로
그들을 기쁘게 하려고

어떤 때는 수다라(修多羅)를
또는 가타(伽陀), 본사(本事)와
본생(本生)이나 미증유(未曾有)
인연(因緣)을 설해 주며

혹은 비유(譬喩)와 기야(祇夜)
우바제사(優婆提舍)를 말해도
아둔한 이들은 소승법을 즐겨서
생사에만 탐을 내며

한량없는 부처님 만나도
미묘한 도 행하지 않고
많은 고통에 시달릴새
열반법을 말했노라.

이런 방편 설한 것은,
불지혜에 들게 함이며
너희들도 성불하리라고
진작 말하지 않았으니

그 말 일찍 아니한 것은
때가 아직 이른 까닭,
지금에야 때가 되니
대승법을 말하노라.

내 말한 9부의 법[九部法]
중생 근기 따름이니
대승 근본 삼으려고
이 9부의 법을 말하노라.

깨끗한 마음 가진 불자
부드럽고 총명하며
한량없는 부처님께
미묘한 도 행했으니

이런 불자들에게는
대승 경전 말해 주며
이 사람 오는 세상에
부처 되리라 수기하노라.

마음 깊이 염불하고
청정 계율 가졌을새
성불한단 말 들으면
큰 기쁨이 몸에 가득

부처 그 맘 알고
대승법을 말하노니,
성문이나 보살들이
내 설한 법을 듣고

한 게송만 기억해도
부처님 되기 의심 없네.
시방세계 각국에는
1승법만 있을 뿐

2승, 3승 없으니
방편 말은 버릴지니
일부러 거짓말로
중생 인도한 것이라.

부처 지혜 말하려고
출현하신 부처님
이 일만이 오직 진실
2승, 3승은 방편일 뿐

소승으로는 끝내
중생 제도 못하나니
부처가 대승으로
얻은 바가 그와 같아

선정 지혜 장엄하여
중생을 제도할새
평등하고 위없는 도
대승법을 증득하고

만약 한 사람이라도
소승으로 교화한다면
나는 간탐에 떨어지리니
옳지 못한 일이니라.

사람들이 믿고 귀의한다면
여래는 속이지 않고
탐욕이나 질투 없어
모든 악을 끊었으매

부처는 시방에서 
두려움이 없느니라.
좋은 상호(相好)로써 장엄하고
세간마다 광명 비춰

중생 존경받는지라
실상인(實相印) 말하노니
사리불아, 내가 본래
서원(誓願)을 세운 것은

모든 중생 나와 같이
다름없게 하렸더니
오래전에 품은 소원
이제 만족하였나니

일체 중생 교화하여
불도에 들게 하네.
내가 만일 중생 만나
불도를 가르치면

무지한 이 미혹하여
그 가르침 안 받나니
내 알기로 이 중생
일찍이 선근을 닦지 않고

오욕에만 애착하며
어리석고 성 잘 내고
탐욕에만 속박되어
3악도(惡道)에 떨어지며

여섯 갈래[六趣] 헤매면서
모든 고통 두루 겪고
태 속에서 받은 몸
생사가 끝없으며

덕이 없고 복도 없어
뭇 고통에 시달리며
혹은 있다, 혹은 없다
나쁜 소견의 숲 속에 들어

삿된 견해에 의지하여
62견(見) 구족하고
허망한 법 고집하여
버릴 줄을 모르나니

아만과 자존심 높아
마음 굽어 부실하여
천만억 겁 지내어도
부처님 이름 못 듣고

법 또한 듣지 못해
제도하기 어려우니
사리불아, 이런 사람
방편법을 베풀어서

고통 끊는 길을 말해
열반법을 보여 주며,
열반이라 말했으나
참된 열반이 아니니

모든 법은 본래부터
항상 고요한 것이니
불자들이 이런 도 행하면
오는 세상 부처 되리라.

내가 비록 방편으로 
3승법을 보였으나
시방세계 부처님들
1승법만을 말씀하시나니

여기 모인 대중들아,
의혹된 맘 다 풀지니
부처님 말씀 다르잖아
1승일 뿐 2승 없네.

지난 세상 무수한 겁
멸도하신 여러 부처님들
백천만억 그 수효를
헤아릴 수 없건마는

이런 모든 세존들께서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
무수한 방편으로
법의 모습 연설하시니

이와 같은 여러 세존들
모두 다 1승 설해
무량 중생 교화하사
불도에 들게 하되

대성주(大聖主)이신 부처님들
일체 세간 중생들의
애착하는 모든 욕망
속속들이 다 아시고

다시 다른 방편으로
제일의 뜻 나타내시니
만일 어떤 중생들이
과거 부처님 만나 뵙고

보시하며 계율 갖고
인욕하고 정진하며
선정․지혜 법문 듣고
복과 지혜 닦았으면

이와 같은 여러 사람들
이미 다 성불했고
부처님 열반하신 뒤
그 마음이 선한 이들

이와 같은 여러 중생들
이미 모두 성불했고
부처님 열반하신 뒤
사리에 공양하려

만억 가지 탑 세우되
금과 은과 파리들과
차거와 마노들과
민괴와 유리․진주 등으로

청정하게 널리 장엄해서
모든 탑을 장식하고
혹은 돌로 사당 짓고
전단향과 침수향과

목밀(木櫁)이며 다른 재목이나
기와 벽돌 진흙으로
넓고 거친 들 가운데
흙을 모아 절 지으며

어린애들 장난으로
흙모래로 탑을 세운
이러한 사람들도
모두 이미 성불했고

어떤 이는 부처님 위해
여러 형상 세우거나,
부처님 상 조각한
그들도 이미 성불했고

혹은 7보(寶)로나
놋쇠나 백동들과
납 주석 쇳덩이나
나무 진흙으로 만들거나

교칠포(膠漆布)로 치장하여
부처님 상 장엄한
이와 같은 여러 사람들
모두 다 불도 이루었고

백복으로 장엄한
부처님 상 그릴 적에
제가 하나 남 시키나
모두 이미 성불했고

아이들 장난으로
풀 나무 붓이거나
혹은 꼬챙이로
부처님 모양 그린 이들

이와 같은 여러 사람들
공덕을 점점 쌓아
큰 자비심 갖추어
모두 성불하였나니

다만 보살 교화하여
무량 중생 건졌노라.
어떤 사람 탑과 묘나
불상이나 화상(畵像)에

꽃과 향과 번개(幡蓋)로써
공경하여 공양커나
사람 시켜 풍악 울리고
북도 치고 소라 불며

퉁소․거문고․공후나
비파․요령․바라들
이와 같은 묘한 음악
정성으로 공양하며

환희한 마음으로
노래 불러 찬탄하되
한마디만 하더라도
다 이미 성불했고

마음이 산란해도
꽃 한 송이 일심으로
불상에 공양하면
많은 부처님 뵙게 되며

혹은 어떤 사람
예배커나 합장커나
손 한 번을 든다거나
머리 한 번을 숙여도

이런 공양하는 이도
한량없는 부처님 뵙고
위없는 도 이루어서
무수 중생 제도하여

무여열반 들게 하되
섶 다하면 불 꺼지듯

마음 산란한 이도
탑묘(塔廟) 중에 들어가서
나무불(南無佛) 한 번에
모두 다 성불했고

지난 세상 여러 부처님들
계실 때나 열반하신 뒤
이 법을 들은 이는
모두 다 성불했고

오는 세상 부처님도
그 수효 한량없어
이러한 여래들도
방편으로 설법하며

일체의 모든 여래
또한 많은 방편으로
중생을 제도하여
불지혜에 들게 하니

이런 법문 들은 이는
모두 다 성불하네.

여러 부처님들 본래 서원
내가 행한 불도로써
중생들을 교화하여
똑같은 도 얻게 하며

오는 세상 부처님들
셀 수 없는 백천만억
많은 법문 설하지만
그 실은 1불승이라.

성품 없는 진실한 법
양족존은 알지마는
부처 되는 종성들이
인연 따라 생기므로

말씀하신 1승의 법
그 자리에서 머물러서
세간 모습 이미 알고
방편으로 말하느니라.

하늘 인간 공양 받는
시방에 계신 부처님들
그 수가 항하 모래
세간에 출현하사

중생들 편케 하려
이런 법문 말하나니

제일이고 적멸함을
알면서도, 방편으로
갖가지 길 보이지마는
그 실은 1불승뿐이니라.

중생들의 여러 행과
마음 깊이 생각하는 것
지난 세상 익힌 업과
욕심․성질․정진의 힘

여러 가지 근기 알고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와 이야기로
방편 따라 설하나니

지금 나도 그와 같이
중생을 편케 하려
가지가지 법문으로
불도를 보이노라.

내가 지혜 힘으로써
중생들의 근기 알고
방편으로 설법하여
환희토록 하여 주네.

사리불아, 바로 알라.
내가 불안(佛眼)으로
6도 중생 살펴보니
빈궁하고 지혜 없어

생사의 길 잘못 들어
그 고통을 끊지 못해
5욕락에 탐착하되
이우(犛牛)가 꼬리 사랑하듯

탐애 속에 갇혀 있어
눈도 멀고 소견 없어
큰 부처를 구하잖고
고통을 못 끊으며

삿된 소견 깊이 들어
괴로움에 얽혔으니
이런 중생 위하여서
큰 자비심 내었노라.

도량에 비로소 앉아
나무 보고 경행하며
삼칠일 동안이나
이런 일을 생각하되

얻은 바 그 지혜가
미묘하고 제일이나
근기 둔한 모든 중생
어리석고 눈 어두우니

이와 같은 무리들을
어떻게 제도하랴.

그 때에 범천왕(梵天王)과 
제석천왕 사천왕(四天王)과
대자재천(大自在天) 모든 하늘
백천만 권속들이

합장 공경 예배하며
나의 법륜 청하거늘
내 스스로 생각하니
만일 1불승 찬탄하면

고통 속에 빠진 중생
이 법 믿지 않을새
불신하여 훼방하면
3악도에 빠지리니

내 차라리 설법 않고
열반에 들려다가
지난 세상 부처님들
행한 방편 생각하고

내가 지금 얻은 도를
3승으로 설하리라.

이런 생각하올 때에
시방 부처님 나타나서
범음(梵音)으로 위로하시되
훌륭하도다, 석가모니불.

제일가는 대도사가
위없는 법 얻었건만
모든 부처님을 따라
방편법을 쓰는구나.

미묘하고 제일된 법
우리들도 얻었지만
모든 중생 위하여
3승법을 말하노라.

적은 지혜 소승들이
성불을 믿지 않아
방편의 분별로써
여러 과(果)를 설했으나

그 비록 3승이나
보살을 교화할 뿐
사리불아, 바로 알라.
부처님 말 내 들으니

청정하고 미묘하여
나무불 부르면서
이런 생각 다시 하되
흐린 세상 내가 나서

여러 부처님 말씀대로
나도 따라 행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바라나(波羅奈)에 나아가니
모든 법 적멸한 모양
말로는 형용할 수 없지만

방편의 힘으로써
5비구에게 연설했으니
이 이름이 전법륜(轉法輪)
그와 같이 부르나니.

열반이라는 법과
아라한이라는 이름이 있어
법보(法寶)와 승보(僧寶)라고 
그 이름이 차별 있네.

오랜 세월 내려오며
열반의 도 찬탄하되
생사의 고 다한다고
이런 설법 늘 했노라.

사리불아, 바로 알라.
불자들을 내가 보니
불도 구하는
한량없는 천만억 사람

모두 공경하는 마음으로
부처님께 온 것이니
일찍부터 부처님 말씀하신
방편설을 들었으니

이제 내가 생각하니
여래께서 출현하심은
불지혜를 설하려 하심이니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니라.

사리불아, 바로 알라.
근기 둔한 소승인들은
상(相)에 집착하고 교만하여
이런 법 못 믿을새

나는 이제 두려울 것 없어
여러 보살들에게
바로 방편 버리고
위없는 도 말하리라.

보살들이 이 법을 들으면
의혹 모두 풀어지고
1,200 아라한도
마땅히 다 성불하리라.

3세의 여러 부처님들
설법하던 의식대로
이제 나도 그와 같이
분별 없는 법을 설하노라.

여러 부처님들 출현하심
만나기가 어려우며
설사 출현해도
이런 법문 더 어렵고

한량없이 오랜 겁에
이 법 듣기 또 어려워
들을 줄을 아는 사람
더욱더 어려우니

우담바라꽃이 피면
일체가 다 즐겁지만
천상․인간에 희유하여
때가 되어야 한 번 피네.

법을 듣고 환희하며
찬탄의 말 한 번 하면
모든 3세 부처님께
공양함이 되는 것이나

이런 사람 희유하여
우담바라꽃과 같네.
너희들은 의심 말라.
나는 법의 왕이라.

대중에게 말하노니
1불승 묘한 도로
보살들만 교화하매
성문 제자 없느니라.

너희들 사리불과
성문과 보살들은
알지어다. 이러한 법은
부처님의 비밀한 법문

5탁악세의 사람
여러 가지 욕락만 탐하므로
이러한 중생들은
불도 구하잖고

오는 세상 악한 이도
1승 법문 듣게 되면
미혹하고 믿지 않아
악한 길에 떨어지고

부끄러움 알고 청정한 사람
불도를 구하는 이
마땅히 이들을 위해
1승의 도 찬탄하노라.

사리불아, 바로 알라.
여러 불법 이러하여
만억 가지 방편으로
마땅하게 설법하니

배우지 않은 이는
능히 이 도리를 모르지만
도사이신 부처님 세존
마땅하게 쓰는 방편

너희들이 이미 알고
여러 의심 다시 없어
크게 환희하는 마음으로
성불할 줄 알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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