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림수필石林隨筆 석전石顚 사문沙門 정호鼎鎬 지음 유인有引 어째서 석림수필石林隨筆이라 하였는가. 사문沙門 석전石顚이 근대 선시禪詩에서 일어나는 감흥의 경계에서 느낀 것을 손이 가는 대로 쓴 것이란 뜻이다. 우뚝 솟은 장엄한 산속에서 해질 무렵의 풍경 속에 더욱 심해진 안화眼華가 가시질 않은 채 몇 개월이 지나도록 발걸음을 옮기지 아니하고 산속 암자에 누워서 창가를 바라보며 고요히 생각에 잠기니, 어둡고 고요한 호산湖山과 크고 환한 홍월虹月이 눈을 뜨거나 감거나 항시 아른거린다. 일찍이 이곳에 오고가는 발걸음들과 찾아오는 헛기침 소리의 흔적은 물소리와 산빛 속에 사라진다. 선창한 것은, 어렴풋하게 ‘소매를 나란히 하며 일제히 죽지가를 부르며 지나가니(齊唱竹枝聯袂過) 성안 가득 안개 속 ..